좀 전 메일을 확인하러 한 포털에 들렀다가 메인에 뜬 기사 제목을 보게 되었다.
'반지하방만 골라 성폭행.'
안 그래도 더워 죽겠는데 열불이 확 솟는다.
침입이 쉽고 쥐도 새도 모르게 의도한 일을 해치울 수 있는 거처만 골랐다는 말이다.
거처뿐이겠는가, 만만한 대상을 골랐다는 말도 된다.
쥐새끼 같은 놈들.
내 결혼식을 앞두고 반지하방 중심으로 신혼집을 고르러 며칠 돌아다녀봐서
살아보진 않았지만 마치 살아본 것처럼 잘 아는 것 같은 기분.
그곳에 둥지를 튼 사람들도......
조금 다른 이야기지만, 오늘아침 산사춘님이 올린 페이퍼 '도둑이 들왔어요.'를 읽고
오래 전 일이 떠올랐다.
사촌 둘과 남동생과 허름한 골목 다세대주택에서 자취하는 동안 도둑이 두 번 들었다.
그런데 묘한 건 내 방은 거들떠보지도 않고 그냥 갔다는 것이다.
대학에 다니던 사촌여동생도 사치랑은 거리가 멀었지만 그래도 방에 들어가면
제법 화장품 냄새도 풍기고 침대도 있고 여학생 방답게 화사했다.
여동생의 책상 서랍 속 비상금과, 입학선물로 받은 금반지와 목걸이 세트, 시계,
그리고 조그만 휴대용 카세트 겸용 녹음기를 귀신같이 찾아내어 들고 갔다.
어떻게 생각하면 몹시 자존심 상하는 일이었다.
내 방은 책장도 없이 회사에서 허락받아 얻어온 몇 개의 서랍을 조립식 책장삼아
그 안에 그리고 위로 금방이라도 무너질 듯이 책들만 가득 쌓여 있었다.
그리고 낡은 비디오 겸용 텔레비전 한 대만 달랑.
흘낏 봐도 땡전 한 푼 안 나올 것 같았나?
잘 찾아보면 제법 멋스러운 하늘색 화장가방(연예인이 들고 다닐 것 같은
그 생뚱맞은 가방은 어느 날 골목에서 누가 버린 걸 주운 것) 안에
통장 두 개와 비상금 약간도 들어 있었는데 말이다.
좀더 프로페셔널한 도둑이었다면 그런 실수는 하지 않았을 텐데......
요즘 도둑들은 그 집 사정 뻔히 알면서 넘기 쉬운 담장만 넘고 허술한 문짝만 노리는가 보다.
훔칠 게 정 없으면 아이 방의 저금통까지 들고 가고......
엊그제 한 지인에게 안 들었으면 좋을 이야기를 전해 들었다.
고급아파트의 브랜드 인지도를 조사하기 위해 xx팰리스라든가 xx캐슬 등에 사는 사람 몇이
자신이 다니는 회사를 방문, 설문에 응했다는 것이다.
그런데 그곳의 시설이나 사는 내용 이야기를 전해듣고 입을 다물지 못했다.
그것까지는 좋았다.
아파트 관리비가 100만 원이라길래,
"아니 관리비를 한 달에 백만 원씩 내는 사람들이 잔돈 몇푼 벌려고 더운 날
남의 꼬지리한 사무실에 나와서 설문에 응해?"
하고 물었던 것.
갑자기 그 사실이 궁금했다.
벤츠를 타고 와서 한두 시간 그들이 도도한 자세로 설문에 응하고 받아가는 돈은 2,3십만 원.
일반 주부들이 반갑게 버선발로 달려와 생활용품이며 뭣이며에 관한 설문에 응하고
받아가는 돈은 그 십분의 일이란다.
세상 참.......
나는 거친 동작으로 맥주를 한잔 가득 따라 벌컥벌컥 마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