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아이를 학교에 보내지 않았다.
토요일에 분명 코감기 때문에 병원에 다녀왔는데 그래서 지어온 약을 먹이고 있는 중인데
이상하게 어제부터 열이 나고 목이 아파 밥을 삼키지도 못한다.

잠을 깊이 자지 못하고 뒤척이는 아이 때문에 나도 잠을 설쳤다.
책장수님이 토요일에 아이를 데리고 병원에 갔는데 그때,
"아이가 목이 아프다고 하지 않던가요?"라고 의사 선생님이 고개를 갸웃하며 물었단다.
그러니 고열을 동반한 목감기 전조가 분명 보였던 것.
그런데 그때까지만 해도 아이는 목이 별로 아프지 않았는지 고개를 저었다고 한다.
그래도 의심되는 목감기에 대한 처방도 함께 해줬어야 하는 것 아닌가?
병원 다녀온 날 밤에 고열이 오르고 침을 삼키지도 못할 정도로 아파하는 아이를 보니
속이 상했다.

아직까지 결석해 본 적이 없어서 아침에 좀 망설였다.
학교에 다녀오면 그때 병원에 데리고 가도 되지 않을까?
하지만 얼굴을 잔뜩 찌푸리고 책상 앞에 앉아 있을 아이의 모습을 생각하니
너무 안쓰러웠다.
그리하여 담임선생님께 전화를 했다. 하루 쉬겠다고.

오늘 아침 병원 문 열자마자 기세좋게 문을 밀고 들어가 1착으로 진료를 받았다.
학교에도 못 가고 얼굴을 잔뜩 찌푸리고 온 아이를 보자 의사 선생님도 덩달아 얼굴빛이 흐려진다.
그 선량한 얼굴에 대고 왜 목감기에 대한 처방은 해주시지 않았느냐고 물어볼 수가 있어야지.

평소 떠오르는 생각이나 느낌들을 당돌해 보일 정도로  솔직하게 이야기하는 편인데
요즘은 꿀꺽꿀꺽 삼키게 된다.
말해봤자 좋을 게 없다는 생각 때문에도 그렇고, 상대를 배려하는 마음도 조금은 들어있다.

아침에 병원에 가니 얼마나 분위기가 좋은지, 막 나온 가래떡을 사다가 봉지째 놓고
접수대의 간호사들은 커피와 함께 마시고 있었고,  라디오에서 조용한 음악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일상은 이렇게 잔잔하고 평화롭고 가래떡 맛 같은 것이로구나.

학교에 가지 않은 아이는 늦은 아침의 거리에 좀 어색한 모습이었다.
주사를 한 대 맞아서인지, 약을 먹어서인지 아이가 좀 괜찮아져서,
흰죽을 한 사발 끓여 좋아하는 보노보노 디비디랑 함께 대령해 주고
나의 일상으로 잠시 들어왔다.
연두색 포스트잇 서랍도 하나 슬그머니 만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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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phistopheles 2006-03-20 14: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맘 많이 아프시겠네요..^^ 저도 제 아들 말안들고 까불때는 짜증이 나다가도
그래도 건강하니까 저렇게 뛰어노는 거지..하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앗 보노보노...너부리야 너부리야~~ ㅋㅋ 엄청 재미있죠..^^

sooninara 2006-03-20 14: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가래떡 좋아하는데..(이건 아니지..)
주하야..빨리 나아라. 아이들은 아프다가도 금방 좋아지더군요.
밤새 아팠다면 심한건데..주사 맞았으니 낫겠죠.
건강이 최고!!

로드무비 2006-03-20 14: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메피스토님, 속이 좀 상하죠, 뭐.
보노보노 2편 보고 나면 찰리와 초콜릿 공장을 보겠답니다.
오늘은 마음껏 놀게 해주려고요.^^

아영엄마 2006-03-20 14: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런... 아이가 많이 아프겠군요. 목이 아프니 입맛도 없을테고... 얼른 나아서 가래떡 같이 말랑말랑하고 따끈따근한 일상으로 돌아가시길 바랍니다.(__)

mong 2006-03-20 14: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우 해마다 봄감기 지겨웠던 제 어릴적이 생각나요
주하야 얼렁 나으렴~

물만두 2006-03-20 14: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빨리 낫기를 바랍니다.

urblue 2006-03-20 14: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주하 아프면 안되는데. ㅠ.ㅜ

로드무비 2006-03-20 14: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블루님, 감긴데요, 뭐.^^

물만두님, 고마워요.^^

mong님, 내일이면 낫겠죠?
영화 보러 나가고 싶은데......^^

아영엄마님, 아이가 많이 아픈 부모들을 생각했어요.
집에 돌아오는 길에......


로드무비 2006-03-20 14: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수니나라님, 가래떡 구워 먹으면 맛나잖아요.
지금은 좀 괜찮은가 봐요.
혼자 잘 노네요.^^

sudan 2006-03-20 15: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가래떡 같은 일상.
하루 하루에 저렇게 제목을 붙여보면 재미있겠다 싶어서, 내 하루는 뭘로 이름 붙일까 생각해봤는데요. 그게 쉬운 게 아니네요. 긁적.

paviana 2006-03-20 16: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막 나와서 따끈따끈한 가래떡 쭈욱 늘려서 설탕찍어서 먹으면서 비스듬히 누워서 만화책 보고 싶어요..날씨가 그러고 싶게 만드네요. 글구 배도 슬슬 고파요. 책임지세요. ㅎㅎ

비로그인 2006-03-20 16: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런 주하가 학교를 빠질만큼 아프다니.
아팠던 거 배이상 다시 건강해지길..^^

로드무비 2006-03-20 17: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야님, 아이 아픈 것 이상 심란한 일 없습니다.
항상 막혀 있는 코도 문제고, 뭔 대책을 좀 세워야 할 것 같아요.
아이 사진 보며 이쁘다고 마냥 낄낄거릴 게 아니라.......

파비아나님, 글고보니 제가 점심을 안 먹었군요.
갑자기 새우볶음밥이 먹고 싶네요.
잘하는 중국집에 시켜서 사진 찍어 올릴까요?=3=3=3

수단님, 그것 재밌는 생각입니다.
하루하루에 음식 이름 갖다붙이는 것.
싫증 날 때까지 제가 매일 올릴까요? 하나씩?ㅎㅎ


플레져 2006-03-20 17: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에고...핼쓱한 주하를 상상하니까 맘이 짠해요.
그래도 오전의 병원 풍경은
영화처럼 산뜻해보여요...
주말에 엄마가 보내주신 가래떡이 엄청 많은데
(로드무비님 댁이랑 가까우면 정말 바로, 당장 보내고 싶어요)
제가 대신 두 개 구워먹을게요 ^^:;

조선인 2006-03-20 17: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갓 뽑은 가래떡이 먹고 싶어요. 어쩌나 이 동네 어디에 떡집이 있는 줄 모르는데. 시계를 보며 마음이 급해집니다.

로드무비 2006-03-20 18: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조선인님, 떡집은 좀 늦게까지 하지 않나요?
꼭 사가지고 가서 마로와 함께 맛나게 드시길......^^

플레져님, 오전의 병원 풍경, 신선했어요.
가래떡은 굳은 것도 괜찮아요.
찌면 새것처럼 말랑말랑해지니 몇 줄 보내주시등가.=3=3=3

반딧불,, 2006-03-20 19: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에구 고생하네요.
얼렁 나아야할텐데.. 주하야!! 힘내^^
(가래떡요?? 이건 시루떡인걸요.)

twoshot 2006-03-20 20: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항상 막혀 있는 코...조만간에 이비인후과 한번 가시길...저는 비염으로 고생을 하고 있는데 그게 수술을 해도 쉽게 낫지를 않더군요. 빨랑 회복했으면 좋겠습니다~~

날개 2006-03-21 01: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아~ 저런..... 주하가 빨리 나았으면 좋겠네요..
(그리고, 애들 결석 좀 시켜도 되요~ 어차피 개근상도 안주더라는...ㅡ,.ㅡ)

니르바나 2006-03-21 02: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자식이 아프니 온세상이 아프고 온세상이 아프니 로드무비님이 아프시군요.
새끼의 고통에 아파하는 에미의 마음이 이 세상 구원의 손길임을 새겨볼 때
저는 굳이 하느님의 性을 구분하라시면 분명 여성일꺼라 생각합니다.
주하양, 빨리 감기나세요!

로드무비 2006-03-21 04: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니르바나님, 헤헤~ 아니 뭐 그 정도는 아니고요.
전 좀 열외로 하고, 에미 마음이 이 세상 구원의 손길이라는 말씀에는
공감합니다.
고마워요, 니르바나님.^^

날개님, 안 그래도 그럴 생각입니다.
너무 자주 학교 안 가고 싶어할까봐 걱정이 좀 되지만......
주하 곧 낫겠지요. 하루 푹 쉬더니 좀 나아졌답니다.^^

marcus님, 반갑습니다.
비염으로 수술까지 받으셨다고요?
아이고, 고생이시네요. 빨리 나으시기를.....
아, 그리고 오늘 간 병원이 이비인후과였어요.
제 집처럼 드나들고 있답니다.^^;

반딧불님, 아니 또 시루떡을 드시고 계셨던 모양인갑소!
따뜻한 말쌈 고마워요.^^




비로그인 2006-03-21 09: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주하 빠른 회복하길... 그나저나 그야말로 늘 가래떡같은 맛이 나는 글솜씨입니다.

2006-03-21 09:43   URL
비밀 댓글입니다.

조선인 2006-03-21 10: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흑, 결국 떡집을 못 찾았어요. 어제 퇴근하는 길에 사건이 있어서요. 그럴 겨를이 없었답니다. ㅠ.ㅠ

로드무비 2006-03-21 11: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조선인님, 정말 심란하셨겠어요.ㅠ,.ㅠ
오늘은 꼭 따끈한 가래떡 사가서 드시길......

글의 마술사님, 이런 댓글을 왜 귓속말로 하세요?
좀 떠들어주시지. 히히=3=3=3
그 말을 님께 그대로 돌려드리고 싶어요.

사라진님, 힘이 됩니다.^^

2006-03-21 12:22   URL
비밀 댓글입니다.

로드무비 2006-03-21 15: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심드렁님, 주하 많이 좋아져서 학교에도 갔다오고
지금은 바둑학원에 갔습니다.
염려해 주셔서 고마워요.
그리고 이쁜 사진 있으면 가끔 올릴 테니 너무 서운해 마셔요.
그리고 자신만의 그것은 지키는 게 좋습니다.
좋다고 다 퍼주다 보면 나중에 되려 혐오가 밀려와요.
제 말 아셨죠?^^

검둥개 2006-03-21 15: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주하가 빨리 나아야 할텐데.
아직 안 아픈 목에다가 미리 항생제를 많이 주는 것도 안 좋을까봐 의사 선생님이 그러셨을 거에요. 여기도 감기 같은 잔병에 대한 처방은 무척 인색한 편인데 한 번은 다래끼가 나서 눈이 팅팅 부었는데도 무조건 기다리라고 하더라구요. 얼마나 화가 나던지! 그래도 항생제는 결국 못 받았어요.

로드무비 2006-03-21 16: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검둥개님, 항생제 문제군요, 결국.
아이가 너무 아파하면 항생제고 뭐고 당장 맞혀서 아픔을 덜어주고 싶어요.
주하 지금은 많이 나아 웃고 소리 지르고 난리도 아닙니다.
코로 풍선을 불면서...^^

ceylontea 2006-03-22 01: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주하야 빨리 나아라..
건조하고 일교차 커서 감기에 많이 걸리나봐요..
저도 건강한 주하 사진 보고 싶어요.

로드무비 2006-03-22 08: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실론티님, 고마워요.
함께 걱정해 주시는 그 마음이 너무 이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