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전에 무슨 페이퍼를 하나 올렸다가 한 시간 만에 지웠다. 세일하는 <크리스마스 악몽> DVD랑 이벤트 하는 책들 주문하고 나서 딴에는 좋은 정보를 공유한답시고 올린 페이퍼였다. '땡스투 눌러주시라니깐요~~' 호들갑을 떨어놓고 한 시간 만에 다시 들어와 삭제한 이유는 땡스투는커녕 아무도 댓글을 달아놓지 않아서였다. 슬럼프 끝에 의욕적으로 올린 작품이 관객에게 외면당하는 연출가나 배우의 심정이 이럴까? (말은 이렇게 하지만 사실은 자체 심의였다. 책이나 DVD 산 것 굳이 떠벌릴 건 뭐람, 하는 새삼스러운.)
그리고 오후에는 슬픔을 잊고자 붙잡고 있던 일감에 매진했다. 그런데 이럴 수가! 내가 스스로의 실력에 감탄하면서 최근 붙들고 고쳐놓았던 모든 문장들이 제자리로 돌아온 정도가 아니고 말도 안되는 문장으로 바뀌어 있는 게 아닌가! 그러니까 나는 생애 최초로 교열 교정자로서 내가 고친 문장들을 어느 출판사의 한 새파란(?) 편집자에 의해 교열 교정 당한 것이다.
나는 스스로 대한민국에서 제일가는 문장 수선공이라는 자부심을 가지고 있었다. 그리고 그것만 해도 어디냐 하는......말이야 바른 말이지만 조금 구차하고 수상쩍은 자부심이었다. 그런데 오늘 나는 그것을 심히 훼손당한 것이다. 그리고 좀 더 솔직히 말하면...... 언젠가는 맞을 펀치였다.
내가 맞은 건 앞통수일까 뒤통수일까? 그리고 나는 이 위기를 어떻게 빠져나가야 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