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0cm 라이프
다카기 나오코 지음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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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의 피플지는 최근 한 연구논문을 인용해 “키가 큰 사람은 작은 사람보다 더 많은 수입을 올릴 가능성이 크다”고 보도했다. 키가 1인치(2.54㎝) 클수록 연간 500파운드(약 103만원)만큼 수입이 많다는 것이다. 이 연구는 미국과 영국에서 성인 8000명을 대상으로 키와 직업, 임금의 상관관계를 조사해 이뤄졌다. 논문은 키에 따라 임금격차가 나는 이유로 “키 큰 사람을 대하는 고객들의 태도”를 꼽았다. 대부분 고객은 영업사원이나 회계사, 기술자 등을 대할 때 키가 클수록 호감을 더 많이 느낀다는 것이다. 키가 큰 사람은 유복한 성장기를 보냈을 가능성이 크고 자긍심도 강해 업무 성취도가 높을 수 있다고 논문은 주장했다.


키와 경제력의 상관관계를 신문기사로 본 적이 있다. 키 큰 사람이 키 작은 사람보다 부자가 될 확률이 높다는 내용이었는데, 키 작은 사람으로써는 맘에 안 드는 내용이었다.


한창 성장기였을 때, 키 따위가 무슨 상관이랴 싶었다. 그러나 성장기가 종결되고 난 지금은, 무척 신경 써야 할 사안이 되어있었다. 일단 옷가게에 가면 짜증이 난다. 남들은 쓰지 않아도 될 수선비를 나는 써야하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옷 폼이 괜찮아진다면야 다행이지만, 대부분은 뭔가 어색하다. 어정쩡하게 옷을 구해다 입는 것도 화나는 일이지만, 제일 화나는 일은 ‘스스로 작은 키를 선택했다’는 것에 있다.

 

그 시절 나는 우울했다. 인생은 넓게 봐야 한다는 걸, 모른 척하고 있었다. 사회로 걸어 나와 보니, 참으로 어리석게 살았다는 걸 알겠다. 지금의 작은 키가 그 때의 옹졸함을 보여주는 것 같아 창피하다. 그래서 작은 키를 소재로 한 책은 우울할 줄 알았다.


그런데 <150cm Life>는 밝다. 그리고 키득키득 할만한 Life style로 채워져 있었다. 따라해 볼 용기는 안 나지만, 적극적 Mind는 따라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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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의 모든 인생은 20대에 결정된다
남인숙 지음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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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집으로 돌아온 시각은 새벽 2시, 병동 사람들과 어울린 술자리였다. 우리 병동 분위기는 좋다. 태움도 적고, 연차 선생님들도 굉장히 착하시다. 그래서 5년차 선생님이든, 막내 신규든 모두 다 어울려 논다.


“여기 장사 되게 잘 되네. 병원 때려 치고, 술장사나 해볼 까?”

“선생님, 이번에 **병원공고 났던데, 거기 갈까요?”


피곤한 병원생활에서부터 방금 본 영화이야기까지 김치전을 뜯으면서, 동동주를 푸면서 재잘 거렸다. 그 자리에 앉은 사람들은 모두 20대였다. 올해 20대의 마지막 크리스마스를 보낼 선생님들과 이제부턴 병원에서 크리스마스를 보낼 어린 초년생들은 동동주 3차를 끝으로 헤어졌다.


할증 붙은 택시비를 곱씹으며, 책상으로 핸드백을 던지니 이 책이 툭하고 떨어진다. ‘여자의 모든 인생은 20대에 결정된다.’


다른 리뷰들을 보니까, 별로라고 하는 사람도 있고 괜찮다고 하는 사람도 있던데 나는 이정도면 괜찮은 것 같다. 이 책을 읽고 갑자기 사고전환이 된 것은 아니지만, 환기정도는 한 것 같다. 속물 되기를 두려워하지 말고 청춘에 괜한 죄책감 갖지 말란다. 사회적 책임의식보다 내 앞가림이나 확실히 해두라는 것도 맘에 든다. 가장 맘에 드는 것은 힘들면 참지 말라는 것과 그래도 세상은 살 만하다는 자세다.


속물이 된다는 것은 현실적 환경에 성실함을 의미한다. 철저히 자신의 행복을 의식하며 사는 것이고, ‘행복을 의식한다’는 것은 자기 마음 내키는 대로 사는 것이 아니라 목표에 맞추어 매진한다는 뜻이다. (p.24)


새로운 길을 모색하고 머리 굴리는 것을 귀찮아하는 여자들은 힘들게 살 수밖에 없다. 덜 힘들게 살 수 있는 가능성에 눈을 돌리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면서도 왜 자신만 이런 팔자를 타고 났는지 모른다고 한탄한다. 대체 이렇게 열심히 사는데 왜 세상은 그만큼의 보답은  안 해주는 거냐고 불평한다. 이런 생각을 하며 사는 여자들 주변에는 또 비슷한 생각을 갖고 있는 사람들만 모여들게 된다. 주변에 도움 안 되는 사람들만 있으니 발전할 리 있나. (p.48)


안목을 업그레이드 시키라고 한 것은 단지 다른 사람에게 감각적으로 보이기 위함이 아니다. 물건을 고르는 취향은 삶을 꾸려 나가는 모습과 무관하지 않기 때문이다. 물건을 대충 사는 사람은 일도 대충하고, 사람도 대충 만난다. 뭐든 대충 하는 인생에는 성공도, 미래도 없다. (p.50)


‘잘 사는 것’의 정의를 내리면서 ‘현재의 삶에 행복해하고, 미래가 더 나을 것이라는 기대감에 충만해서 사는 삶’이라는 표현이 일반적인 것과 조금 다르다는 것을 말이다. 보통은 ‘행복'이라는 것이 현재에 만족하며 더 이상 바랄 게 없는 상태라고 여기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러나 사람은 어제와 오늘과 내일이 똑같이 안온한 삶에 행복을 느낄 수 있는 동물이 아니다. 내일이 오늘과 다르고, 이왕이면 더 나을 것이라는 기대가 있지 않다면 우울증에 걸리고 말 것이다. (p.64)


인내, 곧 ‘참는다’는 것에는 두 가지 의미가 있다. ‘견디는 것’과 ‘계속 하는 것’ 두 의미가 포함되어 있다. 전자는 자신에게 가해지는 고통을 수동적으로 받아들이는 것을 의미한다. 누군가 내게 모욕을 줄 때 한 대 때리고 싶은 마음을 억누르고 못들은 척 하는 것이 ‘견디는 것’이다. 후자는 하고 있는 일을 멈추게 하는 갖가지 장애에 굴복하지 않고 말 그대로 쉼없이 움직이는 것이다. 여자들은 남자들에 비해서 ‘견디는 것’은 잘하지만 ‘계속 하는 것’은 잘 못하는 편이다. 그러나 성공하는 사람들에게 필요한 소양은 ‘견디는 것’이 아니라 ‘계속 하는 것’이다. 자신은 인내심이 뛰어난데 왜 되는 일이 없는지 알 수가 없다고 하는 여자들은 인내의 의미를 혼동하고 있기 쉽다. ‘견대는 것’을 잘하는 것은 앞서 이야기한 불행을 찾아다니는 여자들에게 발달해 있는 능력이다. 새로운 것을 시도하는 것보다는 고통을 견디는 것이 낫다고 여기는 그녀들은 나름대로 인내의 달인들이다. (p.84)


‘여자가 독하다’는 말을 듣기 싫은가? 엄밀히 말해서 자신이 원하는 것을 다가지고 편안하게 살아가는 여자 치고 독하지 않은 여자는 없다. 다만 독하지 않은 척할 뿐이다. (p.87)


사람들마다 교제를 하는 기준이 다른데 어떤 사람들은 자신보다 처지가 못한 사람들과 어울리기 좋아하기도 한다. 다른 사람들의 시선과 부러움을 받는 것에 쾌감을 느끼고, 그 만족감으로 인해 어깨에 힘이 들어가는 것이 좋기도 해서이다. 그러나 같은 상황에서 똑똑한 여자들은 못난 사람들 사이에서 자신이 돋보이는 걸 즐기기보다는, 결국 못난 무리 속의 하나가 되어 버린 자신의 처지를 부끄러워한다. 결국 못난 무리 속에 하나가 되어 버린 자신의 처지를 부끄러워한다. 그리고 자신보다 더 부유하고, 더 많이 배우고, 더 똑똑한 사람들과 어울리려고 애를 쓴다. (p.113)


일찌감치 ‘좋은 물’에 발을 담그어 두라는 말이다. 만나고 오기만 하면 ‘인생이란 게 서글픈 것’이라는 생각을 하게 만드는 사람들과는 만남의 횟수를 서서히 줄여 나가자. 객관적으로 삶의 여건이 좋은 것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발전적인 태도로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을 사랑하고 어울려라. (p.114)

이렇게 어쩔 수 없이 노비제도에 준하는 힘든 결혼생활을 하면서 여자가 결혼으로 덕 보는게 없다면 너무 억울하지 않은가. 남편이 가지고 있는 것들을 그 아내들은 당당하게 누려도 된다. (p. 216)

'당당히 누리라'는 결혼에 관한 관점도 재미있다.

힘들다 소리쳐도 20대는 좋은 때일 거다. 좋은 시절을 연장하려고 발버둥 중인 20대, 나는 아직 20대를 방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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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적은 당신 안에 있습니다
이승복 지음 / 황금나침반 / 200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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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형의 방에서 나는 그 이유를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하나님은 내가 다르게 사는 모습을 보고 싶어 하셨던 것이다. 오로지 체조에 목숨을 걸고 금메달 하나만 바라보며 부모님 속을 썩이는 이승복이 아니라, 낯선 곳에서 새롭게 일어서는 이승복, 혼자가 아니라 가족과 함께, 사람들과 함께 서로 기대며 어려운 장애물을 씩씩하게 뛰어넘는 이승복, 그 모습이 보고 싶어서 나를 다치도록 그냥 내버려둔 것이었다. 그리고 어쩌면 그 후에는 더 큰 계획을 준비해두고 계신지도 몰랐다. (p.160~161)


KBS 인생극장으로, 저자를 알게 됐을 때 무척 반가웠다. 또 한명의 살아있는 신화를 보게 되는 구나 싶었다. 조국에 금메달을 달아줄 욕심에 시작한 체조와 그 체조로 인한 척추마비, 그리고 재활의학과 의사로 살게 된 이야기는 소재만으로도 충분히 감동적이었다.


TV만으론 부족해 책을 샀다. 살아있는 것에 대한, 열심히 산다는 것에 대한 다큐멘터리였다. 체조선수가 얼마나 자기 관리에 철저해야 하는 지는 잘 알고 있었다. 척추마비라는 장애를 안고도 그가 의사로서 일할 수 있는 것은 체조선수 때의 자기 관리 덕분이라고 한다.

 

몸의 한계를 뛰어넘는 체조선수와 몸의 한계를 극복한 지금의 슈퍼맨 리, 이승복의 자서전은 존재만으로 온 몸을 들썩이게 한다.

 

ps1. 이 책을 오래 전에 읽었었는데, 지금 리뷰를 쓰려니 생각나는 게 그리 많지 않다. 그에 비해 너무 나태하고 무계획적으로 산 것 같아 미안함과 송구스러움이 일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ps2.  그리고 기적은 누구 안에나 있다기 보다, 부지런히 자신을 가꾸어간 사람 안에게만 있다. 기적을 찾고 싶다면 가꿔라. 당신의 모든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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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호사, 프로를 꿈꿔라!
도나 윌크 카르딜로 지음, 김성미 옮김, 유옥수 감수 / 한언출판사 / 200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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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책을 읽으면 왠지 많이 써줘야 할 부담감이 생긴다. 그러나 지금은 내 처지가 부담스러운 걸 어쩌랴. 지금은 새벽 2시 반이다. 이브닝 근무를 마치고 돌아오니, 나를 맞아주는 것은 방바닥에 널 부러진 옷가지들과 위태하게 쌓인 전공서적이다.


‘어쩌다 내가 이 지경이 됐을까?’

낯선 도시에서 낯선 사람들과 생경한 일을 시작하려다보려니, 힘든 점이 한 두가지가 아니다. 로또 당첨이 되지 않는 이상, 평생은 이 짓거리로 밥벌이를 해야 할 테지만, 지금 이곳은 아닌 것 같다. 너무 섣부른 결정이었다. 눈치 없이 불쑥 끼어든 직장에서, 나보다 조금 일찍 들어온 동기의 첫 마디는 “너 여기 왜왔어?”였다.


궁극적으론 내 돈이 나간 거지만, 비교적 일찍 의료보험증과 대한간호 협회증을 챙겨줬었다. 감사한 마음이 들어야 할 텐데, 전혀다. 이 곳에 묶어놓으려는 윗선의 발 빠른 대처가 아닐까 싶어지는 것이, 안타깝게도 음모론 쪽으로만 몰린다. 어제는 국민연금 가입증서를 받았다. 순간 우울해졌다. 난 공무원 연금을 붓게 될 줄 알았던 것이다.


아주 많은 사람들이 상황을 관망만 하며 그대로 앉아 있거나, 삶에 대한 중요한 결정을 내리지 못한 채 흐지부지 시간을 흘려보낸다. 결정을 미룬 사람은 당신이다. 많은 시간과 에너지를 그냥 방치한 사람도 당신이다. 어떤 이들은 결정 내리는 것 자체를 두려워한다. 결과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아무도 완벽한 결정을 내리지 못한다는 사실이다. 인생에서 잘못된 결정이란 것은 없다. 다만 실패를 통한 더 큰 교훈이 있을 뿐이다. 일들이 당신이 바라던 대로 되지 않았을 때도 그 상황으로부터 배우고 전진하라. 어떤 이들은 아는 사람 모두를 붙들고 이렇게 묻는다. “내가 어떻게 해야 되지?” 이렇게 끊임없이 물어보며 결정을 미룰 수는 있다. 하지만 당신도 알고 있을 것이다. 남들이 약간의 조언을 해줄 수는 있지만 결정은 오직 당신만이 내릴 수 있다는 사실을.(p.180) 책을 덮기도 전에 결정은 이미 내려졌다. 잠시, 윗 구절을 차용했을 뿐이다.


어떤 것이든, 책이란 것들은 맘속의 외침을 공명시켜주고 환기시켜 줬었다. 그래서 우리는 책을 읽어야 한다. 특히 천생 간호를 해야 하는 업 많은 우리들은.


ps. 자기 계발서를 읽어본 적이 없어서 비교하기 뭣하지만, 병원의 특수한 관리체계와 인간관계를 잘 기술해놓았습니다. 책이 아니면, 쉽게 해 줄 수 없는 조언들이 있으니 많은 간호인이 함께 하시길......... 피곤하여 짧게 쓰다맙니다. 죄송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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랄랄라 하우스
김영하 지음 / 마음산책 / 200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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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 일에 치이다 보니, 책 읽는다는 게 만만치가 않다. 책 읽는 게 돈벌이요, 책 쓰는 게 밥벌이인 사람들이 얼마나 부러운 줄 모르겠다. 직업적으로 책을 붙들어야만 하는 사람들은 또 그 나름대로 고충이 있다며 구시렁 할 테지만, 그 구시렁 조차도 부러운 사람들이 있다.

내게는 무라카미 하루키가 그렇다. 재즈음악을 배경으로 푹신한 쇼파에 묻혀, 한 손에는 맥주, 한 손에는 외국 신간을 읽는 그림이 그려진다. 규칙적으로 마라톤 연습도 하고 있다니, 참으로 건강한 작가다. 그래서인지 하루키의 에세이를 읽으면 장거리 달리기를 하고 싶어진다. 읽던 에세이를 냅다 던져놓고, 집 밖으로 뛰어나간 적은 단 한 번도 없었지만 심정은 그랬다.


또 한 분의 부러운 사람은 김영하다. 깔끔한 외모에 조근조근한 말투, 잘 팔리는 베스트셀러. 한 마디로 잘 팔리는 작가다. 올 초 한국 문학상을 싹 쓸어간 소식은 약간 갸우뚱했지만, 앞으로의 긍정적 거름은 될 거다.


그는 노래 흥얼거리는 걸 좋아한단다. 책 제목의 ‘랄랄라’도 그의 연장이다. <랄랄라 하우스>에는 애완고양이와의 평범한 일상, 소설가로서 문학에 대해 생각하는 바가 에세이 되어있다. 처음 통신으로 글을 썼던 작가답게 미니홈피의 글 모음이란다. 그래서 댓글도 오목하니, 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댓글도 나름대로 재미있다.


지하철에서 가볍게 읽는 게 딱 좋을 것 같은데, 따뜻한 이불바닥에서 후다닥 읽어버렸다. 이우일의 일러스트 덕에 정말 저러고 놀 것 같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유쾌하고, 호기심 많고, 사진을 찍어대며, 흥얼흥얼


역시 멋진 뿔태 안경의 김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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