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부아르의 말 - 자유로운 삶을 꿈꾼 자주적인 여성의 목소리 마음산책의 '말' 시리즈
시몬 드 보부아르.알리스 슈바르처 지음, 이정순 옮김 / 마음산책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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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제목에서 알 수 있듯 보부아르의 말을 통해서 간접적으로 그녀의 생각을 엿볼 수 있는 책이다. 작가와 보부아르가 공동으로 기획한 6차례의 대담이 실려 있다. 대담이 연속적으로 이루어진 게 아니고 1972년부터 1982년까지 나누어 진행되었기 때문에 보부아르의 생각과 입장의 변화도 확인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인터뷰라 부담스럽지 않고 책이 얇아서 나처럼 보부아르의 활동과 삶에 대해 잘 알지 못하는 독자가 입문서로 선택하기 적절하다고 여겨진다.
아무래도 대표 저작인 『제2의 성』이 책에 수시로 등장하는 점은 감안해야겠다.

제2의 성을 출간할 때만 해도 그녀는 자신이 '페미니스트가 아니다'라고 밝혔다. 사회주의적 진보가 이루어져야 여성 문제가 근본적으로 해결될 수 있다고 믿었기 때문이란다. 그녀가 말하는 '페미니스트'는 계급 투쟁과 무관하게 여성의 요구조건을 걸고 싸우는 사람이라고 한다.
하지만 이후 68 여성해방운동 후 그녀의 입장은 변화하여 사회주의도 남녀 불평등을 해결할 수 없음을 깨닫게 되었고 이후 젊은 페미니스트들의 운동에 적극 참여하게 된다.

제 경향은 여성해방을 계급투쟁에 연결하고자 하는 것이에요. - P31

저는 가부장적 억압을 자본주의적 억압과 등가로 만드는 분석들이 정확하지 않다고 생각해요. 가정주부의 노동은 잉여가치를 생산해내지 않아요. 자본가가 노동자에게서 노동의 잉여가치를 훔쳐가는 노동자의 조건과는 다른 조건이죠. 저는 그 둘 사이에 정확히 어떤 관계가 존재하는지 알고 싶습니다. 여성들이 따라야 하는 모든 전략이 거기에 달려 있어요. - P38

여러 가지 그녀의 생각을 엿볼 수 있는데 그 중 나는 여성이 직업을 갖고 일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주장에는 공감했다. 다만 전쟁 뒤 복직할 수 있었는데 글을 쓰고 싶어서 사르트르에게 돈을 빌리고 복직하지 않았다는 에피소드가 그녀의 주장과는 상충되는 이야기라 이해가 가지 않았다.
물론 이는 내가 사르트르와 보부아르의 관계를 탐탁치 않게 보기 때문인 것 같기도 하다. 이 책을 다 읽었지만 여전히 둘의 관계는 선뜻 납득은 가지 않는다.

진정으로 독립적이고자 한다면 직업을 갖고 일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 P44

페미니즘에 대한 생각, 보부아르가 생각하는 노년과 여성의 글쓰기에 대한 이야기가 특히 좋았다.

저는요, 남자들이 억압자인 이 세계에 사는 데 다소 익숙해요. 저 자신은 그로 인해 별로 고통받지 않았습니다. 저는 예성의 예속 대부분, 즉 모성과 살림의 예속에서 벗어났죠. (...) 그 결과 남자들에게 인정받게 됐죠. 저는 예외적인 여자였고 그 사실을 받아들였습니다. - P78~79

어쨌든 제 생각에 인생의 가장 눈부신 순간은 서른과 쉰 사이에요. 인생의 도면이 그려진 동시에 젊은이들이 안고 있는 직업이나 가정 문제로 복잡하지 않을 때죠. 집에서 해방되고 자기 앞에 할 일이 수없이 많이 있어요. 하지만 나이를 먹는다는 건 무한에서 유한으로의 이행이에요. 더 이상 미래가 없고 어쩌면 최악일지도 모르죠. - P102

슈바르처: 여성이 그처럼 자기의 지성, 단호한 성격을 과시할 권리를 가지고 있다고 여기면 사람들이 불이익을 주는 경우를 많이 알고 있어요. 주위 사람은 "네가 남자만 해? 그럼 너는 여자로서 바람직하지 않아!"라는 반응도 보이죠. 그런 체험을 해보셨나요?
이 질문에 보부아르는 '아니오'라고 답한다. 하지만 나는 이런 경우가 살면서 너무 많았기에 보부아르에게 질투가 났다.

자신의 위치를 재확인하고 오류를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점에 있어서 분명 배울 점이 있는 학자다. 잘못을 인정하지 않고 오류를 답습한다면 나아지는 것은 없다.

영원한 여성은 허구에 지나지 않아요. 왜냐하면 한 인간의 발전에서 본성은 아주 작은 역할만 하기 때문이죠. 우리는 사회적 존재입니다. 여자가 남자보다 자연적으로 열등하다고 생각하지 않기 때문에 저는 여자가 남자보다 천성적으로 우월하다고도 생각하지 않아요. - P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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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ott 2022-11-08 09:0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인생의 가장 눈부신 순간은 서른과 쉰 사이 ]

이 나이대가 전 생애 중에 가장 힘들고 고달픈 시기 라고들 하지만 (인생의 가장 눈부신 순간은 초등 입학전 유치원 시절인 것 같습니다 )

코로나 시대에 우리 모두 하루 하루 건강이 가장 소중한 !^^

이 책 보부아르의 철학 입문 하기 딱 좋죠 ^^

거리의화가 2022-11-08 09:03   좋아요 3 | URL
스콧님은 그러셨군요^^ 저는 보부아르하고 비슷하게 지금이 이 시기라 그런가 공감이 갔어요. 30대 이전에는 제가 많이 고달팠거든요ㅠㅠ
이 책 얇고 가벼워서 입문으로 좋았어요. 보부아르의 삶과 사상의 변화를 훓기에 적당했습니다.

희선 2022-11-08 02:45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보부아르가 쓴 책을 보기 전에 이걸 보면 좀 더 편하게 보겠습니다 평전 같은 것도 괜찮죠 보부아르 잘 모르지만, 사람은 다 알기 어렵기도 하고 좋은 점뿐 아니라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도 있겠습니다 보부아르도 그렇게 보이네요 그때 여성으로 힘든 점도 있었겠지만, 자기 뜻대로 살려고 한 것도 같군요


희선

거리의화가 2022-11-08 09:07   좋아요 2 | URL
네. 희선님^^ 작년에 <제2의 성>을 읽기는 했는데 그때는 보부아르가 누군지도 모르고 전혀 전무한 상태에서 읽어서 사실 읽는것에 만족했었어요. 이 책이 있었다면 좀 더 이해하기 편하지 않았을까 싶었습니다ㅎㅎㅎ

새파랑 2022-11-08 06:3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시간의 흐름에 따라 미묘하게 바뀌는 보부아르의 생각을 보는 것도 흥미로울거 같아요~! 이런 말들의 시리즈 읽다보면 재미있긴 하더라구요~!!

거리의화가 2022-11-08 09:06   좋아요 3 | URL
맞아요 새파랑님. 이 책 읽으면 보부아르의 생각의 변화를 간략하게나마 파악할 수 있습니다. 인터뷰라 쉬워요. 책이 얇아서 주중에 읽기에도 좋았네요ㅎㅎㅎ

책읽는나무 2022-11-08 12:0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처음엔 여성해방을 계급투쟁과 연결하고자 한 보부아르였군요?
보부아르는 아주 진보적인 여성이었던 듯 합니다. 사회가 바뀌어야 여성의 위치도 바뀔 수 있다고 보았나 봅니다. 지금 사회가 몇 번이나 바뀌었어도 과연??
선견지명!! 보부아르는 그래도 일찍 그 틀을 깨었네요. 보부아르는 앞서 나간 똑똑한 위인입니다.^^

거리의화가 2022-11-08 12:49   좋아요 3 | URL
네. 처음에는 계급투쟁에 목적을 두었다가 이것이 사회주의의 상황을 지켜보면서 바뀌었다고 합니다. 당시로서는 분명 진보적인 여성이죠. 저는 보부아르의 솔직한 고백이 인상적이었어요. 대담자와 개인적인 친분이 있어서일수도 있겠지만 그것보다는 인정할 건 인정한다고 해야 할까 그런 태도가 마음에 들었습니다.

독서괭 2022-11-09 15:0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보부아르의 변화해가는 생각들을 살펴볼 수 있겠군요! 보부아르 목록만 길어지고 있는데, ㅎㅎ 이책도 찜입니다~!

거리의화가 2022-11-09 15:15   좋아요 1 | URL
이 책부터 시작하시고 저작들 본격적으로 들어가시면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현충원 역사산책 - 국립서울현충원에서 만나는 한국 근현대사
김학규 지음 / 섬앤섬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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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에는 국립서울현충원의 길을 탐방하며 관련 인물과 그와 얽힌 한국 근현대사가 담겨 있다. 집 주변 공원을 산책하듯 서울현충원을 총 7개의 탐방로로 나누어 소개한다. 이렇게 한 데에는 이유가 있다. 처음에는 국립 서울현충원을 한 번에 다 둘러보는 방식으로 하려 했으나 구역이 넓은 만큼 이야기거리가 많았다고 한다. 그래서 주제별 길로 만들어 저자와 함께 여행한다는 느낌으로 만든 것이다. 또 독자들이 이 책을 읽고 국립서울현충원을 좀 더 가까이 느끼기를 바라는 저자의 마음도 담겼다. 나부터도 국립서울현충원을 부끄럽지만 가본다는 생각을 해본 적이 없었다. 순국 선열들이 모셔져 있는 곳이라는 생각 때문인지 엄숙하고 장엄한 분위기로 다가와서 선뜻 다가가기 어려운 점이 있었다. 결론적으로 저자가 편집 방향을 영리하게 잘 잡았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저자가 이 책을 낸 데는 2005년 평양의 북한 '애국열사릉'을 방문한 것이 계기가 되었다고 한다. 직접 방문한 곳은 '애국열사릉'이지만 영상물을 통해서 '혁명열사릉'을 보게 되었는데 둘을 비교하는 과정에서 우리의 국립현충원은 어떤 인물들이 자리하고 있을까 궁금했다고 한다.


각 탐방로의 도입에 지도가 등장하는데 우리가 어느 유적지를 가던지 볼 수 있는 그런 탐방로 형식의 그림이다. 방문할 장소만 있지 않고 순서대로 루트를 그려놓아 책을 다 읽고 방문할 때 도움을 얻을 수 있도록 해 놓았다. 참으로 독자를 배려한 것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게다가 내용도 대중서라 쉽게 쓰여져 있고 번호 주석과 관련한 사건이나 인물들에 대한 참고 자료까지 바로 아래  확인할 수 있어 뒤를 뒤적거릴 필요 없이 바로 확인 가능하다.

현 국립서울현충원은 국군묘지로 출발했다. 해방 후 얼마 지나지 않아 남북 분단과 전쟁을 겪은 탓이다. 6.25 전쟁으로 많은 국군이 전사하자 이들을 수용할 묘지 조성이 시급했다. 1952년부터 부지를 물색하기 시작하여 1953년 정전협정 체결 후 9월 30일 이승만이 현 자리를 묘지 부지로 선정하고 1954년부터 3개년 계획으로 조성하면서 탄생됐다.
1965년에는 국군묘지가 국립묘지로 승격한다. 이때 독립유공자, 경찰관, 전직 대통령, 향토예비군도 안장 대상에 포함되었다. 1985년 대전에 국립묘지가 또 하나 준공되었고 1966년에 국립현충원으로 명칭을 바꾸어 부르던 국립묘지는 2005년 7월 29일 「국립묘지법」이 제정되면서 2006년부터 국립서울현충원과 국립대전현충원으로 완전히 분리된다. 국립서울현충원에는 1965년 애국지사 묘역이 조성되고 1975년 무후선열재단, 1993년 임시정부요인 묘역, 2002년 대한독립군 무명용사 위령탑이 조성되거나 건립되었고, 이를 아울러 독립유공자 묘역으로 부르게 되었다.
대한민국 헌법에는 '대한민국 임시정부의 법통을 계승한 나라'라고 엄밀히 적혀 있는데도 불구하고 현충시설을 마련할 때 순국선열을 모시는 일을 미루고 남과 북 사이의 충돌 과정에서 전사한 군인을 모시는 일부터 시작되었다. 분단과 전쟁이라는 상황이 있었겠지만 반공을 위시하며 몰고 간 정부의 책임이 없지 않다고 생각한다.

첫 번째 '독립운동가 길'에 안장되어 있는 독립운동가들을 만날 수 있다. 해방 후 '대한민국 임시정부'가 제대로 인정받지 못하고 남북의 대결 구도와 반공의 강화로 독립운동가들이 안장되는 등 많은 고초를 겪었다.
두 번째, '친일파 길'에서는 일제에 협력한 각종 인사들을 만날 수 있다. 국립묘지에 친일파가 묻혀 있음은 언론을 통해서 이미 많이 보도된 바가 있다.
세 번째, '여성 길'에서는 그동안 애국 여성들의 역할이 조명되지 못한 것을 성찰하며 그들을 만난다. 또 2021년 성평등 관점이 반영되어 독립운동자 묘역의 묘비가 개선되었는데 과거와 비교하여 어떻게 달라졌는지 확인할 수 있다.
네 번째, '4.3길'에서는 제주 4.3 사건과 연관된 인물을 만날 수 있다. 제주를 가지 못하더라도 이 곳을 둘러본다면 당시의 역사를 다시 되새길 수 있다.
다섯 번째, '5월 길'에서는 5.18 계엄군의 묘를 확인할 수 있다. 2020년 12월 '전사'에서 '순직'으로 묘비가 바뀌게 된 변화도 있었는데 시민들의 역할이 얼마나 중요한지 확인하는 기회가 될 것 같다.
여섯 번째, '대통령 길'에서는 4명의 역대 대통령의 묘역을 확인할 수 있다.
일곱 번째, '평화 ·통일 길'에서는 한반도의 평화와 통일에 대한 미래를 고민해볼 수 있는 곳이다.

이 책을 읽으며 국립서울현충원에 어떤 인물이 있고 우리가 기억해야 할 역사가 무엇인지 미래를 위해서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할지 생각해보게 되었다. 이 책을 읽는 독자라면 아마도 이 책을 들고 나들이를 가보고 싶을 것이다. 7코스 모두 둘러보기는 어렵다면 1코스씩이라도 둘러보는 것은 어떨까 싶다.


국립서울현충원은 많은 변화를 겪으면서 오늘에 이르고 있다. 그럼에도 국립서울현충원은 여전히 6.25 한국전쟁 전후의 전쟁 영웅을 강조하는 공간이다. (...)

이제 시대의 변화에 맞춰 전쟁 영웅이 아닌 한반도의 평화와 통일을 위해 헌신한 평화 영웅을 발굴하고 그 평화 영웅을 주요하게 배치하는 발상의 대전환이 필요해 보인다. - P3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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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ott 2022-11-06 23:3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이 책은 중고등학생 역사 현장 답사에 참고 도서였으면 좋겠습니다
코로나로 이런 현장 답사는 힘들어져서
현충원 찾는 이들도 줄어 들었을 것 같습니다.

저는 초딩때 현충원 가본게 처음이자 마지막 ^^

거리의화가 2022-11-07 09:00   좋아요 2 | URL
저도 읽으면서 그런 생각했어요. 현장답사 전 이 책을 읽고(지도 선생님께서) 가져가서 탐방할 때 이야기로 들려준다면 역사적 지식도 쌓으면서 체험학습도 할 수 있겠다 싶더라구요. 좋은 기획의 책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스콧님은 가보신 적이 있군요ㅎㅎㅎ

바람돌이 2022-11-07 15:2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서울을 그렇게 다녀도 현충원은 한번도 못가봤어요. 무슨 일 있을 때마다 정치인들이 폼내듯 찾아가는 곳이라서 그런가?
저기 친일파들은 좀 걷어내고, 현충원을 무조건 엄숙한 장소로보다는 유럽의 무덤 지역처럼 공원화해서 좀더 시민들의 접근성을 높이는 게 필요하지 않을까싶어요. 부산의 경우 유엔묘지가 있는데 그런식으로의 접근을 계속 시도하고 있는듯해서 보기 좋거든요.

거리의화가 2022-11-07 17:36   좋아요 2 | URL
현충원이 정치적으로 이용되는 곳이어서 그동안 좀 거리감이 있었던 것 같습니다. 친일파들은 하루 빨리 다른 곳으로 이장했으면 좋겠고요. 말씀하신대로 동네 공원 산책하는 것처럼 자연스럽게 갈 수 있는 곳이 되어야 거리감을 줄일 수 있을 것 같아요. 너무 신성시(!)하는 느낌도 있고요^^;

mini74 2022-11-07 15:24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저 예전에 현충원 한 번 가본적이 있어요. 남편이 현충원 의장대 ? 출신이라 군복무한 곳 보여준다고 ㅠㅠ 여성 길이 새로 생겼군요. 진짜 화가님 리뷰 읽고 가보면 또 다를거 같아요 ~

거리의화가 2022-11-07 17:40   좋아요 2 | URL
헉 의장대라니 남편분 멋지신데요!ㅎㅎㅎ 저 루트는 묘에 해당하는 인물들을 그려놓은 거에요. 7개의 루트를 제목을 붙이고 저자분께서 그에 맞는 묘지 중 방문장소를 설정해놓았다고 보시면 됩니다. 직접 이런 거 만들려고 하면 번거롭고 어렵잖아요. 여성 길은 저도 돋보이는 테마였다고 생각해요. 아무튼 독자들을 위한 배려가 돋보이는 책입니다! 저도 방문하게 된다면 이 책 들고 가려구요~ㅎㅎㅎ

독서괭 2022-11-07 15:41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제목 잘못 봐서 ‘현중원‘인 줄 알고 현중원이 뭐지 했네요 ㅋㅋㅋ 현충원 가본지 넘 오래됐어요. 애들 학교 들어가면 이런 책 읽어서 예습하고 데리고 가야겠네요 ㅎㅎ

거리의화가 2022-11-07 17:40   좋아요 2 | URL
ㅋㅋㅋㅋㅋㅋ 괭님 덕분에 퇴근 전 한번 웃어제꼈습니다!ㅎㅎㅎ 현충원 가보신 적 있으시군요^^ 나중에 이 책 읽고 같이 가시면 좋은 추억되실 것 같습니다^^*

희선 2022-11-08 02:3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국립서울현충원에 친일파도 묻혔군요 친일파도 기억하고 그렇게 되지 않기, 를 배우면 좀 낫겠습니다 무덤이라 해도 사람들이 편하게 갈 수 있다면 훨씬 좋겠네요 그곳에 가면 역사를 생각하겠습니다


희선

거리의화가 2022-11-08 09:01   좋아요 2 | URL
네. 여러 방송에서 다뤘죠. 이 곳에 친일파들이 한둘이 아니라는것도ㅠㅠ 하긴 대한민국 군과 경찰 조직의 뿌리가 친일과 무관하지 않으니 그런 것과도 연관이 깊습니다.
국가를 위해 희생되었다는 것이 강조되어 관련자들 외에는 국민이 이곳에 들르는 모습은 낯설죠. 여전히 이념이 강조되고 있다보니 그런 영향도 있는 것 같습니다.
 
마지막 이야기 전달자 - 2022년 뉴베리상 100주년 대상 수상작 오늘의 클래식
도나 바르바 이게라 지음, 김선희 옮김 / 위즈덤하우스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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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 없는 세상은 죽은 거나 마찬가지야." - P82

기억을 강제로 지우고 다른 기억을 채운다면? 과거를 잊고 살아가야 한다면? 나의 과거가 모두 끊어진다면?

기억은 총체적인 집합체이다.
간접적이든 직접적이든 내가 경험한 것일수도 있지만 누군가로부터 들어서 알게 된 이야기나 지식도 기억을 구성하는 물질이 된다.

"나도 할머니처럼 되고 싶어요. 이야기 전달자요."
"이야기 전달자, 그래. 그건 네 핏속에 흐르지. 하지만 그냥 나처럼 되고 싶다고? 아니, 아가. 넌 네가 누구인지 알아내야 해. 그리고 알아낼 거야."
"넌 이야기를 망칠 수 없어. 이야기는 수백 년 동안 이어져 왔으니까. 그리고 수많은 사람을 거쳐 너를 찾아냈어. 이제 그걸 네 이야기로 만들렴."
나는 할머니와 할머니의 엄마, 그리고 그 엄마의 엄마를 생각했다. 그 사람들은 얼마나 많이 알까? 그 사람들을 뒤따르는 나는 누구일까? - P12

할머니를 제외하고 페트라 페냐의 가족은 우주선을 타고 태양계 밖의 세이건이라는 행성에 가게 되었다. 페냐는 자신만의 이야기를 찾으라는 리타 할머니의 당부를 안고 두렵지만 발걸음을 내딛는다. 2061년 7월 28일 그렇게 그들은 지구를 떠났다. 우주선에는 모니터 요원들이 배치되고 실험 대상들이 잠들어 있는 동안 끊임없는 감시가 이어진다.콜렉티브는 엔 코그니토 프로그램을 통해 사람들의 기억을 모두 지우려 한다. 콜렉티브가 이야기한 것은 '과거의 상처와 고통을 지울 수 있다'라고 강조한다. 하지만 벤을 비롯하여 우주선에 탄 과학자들과 의사들은 콜렉티브의 의견에 동조하지 않고 저항했다. 규칙과 단합, 동지애를 강요하며 사람들은 계속 희생당하지만 그들은 어떻게든 최소한의 기억을 잡으려고 분투한다. 과연 그들은 어떻게 되었을까?

"우리는 이제 단 하나의 유닛입니다. 과거의 악은 없습니다. 과거는 존재하지 않기에, 우리는 새 역사를 창조할 필요가 더 이상 없을 것입니다. 오늘의 콜렉티브와 새로운 행성은 우리의 시초가 될 것입니다. 콜렉티브는 우리의 새로운 집을 훨씬 나은 곳으로 바꿀 것입니다." - P151

사람마다 다 다르다. 때로는 엉망진창이다. 그래도 다채롭고, 획일적이지 않으며, 아름답다. - P348

새로운 행성을 찾는다는 허울 같은 명분으로 사람들의 다양성은 철저히 무시된다. 그곳은 자신의 목소리를 내고 자신만의 이야기를 내뱉지 못하는 우주선 안의 세계다. 페냐는 우주선 안에서도 그들에게 조용히 반항하며 할머니가 어릴 적부터 들려준 이야기(쿠엔토)를 친구들과 나눈다. 친구들은 이제 어느덧 페냐가 쿠엔토를 들려줄 시간을 손꼽아 기다리게 된다. 이야기의 힘은 그런 것이다.

이야기가 전승되는 한 자신과 가족, 그 조상의 이야기는 먼 미래까지 이어질 것이다. 기록과 이야기는 자신의 책을 가지는 것과 같다.

책을 읽다가 감정이 점점 고조되었다. 자연스레 지구의 운명을 생각해보게 된다. 결말이 궁금해서 중간부분부터는 끝까지 한 번에 읽어내려갔다. 외로운데 외롭지 않은 느낌, 묘한 여운을 느끼게 하는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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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ott 2022-11-05 21:5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오! 이책 뉴베리상 100주념 기념 수상작이라고 해서 킨들로 냉큼 구매 해 놓고 아직까지 터치 하지도 않았는데
화가님 리뷰 읽으니 마지막 문단에 여운이 !ㅎㅎ

거리의화가 2022-11-06 09:16   좋아요 2 | URL
원서는 킨들로 주문하려고 했는데 가격 확인해보니 쿠폰 쓰면 알라딘이 더 저렴하더라구요. 환율이 워낙 올라서 킨들 이북도 할인할 때나 살 수 있을 것 같아요ㅠㅠ 암튼 은근히 여운이 가는 책이었어요.

희선 2022-11-06 02:47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지난날에 붙잡히는 건 안 좋겠지만, 지난날도 알아야 지금을 살지 않을까 싶습니다 역사와 다르지 않네요 한사람 한사람의 이야기는 중요하죠 지금 세상도 똑같기를 바라기도 하는군요 다른 것도 받아들이면 좋겠습니다


희선

거리의화가 2022-11-06 09:17   좋아요 2 | URL
희선님 말씀처럼 역사와 전통이라는 것이 사람들을 연결시켜주는 매개체이겠구나 생각을 하게 됩니다. 각자의 이야기가 모이면 여러 사람의 이야기가 되고 그런 것이겠죠. 세상을 하나로 통합시킨다는게 얼마나 폭력적인지도 느끼게 했어요^^

호우 2022-11-06 09:22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다양성이 존중되지 않는 세상은 무섭죠. 세상은 혼돈 그 자체이지만 그래서 살만한 거겠지요.

거리의화가 2022-11-06 20:31   좋아요 3 | URL
대한민국 사회가 특히 갈등을 두려워하는 게 큰 것 같아요. 어렸을 때부터 모나고 튀는 것을 유별나다고 많이 이야기를 듣기도 하니까요. 이런 문화부터 바뀌어야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호우님 감사합니다^^

독서괭 2022-11-07 15:3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오, SF군요?? 이야기의 힘이라.. 궁금합니다.
뉴베리상은 아동문학인데, 보니까 얇아보이진 않던데요. 그래도 아동문학이라 비교적 쉬운 편일까요?

거리의화가 2022-11-07 17:42   좋아요 1 | URL
네. 아동문학 치고 얇지는 않은데 스토리의 힘이라고 금방 읽혀요!ㅎㅎ 근데 단어는 좀 원서를 읽어보니 약간 용어들이 초등학교 수준은 아니고 5~6학년 이상 수준 정도인 것 같아요. 아니면 중학교?ㅎㅎ 암튼 그래도 문장 구조가 어렵지는 않아요.

mini74 2022-11-07 16:08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누베리상 책들은 어른들이 읽어도 좋은거 같아요. 이야기의 힘은 정말 강하다고 생각합니다. 기억전달자 책도 생각나네요 ~

거리의화가 2022-11-07 17:43   좋아요 2 | URL
맞아요. 어른들 가끔 찌들 때 이런 책 한번씩 읽어주면 좋은 것 같습니다^^
기억전달자 책과 비슷한 거 맞아요. 역시 미니님!ㅎㅎㅎ
 
콜롬비아 엑셀소 디카페인 - 200g, 홀빈
알라딘 커피 팩토리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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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안에 들어가면 산뜻함이 먼저 느껴지고 잠시 머물 때 전체적으로는 달지만 부담스럽지 않은 산미가 있다. 늦은 오후나 저녁에 마시기에도 부담스럽지 않은 적절함이다. 역시 드립백보다 원두라서 내릴 때의 향긋함이 좋았고 부드러운 뒷맛이 인상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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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티나무 2022-11-05 19:4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오 저도 이번에 이거 샀어요.^^

거리의화가 2022-11-05 20:15   좋아요 0 | URL
오! 난티나무님 평 궁금합니다^^ 향긋한 커피타임~!!!

scott 2022-11-05 21:5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확실히 원두로 구매해야 맛의 깊이를 느낄 수 있죠

전 한 번에 구매 할때 2킬로 그램씩 구매를 해놔서
알라딘 커피는 주로 드립백으로만 구입 하게 되네요 ^^

거리의화가 2022-11-06 09:13   좋아요 1 | URL
헉. 2킬로ㅋㅋㅋ 저도 커피를 많이 마셔서 원두를 쟁여놓는 편이긴 합니다. 알라딘 커피 쿠폰 써야 해서 매달 주문하는데 역시 드립백은 향이 좀 덜하고 그래서 원두가 낫더라구요. 물론 드립백은 편하지만ㅎㅎㅎ
 
하버드-C.H.베크 세계사 : 1750~1870 - 근대 세계로 가는 길 하버드-C.H.베크 세계사
세바스찬 콘라드.위르겐 오스터함멜 책임편집, 이진모.조행복 옮김 / 민음사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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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대‘라는 명사는 오랫동안 그리 일상적으로 사용되지는 않았다. 그것이 처음 등장한 것은 사실 19세기 후반부였다. 이 새로운 용어를 처음 만들어 낸 것은 프랑스 시인 샤를 보들레르Charles Baudelaire(1821~1867)였다. 그는 ‘근대‘라는 용어를 통해 도시적 삶의 일시적이고 덧없음을 표현했으며, 그 과정에서 과거와 미래 사이의 급격한 단절을 특징으로 하는 새로운 시간 개념을 탄생시켰다. 하지만 수많은 동시대인들은 보들레르보다 훨씬 먼저, 그리고 ‘근대성‘ 개념(독일에서는이 개념이 1895년에 처음으로 브로크하우스 백과사전Brockhaus-Enzyklopadie』에 수록되었다.)이 확립되기 훨씬 전에 매일의 일상 속에서 근대 세계를 접하고 있었다. - P31~32

베크 세계사 이번 시리즈는 18세기 중반부터 19세기 중반을 다루지만 큰 범위에서 19세기를 다룬다고 생각하는 것이 좋겠다(장기 19세기로 정리했다). 지난 시리즈(1350~1750)는 너무 방대한 세기를 한꺼번에 담고 있어서 폭이 굉장히 넓은 느낌이었는데 이번 시리즈는 상대적으로 100여년의 시간을 담고 있어 압축적인 시대상을 확인할 수 있다. 책임 편집자가 제바스티안 콘라트와 위르겐 오스터함멜인데 이전에 오스터함멜 19세기 세계사인 대변혁(3부작)을 읽은터라 상대적으로 읽기 좀 수월하지 않았나 싶다.

이번 시리즈는 정치, 경제, 문화, 사회 파트로 각 단락이 나누어져 있어서 앞 내용과는 별개로 뒷 내용을 받아들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다만 가능한 각 챕터는 한 번에 읽는 것이 더 좋겠다.

'근대적'이라는 개념은 개인, 행위자의 생각, 자기 자신을 이해하는 개념이다. 따라서 역사 속 행위자들은 자신이 생각한 근대화 개념에 따라 움직였다. 19세기는 미래와 전통이 접목되고 인구의 폭발적인 증가와 이동이 있었으며 사람 간의 만남이 이루어진 시기였다.


19세기 정치사는 전지구적 세계 공동체만 집중하면 안되고 여러 국가로 구성된 지역들에 주목해야 한다고 저자는 말한다. 여기서의 지역은 1770년대에서 1920년대 역사적 흐름에 토대를 둔 것으로(지리적 결정론과 상관없이 정치적 정체성과 지정학적 가상 네트워크에 따른 것) 각 지역 내의 정치 중심지를 중심으로 지역 내부와 교류 과정에 주목하고 있다.
이를 바탕으로 각 시기를 구분하면 다음과 같다.
1750~1815(과도기): 이슬람 세계, 동아시아, 유럽-대서양 영역이 서로 상대적으로 존재하다 대서양 혁명으로 유럽의 질서가 재조직된 시기. 지역들이 연결된 세계에서 유럽과 이슬람 지역이 밀접히 연계되는 전환 과정. 아메리카의 등장.
1830~1880: 유럽이 지배하는 제국적 세계에 동아시아 지역이 통합된 시기. 왕실 간 방문과 국가 간 조약 체결, 국제 협회 가입 등의 국제 외교, 국제법의 관행을 이용한 정당성 확보. 유럽 제국의 기독교 정체성과 무슬림 왕조(오스만) 사이의 대립과 긴장 발생.
1880~1차 대전 이전: 세계질서의 지정학화와 재지역화. 인종과 문화를 서열화하여 지배를 정당화한 제국들의 등장. 아프리카, 이슬람 세계의 역할 부각.

불평등한 권력관계, 정치성을 띤 정체성, 국제기구의 작동 방식에 대한 불만, 지역 동맹 모색, 종교적·인종적 정체성과 외교정책 사이의 관계 등 현대의국제 질서가 던지는 수많은 도전은 장기 19세기에 그 뿌리를 갖고 있다. - P302

세계가 서양과 아시아, 이슬람 세계, 아프리카, 라틴아메리카라는 몇 개의정치 블록으로 구분된 것은 18세기 이래로 이어져 온 현상이라기보다는 오히려 20세기 초의 제국적 질서가 세계화되는 과정에 발생한 위기를 반영한 것이었다. 오늘날 우리가 알고 있는 문화적으로나 대륙별로 구분된 지역들은이미 이전에 존재했던 지역으로 이루어진 세계의 유산이라기보다 19세기 말의 제국적 세계화의 결과였다는 말이다. - P302

19세기 경제는 산업화와 국제 무역이 핵심이다. 산업화는 세계 무역의 경제적 성격을 크게 변화시켰고 각국은 이로 인해 전략을 모색해야 했다. 국제 무역이 발전하게 된 이유는 1850년 이후, 특히 1870년 이후 산업 혁명과 새로운 운송 기술을 통해서였다.
19세기 산업화는 유럽의 발전을 만든 토대였다. 영국은 공장 기반의 산업 시설인 방적기와 직조기를 바탕으로 19세기 내내 직물 산업의 부흥을 만들어낸다. 유럽은 에너지원으로 석탄을 사용하고 철과 강철을 대량 생산하면서 교량과 선박, 기차를 만들어내는 바탕이 되었다. 다만 그 외 지역은 이전과 뚜렷한 변화가 없었다. 산업화는 경제, 사회를 전반적으로 변화시키면서 국민의 삶도 바꾸는 계기가 된다.
1900년대에 들어오면 미국이 세계 최대의 국민 경제를 달성하며 유럽을 잇는 경제 대국으로 성장한다. 반면 남아메리카는 산업화와 무역에서 혜택을 입은 사람들이 소수에 불과했다. 북아메리카와 남아메리카는 모두 정치적으로 공화제임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차이가 있었던 것은 남아메리카의 풍부한 천연자원과 다양한 구성의 주민 집단에 원인이 있었다.
산업 자본주의, 금융 자본주의로 이루어진 19세기 말 대서양 경제는 금융 제도가 확대되고 산업이 성장하고 무역이 증가하면서 서로 긴밀히 연결되었다. 현재의 산업, 금융 경제는 이 시기가 바탕이 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한국 경제의 국가 주도 성장 모델이 일본의 국가 주도 산업화 프로젝트에 의거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경제적 측면에서 19세기의 산업화에는 새로운 기술, 기계 도입을 위한 자본, 그 기계를 다룰 수 있는 노동력이 필요했다. 라틴아메리카에서는 유럽이 19세기 말의 산업화를 위해 필요한 자본과 기계, 노동력을 제공한 원천이었다. 인도에서는 원주민들의 노동력과 국내외 자본이 서양 기술을 도입하고 산업 영역을 발전시키는 데 사용될 수 있었다. 이들 지역에서 산업화가 발전하고 확산되는 데 한계가 있었던 것은 서양인들 때문이 아니다. 많은 부분이 지역적 조건과 관계가 있다. 라틴아메리카에도 남아시아에도 수많은 지역을 광범위한 교역 네트워크로 통합하고 주민들을 거기에 많이 참여시킬 수 있는기존의 무역 체계가 없었다. 해외무역과 지역 교역을 연결하는 구조도 유럽이나 미국보다 덜 발달해 있었다. - P423~424

19세기 문화사에는 대체로 세 가지 관점이 존재한다. 근대화론, 탈식민주의, 복수의 근대성이다. 첫 번째 해석은 역사는 진보했다라는 관점에 맞춰진 것으로 유럽과 서구 중심성에 근거를 둔다. 두 번째 해석은 근대화론과 상반되는 것으로 근대적 세계관을 제국주의의 관점에 의거해 비판적으로 바라보는 것이다. 세 번째 해석은 세계 곳곳의 다양한 형태의 근대화와 세계적으로 나타난 초기 근대성의 형성에 주목한 것이다. 다양성에 초점을 맞춘다고 볼 수 있는데 초기 근대화, 특히 아시아의 근대성에 주목한 것이 특징이다. 저자는 이 세 가지 관점에 더하여 상호 작용과 교류에 주목하며 통합적 관점도 함께 제시한다.
19세기 후반 전통적 지역이 광범위한 네트워크로 연결, 대체되면서 새로운 통합 지역이 만들어졌다. 이 과정에 유럽 제국의 팽창, 교통과 통신의 혁명, 국제적 국가 체제의 확립, 자본주의의 발전이 역할을 담당했다. 계몽주의는 유럽 중심주의적 해석이라 재해석이 필요하지만 초국적 교류의 증대와 세계의 점진적 통합을 이루어내자라는 주장은 세계 역사를 구성하는 한 부분이라는 측면에서 바라볼 필요가 있겠다. 시간 체계의 변화로 전 세계가 영향을 받지 않는 곳이 없게 되었다. 이는 표준화된 시간, 세계시의 발명 등으로 나타났다. 종교는 상호 연결과 상호 작용이 증대하는 상황에서 변화의 역할을 맡았다. 다만 대표 종교들이 제국주의와 식민주의에 부응했다는 점은 씁쓸했다.

시간 혁명은 무엇보다도 사회적 관행과 세계질서에 나타난 광범위한 변화의 결과로 이해해야 한다. 많은 과정이 서로 영향을 주고 받았는데, 다음과 같은 것이 포함된다. 국민국가가 수행한 표준화 기획, 시간의 정밀한 계측을 촉진하는 동시에 시간의 우주론적 의미를 훼손한 자연과학의 발전, 증기기관 시대의 기술적 성취, 생산과 사회적 관계의 점진적인 자본주의적 변화, 마지막으로 제국주의 시대의 변화하는 지정학적 질서. 이러한 과정들은 영국이나 세네갈, 오스만 제국이나 인도네시아의 역사적 행위자들이 시계와 시간 엄수, 진보의 체제를 점차 자명하고 유익하며 나아가 불가피한 것으로 인식할 수 있는 사회적 조건에 영향을 끼쳤다. - P627

19세기 사회사는 지역이나 국가의 개별 역사를 이어 붙이거나 총합과 일반화를 통해 귀납적으로도 구성할 수 없다는 저자의 말이 와 닿았다. 1800년대 접어들면 유럽에 정치와 경제가 분리되는 현상이 나타난다. 정치 영역은 힘과 권력에 좌우되고 경제 영역은 재산이나 화폐 유통과 교환에 좌우되었다. 법률의 중요성이 나타나고 노동자의 중요성이 대두되었다. 이런 관념들은 유럽 곳곳에 수용되었으나 그 이외 지역에 받아들여지기까지는 한참이 걸렸다. 1900년 즈음이 되면 표준 체계가 생긴다. 세계의 모든 대륙은 개별 접촉을 넘어 소통하기 시작했다. 1860년대 우편통신을 시작으로 기술과 행정이 표준화되면서 국경을 넘게 된다. 하지만 사회의 발전에 따른 위계질서가 강화되었다. 귀족과 평민이 대립했고 사람들의 이주가 증가하며 계층 구조가 더 심화되었으며 피부색이나 종족에 의한 불평등도 강화된 것이다. 상업이 발달하고 화폐가 교환되기 시작하면서 소비 사회가 팽창한다. 운송 수단의 수요가 늘어나면서 각 거점은 도시로 발달하였다. 증기선과 철도 등의 등장으로 상인 네트워크의 반경이 확대됨으로써 이주할 수 있는 조건이 만들어진다. 이것이 곧 디아스포라 사회, 유입 사회의 생산으로 이어졌다. 커뮤니케이션의 양이 증가하면서 책이 제작되고 신문이 발행되었다. 또 세계적으로 전신망이 곳곳에 구축되면서 속도가 빨라진다. 사진, 영상이 시작되었으며 건축도 등장한 시기다.

19세기에 인간의 이동성은 기존 국민국가들 사이에서만 발생한 것은 아니다. 이동성은 국가와 사회를 형성하는 힘이 되기도 했다. 많은 경우에 사회와 국가는사실상 이동성으로부터, 이동성을 통해 생성되었다. 유입 사회는 19세기에 전세계적인 사회적 경관의 주된 요소가 되었다. - P941


19세기는 여러 모로 지금의 우리와 뗄레야 뗄 수 없는 많은 것들이 만들어졌다. 산업, 금융을 바탕으로 한 경제 시스템, 사진, 인쇄술, 영상을 대표하는 사회적 산물, 전 지구적으로 연결된 네트워크 기반으로 한 다양한 문화, 제국주의와 식민주의, 국가주의를 바탕으로 이루어진 정치적 구조 등이 우리 곁에 지금도 존재하고 있는 것들이다.

다음 시리즈는 한국 근대사와 일제 강점기에 해당하는 시기라 개인적으로 가장 관심을 가지게 되는 시기다. 이 책도 기대해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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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ott 2022-11-04 21:5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이 방대한 역사 리뷰로 정리 하기 힘들 정도 인 것 같습니다

다음 시리즈 기대!

천페이지! 분량 화가님 완독 응원합니다 ^^

거리의화가 2022-11-05 07:41   좋아요 1 | URL
100여년이 넘는 세월인데 압축적으로 획기적인 변화들이 일어난 시기라 당시 사람들은 요지경 세상으로 느끼지 않았을까 생각했습니다^^ 다음 시리즈도 기대되어요. 스콧님 감사합니다^^

독서괭 2022-11-05 12:5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와 이 묵직한 책 다 읽으셨군요! 이게 연대별로 시리즈로 있는 거예요? 칭찬 많이 하셔서 항상 역사지식 부족에 부끄러움을 갖고 있는 저는 일단 담아두긴 했습니다만..ㅎㅎ

거리의화가 2022-11-05 13:32   좋아요 0 | URL
네 괭님^^ 이게 고대부터 시작해서 현대까지인데 1350년 이전의 두 시리즈는 아직 출간이 안되었고 그 이후만 출간되어 있는 상태예요. 나중에 마저 출간되면 모아놓고 읽어야겠죠!
이 책이 좀 어려울 수도 있지만 전체적인 흐름 잡기에는 좋은 책입니다. 그리고 이런 책들 두 세 시리즈 정도 읽으면 확실히 개념이 잡히더라구요. 괭님 댓글 감사합니다^^

독서괭 2022-11-05 13:33   좋아요 1 | URL
이런 책들 두세시리즈… 쉽지 않겠지만 꼭 도전해보고 싶어요~ 그때는 역사전문 화가님이 추천하시는 책들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