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 갈 거에요?"

"내일 아침 일찍 가야지."

설 명절이 코 앞이다. 시댁을 방문하는 것은 여전히 내게 전쟁을 치르는 것 같은 느낌이다. 어른들을 만나서 인사하고 이야기를 나누는 일이 왜 이리 익숙해지지 않는지. 그렇다고 적극적으로 음식을 제대로 하는 것도 아니고 그저 약간 돕다가 뒷정리 돕고 어른들 이야기에 장단 맞추는 것일 뿐인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껄끄럽고 부담스럽다.
옆지기의 말에 나도 모르게 속으로 가기 싫다는 말을 되뇌였다. 하지만 그렇다고 안 갈수는 없는 노릇이고 간다면 좀 늦게 갔으면 하는 바람을 하게 되는 것이다.

가야 할 이유를 찾는다. 시아버님 산소에 가봐야 하니까. 한 번도 뵌 적이 없는 분이지만 늘 어떤 분이셨을까를 생각한다. 옆지기의 따뜻함과 배려가 분명 아버님께 물려받은 것일 거라고 나는 그를 만나며 몇 번이나 생각했었다. 나의 지나친 이기심과 탐욕을 그이기에 받아주는 것이라고 생각했던 적이 많았다. 1년에 몇 차례 방문할 때 잠시 동안 아버님을 생각할 때 옆지기의 얼굴을 자연스레 보게 된다. 오래된 일이라 이제는 덤덤해보이지만 그럼에도 분명 그는 아버님이 그리웁겠지. 이번에도 아버님을 찾아뵙고 우리를 잘 봐달라고 인사드리고 와야겠다.


책을 가져가봐야 읽을 수 없을 테니 오디오북을 들으려고 한다.

 


그리고 아마 강의도 듣지 않을까 - 정희진 쌤 매거진 남은 에피소드들과 <통감절요> 강의



그리고 책이 귀에 들어오지 않으면 중드를 볼 것 같다.



바람이 매섭게 부는 걸 보니 날이 심상치가 않다. 무척 추워질 거라고 하는데 어디 나갈 때는 옷깃 단단히 여미시고, 건강하고 행복한 설 연휴 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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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목련 2023-01-20 10:1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오디오 북도 좋을 것 같네요. 잘 다녀오시고 평온한 명절 보내세요^^

거리의화가 2023-01-20 10:34   좋아요 0 | URL
네. 오며 가며 듣기에는 오디오북이 좋아요. 아무래도 차 안에서 종이책은 보기 어렵죠^^
자목련님도 명절 잘 보내시길!

독서괭 2023-01-20 10:1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화가님 옆지기님이 참 좋은 분이시군요! 이렇게 배우자 칭찬하는 모습은 보기 드문데😅 멋집니다!
제 옆지기도 아버지가 일찍 돌아가셔서 뵙질 못했는데 저는 딱히 남편이 아버지를 닮았다고 생각해 본 적이 없었네요…
오늘 진짜 너무너무 추워요. 빙판 조심하세요!

거리의화가 2023-01-20 10:37   좋아요 1 | URL
ㅎㅎㅎ 배우자 칭찬... 사실 직접적으로는 못하고 주변에 이야기할 때만 칭찬을!(귀에 들어가긴 하겠죠?ㅋㅋ)
아... 괭님 배우자님도 그러시군요ㅠㅠ 연애하기 전 썸탈 때 좀 외로워보일 때가 있었거든요? 그 모습이 짠하더라고요. 그러면서 홀랑 넘어간 것 같은ㅋㅋㅋ
춥죠~ 목도리 칭칭 감아매고 옷 따뜻하게 입으세요^^ 명절도 잘 보내시길요!

stella.K 2023-01-20 12:3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역시 시댁 가는 일은 언제나 쉽지 않군요. 그러니 시월드겠죠? ㅋ
그래도 안전하게 잘 다녀오십시오.
명절 즐겁게 보내시구요.^^
이젠 겨울도 다 간 모양인가 보다 했는데
역시 겨울은 겨울인가 봅니다.
이 추위 지나면 뭐 또 춥겠나 싶네요. ㅎ

거리의화가 2023-01-20 13:13   좋아요 1 | URL
이번에도 유연하게 잘 처신하고 와야겠다 그런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오늘이 대한인 만큼 막판 추위가 기승인 모양이에요. 스텔라님도 명절 즐겁게 잘 보내시길요^^

페넬로페 2023-01-20 13:42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도 시아버님을 뵌 적이 없는데 시댁 식구들 전체가 자상하고 정이 많아 가정을 무척 따뜻하게 하셨던 분이라고 생각했어요~~
그래도 이상하게 시댁 간다는건 부담이 있죠^^
한파가 온다고 합니다.
화가님, 시댁 잘 다녀오시고 따뜻하고 자상한 남편분과 설 연휴 행복하게 보내세요^^

거리의화가 2023-01-20 14:52   좋아요 2 | URL
가끔 직접 뵈었으면 어땠을까 그럴 때가 있거든요. 그래서 남편 모습을 보며 시아버님이 이랬겠구나 떠올려보곤 하는 것 같아요. 페넬로페님도 그러시겠죠. 희한하게 시댁 가는 건 왜 부담이 되는 걸까요?ㅎㅎㅎ
모쪼록 행복한 설 연휴 되시길 바랍니다!

라로 2023-01-20 14:0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는 시아버님이 몇 년전에 돌아가셨는데 돌아가시기 몇 주 동안 우리가 굉장히 많은 대화를 나눠서 그런가 아버님 생각이 많이 나요,, 거리의 화가님 아버님도 남펴분에 대한 것을 읽으니 그런 분인 것 같아요. 이번 설 잘 다녀오시고 가족분들과 (시댁) 좋은 추억 만들고 오시기 바랍니다.

거리의화가 2023-01-20 15:09   좋아요 0 | URL
라로님 그 시간이 참 소중하셨을 것 같아요^^ 그래서 아버님 생각이 나시는 거겠죠.
주변 사람들에게 좋은 기억을 안겨주고 떠나간다는 건 그 사람의 아름다운 마무리라는 생각이 듭니다. 좋은 삶을 살고 가신 것 같네요.
라로님 감사합니다^^

책읽는나무 2023-01-20 16:3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는 아버님 돌아가신지가 올 해 10 년쯤 되었네요. 10 년 조금 넘게 뵈었구요.
아들은 아버지를 닮는다는 말 맞는 것 같아요.
저도 남편을 지켜보면서 한 번씩 ˝당신, 아버님 많이 닮아가는 것 같네˝ 라고 야기해 주면 남편은 썩~ 좋아하진 않던데(남편은 아버님보다 어머님을 더 좋아하거든요ㅋㅋ) 그래도 제겐 제가 기억하는 아버님의 모습이 있기 때문에 문득문득 생각하는 방식이나 말투가 비슷하다~ 아들은 닮는구나! 생각하곤 합니다. 아마 화가님의 남편 분도 시아버님 많이 닮으셨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아버님께 인사 잘 드리시고, 설 연휴 평안하게 계시다 오시길 바랍니다^^

거리의화가 2023-01-20 21:40   좋아요 1 | URL
남편 분은 어머니를 더 좋아하시는군요!ㅎㅎ 그래도 어쨌든 아들은 아버지를 닮아가는 게 맞는 것 같아요. 본인도 갈수록 그걸 느끼지 않을런지~^^
이제 세월이 많이 흘러 남편은 막상 시아버님 생각이 점점 드문드문 나겠지만... 또 그 빈자리는 분명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잘 다녀올게요. 나무님도 설 연휴 무사히 잘 보내시길 바랍니다^^

그레이스 2023-01-20 19:2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무것도 안해도 부담스럽죠^^
저도 남편 보며 시아버님은 어떤 분이셨을까 생각해보곤 해요^^

날씨가 많이 춥네요
명절 잘 보내세요~~~

거리의화가 2023-01-20 21:41   좋아요 1 | URL
그쵸. 아무 것도 안해도 뭔가 불편한 그 느낌!
어쨌든 아들과 아버지는 특별하다는 생각이에요. 딸과 엄마의 관계처럼요.

날이 너무 춥습니다. 명절 따뜻하게 보내세요^^

바람돌이 2023-01-20 23:0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도 뭐 여전히 명절날 시댁을 가는건 전쟁을 치르러 가는 기분입니다. 이건 뭐 안 바뀌는거 같고요.
완전히 편해질 수 없는 사람들 틈에서 내 맘대로 할 수 있는게 하나도 없는 분위기에서(심지어 tv도 나 보고 싶은거 못보잖아요. 저는 미스터트롯 너무 싫어하는데 명절날 가면 눈 뜨 있는 시간은 계속 그거 보고 듣고 해야 합니다. ㅠ.ㅠ) 긴 시간을 있어야 하니까 그런거 같아요. 일종의 수련, 봉사정신 이런걸로 버틴다고 생각해요. ㅎㅎ
무사히 잘 다녀 오세요. 저는 가까워서 내일 아침에 갈건데 마음은 똑같습니다. ㅎㅎ 명절 잘 보내시고요.

거리의화가 2023-01-23 22:19   좋아요 0 | URL
명절 전날 시댁에 내려갔는데 어찌나 피곤하던지 밤 9시를 못 넘기고 잠들었습니다^^;;; 채널은 포기한지 오래됐구요ㅋㅋ 저는 생긋 생긋 웃는게 힘들더라구요. 뭐 그렇지만 다년간의 사회 생활로 쌓인 노하우로 버티고 돌아왔습니다! 바람돌이님도 연휴 잘 보내셨길 바라요~*^^*

희선 2023-01-22 02:0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명절이면 시집에 갈 일이 걱정스럽겠습니다 마음 편하게 먹으려 해도 잘 안 될 것 같네요 그래도 편안하게 조심해서 다녀오시기 바랍니다 추위가 설연휴에도 이어지는군요 거리의화가 님 명절 잘 쇠세요


희선

거리의화가 2023-01-23 22:21   좋아요 0 | URL
마음처럼 그렇게 실상 되지 못하는 것 같아요. 저는 어른들께 사근사근 하는것을 잘 못해서 음... 시간이 지나도 이건 잘 안되는 것 같네요. 그래도 점점 나아지는 것 같긴 합니다만^^;
희선님도 명절 잘 보내셨길 바랍니다. 내일 날이 엄청 춥다던데 건강 유의하시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