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 갈 거에요?"
"내일 아침 일찍 가야지."
설 명절이 코 앞이다. 시댁을 방문하는 것은 여전히 내게 전쟁을 치르는 것 같은 느낌이다. 어른들을 만나서 인사하고 이야기를 나누는 일이 왜 이리 익숙해지지 않는지. 그렇다고 적극적으로 음식을 제대로 하는 것도 아니고 그저 약간 돕다가 뒷정리 돕고 어른들 이야기에 장단 맞추는 것일 뿐인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껄끄럽고 부담스럽다.
옆지기의 말에 나도 모르게 속으로 가기 싫다는 말을 되뇌였다. 하지만 그렇다고 안 갈수는 없는 노릇이고 간다면 좀 늦게 갔으면 하는 바람을 하게 되는 것이다.
가야 할 이유를 찾는다. 시아버님 산소에 가봐야 하니까. 한 번도 뵌 적이 없는 분이지만 늘 어떤 분이셨을까를 생각한다. 옆지기의 따뜻함과 배려가 분명 아버님께 물려받은 것일 거라고 나는 그를 만나며 몇 번이나 생각했었다. 나의 지나친 이기심과 탐욕을 그이기에 받아주는 것이라고 생각했던 적이 많았다. 1년에 몇 차례 방문할 때 잠시 동안 아버님을 생각할 때 옆지기의 얼굴을 자연스레 보게 된다. 오래된 일이라 이제는 덤덤해보이지만 그럼에도 분명 그는 아버님이 그리웁겠지. 이번에도 아버님을 찾아뵙고 우리를 잘 봐달라고 인사드리고 와야겠다.
책을 가져가봐야 읽을 수 없을 테니 오디오북을 들으려고 한다.
그리고 아마 강의도 듣지 않을까 - 정희진 쌤 매거진 남은 에피소드들과 <통감절요> 강의
그리고 책이 귀에 들어오지 않으면 중드를 볼 것 같다.
바람이 매섭게 부는 걸 보니 날이 심상치가 않다. 무척 추워질 거라고 하는데 어디 나갈 때는 옷깃 단단히 여미시고, 건강하고 행복한 설 연휴 되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