시민의 한국사 1 - 전근대편 시민의 한국사 1
한국역사연구회 지음 / 돌베개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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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8년 만에 한국 통사를 읽게 되었다. 그 때 읽은 책들은 이제는 고전이라 할 수 있는 이기백의 <한국사신론>, 변태섭의 <한국사통론>, 한영우의 <다시 찾는 우리 역사>였다. 함석헌의 <뜻으로 본 역사>는 사두기만 하고 시도는 하지 못했다. 


통사는 말 그대로 한국사 전체를 개괄식으로 훓어내려간 역사다. 어떤 입장에서 쓰느냐에 따라 그릇에 담긴 내용과 서술 방식이 달라진다. <한국사신론>은 지배층의 변화에 따른 역사 서술 방식을 취했고 <한국사통론>은 사회 내부의 발전에 따른 사건을 중심으로 한 역사 서술 방식을 취했다. <다시 찾는 우리 역사>는 비교적 최근까지(박근혜 정부) 개정을 거듭하였는데 선비 정신을 중요시하는 것이 눈에 띈다. 


<시민의 한국사>는 이 책들에 더해 한국통사의 고전에 오를 수 있을 거라는 기대감을 갖게 한다. 


1권은 전근대편으로 조선 후기 개항 이전까지를 다루었다. 통사는 개론서이기 때문에 상세하게 서술하지는 않는 편인데 이 책은 그런 점을 보완했다고 느껴졌다. 역사 교과서의 사건-연도 단순 나열이 아닌 사건 전후의 과정을 기술하여 맥락을 확인할 수 있게 한 점이 눈에 띄었다. 전근대는 사진이 없던 시기이므로 유물과 유적, 과거에 남겨진 기록을 통해서 역사를 추측할 수 밖에 없는데 상당히 많은 유물과 유적 사진, 지도, 도표 등을 싣고 있어서 큰 도움이 되었다. 


또 균형 잡힌 서술 방식이 눈에 띈다. 지배층의 변화에 따른 정치사 위주의 서술은 교과서를 통해서도 얼마든지 배울 수 있지만 애써 찾지 않으면 확인할 수 없는 민중들의 기록은 확인하기 어려운에 이 책은 그런 빈 곳들이 채워져 있다. 특히 학계에서 논란이 되고 있는 역사의 경우 따로 정리를 하여 독자들이 확인하고 향후 검증을 할 수 있도록 하였다. 정치사에만 국한되지 않고 경제, 문화, 사회 다양한 분야를 망라한 서술이어서 좋았다.



우리에게는 삼국 시대 이전 낙랑군의 역사가 뚜렷하지 않다. 낙랑군은 중국 왕조의 변화에 따라 변화와 부침을 겪었고 대부분 중국사의 기록에 의존하고 있다. 더군다나 20세기 이후 일제 식민사관에서 낙랑군을 중국의 식민지라고 강조하면서 왜곡된 측면도 있다. 하지만 낙랑군은 고조선을 기반으로 성립되었고, 삼한(마한, 진한, 변한)과 삼국(고구려, 백제, 신라)의 발전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낙랑군(대방군도 마찬가지)은 한이 설치한 것이지만 한국사의 일부라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3세기 중반의 초기 국가들)


삼국시대 중 내가 애정을 가지고 있는 나라는 백제다. 백제는 백제국에서 출발하였다. 사실 역사를 처음 배울 때만 해도 고구려에 더 관심이 있었지만 현재는 백제로 마음이 기울었다. 백제 멸망 후 지배층을 비롯한 상당수의 백성이 당이나 일본으로 넘어가서 자리하였고 자체 기록은 소실되었다. 현존하는 백제 기록의 상당수는 일본이나 중국사에 의존하고 있어 축소되거나 왜곡된 것이 안타까울 따름이다. 

백제의 정복 군주하면 4세기 근초고왕을 떠올릴 것이다. 이 때 영토 확장이 이루어진 것은 알고 있지만 어디까지 영토 확장을 했느냐를 두고 논란이 있다는 것을 책에 싣고 있다. 세 가지 견해가 있다. 첫 번째, 마한의 남은 세력을 통합해 전라도 전역을 직접 지배했다는 견해. 둘째, 전북 지역까지만 직접 지배하고, 전남 지역은 간접 지배했다는 견해, 셋째, 전남 지역은 일시적인 복속에 그쳤고, 전북 지역까지만 간접 지배했다는 견해다. 논란은 있으나 근초고왕대에 백제는 적어도 충남 지역까지 직접 지배가 이루어졌고, 마한의 남은 세력에도 강한 영향을 끼쳤다는 점은 인정하고 있다. 


통일신라 시기는 왜 이리 재미가 없을까. 정치사 위주로 배워서이지 않을까 싶은데(문화 파트는 상대적으로 재미있으니 넘어가자) 정치는 전제왕권 강화, 왕위 다툼 이외에는 기억나는 것이 없다. 그래도 책에서 경덕왕 이후 혼란스러운 왕실의 상황을 2~3페이지에 걸쳐 잘 소개해두고 있다. 이런 정리가 없으면 삼국사기, 삼국유사 등 여러 기록을 뒤져봐야 하는 일이 생긴다. 물론 상세한 확인을 위해서는 기록을 뒤져봐야 하는 수고로움은 있지만 그것은 논외로 하겠다. 


한편 통일신라와 함께 나란히 했던 발해가 있다. 기억나시는지. 발해는 고왕(대조영)-무왕-문왕-선왕 이 네 명의 왕을 제외하고는 기억에 없다. 문왕과 선왕 사이 25년간 6명의 왕이 교체되는 내분이 있었다. 그만큼 왕실은 혼란스러웠고 지방에 미치던 통제력이 약화되었다. 발해의 멸망에 대해서 급작스럽게 이루어졌다고 말하는 이들이 있다(심지어 백두산 폭발설(!)을 이야기하기도 한다.) . 하지만 이런 내분기가 있었고 9세기 후반이 되면 동아시아가 요동치면서 정세가 혼란스러워진다. 중국은 5대 10국이 들어서며 혼란스러웠고 거란족이 부족을 통일하고 요를 세운다. 발해는 요의 성장에 따른 전략 변화, 기동력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했는데 이는 내부적인 요인이 컸다. 발해는 요와는 한 차례 밖에 교섭하지 않으면서 중국 왕조와는 지속적인 친선 관계를 가졌다. 발해의 통제하에 있던 보로국(한반도 북부에 있던 여진의 소국)과 흑수, 달고(만주와 한반도 북부에 거주한 말갈족 중 하나) 등이 독자적으로 당이나 신라 및 고려와 교섭하면서 통제력이 약화되었다. 게다가 발해의 지배층조차 백성을 이끌고 고려로 망명하면서 동력을 잃었다. 



(9세기 발해의 영역)


전근대 역사 중 가장 흥미로운 국가가 있다면 역시 고려다. 중국과 만주의 영역에서 많은 국가가 흥망성쇠를 거듭하는 동안 고려는 500년 가까이 왕조를 꿋꿋이 지켜낸 나라다. 11세기 거란, 12세기 여진, 13세기 몽골, 14세기 홍건적과 왜구까지 쉴 틈없는 외적에 대한 고려의 대처는 놀랍기만 하다. 이 중 가장 어려운 적은 역시 몽골이었을 것이다. 몽골의 항쟁은 총 70여년 간 이어졌는데 정권의 주체가 무신으로 변화되는 혼란 속에서 일어났고 정부군의 항쟁 뿐 아니라 곳곳에서 민중의 항쟁이 이어졌다. 삼별초의 항쟁은 진도에서 제주도까지 옮겨가며 끝까지 기개를 굽히지 않았다. 전쟁으로 전 국토가 황폐화되었고 황룡사 9층 목탑이 소실되는 등 많은 피해가 있었다. 내가 고려를 좋아하는 것은 사회의 유연성 때문일 것이다. 유연한 외교와 사회 구조 등 여러 모로 지금 우리 사회에서 배울 점이 많다는 생각이 든다. 특히 부계 위주의 가족 구조가 아닌 양가의 혈연의식에 기반한 가족친족 구조이기에 남편과 아내는 각자 자신의 혈연을 중심에 두고 상대의 혈연 이익도 존중하였다. 아들과 딸은 성별과 사회적 역할에는 차이가 있었으나 가족 내에서는 동등한 지분을 지녔다는 것이 눈에 띈다. 



(몽골의 침입과 고려의 대응 및 피해)


조선은 양가 감정을 느끼게 하는 국가다. 16세기 사림 세력이 등장하기 전까지만 해도 정도전이 설계한 대로 왕권과 신권의 조화를 바탕으로 건강한 정치 구조를 지니고 있었다. 과학 기술과 상공업에 대한 천대도 심하지 않았다. 사림 집권 이후 붕당이 심화되고 유교 중심의 국가가 되면서 사회의 폐쇄성이 짙어졌다. 사림의 중심 기관인 서원은 향교와 달리 양반만 들어갈 수 있었다. 서원의 원생은 엄격한 심사를 통해 뽑았기에 양반들은 더 많은 서원을 건립하고자 했고 집안의 위세를 드러내기 위해 조상을 모시는 문중서원을 세우는 경우도 많아졌다. 조선 후기 양반들은 증가했으나 자리는 정해져 있었으므로 직함 없이 일생을 고향에서 보내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이들은 양반의 지위로 군역을 면제 받으면서 양반의 지위를 유지할 수 있었다. 향교와 서원은 이들에게 매우 중요할 수밖에 없었다. 

조선 후기 르네상스 시기인 영/정조 시대를 지나고 세도정치기가 오면 부패와 학정으로 민란이 발생했다는 것으로만 기억하기 쉽다. 하지만 순조나 헌종 시기 국왕은 왕권 회복을 위한 노력도 기울였다는 점을 꼬집고 있다. 순조는 만기요람을 편찬하여 국정 운영에 대한 의지를 드러냈고 헌종은 총융청을 총위영으로 바꾸면서 군사력을 확보하려고 했다. 물론 이 때 삼정의 문란이 워낙 심했기 때문에 이들의 의지력은 상대적으로 낮게 평가된다. 삼정의 문란은 국가 재정 운영 방식이 변화하는 과정에서 지방재정 운영의 자율성이 확대되면서 심해진 탓이 컸다. 

조선 후기가 되면 강력했던 신분제에 변화가 생긴다. 양반이 분화되고 중인과 평민이 성장하며 노비가 급감한다. 개항기 이전 무렵이 되면 양반이 70%에 육박할 정도로 증가하였으나 대부분이 세력 없는 지방 양반인 향반에 머물렀고 일부는 몰락한 잔반으로 소작이나 수공업으로 생계를 유지하였다. 평민 중 일부는 상공업의 발전으로 부를 축적하여 양반의 위세를 능가하게 되었고 납속책이나 공명첩으로 양반의 족보를 매입하는 경우도 많았다. 그 결과 평민과 양반 사이의 간극은 좁아지게 된다. 


전근대 시기 답게 왕위계보도를 첨부해 놓았고 자료의 출처, 참고문헌, 찾아보기를 제공하고 있기 때문에 독자들의 접근성을 높였다. 그리고 경제 파트를 많이 다루고 있어 도움이 되었다. 먹고 사는 문제가 중요한데 늘 정치나 문화 파트에 밀려 소홀한 경우가 많다. 민란의 대부분은 경제의 문제 때문에 발생하는데 이를 놓치면 역사의 흐름 중 큰 부분을 놓치는 것이다. 

단 한가지 이 책의 아쉬움은 책의 재질이다. 무광이어서 흠집에 민감한 듯하다. 책을 험하게 보는 나는 벌써 여러 군데 찍히고 긁혔다. 코팅을 하거나 유광 재질이었으면 어땠을까 생각한다. 


이렇게 이 책을 접한 소감을 마무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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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ni74 2022-08-17 17:2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 이 책 고민중이었는데 이러히게 딱 올려주시니 ㅎㅎㅎ 추천사가 좋더라고요 제목도 좋고..그러고보면 발해는 교과서에서도 네 명의 왕만 배운거 같아요. 낙랑은 낙랑공주? 맞나요 ~~

거리의화가 2022-08-17 17:42   좋아요 2 | URL
오 미니님 고민중이신 책이었군요^^ 제 리뷰가 추천에 도움이 되시면 좋겠네요^^*
ㅋㅋ 발해 진짜 네 명의 왕밖에 모르겠죠. 너무 간단하게 다뤄서 아쉽습니다. 고려 때 발해의 역사를 정리했어야 하는데 말이에요. 두고 두고 아쉬워요. 낙랑은 더 정보가 없고요ㅠㅠ

바람돌이 2022-08-17 21:24   좋아요 3 | URL
낙랑공주의 낙랑에 대해서는 현재 통설이 없는 상태입니다. 한사군의 그 낙랑이라는 주장도 있고, 당시 고구려 주변의 별도로 있던 소국이라는 견해도 있습니다. 저는 전자일거같은데 모르죠. ㅎㅎ
낙랑이 중국 한나라가 세운 일종의 점령군이었다보니 한국 고대사에서는 이 부분을 얼버무리고 잘 넘어갑니다. ㅎㅎ

거리의화가 2022-08-18 09:45   좋아요 1 | URL
바람돌이님 낙랑 뿐 아니라 한국 고대사는 두루뭉술하게 넘어가는 경우가 많죠. 정설이 없다보니 그런 것이지만 그래도 다양한 가설을 소개해준다면 좋을텐데 그부분이 아쉽더라구요.

책읽는나무 2022-08-17 23:13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발해 땅은 보면 볼수록 위대합니다.
넓다고 생각은 하고 있었지만 지도를 보면 매번 놀랍니다^^
저렇게 넓고 활달한 나라였었는데 참 애통합니다.
낙랑이 한사군의 낙랑일 수도 있었다구요?
저는 고구려 땅 옆의 옥저 동예랑 같은 나라인 줄 알았는데 아녔군요? 아...그래서 낙랑군은 옥저와 동예에 비해 자세한 설명이 없었던 건가 봅니다. 위치상으로 중국이 가깝긴 합니다.
이 한 권의 책이 조선까지 역사를 아우르는군요.
경제사까지 다룬다니 저도 조금 땡기네요^^

거리의화가 2022-08-18 06:27   좋아요 3 | URL
그쵸. 저도 발해땅을 보고 나면 한반도 너머의 땅을 떠올리게 됩니다. 만주땅은 독립운동 장소로도 쓰여서인지 더 남다른 것 같아요.
낙랑군은 여전히 미지수의 나라입니다. 많은 가설들이 존재해서 어느 게 맞는지 정확하지가 않아요. 말씀하신대로 자세한 설명을 하지 못하는 이유가 될 것 같아요. 경제도 다루니 조선 후기 같은 경우는 지금 읽는 토지하고도 연결되더라구요. 경제를 잘 모르지만 역사 속 경제는 더 열심히 보려고 하고 있습니다.

scott 2022-08-18 09:4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서양 학자들 중 몽골 제국 연구자들에 의하면 제국을 점령하는데 가장 용맹하게 싸웠던 장군들이 고려 출신이나 후예들이라고 합니다 이들이 일명 현재 ~탄으로 끝나는 영토 지역을 정복 합병 통치 하기도 했고 유라시아 전역을 누볐고 백제 후예들은 일본땅으로 아주 많이 끌려 갔습니다

거리의화가 2022-08-18 09:38   좋아요 2 | URL
몽골도 고려가 가장 싸우기 힘든 상대였을 겁니다. 고려인들의 투지와 항전은 지금 생각해도 대단하게만 느껴지는 듯합니다. 100년마다 새로운 적과 싸운다는 게 어찌 가능한지 모르겠어요ㅠㅠ 사실상 고려 정권 내내 외적이 침입한건데 말이죠.
일본에 건너한 백제의 후예들이 많이 남아 있죠. 지금도 그들은 백제인인 것을 자랑스럽게 여긴다고 하더라구요.

희선 2022-08-18 02:18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낙랑군이 있었군요 낙랑 하면 낙랑공주가 생각나기도 하네요 이 낙랑공주는 나중 낙랑인가 봅니다 고구려가 멸망시켰다는 말이 있는 걸 보니... 조선이 오백년 이어졌다고 했는데, 나중에 생각하니 고려도 다르지 않더군요 고려는 여자도 남자도 살기에 좀 나았을 것 같기도 하네요 조선시대가 되고 시간이 흐르면서 바뀌었군요


희선

거리의화가 2022-08-18 09:42   좋아요 1 | URL
희선님. 고려도 그렇고 조선도 그렇고 참 오래간 국가죠. 주변국들의 역사를 봐도 이리 오래 정권을 끈 역사가 드문데 말입니다^^
고려는 조선에 비해서 가족 안에서는 남녀가 평등했기 때문에 여성도 목소리를 충분히 낼 수 있는 사회였던 것 같아요. 조선이 오히려 이 부분에서는 많이 후퇴하다보니 상대적으로 이 부분에서는 박한 평가를 내리게 됩니다^^;

다락방 2022-08-18 09:39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저는 역사라면 전혀 모르는데 이걸로 시작해야겠어요. 덕분에 저도 도전해보겠습니다. 불끈!!

거리의화가 2022-08-18 09:44   좋아요 2 | URL
다락방님 어느 분야든 처음 시작은 어렵지만 조금씩 읽다보면 들어오는 것들이 많아지더군요. 저도 그랬고요. 이 책 저는 참 좋았어요. 생각보다 상세히 적혀 있어서 참고하기에도 좋은 책이었습니다. 응원합니다!*^^*
 

#1


인간 관계에 있어서 서로를 피곤하게 하는 것은 속마음을 이야기하지 않아서 생기는 오해이다.

나는 잘 모르겠다. '굳이 이야기를 안해도 알 수 있잖아?' 라고 이야기하는 사람들. 제발 좀 이야기를 했으면 좋겠다. 이야기를 안 하면 그 사람의 마음을 파악하기 위해서 넘겨짚게 된다. 이 때문에 생기는 오해가 얼마나 많은가? 나는 그 사소한 오해가 사람들을 갈라놓게 만드는 것을 수도 없이 보았다. 이것은 현실에서도 그렇고 드라마나 영화 각종 컨텐츠에서도 단골로 등장하는 소재다. 이것이 여전히 먹히니까 계속 쓰는 거겠지만 나는 그걸 볼 때 왜 이리 피곤한지... 그 부분은 점프하고 싶은 생각마저 든다. 이제 이런 감정과의 싸움이 낭비라고 느껴지는 것을 보니 내 마음도 나이를 먹었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새로운 중드를 보기 시작했고 재밌어서 총 40부작인데 며칠 만에 어느덧 3/4을 통과했다. 하지만 이 오해에서 비롯되는 상황들이 나올 때마다 답답해서 미쳐버릴 것 같다. 그럼에도 또 재미가 있는 것을 보니 헛웃음이 나온다. 



#2


며칠 전 친정 어머니 생신이셨으나 주중이라 찾아뵐 수가 없어 전화를 드렸다. 사실 그 전에 여동생이 전화를 해서 "전화 드렸어?"라고 하길래 "뭐?" 했다. 어머니 생신이 다음날인 줄 알았던 거다. 여동생 왈. "찾아는 못 뵈어도 전화는 드려. 얼마 전 코로나 걸리셨는데~~~..." 뒷 말도 있었지만 들리지 않았다. "뭐? 아니 그런 얘길 왜 안해?" 어머니께 전화를 드려서 먼저 생신 축하드린다는 말을 했으나 속에서는 화가 치밀어오르는 걸 느꼈다. 나도 모르게 "코로나 걸렸다는 이야기는 왜 안하신 거예요?" 했다. 심지어 코로나 걸린지 일주일이 지나 내일부터는 다시 일을 나간다고 했다. 그럼 내가 일주일 동안 몰랐다는 이야긴데 불현듯 죄송스러운 마음이 들었다. 그럼에도 속마음과는 다르게 화만 표출하고 말았다. 생신 축하 인사는 뒷전이 되어 버렸고 어머니께 화만 내다가 전화를 끊은 것 같다. 흠... 나도 참 못났다 싶다. 사실 내가 잘못한 건데 자주 전화 드리면 미리 알았을 것을. 다행인 건 크게 아프시진 않은 것 같고 후유증은 덜하시다는 것이다. 



#3


3일간의 꿀 휴가 기간 동안 나는 굵직한 책을 읽었다. 재밌어서 시간 가는 줄 몰랐다. 역시 읽고 싶은 책을 읽을 때가 내겐 가장 신나는 일 같다. 다행히 3일 동안 크게 비오는 일이 없어서 아침 일찍 일어나서 밥 먹고 집 근처를 1시간 가까이 걸었다. 비가 안 오는 것이 이리 감사한 일일 줄이야 싶었다. 오랜만에 한국통사를 읽었다. 주기적으로 통사를 읽는 것은 역시 도움이 된다. 세계가 나날이 분쟁 지역이 늘어가고 있고 한반도를 둘러싸고 안보 위기가 심화되고 있다. 특히 얼마 전 일본에서 아베가 피격 후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했고 대만을 둘러싼 미중 간의 갈등도 격화되고 있어서 올해 77주년이었던 광복절은 남다르게 다가왔다. 지금의 자유와 평화가 언제까지 지속될 수 있을까 생각하면 너무나 마음이 무겁다. 한반도가 화약고가 되지 않으려면? 정부의 외교는 너무 단순하고 조악해서 심히 우려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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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레이스 2022-08-16 22:00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가끔 저도 생각을 멈추기 위해 이런 책들을 읽어요^^

거리의화가 2022-08-16 22:09   좋아요 2 | URL
그레이스님 현명하십니다^^ 이런 책 읽으면 다른 생각이 들어올 틈이 없는 듯합니다ㅎㅎㅎ

scott 2022-08-16 23:27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화가님 어머님 코로나 ㅠ.ㅠ

아파도 자식들에게 알리지 않는 어머님

화가님 부디 어머니 휴우증 없으시길 바랍니다

거리의화가 2022-08-17 11:07   좋아요 3 | URL
부모님이 아프셔도 말씀 안하실 때마다 걱정되는 마음에 말하지 않았다는 걸 알면서도 너무 화가 납니다. 뒤늦게 이야기해서 병이 더 커지면 어쩝니까. 몇 번을 말씀드려도 바뀌지는 않네요ㅠㅠ
크게 후유증은 없으신 것 같은데 그래도 경과는 지켜봐야겠죠.

희선 2022-08-17 02:17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어떤 건 말을 하면 좋을 텐데, 말 안 하고 왜 모르냐고 하는 거 많죠 소설이나 드라마에서... 현실에서도 그런 일 있군요 거리의화가 님 걱정할까봐 어머님이 코로나 말씀 안 하셨겠지요 동생분은 어머님보다 더 서운하게 생각하셨나 봅니다 엄마한테 마음 안 쓴다고... 사람마다 다를 텐데... 어머님 후유증 없으시기 바랍니다


희선

거리의화가 2022-08-17 11:11   좋아요 3 | URL
네. 저는 말을 안하고 생기는 오해가 참 크다고 생각해요. 억측과 오해가 생기기도 하고요.
어머니가 걱정할까봐 말씀 안하신 마음은 알겠지만 받아들이는 제 입장에서는 너무 힘이 듭니다ㅜㅜ 이런 일이 있을 때마다 바로 말씀해주시면 좋을텐데 늘 그렇질 못하니 화만 내게 되는 악순환이...;;;
여동생은 저보다 살가워서 부모님께 잘 하는 편인데 저는 무뚝뚝해서 부드럽게 표현이 안되네요. 꾸준히 노력해야겠지만요.걱정해주셔서 감사합니다 희선님^^

새파랑 2022-08-17 11:58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속마음을 이야기하는게 그렇게 쉽지 않더라구요. 부담느낄봐가 걱정되기도 하고 ㅋ 부모님은 특히 더 그러시는거 같아요~!!

거리의화가 2022-08-17 12:52   좋아요 3 | URL
저도 속내를 잘 이야기못하는 편이었는데요. 그러면서 생기는 오해들이 쌓여서 안 좋게 되는 경우가 많았어요. 부모님께도 매번 이야기합니다. 어떤 것이든 털어놓으시라고. 하지만 그것조차도 부담을 느끼시나봐요ㅠㅠ
 
그림자를 이으면 길이 된다 - 피해자에서 생존자, 그리고 감시자가 된 마녀 D의 사법연대기
D 지음, 김수정 외 감수 / 동녘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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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경험은 입 밖에 꺼내는 것조차 두려워하게 만든다. 피해자에게 건내는 위로의 말이 겨우 버티고 있는 그들에게 가혹한 말처럼 느껴지지 않는지 곱씹게 된다. 하지만 살아남은 이들, 살아남지 못한 이들을 위해 두 눈 똑바로 뜨고 지켜보고 싶다. 적어도 그들이 외롭지 않다고 느끼게 하기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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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주토끼 (리커버)
정보라 지음 / 아작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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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 10개의 단편이 들어 있다. 개인적으로 좀 모호했던 2~3개 정도 이야기를 제외하고는 불합리하고 부조리한 현실을 잘 그려낸 이야기들이 실려 있다는 생각을 했다. 


현실 속에서는 내가 멍청해서, 못나서, 억울한 일을 당해도 울분을 참아야 하거나 허벅지 꼬집으며 넘어가야 하는 경우가 많다. 현실에서는 감히 해보지 못하는 것들을 소설 속에서 어떤 결말로(!) 대리만족시켜준다는 느낌을 받아서 좋았다.


기억에 남는 단편들을 짧게 정리해본다.


<저주토끼>에서는 좋게 이야기하면 정직하고 성실히 사는 사람이지만 반대로 이야기만 어리숙하고 순진한 사람이 나온다. 현실에서는 이들이 바보 취급을 받는다. 약삭 빠르게 이 기회를 노려 잘 뺏어가는 이들이 승자가 된다. 더럽고 치사하지만 이런 경우는 너무 많아서 열거할 수가 없다.


할아버지의 친구는 더 좋은 기술을 개발해서 더 맛있고 몸에 좋은 술을 만드는 데만 신경을 썼다. 정부 인사와의 친분, 인맥, 접대, 필요에 따라서는 뇌물이나 뒷거래가 제품과 기술보다 중요한 시대라는 사실을 할아버지의 친구는 전혀 모르고 있었다. 그리고 이미 전혀 다른 방식으로 변해버린 술 시장을 넘보는 더 큰 회사가 있었다. 인맥과 연줄에 강하고 접대에 능한 회사였다. 이 회사에서는 자신들이 만들어 파는, 알코올에 물과 감미료를 섞은 액체가 ‘서민들이 선호하는‘, ‘정통의 그 맛‘이라 광고했다. 앞에서는 정당하게 언론매체에 광고했지만, - P13


<머리>를 보면서 내가 사용하는 것들에 과한 것는 없는지 생각해보게 되었다. 내가 만들어낸 산물이 결국 나의 몸에서 나오는 것이니 책임을 져야 한다는 것을 이르게 한다. 결코 내 몸에서 나오는 어떤 것도 자유롭지 않다는 것 말이다. 


"은혜라니, 무슨 은혜란 말이냐? 내가 언제 태어나고 싶어네게 부탁한 적이라도 있더란 말이냐? 네게서 비롯된 피조물이라 하여 네가 한 번이라도 따뜻이 돌보아준 적이라도 있었더냐? 너는 내가 원하지도 않았는데 나를 태어나게 했고 이후에도 나를 혐오하고 역겨워하여 줄곧 없애고자 하지 않았느냐? 내게 베풀어준 것이라고는 있어 봤자 네게는 백해무익할 따름인 배설물과 오물뿐이 아니었느냐? 그나마 받아먹으며 사람다운 외양을 이루기 위해 나는 네게서 갖은 수모와 박해를 받아야 했단 말이다. 하지만 드디어 나는 몸을 이루었다. 어두운 구멍 속에서 이날만을 기다려왔다. 이제 나는 네가 되었으니 너의 자리를 차지하여 살아가리라." - P57


<안녕, 내 사랑>를 보고는 인조 반려견에 대해 생각해보았다. 인간은 기술의 발달로 더 오래 살게 되었으나 주변의 이들과 언제까지나 함께할 수는 없다. 언젠가 그들은 자신의 곁을 떠나기 때문에 반려견이나 반려묘를 키우는 인구가 급증하는 거라고 본다. 하지만 문제는 있다. 살아 있는 반려동물도 결국 언젠가는 주인 곁을 떠난다는 것. 나는 반려동물을 키워보지는 않았지만 그들이 죽고 난 이후 주변의 사람들이 죽었을 때와 마찬가지의 감정을 느낀다고 들었다. 최소 10년 이상을 내 곁을 지키는 것이니 가족처럼 끈끈한 관계가 될 수 밖에 없다고 본다. 그런 인조 반려동물이 실망감과 서운함을 드러낼 때가 언젠가는 올 것이다. 정교한 3D 프린터 등의 기술로 얼마든지 피부와 비슷한 조직을 만들어내고 학습으로 인간의 사고 능력을 뛰어넘을 수 있는 기계를 만들 수 있게 되었다. 이제 더 이상 사람과 비슷하게 생긴 인조 반려견은 먼 미래가 아니라 가까운 시기에 구현될 수 있다. 대부분의 인간에게 첫사랑이 각별하듯 주인공의 '1호'에 대한 사랑은 각별했다. 인간이 나이들듯 기계도 노후가 되고 금방 교체된다. 사랑의 감정이 시간에 따라 변하듯 기계도 한 인간에게 머무는 시간이 3~5년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 묘하게 연결되었다. 


1호는 달랐다. 내 첫사랑. 그는 내게 ‘인공‘이 아닌 진짜반려자였다. 평균적인 사용 연한이 지난 뒤에도 나는 1호를버릴 수 없었다. 기종이 오래되어 네트워크에 접속할 때마다 시간이 너무 오래 걸려서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도 중단했고 나중에는 오류가 계속 나서 네트워크 접속 자체도 포기하고 차단해버렸다. 결국 1호는 ‘반려자‘라는 이름에 걸맞지 않게 스마트 책상이나 냉장고보다도 기능이 떨어지게 되어버렸다. 그래도 내게 1호는 언제나 1호였다. - P128


<즐거운 나의 집>은 읽고 너무 화가 났다. 내가 견딜 수 없는 조합들로만 가득한 구성이어서 그랬다. 자본주의 사회에 살면서 자본주의에 구속되지 않는 대안적 삶의 방식이라는 것이 가능한가? 남편의 저 허울 좋은 말은 핑계로밖에 보이지 않는다. 소설에서는 결말이 그렇게 되었지만 과연 현실에서는 어떨까. 다른 형태의 비관적인 결말만 떠오를 뿐이었다. 집을 구할 때 최대한 알아보고 해도 사기를 당하는 마당에 저리 허술하게 들어간다고 하는 생각도 들었다. 어릴 적부터 나는 돈으로 시달림을 많이 받아봐서인지 돈은 빌리지도 말고 빌려주지도 말자 주의로 바뀌었다. 아무리 친한 사이라도 돈 관계는 하지 않는다. 사람 자체도 믿을 수가 없는데 돈과 얽히면 사람은 더욱 믿을 수가 없는 존재가 된다고 생각한다. 이 단편을 읽는 내내 한숨만 나왔다.


남편은 ‘자본주의에 매몰되지 않는‘, ‘대안적인 삶의 방식‘을 추구했다. 그녀 또한 대학 시절에 학점과 스펙에 매달리고대기업이나 공무원 취업으로 대표되는 안정적인 직장을 최고로 치는 주위 사람들의 천편일률적인 압박을 지겹게 여기고경멸했기 때문에 남편이 원하는 삶의 지향점이 자신과도 잘 맞는다고 생각했다. - P250


인생은 문제의 연속이다. 결혼해서 가정이 있는 경우에는더욱 그렇다. 집 밖의 문제를 피해 가정으로 돌아와도 가족이집 안에서 또 문제를 일으키기 때문이다. - P259


자본주의, 기술의 발전에 따른 인간과 다른 물질과의 상호 관계, 환경 문제에 대해서 곱씹을 점이 많았다. 오늘날 우리 사회가 직면한 과제들에 대하여 감정을 배제하고 '건조한' 문체로 담아내고 있어서 좋았다.


이 책을 읽기 전 겁이 나서 읽기 주저스러웠다. 공포 장르와는 친하지 않아서다. 하지만 읽기 잘했다 싶다. 현실에서 발견할 수 있는 일상의 공포들을 잘 그려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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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돌이 2022-08-14 21:29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이 책 제목때문에 손해보는듯요. 우리처럼 무서운거 못 읽는 사람들이 주저하잖아요. ㅎㅎ

거리의화가 2022-08-14 21:34   좋아요 3 | URL
ㅎㅎㅎㅎㅎ 차라리 다른 단편을 제목으로 끌고 왔으면 더 나았을까요? 진입 장벽이 높은 제목이에요ㅠ 다음에 작가님 소설 내실 때는 저희 같은 독자들을 위해서 제목 좀 고려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ㅋㅋ

그레이스 2022-08-14 22:43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담겨있는 주제들이 생각할 지점이 많네요. 제가 무서움을 이겨내고 읽기로 결정한다면 이 리뷰때문일 듯요. 그래도 공포물은 제게 장벽이 높네요.^^

거리의화가 2022-08-15 09:37   좋아요 3 | URL
오~ 그레이스님 영광입니다^^ 읽고 있으면 정말 등이 서늘해지는 느낌을 받는 그런 이야기들이 모여 있습니다. 주제가 우리 현실을 담아낸 것들이라서 생각할 거리를 많이 던져주어서 좋은데 그걸 풀어내는 방식도 흥미로웠습니다. 공포라 권해드리기는 어렵습니다만 읽으신다면 여름이 지나기 전 읽기를 추천드립니다^^

얄라알라 2022-08-15 01:51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저주토끼]는 꼭 읽어볼 마음이기에 일부러 거리의 화가님 리뷰 처음과 마지막 단락만 읽었는데, ˝읽기 잘했다˝하시니, 더는 미루지 말아야겠네요. 소설 읽은지 꽤 오래 지난 마당에 동기 부여받고 갑니다^^

거리의화가 2022-08-15 09:38   좋아요 4 | URL
소설 읽기 전 저도 가능한 스포를 보지 않고 읽는지라~ 얄라알라님의 생각과 같아요ㅎㅎ 읽으신다면 여름이 지나기 전에 읽으시길...^^ 동기부여받으셨다고 하니 뭔가 뿌듯합니다^^ 감사합니다.

책읽는나무 2022-08-15 09:31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재밌죠??^^
울집 딸 중 한 명은 근 한 달을 잡고 읽더니 어제 다 읽었대요. 어떠냐고 물으니까 본인은 스릴러물 무서워서 못읽을 것 같다네요ㅋㅋㅋ
그래도 모래나라 이야기는 좋았다고 그러구요^^
저는 손가락에서 반지 빼 가는 이야기도 다 읽고 뒤늦게 소름 돋기도 했어요.
처음 한 두 편만 읽었을 때는 왜 부커상 후보일까? 싶었는데 다 읽고 나니 그 이유를 좀 알 듯도 하더라구요^^

거리의화가 2022-08-15 09:41   좋아요 3 | URL
10편의 단편이 서로 다 달라서 시간을 들여서 읽어도 괜찮은 책인듯 싶어요. 저도 대출한 책이 아니었다면 띄엄띄엄 읽었을수도ㅋㅋㅋ
어떤 단편이든 건져낸 것이 있었다면 작가님의 의도가 독자에게 가 닿은 것이겠죠. 저는 <저주토끼>랑 <안녕, 내사랑>이 짠하면서도 슬프기도 하고 여러 감정이 복합적으로 들었습니다^^

얄라알라 2022-08-15 09:52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실은 [저주토끼]를 작은 도서관에서 빌리려고 했었는데, 사서 선생님께서 정말 무섭다고 겁을 주셔서 망설망설 다음으로 미룬게 한 달은 지난 것 같은데, 낮에 읽으면 되겠죠?^^ 거리의 화가님, 이해해주셔서 고마워요 전 지금 NOPE개봉만 기다리고 있는데 spoiler 안 보려고 검색도 자제중입니다. ㅎ

거리의화가 2022-08-15 21:00   좋아요 0 | URL
낮에 읽으면 괜찮을겁니다^^ 저도 스포 진짜 싫어해서 영화, 책 등 이야기류는 스포를 안보려고 합니다. 보면 역시 재미가 반 이상 날아가서요^^

얄라알라 2022-08-20 13:22   좋아요 1 | URL
드뎌!!!!
[저주토끼] 읽고나서 거리의화가님 리뷰 제대로 보니
확실히 들어오는 게 많습니다.

저는 <머리>가 가장 오싹했는데 모녀 관계, 혹은 부모-자식 관계로 생각하며 봤거든요
거리의화가님 말씀처럼 확장해서 생각할 수도 있겠네요^^ 우리가 남기는 글이라든지...

좋은 리뷰 감사드립니다

거리의화가 2022-08-20 16:34   좋아요 0 | URL
얄라알라님 이 책 다 보셨군요^^ 머리는 어떤 면에서는 충격적이기도 하다는 생각을 했는데 말씀하신대로 그렇게 볼 수도 있기도 하겠네요ㅎㅎ 저는 아무래도 자식이 없어서인지 그렇게는 못봤는데^^; 같은 책이라도 보는 각도에 따라서 다르게 느껴지는 게 있어서 다른 리뷰 속에서 배우는 게 있는 것 같아요. 알라님의 리뷰도 읽어볼게요^^

mini74 2022-08-15 10:58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전 공포물 아주 좋아하고 고어도 잘 봅니다. 그런데 이 단편들이 더 무섭던걸요. 일상적인 삶 속에서 만날 수 있는 소재들이 공포스럽게 다가와서인지 특히 전 머리가 무서웠어요. ㅎㅎㅎ

거리의화가 2022-08-15 21:03   좋아요 1 | URL
와 미니님 강자!!!ㅎㅎ 전 공포 잔혹물 이런거 너무 싫어해요. 옆지기는 그런 거 잘보는데 저는 그런거 볼 때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나갑니다ㅋㅋㅋ 하지만 말씀처럼 일상에서 부딪치는 공포가 실제하는 거라 더 무섭게 다가오는 것 같기도 합니다ㅠㅠ 점점 사회가 각박해지니 공포의 종류도 다양화되는듯해요ㅡㅡ

새파랑 2022-08-15 11:04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돈은 빌리지도 않고 빌려주지도 않는다가 가장 인상적이네요 ^^ 책 제목과 표지의 중요성을 다시한번 느낍니다~!!!

거리의화가 2022-08-15 21:05   좋아요 2 | URL
ㅋㅋㅋ 돈에 얽히면 사람이 돌 수 밖에 없는 것 같아요 그래서 저는 늘 대출과는 거리를 둡니다 없으면 없는대로 사는 게 맞다고 생각해요^^
책 표지와 제목이 이 책의 진입장벽을 높이는데 한몫을 하는 것 같아요.

페넬로페 2022-08-15 14:55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제가 공포물을 아주 싫어하는데 저주토끼는 생각보다 무섭지 얺고 시작하자마자 단숨에 읽었어요 그만큼 작가의 스토리텔링이 탄탄하게 느껴졌어요~~

거리의화가 2022-08-15 21:07   좋아요 2 | URL
맞습니다 페넬로페님 정보라 작가 글 잘 풀어나가는 힘이 있더라구요 이야기의 설득력이 없으면 읽기 어려웠을텐데 그렇지 않아서 만족스러웠습니다. 좀 불쾌하거나 싫은 느낌들도 잘 그려내서 그런 감정을 받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희선 2022-08-17 02:1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자신이 만들어낸 것, 버리는 것이 많겠습니다 그런 게 자기 모습을 하고 나타나면 무척 무섭겠네요 <안녕, 내 사랑>은 《클라라와 태양》 <쵸비츠> 만화도 생각나는군요 기계도 끝이 있고 시간이 가면 바뀌죠


희선

거리의화가 2022-08-17 11:06   좋아요 1 | URL
네. 내가 버린 것들이 뒤에 떡하니 서서 나를 바라본다고 생각한다면? 쓰레기도 줄여야겠다라는 생각을 많이 하게 되었습니다.
<클라라와 태양>이 비슷한 내용이군요? 오... 관심이 갑니다. 핸드폰만 해도 2~3년을 넘기지 않고 자주 바꾸는 듯 싶습니다.
 

남편은 ‘자본주의에 매몰되지 않는‘, ‘대안적인 삶의 방식‘
을 추구했다. 그녀 또한 대학 시절에 학점과 스펙에 매달리고대기업이나 공무원 취업으로 대표되는 안정적인 직장을 최고로 치는 주위 사람들의 천편일률적인 압박을 지겹게 여기고경멸했기 때문에 남편이 원하는 삶의 지향점이 자신과도 잘 맞는다고 생각했다. - P250

인생은 문제의 연속이다. 결혼해서 가정이 있는 경우에는더욱 그렇다. 집 밖의 문제를 피해 가정으로 돌아와도 가족이집 안에서 또 문제를 일으키기 때문이다. - P259

아이는 생존을 위해 자신을 둘러싼 환경을 자기 나름대로파악한다. 어린아이의 지각에는 한계가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자신에 대한 세상의 호의와 인간의 신뢰 여부를 아이는 어른보다 훨씬 빠르고 정확하게 이해한다. 왕자는 아름답고 풍요로운 환경 속에서, 친절하고 예의 바르지만 진심이 없는 사람들 사이에서 성장했다. 왕자가 아는 한, 그것은 세상과 인간의 기본적인 특성이었다. - P271

"묶이면 안전하다고 느껴."
"뭐가 안전한데?"
내가 다시 물었다.
그는 언제나 단단히 꽉 묶어주기를 원했다. 묶는 동안에도아픔을 참는 것이 분명했고 풀어준 뒤에는 언제나 몸에 뚜렷하게 자국이 남았다. 아무리 내가 여자고 그는 남자라고 해도, 그를 묶어주는 상대방이 그의 연인이라 해도, 그렇게 고통스럽게 꽉 묶여 있는 상태가 근본적으로 안전할 리 없었다.
그가 천천히 속삭였다.
"살아 있어도 좋다고, 허락받은 것 같아서."
그 대답이 어쩐지 가슴 아팠기 때문에, 나는 힘껏 공들여서 그를 묶었다. - P314

내 부모가 자식의 삶을 파괴하고 미래를 갉아먹는 방식으로 자신들의 삶을 유지하는 것을 넘어 무리하게 확장시키려고 애쓰는 것도 이러한 강박이라는 관점에서 바라보면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았다. 키워줬으니 감사하라는 말 앞에는, ‘죽이거나 죽게 내버려두지 않고‘라는 단서가 붙어 있었다. 아마그들에게는 진심일 것이다. 내 부모와 그들의 부모 세대, 한국 전쟁을 겪고 살아남은 세대에게 가장 큰 화두는 언제나,
2차 세계대전에서 살아남은 세대와 마찬가지로, 인간의 삶이아니라 동물적이고 본능적인 생존이기 때문이다.
이해와 용서는 전혀 다른 문제다. - P320

어떤 사람들에게 삶이란 거대한 충격과 명료한 생존본능이 동시에 찬란하게 떠오른 과거의 어느 시간에 갇힌 채, 유일하게 의미 있었던 그 순간에 했듯이 자신이 살아 있음을 되풀이해 확인하는 것으로 요약된다. 그 순간은 짧지만, 순간이지나간 뒤에도 오래도록 자신의 생존을 그저 무의미하게 반복해서 확인하는 동안 좋은 시간도 나쁜 시간도 손가락 사이로 모래처럼 빠져나간다. 삶이 그렇게 흘러가는 것을 인식조차 하지 못하고 과거에 고정되어버린 사람들, 그도, 그의 할아버지도, 그의 어머니도, 나도, 살아 있거나 이미 죽었거나,
사실은 모두 과거의 유령에 불과했다. - P3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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