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이야기 전달자 - 2022년 뉴베리상 100주년 대상 수상작 오늘의 클래식
도나 바르바 이게라 지음, 김선희 옮김 / 위즈덤하우스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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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 없는 세상은 죽은 거나 마찬가지야." - P82

기억을 강제로 지우고 다른 기억을 채운다면? 과거를 잊고 살아가야 한다면? 나의 과거가 모두 끊어진다면?

기억은 총체적인 집합체이다.
간접적이든 직접적이든 내가 경험한 것일수도 있지만 누군가로부터 들어서 알게 된 이야기나 지식도 기억을 구성하는 물질이 된다.

"나도 할머니처럼 되고 싶어요. 이야기 전달자요."
"이야기 전달자, 그래. 그건 네 핏속에 흐르지. 하지만 그냥 나처럼 되고 싶다고? 아니, 아가. 넌 네가 누구인지 알아내야 해. 그리고 알아낼 거야."
"넌 이야기를 망칠 수 없어. 이야기는 수백 년 동안 이어져 왔으니까. 그리고 수많은 사람을 거쳐 너를 찾아냈어. 이제 그걸 네 이야기로 만들렴."
나는 할머니와 할머니의 엄마, 그리고 그 엄마의 엄마를 생각했다. 그 사람들은 얼마나 많이 알까? 그 사람들을 뒤따르는 나는 누구일까? - P12

할머니를 제외하고 페트라 페냐의 가족은 우주선을 타고 태양계 밖의 세이건이라는 행성에 가게 되었다. 페냐는 자신만의 이야기를 찾으라는 리타 할머니의 당부를 안고 두렵지만 발걸음을 내딛는다. 2061년 7월 28일 그렇게 그들은 지구를 떠났다. 우주선에는 모니터 요원들이 배치되고 실험 대상들이 잠들어 있는 동안 끊임없는 감시가 이어진다.콜렉티브는 엔 코그니토 프로그램을 통해 사람들의 기억을 모두 지우려 한다. 콜렉티브가 이야기한 것은 '과거의 상처와 고통을 지울 수 있다'라고 강조한다. 하지만 벤을 비롯하여 우주선에 탄 과학자들과 의사들은 콜렉티브의 의견에 동조하지 않고 저항했다. 규칙과 단합, 동지애를 강요하며 사람들은 계속 희생당하지만 그들은 어떻게든 최소한의 기억을 잡으려고 분투한다. 과연 그들은 어떻게 되었을까?

"우리는 이제 단 하나의 유닛입니다. 과거의 악은 없습니다. 과거는 존재하지 않기에, 우리는 새 역사를 창조할 필요가 더 이상 없을 것입니다. 오늘의 콜렉티브와 새로운 행성은 우리의 시초가 될 것입니다. 콜렉티브는 우리의 새로운 집을 훨씬 나은 곳으로 바꿀 것입니다." - P151

사람마다 다 다르다. 때로는 엉망진창이다. 그래도 다채롭고, 획일적이지 않으며, 아름답다. - P348

새로운 행성을 찾는다는 허울 같은 명분으로 사람들의 다양성은 철저히 무시된다. 그곳은 자신의 목소리를 내고 자신만의 이야기를 내뱉지 못하는 우주선 안의 세계다. 페냐는 우주선 안에서도 그들에게 조용히 반항하며 할머니가 어릴 적부터 들려준 이야기(쿠엔토)를 친구들과 나눈다. 친구들은 이제 어느덧 페냐가 쿠엔토를 들려줄 시간을 손꼽아 기다리게 된다. 이야기의 힘은 그런 것이다.

이야기가 전승되는 한 자신과 가족, 그 조상의 이야기는 먼 미래까지 이어질 것이다. 기록과 이야기는 자신의 책을 가지는 것과 같다.

책을 읽다가 감정이 점점 고조되었다. 자연스레 지구의 운명을 생각해보게 된다. 결말이 궁금해서 중간부분부터는 끝까지 한 번에 읽어내려갔다. 외로운데 외롭지 않은 느낌, 묘한 여운을 느끼게 하는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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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ott 2022-11-05 21:5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오! 이책 뉴베리상 100주념 기념 수상작이라고 해서 킨들로 냉큼 구매 해 놓고 아직까지 터치 하지도 않았는데
화가님 리뷰 읽으니 마지막 문단에 여운이 !ㅎㅎ

거리의화가 2022-11-06 09:16   좋아요 2 | URL
원서는 킨들로 주문하려고 했는데 가격 확인해보니 쿠폰 쓰면 알라딘이 더 저렴하더라구요. 환율이 워낙 올라서 킨들 이북도 할인할 때나 살 수 있을 것 같아요ㅠㅠ 암튼 은근히 여운이 가는 책이었어요.

희선 2022-11-06 02:47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지난날에 붙잡히는 건 안 좋겠지만, 지난날도 알아야 지금을 살지 않을까 싶습니다 역사와 다르지 않네요 한사람 한사람의 이야기는 중요하죠 지금 세상도 똑같기를 바라기도 하는군요 다른 것도 받아들이면 좋겠습니다


희선

거리의화가 2022-11-06 09:17   좋아요 2 | URL
희선님 말씀처럼 역사와 전통이라는 것이 사람들을 연결시켜주는 매개체이겠구나 생각을 하게 됩니다. 각자의 이야기가 모이면 여러 사람의 이야기가 되고 그런 것이겠죠. 세상을 하나로 통합시킨다는게 얼마나 폭력적인지도 느끼게 했어요^^

호우 2022-11-06 09:22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다양성이 존중되지 않는 세상은 무섭죠. 세상은 혼돈 그 자체이지만 그래서 살만한 거겠지요.

거리의화가 2022-11-06 20:31   좋아요 3 | URL
대한민국 사회가 특히 갈등을 두려워하는 게 큰 것 같아요. 어렸을 때부터 모나고 튀는 것을 유별나다고 많이 이야기를 듣기도 하니까요. 이런 문화부터 바뀌어야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호우님 감사합니다^^

독서괭 2022-11-07 15:3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오, SF군요?? 이야기의 힘이라.. 궁금합니다.
뉴베리상은 아동문학인데, 보니까 얇아보이진 않던데요. 그래도 아동문학이라 비교적 쉬운 편일까요?

거리의화가 2022-11-07 17:42   좋아요 1 | URL
네. 아동문학 치고 얇지는 않은데 스토리의 힘이라고 금방 읽혀요!ㅎㅎ 근데 단어는 좀 원서를 읽어보니 약간 용어들이 초등학교 수준은 아니고 5~6학년 이상 수준 정도인 것 같아요. 아니면 중학교?ㅎㅎ 암튼 그래도 문장 구조가 어렵지는 않아요.

mini74 2022-11-07 16:08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누베리상 책들은 어른들이 읽어도 좋은거 같아요. 이야기의 힘은 정말 강하다고 생각합니다. 기억전달자 책도 생각나네요 ~

거리의화가 2022-11-07 17:43   좋아요 2 | URL
맞아요. 어른들 가끔 찌들 때 이런 책 한번씩 읽어주면 좋은 것 같습니다^^
기억전달자 책과 비슷한 거 맞아요. 역시 미니님!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