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인간 관계에 있어서 서로를 피곤하게 하는 것은 속마음을 이야기하지 않아서 생기는 오해이다.

나는 잘 모르겠다. '굳이 이야기를 안해도 알 수 있잖아?' 라고 이야기하는 사람들. 제발 좀 이야기를 했으면 좋겠다. 이야기를 안 하면 그 사람의 마음을 파악하기 위해서 넘겨짚게 된다. 이 때문에 생기는 오해가 얼마나 많은가? 나는 그 사소한 오해가 사람들을 갈라놓게 만드는 것을 수도 없이 보았다. 이것은 현실에서도 그렇고 드라마나 영화 각종 컨텐츠에서도 단골로 등장하는 소재다. 이것이 여전히 먹히니까 계속 쓰는 거겠지만 나는 그걸 볼 때 왜 이리 피곤한지... 그 부분은 점프하고 싶은 생각마저 든다. 이제 이런 감정과의 싸움이 낭비라고 느껴지는 것을 보니 내 마음도 나이를 먹었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새로운 중드를 보기 시작했고 재밌어서 총 40부작인데 며칠 만에 어느덧 3/4을 통과했다. 하지만 이 오해에서 비롯되는 상황들이 나올 때마다 답답해서 미쳐버릴 것 같다. 그럼에도 또 재미가 있는 것을 보니 헛웃음이 나온다. 



#2


며칠 전 친정 어머니 생신이셨으나 주중이라 찾아뵐 수가 없어 전화를 드렸다. 사실 그 전에 여동생이 전화를 해서 "전화 드렸어?"라고 하길래 "뭐?" 했다. 어머니 생신이 다음날인 줄 알았던 거다. 여동생 왈. "찾아는 못 뵈어도 전화는 드려. 얼마 전 코로나 걸리셨는데~~~..." 뒷 말도 있었지만 들리지 않았다. "뭐? 아니 그런 얘길 왜 안해?" 어머니께 전화를 드려서 먼저 생신 축하드린다는 말을 했으나 속에서는 화가 치밀어오르는 걸 느꼈다. 나도 모르게 "코로나 걸렸다는 이야기는 왜 안하신 거예요?" 했다. 심지어 코로나 걸린지 일주일이 지나 내일부터는 다시 일을 나간다고 했다. 그럼 내가 일주일 동안 몰랐다는 이야긴데 불현듯 죄송스러운 마음이 들었다. 그럼에도 속마음과는 다르게 화만 표출하고 말았다. 생신 축하 인사는 뒷전이 되어 버렸고 어머니께 화만 내다가 전화를 끊은 것 같다. 흠... 나도 참 못났다 싶다. 사실 내가 잘못한 건데 자주 전화 드리면 미리 알았을 것을. 다행인 건 크게 아프시진 않은 것 같고 후유증은 덜하시다는 것이다. 



#3


3일간의 꿀 휴가 기간 동안 나는 굵직한 책을 읽었다. 재밌어서 시간 가는 줄 몰랐다. 역시 읽고 싶은 책을 읽을 때가 내겐 가장 신나는 일 같다. 다행히 3일 동안 크게 비오는 일이 없어서 아침 일찍 일어나서 밥 먹고 집 근처를 1시간 가까이 걸었다. 비가 안 오는 것이 이리 감사한 일일 줄이야 싶었다. 오랜만에 한국통사를 읽었다. 주기적으로 통사를 읽는 것은 역시 도움이 된다. 세계가 나날이 분쟁 지역이 늘어가고 있고 한반도를 둘러싸고 안보 위기가 심화되고 있다. 특히 얼마 전 일본에서 아베가 피격 후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했고 대만을 둘러싼 미중 간의 갈등도 격화되고 있어서 올해 77주년이었던 광복절은 남다르게 다가왔다. 지금의 자유와 평화가 언제까지 지속될 수 있을까 생각하면 너무나 마음이 무겁다. 한반도가 화약고가 되지 않으려면? 정부의 외교는 너무 단순하고 조악해서 심히 우려스럽다. 




댓글(8) 먼댓글(0) 좋아요(26)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그레이스 2022-08-16 22:00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가끔 저도 생각을 멈추기 위해 이런 책들을 읽어요^^

거리의화가 2022-08-16 22:09   좋아요 2 | URL
그레이스님 현명하십니다^^ 이런 책 읽으면 다른 생각이 들어올 틈이 없는 듯합니다ㅎㅎㅎ

scott 2022-08-16 23:27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화가님 어머님 코로나 ㅠ.ㅠ

아파도 자식들에게 알리지 않는 어머님

화가님 부디 어머니 휴우증 없으시길 바랍니다

거리의화가 2022-08-17 11:07   좋아요 3 | URL
부모님이 아프셔도 말씀 안하실 때마다 걱정되는 마음에 말하지 않았다는 걸 알면서도 너무 화가 납니다. 뒤늦게 이야기해서 병이 더 커지면 어쩝니까. 몇 번을 말씀드려도 바뀌지는 않네요ㅠㅠ
크게 후유증은 없으신 것 같은데 그래도 경과는 지켜봐야겠죠.

희선 2022-08-17 02:17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어떤 건 말을 하면 좋을 텐데, 말 안 하고 왜 모르냐고 하는 거 많죠 소설이나 드라마에서... 현실에서도 그런 일 있군요 거리의화가 님 걱정할까봐 어머님이 코로나 말씀 안 하셨겠지요 동생분은 어머님보다 더 서운하게 생각하셨나 봅니다 엄마한테 마음 안 쓴다고... 사람마다 다를 텐데... 어머님 후유증 없으시기 바랍니다


희선

거리의화가 2022-08-17 11:11   좋아요 3 | URL
네. 저는 말을 안하고 생기는 오해가 참 크다고 생각해요. 억측과 오해가 생기기도 하고요.
어머니가 걱정할까봐 말씀 안하신 마음은 알겠지만 받아들이는 제 입장에서는 너무 힘이 듭니다ㅜㅜ 이런 일이 있을 때마다 바로 말씀해주시면 좋을텐데 늘 그렇질 못하니 화만 내게 되는 악순환이...;;;
여동생은 저보다 살가워서 부모님께 잘 하는 편인데 저는 무뚝뚝해서 부드럽게 표현이 안되네요. 꾸준히 노력해야겠지만요.걱정해주셔서 감사합니다 희선님^^

새파랑 2022-08-17 11:58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속마음을 이야기하는게 그렇게 쉽지 않더라구요. 부담느낄봐가 걱정되기도 하고 ㅋ 부모님은 특히 더 그러시는거 같아요~!!

거리의화가 2022-08-17 12:52   좋아요 3 | URL
저도 속내를 잘 이야기못하는 편이었는데요. 그러면서 생기는 오해들이 쌓여서 안 좋게 되는 경우가 많았어요. 부모님께도 매번 이야기합니다. 어떤 것이든 털어놓으시라고. 하지만 그것조차도 부담을 느끼시나봐요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