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슬픔에 차 곰곰이 생각에 잠겼다고 했던가? 아니었다. 어떤 새로운 힘이 내 인생에 작용하기 시작했고, 어떤 공간에서는 슬픔이 궁지에 몰리기도 했다. 숲에 가려져 있는 텅 빈 깊은 골짜기를 상상해보라. 그 골짜기는 흐릿하게 안개에 싸여 있다. 그곳의 풀은 축축하고 잡초들은 누렇고 눅눅하다. 폭풍우 때문인지 도끼질 때문인지 참나무 사이에 넓은 빈터가 생겨났다. 산들바람이 불어오고 햇볕이 내리된다. 춥고 슬픈 골짜기는 빛이 담긴 깊은 컵이 된다. 한여름 아름다운 하늘에서는 푸른 영광과 황금빛이 쏟아져내려온다. 지금까지 굶주렸던 빈터로서는 처음 보는 영광과 빛이다.
내겐 새로운 신조가 생겼다. 바로 행복에 대한 믿음이었다. - P7

(이 괄호 속에서 단언하건대, ‘연심‘이 아닐까 하는 모든 의심을 극히 경멸하고 부인하겠다. 처음부터 그리고 교유하는 내내 그런 착각이 치명적으로 어리석은 짓이라는 확신이 드는 경우, 여자들은 그런 ‘연심‘을 품지 않는다. ‘사랑‘이라는 거친 물결 위로 떠오르는 ‘희망‘의 별을 본 적이 없거나 꿈꾼 적도 없으면서 사랑을 시작하는 사람은 없다). 나와 ‘감정‘은 편지에 깊은 존경심과 끝없는 관심으로 찬 호감을 표현하려고 했다. 다시 말해 상대방의 고통을 모조리 내가 대신 감당해주고 싶다는 애정, 언제나 몹시 염려가 되는 상대방을 폭풍과 번개로부터 막아주려는 마음을 표현했다. 바로 그 순간, 마음의 문이 흔들리더니 빗장과 자물쇠가 열리고 앙심에 찬 ‘이성‘이 힘차게 뛰어들어와, 그 종이들을 모두 낚아채서 읽은 다음 비웃고 지우고 찢어버렸다. 그리고 ‘이성‘은 다시 한페이지밖에 안되는 간결하고 짧은 편지를 써서 접어 봉한 뒤 주소를 써서 부쳤다. ‘이성‘이 옳았다. - P9

은둔자, 만일 현명한 은둔자라면, 내면의 겨울인 그 몇주 동안떠오르는 생각을 억누르고 감정에는 자물쇠를 채울 것이다. 자신의 운명이 가끔씩은 산쥐의 운명을 닮게 되어 있음을 알고 마음이편안해질 것이다. 그리고 자그마한 공처럼 움츠린 후, 삶이라는 벽으로 둘러싸인 구멍속으로 순순히 기어들어가 눈보라가 불어들어와 그 안에서 겨울 내내 꽁꽁 얼어버려도 그러려니 할 것이다. - P29

폴리나 메리는 검고 동그란 눈을 한두번 들어 말없이 나를 뚫어져라 바라보다가 무슨 말인가를 하려는 듯 입을 반쯤 열었으나 아무 말도 하고 싶지 않은 내 의사를 존중해 가만히 바라보기만 했다.
‘이런 상태가 오래는 안 갈 거야.‘ 나는 혼자서 생각했다. 여자나소녀에게서 자제력이나 금욕은 흔히 찾아볼 수 있는 게 아니었다.
내가 아는 여자들은 일상적인 잡다한 비밀이나 종종 느끼는 시시 - P65

껄렁한 감정에 대해 이야기할 기회만 있으면 수다를 떨었다.
백작의 딸은 예외일 수도 있을 듯했다. 그녀는 싫증이 날 때까지바느질을 했고, 그러고 나서는 책을 들었다. - P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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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레뜨 1 창비세계문학 81
샬롯 브론테 지음, 조애리 옮김 / 창비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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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공 루시 스노우는 사고로 가족을 잃고 대모인 브레턴 부인 집에서 육개월을 지낸다. 브레턴 부인에게는 아들인 그레이엄이 있었다. 루시는 브레턴을 떠나 고향으로 다시 돌아갔으나 사고의 기억 때문에 그 곳에서 지낼 수가 없었다. 브레턴 부인을 다시 찾아가고 싶었지만 집안이 재정적으로 어려워졌다는 소문이 돈 데다가 연락도 끊겨서 갈 수 없게 되었다. 다행히 이웃의 마치몬드 여사가 일거리를 찾는다고 하여 찾아간다. 


"쉬운 일은 아닐 거야." 그녀는 솔직하게 말했다. "내게 꼼꼼하게 주의를 기울여야 하고 거의 갇혀 있다시피 지내야 할 테니까.

하지만 최근의 네 생활에 비하면 견딜만할지도 모르지."

나는 곰곰이 생각했다. 물론 그만하면 견딜 만해 보이는 게 마땅하다고 속으로 생각했다. 그러나 운명이란 알 수 없는 것이어서 어쩌면 견딜 수 없을지도 몰랐다. 여기 이 방에 갇혀 살면서 남은 청춘을 다 바쳐 남의 고통을 지켜보고 때로는 신경질도 받아주어야하다니! 아무리 좋게 말해도 이미 사라진 추억들도 그다지 행복한건 아닌데! 한순간 가슴이 무너져 내렸지만 곧 괜찮아졌다. 불운을 현실로 받아들이는 것도 힘들었지만, 나는 원래 상황을 이상화하기엔 너무 무미건조한 성격이라 불운을 과장할 수도 없는 사람이었다. - P55


시중 들던 하녀가 결혼을 하게 되어 그 일을 할 적임자를 찾은 것이다. 하지만 루시는 하녀 일을 오래도록 할 수 없었다. 먼저 떠난 연인을 그리워하다 마치몬드 여사가 숨을 거둔 것이다. 이제는 정말 자립해야 할 때가 찾아왔다. 그렇게 그는 영국을 떠나 '라바스꾸르라' 나라의 '빌레뜨' 도시에 도착한다. 당시 여성들이 단독으로 감행할 수 있는 일이 얼마나 있었을까 싶은데 주인공은 어려운 상황에서 떨어져 나가지 않고 고통을 수용하며 기꺼이 앞으로 나간다. 나는 그의 태도가 인생에서 중요하다 여겨졌다. 


내겐 잃을 것이 없었다. 말로 다할 수 없을 만큼 싫은 과거의 황량한 삶으로는 결코 되돌아가고 싶지 않았다. 지금 하려는 일에서 실패한들 나 말고 고통을 당할 사람이 누가 있는가? 내가 먼 곳에서 ‘집에서 먼 곳에서‘라고 말하려 했으나 내게는 집이 없었다―잉글랜드에서 먼 곳에서 죽은들 누가 울어줄 것인가?

고통이야 따르겠지만 나는 고통에 익숙한 사람이었다. 죽음 자체에 대해서도 나는 곱게 자란 사람들이 갖는 두려움이 없었고, 차분히 죽음을 지켜본 적도 있었다. 그래서 어떤 일이 일어나든 감수하겠다는 각오를 하고 계획을 세웠다. - P75


우여곡절 끝에 닿은 건물은 베끄 부인이 운영하는 여자기숙학교였다. 루시는 유모나 하녀 일이라도 좋고, 내 기운으로 할 수 있다면 집안일도 마다하지 않겠다고 당차게 말한다. 부인 마음에 들었는지 루시는 영어 학교의 선생 자리를 꿰차게 된다. 

헌데 아이들이 만만치가 않다. 가톨릭계의 여학생들이라고 생각할 수 없을 정도로 기가 세고 발랄했던 것이다. 그런 아이들을 단시간 내에 휘어잡으며 루시는 그곳에 점차 적응을 해 나간다.


빌레뜨는 국제적인 도시였고, 이 학교에는 유럽의 거의 모든 나라에서 온 각계각층의 소녀들이 있었다. 라바스꾸르는 국가의 형태는 공화국이 아니었지만, 실제로는 공화국이나 다름없어서 전반적으로 평등이 실현되고 있었다. 베끄 부인의 학교 책상에는 백작의 딸과 부르주아의 딸이 나란히 앉았다. 겉모습만 보고는 누가 귀족이고 누가 평민인지 알 수 없었다. 단지 귀족들은 오만과 기만이 교묘하게 균형을 이룬 태도를 보이는 반면, 평민들은 훨씬 더 솔직하고 깍듯한 태도를 지니고 있는 경우가 많았다. - P124


감시라는 방법으로 학교를 다스리는 만큼 베끄 부인은 당연하게도 감시원들을 거느리고 있었으며, 이런 도구들의 자질을 완벽하게 파악하고 있었다. 가장 더러운 일에 가장 더러운 도구를 거리낌 없이 쓰고는, 그런 인간들을 즙을 다 짜고 난 오렌지 껍질을 버리듯이 내던졌다. 반면에 깨끗한 용도를 위해서는 세심하게 주의를 기울이며 가장 순수한 금속을 찾아냈다. 그리고 일단 녹이 슬지 않은 흠 없는 도구를 발견하면 비단과 솜에 싸서 소중히 보관했다.

그러나 그녀의 믿을 만한 도구가 이해관계에 들어맞는 지점을 한치라도 넘어서서 그녀에게 의지하려고 든다면, 남녀 불문하고 큰 화를 당할 것이었다. 이해관계야말로 베끄 부인의 성격의 핵심이자 동기의 주요 원천이었고, 삶의 알파이자 오메가였다. - P112


이 학교는 신나고 이상하고 시끄러운 작은 세계였다. 모든 일에 구교의 섬세한 정수가 배어 있었지만 그 사슬은 꽃으로 애써 가려졌다. 다른 신을 허용하지 않는 열성적인 정신적 구속을 상쇄하기 위해 (말하자면) 감각적인 탐닉이 널리 허용되었다. 모든 이들의 정신은 노예와도 같은 상태였지만, 이런 사실들을 깊이 생각하지 못하도록 육체적인 여가 활동에 대한 구실을 찾아내어 최대한 이용하게 했다. 다른 곳과 마찬가지로 그 '성당'에서도 자녀들을 튼튼한 육체와 연약한 영혼을 가진 아이로, 통통하고, 혈색 좋고, 건장하고, 명랑하고, 무지하고, 생각하지 않고 의문을 제기하지 않는 아이로 길러내려고 애썼다. "먹고, 마시고, 살아라!" 성당은 말했다. "너희는 육체를 돌보고 영혼은 내게 맡겨라. 내가 영혼을 치료하고 인도하겠노라. 끝까지 영혼을 보살펴주겠노라." 진정한 가톨릭 교인이라면 자신이 이득을 본다고 생각하는 거래였다. - P198


가톨릭계에 여자 기숙학교 답게 이곳은 규율이 가득한 세계였다. 감정이 날뛰어서는 안 되는, 이성만이 요구되는 세계라고 볼 수도 있겠다. 

어느 날 학교에서 하는 연극에 남자 역할의 배우가 펑크가 나 대타로 뛰게 된 루시. 주어진 역할에 충실하자고만 생각했으나 막상 자신도 모르게 빠져듬을 느끼고 소스라치게 놀란다. 이윽고 잠자던 내면의 본성이 튀어나오면 어쩌나 하는 불안감에 그는 자신의 감정을 옥죈다.


그날 밤 내가 느끼고 해낸 일은 전혀 예상치 못한 일이었다. 황홀경에 빠져 제7의 하늘로 승천하리라고 예상하지 못하는 것과 마찬가지였다. 나는 다른 사람의 비위를 맞추기 위해 꺼림칙하고 불안하고 냉담한 마음으로 하는 수 없이 그 역을 받아들였으나, 곧 몸이 달아올라 흥미와 용기를 가지고 연기를 했다. 그러나 다음 날 그 일을 다시 생각해보자 그 아마추어 연기를 잘한 것이라고는 생각할 수 없었다. 그리고 뽈 선생의 부탁을 들어주고 내 힘을 한번 시험해본 것은 기뻤지만, 다시는 그런 일에 말려들지 않겠다고 결심을 굳혔다. 이번 일로 연극적 표현에 대한 강렬한 흥미가 내 본성의 일부인 것을 알게 되었다. 새로 발견된 이 재능을 소중히 여기고 발휘한다면 나에게 환희의 세계가 주어질 수도 있었다. 용기와 소망은 한쪽으로 치워 놓아야 했다. 그래서 나는 그것들을 결의의 자물쇠로 잠가두었다. 그 후로 '시간'도 '유혹'도 그 자물쇠를 열지 못했다. - P221


학교에 주기적으로 찾아오는 의사인 존 그레이엄은 학생인 지네브라 팬쇼를 사랑한다. 하지만 팬쇼는 이쁘고 재능도 많아서 인기가 많다. 요즘 말로 하면 여자는 그냥 썸을 좀 탔다고 해야 할까 아니면 다리를 좀 걸쳤다고 해야할까 그랬던 것이지만 존 선생은 진심이었다. 짝사랑은 끝이 났고 슬퍼하는 그의 모습을 보며 루시는 마음이 흔들린다. 


그는 미소를 띠고 있었지만 눈에는 우수가 어려 있었다. 그의 마음이 편안해지기를 내가 얼마나 바랐던지! 그가 그런 일로 가슴앓이를 하는 걸 보고 얼마나 슬펐던지! 그가, 그렇게 훌륭한 그가 짝사랑을 해야 하다니! 그 당시에 나는 몰랐다. 사람에 따라서는 실패에 대해 곱씹을 때 가장 훌륭한 면모가 드러나며, 어떤 약초는 "온전할 때는 아무 냄새도 안나지만 찧으면 향기가 난다는 것"을. - P238


모든 것은 시간이 약이라고 했던가. 존 그레이엄은 슬픔에서 빠져나온다. 하지만 루시는 그를 향한 마음이 커져 가면서 거꾸로 혼란 속에 빠진다. 존 그레이엄은 자신을 그저 학교 교사, 그리고 지인으로만 볼 뿐이었다. 루시는 고백을 감히 하려는 생각조차 하지 못하고 몸과 마음이 따로 노는 지경에 이르게 된다.


나는 영혼이 고통스러워 신음하고 오랫동안 떨다가 마지못해 다시 감옥으로 들어갔다는 것을 알았다. 이혼한 부부인 '영혼'과 '육체'의 재결합은 쉽지 않았다. (...) 사람들이 유령이라 부르는 것이 무엇인지 알 것 같았다. 평범하기 짝이 없는 사물들을 보고 유령이라 여겼으니 말이다. 내 눈에 보이는 모든 것이 유령처럼 여겨졌다는 뜻이다. 그러나 신체 기능은 모두 제자리로 돌아왔고, 생명기관들도 곧 원래 하던 규칙적인 일을 다시 시작했다. - P259


그런 곳에서 루시는 이성을 억누르는 연습을 해야 했다. 학교에서 지금과 같이 안정적으로 일을 하려면 그에 대한 마음을 키워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던 것이다. 결국 이는 마음의 병으로 흘러간다. 

우울증의 원인이 되었던 것이 흔하디 흔한 사랑이라 약간 맥빠지기는 하지만 어쨌든 사랑은 사람을 흔들어놓기에 충분한 것이니까. 다만 우울증을 빙자하여 많은 여성들이 20세기를 훌쩍 넘어서까지 정신병원에 갔다는 이야기가 오버랩되어 서글퍼지기도 했다.


우울증은 사람들이 많이 모인 곳에 등장하곤 한다. 그것은 '운명'처럼 어둡고 '병'처럼 창백하며 '죽음'처럼 강하다. 희생자가 순간적으로 행복하다고 느끼면 유령은 "그렇게는 안되지. 내가 가마"라고 말하고는, 다가와서 가슴속의 피를 얼어붙게 하고 눈빛을 흐리게 만든다. - P335


어느 날 길에 나갔다가 루시는 혼절하고 만다. 눈을 뜨고 나서도 이곳이 꿈인지 현실인지 분간하기를 한참. 알고 보니 그 곳은 브레턴 부인의 집이었다. 사정을 들어 보니 집안의 경제적 문제가 잘 해결되었고 이 곳으로 이사온지 얼마 안 되었다고 한다. 그리고 아들 그레이엄 브레턴은 바로 존 그레이엄이었다! 그 곳에서 루시는 체력이 회복될 때까지 며칠을 지낸다. 돌아갈 때가 되었을 때 그레이엄 브레턴은 종종 편지를 하겠다고 말하곤 서로 헤어진다.

어쩌면 그 짧은 며칠이 루시에게는 찰나의 행복이자 기쁨이었을까. 2권에서는 과연 루시가 어떻게 그 슬픔을 이겨내고 단단해질까 궁금해진다. 


나는 '이성'의 가혹한 엄격함에 신음했다. 절대로, 절대로라니. 너무 냉정한 말이었다! 이 '이성'이라는 마녀는 내가 쳐다보거나 미소를 짓거나 희망을 품지도 못하게 했다. '이성'은 내가 완전히 압도되어 겁을 먹고, 길들여지고, 산산조각날 때까지 잠시도 쉬지 않고 몰아쳐댔다. '이성'에 따르면, 나는 빵조각이나 벌려고 일하며 죽음의 고통을 기다리면서 평생 낙담한 채 살아야 할 운명이었다. '이성'이 옳을 수도 있었다. 하지만, 가끔씩 우리는 '이성'을 무시하고 '이성'의 채찍을 벗어나 '상상'에게 달려가서 빈둥대지 않는가. 밝고 부드러운, 이성의 적이자 우리의 상냥한 '구원자'이며, 신성한 '희망'인 '상상'에게 말이다. 끔찍한 복수가 되돌아오리라는 것을 알면서도 우리는 이따금 한계를 넘어서기도 하며, 또 그래야 한다. - P359



문장에 성경 속의 인물과 사건이 자주 등장한다. 다행히 나처럼 성경을 읽지 않은 독자를 위해서도 바로 아래 주석을 친절히 달아놓았다. 그리고 상당히 번역이 매끄럽다는 느낌을 받았다. 원서를 읽어보지 않아서 모르겠지만 읽는데 무리가 없는걸 보면 역자의 공이 크다는 생각이다. 

문장들을 읽다 보면 마치 그림처럼 느껴지는 묘사들이 많다. 문장을 외울 수 있다면 눈을 감고 떠올려보고 싶을 정도^^; <제인에어>와 비교해보고 싶은데 아직 1편 뿐이라 단정할 수 없기에 평가는 2편을 읽고 나서 해봐야겠다.


자매인 에밀리 브론테의 작품으로 아주 오래 전 <폭풍의 언덕>을 읽은 적이 있었는데 작품 자체의 영향도 있겠지만 결이 정말 다르다는 생각이다. 앞으로 기회가 된다면 두 자매의 작품을 여러 개 읽으며 비교하는 것도 꽤 흥미로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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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돌이 2022-10-26 16:45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저는 지금 제인에어부터 읽으려고 줄세워놨어요. 그 유명한 제인에어조차 어릴때 동화책으로 읽은게 다라니 전 그동안 도대체 무슨 책을 읽어온걸까요? ㅠ.ㅠ 오늘 이디스 워튼의 <징구>를 읽었는데 진짜 19세기 여성작가라 해도 다들 이렇게 결이 다른지.... 신기해하면서 요즘 즐겁게 읽고 있습니다. 이 책도 화가님 리뷰덕분에 더 기대되네요. ^^

거리의화가 2022-10-26 16:57   좋아요 2 | URL
네. 대표작이 제인에어니 그것부터 읽으시면 좋을 것 같아요. 같은 세기라도 작가 스타일이 다르니 결이 이렇게나 다르게 작품이 나오는게 신기합니다. 그러고 보면 작가의 세계관이란 놀랍기도 하구요!ㅎㅎ 제가 이렇게 소설을 많이 읽는 경험도 아마 거의 처음이지 않을까 싶어요^^;;; 소설을 왜 읽는지 어렴풋이는 알겠는데 여전히 제 범위 밖이라는 생각도 들고 마음이 복잡합니다ㅎㅎㅎ 암튼 즐거운 경험이에요! 바람돌이님도 <제인에어> 재미나게 읽으시길요!

독서괭 2022-10-26 18:14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오, 빌레뜨, 재미있을 것 같아요. 제인에어와 비교해주시는 글 기대하겠습니다 ㅎㅎ 저는 지금 오스틴과 브론테 안 읽은 책들을 사는 건 미루고, 집에 있는 안 읽은 책을 한권 꺼내놨는데요, 브론테 자매 중 제일 안 유명한 앤 브론테의 <아그네스 그레이>입니다. 옛날옛적에 사뒀는데 여태 안 읽었.. 과연 올해 읽을 수 있을 것인가..

거리의화가 2022-10-26 21:10   좋아요 2 | URL
아직 1편이긴 하지만 저는 제인 오스틴보다는 좀 더 제 취향인 느낌입니다. 사실 제인에어를 읽으면서도 생각한 거기도 하구요.
저 <아그네스 그레이> 사놨어요ㅎㅎ 음반 주문하면서 9천원이길래 같이 덤으로 샀습니다~ㅎㅎㅎ 하지만 이달 안에 읽을 수 없을 것 같으니 올해 안에는 틀렸습니다ㅋㅋㅋ 언젠간 읽겠지 생각합니다. 2편도 시작부터 느낌이 좋네요~

책읽는나무 2022-10-26 20:3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빌레뜨도 빨리 읽어야 하고, 제인 에어도 읽어야 하고, 맘은 바쁜데 읽는 속도는 자꾸 더디네요.
화가님은 꾸준하고 늘 성실하십니다^^
책을 읽으시는 모습을 보면 늘 그런 생각이 듭니다.
저는 오스틴과 이디스 워튼과 조지 앨리엇 아직까지는 세 작가의 작품을 읽었는데요. 화가님 말씀 하시는 결이 다르다는 말씀이 무슨 말씀인지 알 것 같아요.
경험의 차이일까요? 추구하는 가치관이나 세계관의 차이일까요? 분명 주제는 하나인 듯 한데 복잡미묘하게 차이가 좀 있더라구요?

거리의화가 2022-10-26 21:13   좋아요 1 | URL
저는 꾸준과 성실밖에 없는 것 같아요. 저는 이디스 워튼과 조지 앨리엇은 경험해보지 못했어요. 샬롯 브론테, 에밀리 브론테, 그리고 제인 오스틴 이렇게 세 작가의 작품 몇 개만 경험해봤네요. 그래도 이번에 여러 권 읽으면서 겨우 채워가는 것 같습니다. 그동안 너무 읽은 게 없어서 ㅋㅋㅋ
같은 작가라도 작품마다 느낌이 다른데 하물며 작가가 다르면 결이 다른게 당연하다 싶기도 합니다. 아무리 비슷한 시대였어도 그들이 생각하는 바도 다르고 환경도 다르고 지향점도 다를 수 있었을테니까요~ㅎㅎ 나무님의 꾸준한 읽기도 응원합니다!

희선 2022-10-27 02:2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밑에서 제인 에어 말씀하셔서 다시 보니 제인 에어가 떠오르기도 하네요 조금 비슷한 면이 있다고 할까 있어 보이는... 제인 에어도 기숙 학교에 들어가고 나중에 가정교사가 되는군요 비슷하면서도 다른... 루시는 어떻게 될지... 2권에 나오겠네요


희선

거리의화가 2022-10-27 09:28   좋아요 0 | URL
희선님 <제인에어>는 시작부터 몰아치는 느낌이 강하다는 생각이 들어요. 2편 읽는 중이라 나중에 후기 공유하겠습니다^^

그레이스 2022-10-27 09:2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제 책장에 꽂혀있는 얘네들을 자꾸 보게 되네요. ^^

거리의화가 2022-10-27 09:29   좋아요 0 | URL
그레이스님 이미 책장에 있으시군요^^ 끌리실 때 읽어보셔도 좋을 듯~ㅎㅎㅎ
 

Jews were scattered through out all the countries.

Jerusalem was an important city to the Jews. Inside thecity was the Temple, the place where they worshipped God.
But when the Roman soldiers attacked, they burned down theTemple. Inside the temple were many beautiful decorations made of gold and silver. One ancient historian writes that, when the Temple burned down, the gold and silver melted andran into the cracks between the huge stones of the Temple‘s foundation. - P2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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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부. 장기 19세기(~1924) 정치사 속의 지역과 제국들

유럽 국가들의 협의 체제는 유럽 내의 평화와 결속을 다진다는 목적을 우선적으로 추구했지만, 이와 동시에 유럽 국가들 사이에 발생할 군사적 충돌을 조정함으로써 유럽 제국들이 식민지를 얻기 위해 세계로 팽창할 때 배후를 튼튼하게해 주었다. 유럽의 평화는 유럽 제국들이 아시아와 아프리카로 팽창할 때 매우 유리한 분위기를 만들어 주었는데, 이러한 제국적 역동성에서 가장 크게혜택을 받은 것은 영 제국이었다. - P96

재건된 프랑스 제국은 헌법을 갖고 있었으며, 기존의 질서는 자연적인 질서가 아니기 때문에 정치제도 역시 인민이 원하면 바꿀 수 있다는 사상이 확고하게 사회에 뿌리내렸다. 그러나 이런 정치 이념은 유럽-대서양 지역에 이미 풍부하게 존재하던 정치 강령들과 합류해 그 어떤 우위도 얻지 못했고, 왕국과 주권, 제국, 정의의 혼합적인 개념에 적용할 수 있게 되었다. - P109

포괄적이면서도 국제법을 통해 조정된 제국적 세계 질서가 등장하는 데가장 문제가 되었던 장애물은 (제국 간의 경쟁 외에) 민족주의가 아니라, 유럽의해외 제국이 가진 문화적·종교적·인종적 다양성이었다. 제국의 정당성을 둘러싼 경쟁적인 주장들이 서로 충돌했으며, 19세기 중반에 수많은 전쟁과 정치적 위기를 겪은 후에 전 세계에 대한 유럽 제국의 지배를 정당화하려는 시도는 결국 인종과 문명, 종교에 관한 담론으로 귀착되었다. 제국적 보편주의가등장하고 제국들 사이에 통용되는 세계적인 규범도 등장했지만, 1880년대 이후에는 그동안 세계화된 세계가 다시 재지역화하는 현상이, 즉 세계가 다시지역 중심으로 재편되는 현상이 발생했다. 그러므로 우리는 19세기 후반에형성되었던 지정학적인 지역 구도가 유럽 제국의 팽창에 대한 이슬람 지역과아시아 지역, 아프리카 지역의 전통적이고 보호주의적인 도전이 아니라, 제국적 질서의 세계화 과정에 통합되는 것이라는 사실에 주목해야 한다. 지정학적으로 이 지역들이 다시 주목받게 된 것은 오히려 나폴레옹 전쟁에서 이른바아프리카 쟁탈전에 이르는 시기에 유럽 제국들이 전성기에 도달하면서 부딪혔던 정당성 위기가 낳은 변증법적 결과였다. - P113

심지어 캅카스 지방에서, 다시 말해 오스만 제국과 러시아 사이 국경선의 다른 편에서 러시아 제국에 맞서 무슬림 저항운동이 일어났을때, 무슬림 진영은 오스만 제국의 그 어떤 직접적인 원조도 기대할 수 없었다.
캅카스는 지정학적으로 가깝고 사적으로도 관계가 있었기 때문에 오스만 제국의 대중은 아프간인들의 전쟁보다는 캅카스에서 발생한 백인 무슬림의 투쟁에 관해 더 많이 알고 있었다. 물론 1860년대까지는 인도와 아프가니스탄, 캅카스, 북아프리카에는 무슬림들의 경험과 요구 사항을 전달하고 표현할 수있는 식자층과 여론층이 거의 존재하지 않았다. - P130

국제법은 유럽의 제국들을 위한 국제주의의 도구로 성과를 거두기는 했지만, 대등한 지위를 요구하는 다양한 비유럽 제국들의 주장에는 그 어떤 비전도 제공해 주지 않았다. 따라서 이들이 등장시킨 국제법은 국제법의 전 지구적 확대보다는 국제법의 재지역화를 촉진하는 것에, 다시 말해 ‘지역적 이해관계 추구‘를 방지하기보다는 촉진하는 데 기여했다. - P155

유럽 중심주의적 질서가 정점에 도달하면서 동시에 아시아인과 아프리카인, 무슬림의 결속감이나 정치적 연대 의식도 그 극에 도달했다. 이러한 상황으로 인해 발생한 제국 중심에서 지역 중심으로의 변화(재지역화)가 반드시 민족주의적 성격을 갖게 된 것은 아니었고, 마찬가지로 제국 개혁의 출발점이나 도구가 될 수도 있었으며, 제국적 공동체를 꿈꾸는 세계시민주의적 비전이나 제국 내 범민족적 연대 같은 비전의 출발점이나 도구가 될수도 있었다. 제국적 세계가 재지역화하는 시기에서 제2차세계대전 이후 민족주의 시대까지의 발전도 어떤 직선적인 논리에 따른 것은 아니다. 하지만 20세기 제국이 어떻게 국가로 전환되었는지에 관한 문제를 더 잘 이해하기 위해서는 제국과 인종, 지역 같은 정치 언어들이 복잡하게 뒤얽힌 현상에 관해상세히 연구할 필요가 있다. - P167

사실 아시아와 아프리카, 유럽의 지식층은 궁극적으로 그들의 전통을 본질화하고 기독교적인 백인의 서양을 전략적으로 본질화하는 데도 적극적으로 관여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세계화된 지역적·문화적·인종적·종교적 정체성이 발전했다. 지역 정체성은 극동과 아시아, 무슬림 세계, 서양같이 전 지 - P172

구에 확산된 지정학적 범주뿐 아니라 점점 밀접한 아시아 내적 결속과 아프리카 내적 결속에 의해 형성되었다. 그런데 이 과정은 아이러니하게도 제국의인프라를 통해 촉진되었다.
더욱 중요한 것은 범민족주의의 사상가와 운동들이 제국이나 제국적 세계 질서 자체에 원칙적으로 반대하는 입장은 아니었다는 사실이다. - P173

오스만제국은 ‘무슬림 세계‘라는 아이디어와 그 세계에서 자국의 리더십을 주장하는 이론을 고도의 제국적 목표를 추구하는 데 이용하기 시작했다. 구체적으로 영국과 오스만 제국의 동맹이라는 비전을 촉진하는 것이, 그리고 유럽 제국들과의 외교적 협상에서 유리한 고지를 차지하는 것이 그 목표였다. 더 중요한 것은 칼리파의 정치적 이상이 전 세계 무슬림 사이에 확산된 것이, 유럽중심적이 아니라 전 지구적인, 무슬림 세계 지역의 정치적 요구와 가치들을반영한다는 점이었다. 그들의 요구 사항에는 유럽 제국 치하의 무슬림에 대한차별 철폐와 실질적인 평등 실현, 식민지에서 무슬림의 관습과 전통의 존중, 기독교의 후견이나 선교 활동으로부터의 보호, 다른 무슬림에게서 오는 인도주의적인 도움과 지원 허용 등이 있었다. 이들 가운데 일부 원칙은 유럽에 존재하는 다양한 보편주의나 인도주의적 사상과도 일치했지만, 무슬림 정체성이라는 틀 안에서 작성되었다. 예를 들어 붉은 초승달은 제국의 시대에 무슬림의 인도주의적 원조를 뜻하는 상징이 되었다. 유럽의 여론이 오스만 제국안에서 기독교도를 해방하기 위해 인도주의적 간섭을 해야 한다고 요구한면에, 인도와 중앙아시아, 동남아시아의 무슬림들은 기독교 식민 권력에 맞서무슬림들을 지원하기 위해 오스만 제국이 이와 비교할 만한 인도주의적 개입을 해 주기를 희망했다. - P208

제국주의의 전성기에 범민족주의적 ‘냉전‘이 갖는 국제정치적 차원은1905년에 러시아를 상대로 일본이 거둔 승리에서 가장 뚜렷하게 읽을 수 있다. 1905년의 러일전쟁은 동아시아에서 러시아와 영국, 일본 제국의 이해관계가 충돌한 제국주의 전쟁이었다. 하지만 인종과 문명, 세계 질서에 관한 전 세계적 토론을 통해 드러난 내용과 정치적 특성 때문에 일본의 승리는 전 세계에서 ‘황인종‘에 속하는 아시아 제국이 ‘백인‘과 ‘기독교‘, ‘서양‘ 제국에 맞서거둔 최초의 승리로 해석되었다. 일본의 승리가 무슬림 세계뿐 아니라 동아시아와 동남아시아에서도 열광적으로 받아들여졌다는 사실은 이 모든 지역이 서로 연결되어 있었으며, 인종이나 문명, 진보 같은 정치적 의미를 가진 주제를 중요시하는 세계 여론이 존재했다는 것을 보여 주었다. 그에 따라 러시아에 대한 일본의 승리가 가지는 세계사적인 의미는 바로 전쟁 직후 그것이미칠 영향에 관해 논평했던 폭넓은 동시대 관찰자들이 언급했다. 일본의 승리가 제국 간 관계의 차원보다 오히려 인종적·문명적 관점하에서 토론되었다는 사실은 지역적인 지정학이 제국 사이의 세력균형 변화보다 훨씬 중요했다는 사실을 잘 보여 준다. - P233

제국은 본국과 식민지의 도시와 촌락에서수백만 명의 청년을 동원해 제국의 군복을 입히고 전선에 보내 서로 싸우게할 수 있었다. 참전국들은 이미 견고하게 확립된 근대국가 체제를 보유하고있어서, 총동원을 통해 자기들의 힘을 마지막 한 방울까지 투입할 수 있다는사실을 보여 주었다. 하지만 제1차 세계대전에서 제국의 정치가 일차적으로중요하다는 사실을 부인하지 않는다고 해도, 세계대전이 지닌 지역적 차원의의미를 강조할 필요가 있다. 세계대전 전야에 제국의 정책 결정자들은 지정학적이고 지역적인 관점에서 세계를 관찰했는데, 여기서 그들이 갖고 있던 과도한 희망과 두려움은 인종과 종교, 문명의 연대와 연관되어 있었다. 제국들의 전쟁이 시작되면서 전쟁에 대한 두려움, 감정, 상황 인식과 행동뿐 아니라지역과 종교, 인종에 토대를 둔 정체성이 한층 중요해지기 시작했다. 이들이전쟁을 장기화했으며, 결국 전쟁의 결과를 각인했다. - P247

‘전체적으로 보아 1914~1924년의 시기에 무슬림이 정치적 비전을 확립하기에는 너무 많은 모순된 사건과 예기치 못한 반전이 일어났다. 무슬림의 지역주의적 전망은 여전히 살아 있었지만, 이제 그 구심점이 되었던 칼리파 제도나 오스만 제국의 상징적인 지도력이 결여된 채였다. 따라서 오스만 제국의 몰락은, 그리고 지역적 민족주의 모델로서 터키 공화국의 수립은 무슬림세계에서 무슬림 지역주의의 민족주의적 버전을 촉진했다. 또한 칼리파 제도의 종식은 당시까지 유지되어 오던 경쟁 제국들과의 공생 관계도 생생하게 노출했다. - P281

1911년의 신해혁명에서 시작해 제1차 세계대전을 거쳐 파리 강화회의와 5·4운동에 이르기까지 아시아 지역주의는 지적 비전으로서 정치적인 대안의 세계에 줄곧 영향을 미쳤다. 하지만 1905년에 대두한 아시아 연대라는 낙관주의는 물거품처럼 사라졌고, 제1차 세계대전 이후의 정치적 스펙트럼은 수많은 방향으로 분열되었다. 전후 국제 질서의 재편에 따라 아시아의지역주의적 비전은 다양한 모습으로 변형되기는 했지만, 전간기에도 계속 유지되었다. 무엇보다도 ‘백인‘ 국가와 자치령에서 시행된 이민정책이 계속 유색인종에 대한 차별을 자행했기 때문이었다. 게다가 제국적으로 변형된 아시아지역주의는 제2차 세계대전 기간에 일본의 전쟁 수행과 선전전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했다. - P288

세계대전이 끝날 무렵에 분명해진 한 가지 사실이 있다면, 그것은 당시까지 여전히 기울어져 있고 지역화되기는 했지만, 전 세계에서 발발한 운동과 투쟁, 요구들을 서로 연결했던 세계적인 여론과 국제적인 정치 무대가 이제 전 세계적으로 연결되었다는 것이다. 그런 맥락에서 지역주의적 경향은 어디서나 서양의 행동가나 기구에 우선권을 부여했던 유럽 및 아메리카 중심적인 서사를 종식시키는 데 기여하고 있다. 또한 유럽 바깥에서 이루어진 정치적인 비전과 모델이 특정한 지역 혹은 여러 지역에서 정치적 상상력에 큰 영감을 주었다. - P297

불평등한 권력관계, 정치성을 띤 정체성, 국제기구의 작동 방식에 대한 불만, 지역 동맹 모색, 종교적·인종적 정체성과 외교정책 사이의 관계 등 현대의국제 질서가 던지는 수많은 도전은 장기 19세기에 그 뿌리를 갖고 있다. - P302

세계가 서양과 아시아, 이슬람 세계, 아프리카, 라틴아메리카라는 몇 개의정치 블록으로 구분된 것은 18세기 이래로 이어져 온 현상이라기보다는 오히려 20세기 초의 제국적 질서가 세계화되는 과정에 발생한 위기를 반영한 것- 이었다. 오늘날 우리가 알고 있는 문화적으로나 대륙별로 구분된 지역들은이미 이전에 존재했던 지역으로 이루어진 세계의 유산이라기보다 19세기 말의 제국적 세계화의 결과였다는 말이다. - P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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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3일쯤 북플에 들어오질 않았더니 읽을 글이 제법 많구나^^;

(휴일에는 오히려 북플을 멀리하고 일상에 집중하는 편이다)



사실 어제까지 집에서 쉬었는데(휴가 내고) 예상했듯이 더 바빴다.


1.


어제까지 이런 책들을 읽었다. 


셋 다 소설이지만 각기 다른 성격을 지니고 있어서 읽는 재미들이 더했다.


<빌레뜨>는 기대 이상으로 재밌는데다 술술 잘 읽혔다. 리뷰도 써야지^^


<흑뢰성>은 이미 리뷰에서도 썼지만 역사적 인물들이 등장하여 몰입감이 있었고 사건을 추리하듯 읽으니 더 재밌게 읽을 수 있었다.


<토지 6>은 이전 권과 마찬가지로 길상과 서희 간의 갈등 폭발, 마치 예전에 삼수를 떠올리게 하는 김두수(삼수와 비교불가긴 하다. 더 악랄하고 지독한 놈). 봉순이는 기화가 되었고, 환이도 등장했다. 봉순이도 환이도 과거에 얽매여 사는 듯해서 안타깝다.




정치, 경제, 문화, 사회 파트로 나누어 해당 시기의 모습을 살펴본다. 

'근대'라는 용어를 정의하는 것부터 시작하는데 이 부분부터 소름이 돋는다. 아무튼 밑줄 벅벅 그어가며 씹어먹듯 읽고 있다. 이달 남은 기간까지 주욱 읽을 예정이다^^


물론 ‘근대‘라는 명사는 오랫동안 그리 일상적으로 사용되지는 않았다. 그것이 처음 등장한 것은 사실 19세기 후반부였다. 이 새로운 용어를 처음 만들어 낸 것은 프랑스 시인 샤를 보들레르Charles Baudelaire(1821~1867)였다. 그는 ‘근대‘라는 용어를 통해 도시적 삶의 일시적이고 덧없음을 표현했으며, 그 과정에서 과거와 미래 사이의 급격한 단절을 특징으로 하는 새로운 시간 개념을 탄생시켰다. 하지만 수많은 동시대인들은 보들레르보다 훨씬 먼저, 그리고 ‘근대성‘ 개념(독일에서는이 개념이 1895년에 처음으로 브로크하우스 백과사전Brockhaus-Enzyklopadie』에 수록되었다.)이 확립되기 훨씬 전에 매일의 일상 속에서 근대 세계를 접하고 있었다.

따라서 ‘근대적‘이라는 것은 역사를 살아가는 행위자 자기의 생각, 곧 자기자신을 이해하는 개념이었다. 나아가 자기들의 위상을 입증하는 데 쓰일 수 있는 개념이기도 했다. - P31~32




2.


어제는 요즘 거의 필수라고 할 수 있는 렌탈 서비스를 받는 날이어서 아침에 긴급하게 청소를 한다고 1시간 이상 소요되었다. 하고 나니 기진맥진되었는데 막상 해놓고 나니 왜 결과는 별반 달라진게 없는것 같지. 

집안일은 티가 너무 안난다ㅜㅜ

아무튼 직원분이 가시고 나니 한 시간이 후딱 지났고 잠깐 책 좀 읽다가 <흑뢰성> 반납해야 해서 도서관 휘리릭 다녀오기도 했다.



3.


한국의 정치권은 오가는 분탕질이 연일 갱신중이다. 더는 새로울 것도 없으나 국제 소식은 새겨봐야할 것들이 튀어나오고 있는 중이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남부지역에서도 힘을 못쓰고 후퇴하는중 발전소 등을 공격하여 주민들이 어둠과 추위로 고생을 하고 있다. 


영국 총리 리즈 트러스는 44일 만에 내려가고 차기 총리로 리시 수나크가 차기 총리로 확정되었다. 보리스 존슨과 경합할 줄 알았는데 그가 물러나면서 경쟁자가 없어졌다. 리즈 트러스의 감세 정책을 비판했던 그가 당선됨으로써 앞으로 영국의 경제를 회복시킬수 있을지 모르겠다.


중국은 시진핑이 3번째 연임이 확정되었고 7인의 상임위원에 자신의 사람들을 채우며 사실상 1인 독재체제에 들어갔다. 내부는 통제하고 외부와는 교류가 원활하기 않을 것이라는 예측이 많다. 대만 통일을 2027년까지 해내겠다는 이야기가 많아 더욱 우려스러운 상황이다. 북한은 연이어 NLL을 위협하며 공격중이고. 

일본은 중국을 겨냥해 호주와 신안보선언을 내며 양국에 주권 및 지역 안보상의 이익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긴급사태에 관해 서로 협의하고 대응조치를 검토할 것이라고 한다. 

미국은? IRA 정책을 바탕으로 중국에 대한 경계를 내세우며 신냉전 구도를 이어갈 작정이다. 

이 사이에 낀 한국은 앞으로 어찌해 할지 난감한데 정치권은 대체... 



4. 


테일러 스위프트 새 음반이 나왔길래 전곡을 여러 번 들었다. 


이 곡은 첫곡이자 타이틀곡(여러 개지만)인데 듣자마자 느낌이 좋은 곡이다. 

나는 가사보다 멜로디가 좋아야 빠져드는 게 확실하다^^


그의 목소리는 멋부리지 않는 자연스러움이 있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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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아 2022-10-25 17:25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저도 오늘 며칠만에 외신을 살펴보니 여기저기 변화가 참 많더군요.
우리 정치권 뉴스는 볼때마다 혈압만 오릅니다.(제가 저혈압인데^^;;)
화가님 하버드 세계사 씹어먹고 계신다니 멋짐 뚝뚝👍
이럴때일수록 우릴 실망시키지 않는건 독서, 공부밖에 없네요.ㅎㅎ

거리의화가 2022-10-25 17:30   좋아요 2 | URL
하... 정치권 진흙탕 싸움만 해대고 있어서 너무 기가 빠집니다ㅠㅠ ˝지금 그럴 때가 아닌데x5˝를 연발하고 있어요.

할 수 있는 거라고는 공부와 독서 뿐인듯합니다. 둘은 열심히 하면 얻는게 찾아오니까요^^*

새파랑 2022-10-25 19:3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아 단풍사진 보니까 단풍놀이 가고 싶네요 ㅜㅜ 요새 왜이리 시간이 안나나 모르겠습니다 ㅋ 발레뜨 재미있군요 ^^

거리의화가 2022-10-25 22:05   좋아요 2 | URL
저도 어디 나가서 찍은건 아니고 집, 회사 오며가며 찍었어요. 새파랑님도 바쁘실수록 주변의 단풍을 둘러보셔요. 이제 제법 물들었을겁니다ㅎㅎ
빌레뜨 재미나요. 아직 2권이 남아있긴 합니다만…ㅎㅎ

희선 2022-10-26 01:52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쉴 때 바빴다 해도 책 많이 보셨네요 음악도 들으시고... 좋아하는 음악 들으면 기분 좋지요 책 읽는 것도 좋고... 밖에 나가 걷기도 하셨군요 단풍이 예쁘게 들었습니다


희선

거리의화가 2022-10-26 09:13   좋아요 2 | URL
단풍이 날이 갈수록 물드는 속도가 빨라지는듯합니다^^
걷기는 최소한의 체력 유지를 위한 방법이라고 할까요. 따로 운동하는 게 없어서 걷기는 살기 위해 합니다ㅎㅎㅎ 좋은 음악, 책과 함께 여기 저기 다니기 좋은 계절입니다. 희선님 즐거운 한주 보내세요*^^*

독서괭 2022-10-26 13:2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오 빌레뜨 그렇게 재밌다고 하시니 ..꼭 읽어봐야겠다 싶고, 세계사책도 일단 담아놓고.
집안일이 티가 안 난다는 말씀에 매우 공감하고요 ㅠㅠ 비포 애프터 사진이라도 찍어놔야 하는 걸까요? ㅋㅋ
요즘 뉴스는 정치권 티격태격 어쩌고 저쩌고 맨날 그래서 읽기가 싫더라고요ㅠㅠ 모닝스페셜로 국제뉴스를 접하고 있는데, 이탈리아가 극우파가 정권을 장악했는데 이들은 낙태죄 폐지에 반대하고 LGBTQ에도 부정적인(?) 입장이라고 해서 걱정이 되더군요. 에효.
그래도 요즘 날씨가 청명하고 단풍이 아름다워 좋습니다. 화가님도 즐거운 가을 보내세요^^

거리의화가 2022-10-26 14:35   좋아요 2 | URL
괭님 반갑습니다^^ 더 늦기 전에 빌레뜨 리뷰 방금 올렸어요~ㅎㅎㅎ 어휴 책읽기보다 쓰기는 왜 이리 어려운지...ㅋㅋ
요새 뉴스 보면 한숨만 푹푹 나와요~ 정치도, 경제도, 외교도 뭐 하나 속시원한게 없고 꽉 막혀있는 느낌입니다ㅠㅠ
이탈리아도 난리군요. 꾸준히 모닝스페셜 듣고 계시네요~^^ 매일 들으면 효과가 있으실거라 믿습니다!ㅎㅎㅎ
단풍 떨어지기 전에 충분히 즐기려고 해요. 괭님도 오며 가며 이 가을을 만끽하시길!

mini74 2022-10-30 11:4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재미있게 읽다가 집안일은 티가 너무 안난다에서 ㅎㅎ 안하면 또 너무 티가 나죠 ㅠㅠ 나무들 사진보니 눈이 시원해집니다 ~

거리의화가 2022-10-31 09:06   좋아요 1 | URL
네. 그러니까요~ 청소를 게을리했더니 그동안 쌓인게 많아서 더 힘들었던 것 같아요. 맞벌이다보니 쉽지가 않네요^^;
미니님 한주 잘 보내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