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언 애듀케이션 - An Education
영화
평점 :
상영종료
오늘 아침은 학교 가는 딸아이 먹이고 남은 미역국 건데기와 딱딱한 누룽지 한 덩이에
남편의 해장국으로 급히 끓인 콩나물국 국물을 부어 푹푹 끓여 먹었다.
잘 익은 김장김치와 함께 먹었더니 정말 맛있었다.
딸아이가 봤다면 기절했으리라.
나도 옛날에 그랬으니까.
김치찌개나 된장국 남은 거에 식구들이 먹다남긴 밥을 넣고 남은 반찬을 몽땅 그러모아
끓이거나 비빈 밥을 엄마는 잘도 드셨는데 나는 그녀의 그런 모습이 질색이었다.
식당에서 남은 음식을 싸가지 못해 안달하는 엄마가 부끄러웠는데
우리 가족의 눈에 비친 요즘 내 모습이 그렇다.
알뜰한 주부와는 거리가 한참 먼 주제에
어쩌랴, 그러고 싶은걸.
17세 소녀 제니의 눈에 비친 부모님과 학교 선생님들의 모습이 바로 그랬으리라.
세상에는 눈이 휘둥그레지는 화려하고 맛있는 음식이 많은데
정체불명의 꿀꿀이죽을 퍼먹고 있는 초라한 몰골의 엄마라니...
(불과 1년 전까지만 해도 '맛없는 음식은 차라리 안 먹는다!'가 나의 원칙이었다.)
공부 잘하고 예쁘고 음악미술문학 등 다방면의 예술에 관심이 많은 17세 소녀 제니.
첼로를 안고, 장대비를 맞으며 하교하던 어느 날 오후,
한정판 골동품 자동차가 스르르 그녀 옆에 멈춘다.
그녀를 집까지 바래다준 중년의 남자 데이빗은, 라벨의 연주회장을 시작으로
음악과 그림과 샴페인과 향수 냄새가 진동하는 꿈에 그리던 세상으로 그녀를 안내하는데......
1960년대 초, 영국 런던의 평범한 가정과 고등학교를 배경으로
그 당시의 거리와 패션과 음악, 찻잔, 라디오, 양탄자, 포터블 전축, 냉장고 등
빈티지한 생활소품을 구경하는 재미도 쏠쏠하다.
데이빗은 <판타스틱 소녀백서>에서 소녀의 영혼을 매료시킨 사뮤엘(스티브 부세미)과는
다른 인간이다.
혹시 이 글을 읽고 오해하실까봐......
모범생이면서 영혼은 한없이 자유로운 17세 소녀 제니를 연기한 캐리 멀리건은
제니 그 자체로, 근래 본 영화 중 가장 매력적인 주인공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