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전부터 말했잖아
악셀 하케 지음, 조원규 옮김, 토마스 마테우스 뮐러 그림 / 북라인 / 200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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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식탁 다리 같은 내 인생 中

그 이후로 나는 밥을 먹을 때마다 왼발을 발 받침대 위에 올려놓고 무릎으로 식탁을 받친다. 나는 이 식탁이 너무도 싫다. 하지만 이 식탁은 너무 비싼 거라서 새 것으로 교체할 생각은 할 수도 없다. 나는 거의 식탁의 부속품, 식탁의 일부가 되었고, 식탁다리 같은 인생을 살고 있다. (p.115~116)

 

악셀 하케를 존경하기로 했다. 참 잘 썼다. 안타까운 것은 분량이 작다는 것과 저자께서 다음 책을 출판하실 계획이 있으신가하는 것이다.

 

나는 내 냉장고 친구에게 다가갔다. 그리고 그의 희고 서늘한 금속제 손잡이 위쪽에 입술을 댔다. 보쉬가 한 숨을 내쉬며 몸을 조금 떨었다. (p.213)  좋아하는 물건엔 이름을 붙이고, 친구처럼 대하기로 결심했다.

ps. 자전거 이름으로 '구슬이'는 어때? 잘 굴러가라구.......--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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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07-24 15:10   URL
비밀 댓글입니다.

모과양 2005-07-24 22: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악셀 하케 처럼 글쓰는 재주가 있다면, 세상 재밌게 살 수 있겠다고 생각했는데요. 전 무척 재밌게 읽었는데.....취향에 따라 다르긴 하니까요^^
 
너, 싸이코지?
싸이코 짱가 지음 / 자유로운상상 / 200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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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미녀였어.


한동안 우울했다. 엄마와 함께 지내는 시간이 많아 지다보니, 엄마의 우울이 전염되어 버린 것이다. 감정조절장애는 다른 정신과 질환에 비해 쉽게 전염되고, 쉽게 치유되어 편히 흘러간다. 그 점을 잘 인지하고 있음에도, 막상 덮쳤을 때는 정신을 못 차렸다. 비관 그 자체를 끌어안고 울었다. 책을 좋아하는 고로, 이럴 때는 유쾌하거나 가벼운 책을 읽으면 좀 살만해진다. 안타깝게도 그 때는 이 책이 안보였다. 시간이 약인지, 우울의 바닥을 치고 나서야 사흘 만에 평상심을 찾았다.

 

일반적으로 건강하게 살기 위해서는 주어진 현실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야 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것은 사실이 아니다. 현실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서도 정신 건강을 유지할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p.191) 그래서, 사람들은 쉽게 흔들리나 보다. 오히려 그 점이 정신ㆍ심리학의 필요충분조건 일 것이다. 책에는 이런 말을 써놓았다. 우리가 가지고 있는 집착, 의심, 공격성, 자신감, 우울함, 이기심, 변덕, 현실 왜곡은 우리 삶에 없어서는 안되는 특성들이다. 만약 그것들이 불필요했다면 오랜 인류의 진화 과정 속에서 사라졌어야 한다.(p.205) 안심했다. 그동안 나는, 선량인의 범주에서 조금 벗어난 줄 알았다.


한 가지 더 안심됐던 것이 있다면 밑의 문장이다. 성격을 뜻하는 영어 단어 Personality의 어원은 그리어 Persona이다. 그런데 이 단어는 원래 고대 그리스의 축제 연극 무대에서 배우들이 쓰고 나오는 신의 얼굴 가면을 뜻했다. (중략) 우리는 상황에 따라 서로 다른 가면을 써야 한다. (중략) 실제로 심리학자들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우리의 성격은 일관적이지 않다. (p.95) 서재 속의 나와 현실 속의 나는 심각하게 괴리되어 있는 것이다.  


연쇄살인범 에디 게인에 대한 이야기가 제일 흥미로웠다. 그는 <양들의 침묵>에 실제 모델이라고 한다. 반사회적 인격을 설명할 때 나오는데, 거기에 유영철도 따라 나온다. 반사회적 성격장애자들은 겉보기에는 매우 밝고 명랑한 경우가 많다. 왜냐하면 이들에게는 양심의 가책이나 부담감이 전혀 없기 때문이다. 유영철도 자기가 토막 낸 시체를 택시를 타고서도 천연덕스럽게 택시기사와 농담을 주고받았다고 한다. (p.84) 이런 살인마 이야기에 눈을 반짝이다니, 나도 너무 천연덕스러운 것 같긴 하다.


서재인들에게 부탁고자 하는 바가 있다. 내가 우울한 페이퍼를 쓰더라도 너무 예민하게 반응하지 말시라는 부탁을 하고 싶다. 정신의학자들은 ‘우울증’은 감기와 같다고 한다. 감기에 거리지 않는 사람이 드문 것처럼 우울증은 누구에게나 찾아온다. 하지만 감기에 걸렷다가도 쉽게 낫는 것처럼 우울증 역시 언제 그랬나 싶게 나아 버린다. (p.191)

 

그동안 써뒀던 서재 글을 읽다보면, 내가 순환성 우울장애가 아닌가 싶을 때가 있다. 그런데 책을 읽어보니, 난 이 시대의 미녀였다. 완역하자면 나는 정신 건강 미녀(?)였던 것이다.


평상심 상태에서 읽으니, 이 책이 무척 가볍다는 생각이 든다. 학술적인 것을 기대한 것은 아니지만 전공 책의 설명 10줄보다 더 없다. 저자가 블로그에 연재했던 것을 출판해서 그런 것 같다. 너무 술술 넘어간다.


그래도 저자의 정신과 질병에 대한 비유에는 후한 점을 주고 싶다. 이 책은 내 속에 숨겨진 괴상한 내 모습들에 대한 자폐적 관찰기(p.5)라고 했으니까.


ps. 원래 제목은 '나, 싸이코 아니야.' 였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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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순덕 성령충만기
이기호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0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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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넉넉하고 건강히 오랫동안 살아야 한다는 것을 느낄 때가 있다. 해마다 튀어나오는 괜찮은 신간을 볼 때가 바로 그 때이다. 좀 의아한 정의긴 하지만 나는 그렇다. 책이 아닌 다른 것을 좋아한다고 해도 새로움의 활력을 느끼겠지만, 책은 활자의 나열만으로도 늘 새롭다. 그래서 책 좋아하는 내가 좋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내 인생에 큰 영향을 준 책은 없다. 책을 통해 크게 알기보다는 아주 조금씩 알아가는 것 같다. 읽는 순간 뭔가를 크게 느낄 때도 있긴 하지만 전환점이 되기보다는 이 전의 나에게 녹아들어버린다. 그 방향이 긍정적인 쪽이라는 건 확실하지만, 가끔은 추한 내용도 같이 가게 된다.『최순덕 성령 충만기』는 추한 내용이다. 그러나 긍정적인 방향만은 확실한 것 같다.


제목으로만 짐작했을 때 <최순덕 성령 충만기>를 박현욱의 『동정없는 세상』과 비슷할 거라고 생각했었다. 그러나 보기 좋게 순덕의 성령에 뒷통수를 맞았다. 성경구절을 응용하여 소설을 엮는데, 문어체이나 문어체 같지가 않다. 순덕의 맹목적인 교리숭배와 선행을 위해, 악재를 비는 것 장면은 정말 웃겼다. 하나만 알고, 둘을 모르는 융통성 없는 내 꼴이 아닌지 뜨끔하긴 했지만 웃을 수 밖에 없었다.


<버니>는 현대문학 신인 추천공모에 수상한 작품이란다. 독특한 문체가, 수상에 한몫 한 것 같은 데 그게 바로 랩이다. 덕분에 가볍고, 무겁게 강ㆍ약을 조절하면서 더 빨리 읽다. 랩 가사를 시어라 하며 경배하는 힙합보이들처럼 비트와 리듬을 넣어가며 읽어볼까 했지만 주인공 순희가 연예인 서민정으로 떠올라 그만뒀다. 비트고, 힙합이고 아무 것도 없이도 술술 잘 읽히니 어울리지 않는 사람으로 대치할 필요는 없다.


<햄릿 포에버>가 가장 마음에 들었다. 실제로 검은 비닐에 얼굴을 들이대고 있는 사람들을 본다면 왔던 길을 되돌아 갈만큼 섬뜩하겠지만 시봉이라 맘에 들었다. 햄릿과 구시렁대는 주인공 시봉은 경찰서의 취조문에 응하는 글이다. 휘발되는 유기용제같이 끈적끈적하게 웃겼다.


나머지 단편들은, 비교적 평범한 문체지만 결코 평범한 내용은 아니다. 죄다 어딘가 모자라고, 뒤틀려서 더 웃기며, 웃겨서 안스러운 인간들이다.


이 이름에 무슨 원한이 있는지 이상한 인물들에만 ‘이시봉’을 쭉 붙여주는 것이 심상치가 않다. 그보다 <발밑으로 사라진 사람들>의 아들 이름이야 말로 보통 심상치 않은 것이 아니다. 사이언스지에서 보면 놀라 자빠질 이름이 소 쟁기를 끌고 있다. 저자도 문예ㆍ출판가에서 놀라 자빠질 만한 작가로 펜대를 끌고 가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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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진아 네가 태어나던 해에 아빠는 이런 젊은이를 보았단다
신문「청년의사」편집국 엮음 / 청년의사 / 200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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졸업 후, KBS 병원 24시 같은 의료 건강 프로는 보지 않게 됐다. 르포 성격인 병원 24시는 의료진과 환자를 초점으로 한 것까지는 좋았으나, 너무 한쪽으로만 편집됐다는 생각이 든다. 거기선, 병원사람들은 단지 의료기술을 하는 기술자일 뿐이고 환자만이 온갖 상념과 고민을 안아야 하는 것처럼 비친다. 


환자가 힘든 만큼 병원에 함께 있는 사람들도 힘이 든다. 그들도 흔들릴 때가 있다. 환자의 기구한 사연에 흔들릴 때도 있고, 안타까운 치료결과에 사시나무처럼 부들부들 떨 때도 있다. 환자와 같이 울 때가 많은데, 방송에선 메스 칼날처럼 날카로운 눈을 가진 자와 주사바늘 하나에 눈물이 그렁그렁한 자를 대비시켜 버린다.


병마의 싸움에서 흔들리지 않는 사람이 어디 있을까 만은, 환자만 너무 흔든다. PD로써는 환자들을 흔들어 보는 쪽이 높은 시청률 쪽이라 생각한 것 같다. 오늘 내가 잡은 책은 의사들이 스스로를 흔들었다. 한 발짝 흔들거렸으므로, 한 발 더 내 딛는 균형이 있을 수 있는 것이다.


한 발짝 흔들거리며, 낡은 먼지도 털어내는 모습은 <청년의사의 눈물>과 <114병동에서>로 봤다. 수련과정중에 만난 어려운 환자들을 보면서 아쉬워하는 것이 와 닿는다.  

각혈로 기도가 막혀 숨이 끊어져가며 나를 쳐다보고 있었던 그 환자의 눈을 잊을 수가 없다. (p.108) 벌서 10년이 더 된 일이다. 어차피 돌아가실 분이었는데, 하는 생각을 애써 해봐도 묵직한 마음 한 구석이 가벼워지지 않는 것은 왜 일까?(p.112)’


책의 표제작이기도 한 <유진아 네가 태어나던 해에 아빠는 이런 젊은이를 보았단다.>는 뜨끔할 수밖에 없었다. 서해 교전에서 부상당한 의무병 이야기 때문이다.

이야기를 듣자 울컥했다. 멋진 놈..... 그런데, 이게 뭐냐.(p.45) 너는 반드시 살려낸다(p.46)’고 읊조리는 필자를 보면서 멀기도 하고 가깝기도 한 우리 젊은이들에 대해 생각해봤다.


나 같은 불량 의료인에게도, 증에 찍힌 면허자격으로 대하시는 친척들이 많아 내심 부담스럽던데, <명의>와 <병원놀이>, <출산, 아름다운 고통>은 그 의사가족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다. <의사 아닌 하루, 이틀>, <꼽추물고기>에서는 의사들의 사회참여에 관한 부분이 보인다. 의약분업 이후, 의사들이 사회참여에 소홀한 것처럼 보이는 것이 안타까웠는데 다행이다 싶다.


개인적으로는 <두 남자가 가슴을 부둥켜안고>가 좋았다.

'교수님, 감사합니다. 이렇게 땀을 뻘뻘 흘려가면서 제 아내를 살려주시다니......(p.149)

방사선학적 중재 수술을 시행하거다 영상 진단법으로 질병을 진단한 환자 혹은 그 보호자 중에서 나를 꽉 껴안으며 감사의 뜻을 전한 사람은, 20여 년이라는 의사 생활 중에서 이 50대 남자가 처음 이었다. (p.150) 병든 아내를 귀하여 여겨 나처럼 별 볼일 없는 의사에게 매달리는 50대 중년 남자의 모습(p.155)'이 나에게도 큰 감동으로 다가왔다.


심사평에서 보면 ‘의사가 바라본 환자 얘기가 아니라 인간이 대하는 인간의 이야기(p.280)’란 말이 나온다. 병원이라고 뭐 특별한 사람들만 일하는 곳이 아니다. 사실은, 모두 같은 사람임을 담담히 전할 뿐이다. 그래서인지, 외과의가 직접 쓴시골의사의 아름다운 동행보다 극적이진 않다. 시골의사님의 글이 사건을 중심에 두고 솔직한 감정을 엮었다면, 이 책은 작은 사건에도 자기반성과 자아성찰이 일정량 할당되어야 있다. 내가 예상한 대상작과 심사위원들이 뽑은 대상작은 그래서 차이가 심한 것 같다.  


다분야 전문의들이 쓴 수기라, 더 다양하고 극적일 것으로 기대한다면 이하가 된다. 그러나 기대이하로 말하기엔, 나 먼저 반성해야 할 점들이 눈에 보여 안되겠다.

 

 의사들이 인문학에 약하고, 글재주 없다는 것은 다 거짓말이다. 적어도 이 책의 필자들은 작은 체험에도 깊은 사유를 했으며 읽는 이에게도 강한 여운을 남긴다.


병원이란 곳은 누구나 갈 수는 있지만, 누구나 가고 싶어 하지 않은 곳이다. 그 곳에 의사라는 사람들이 살고 있다. 냉정한 이성을 가져야 되는, 따뜻한 감성을 가진 사람이 오늘도 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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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아노 치는 변호사, Next
박지영 지음 / 땅에쓰신글씨 / 200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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끈기 없는 나의 변(辯)


나는, 지금 잡고 있는 책이 재미가 덜하다고 느껴지면 미련 없이 덮어버린다. 이 책 잘 썼다고는 못하겠다, 그러면 ‘왜 중간에 덮지 않고 끝까지 다 봤나?’하는 질문이 생긴다. 음악과 법학을 동시에 가진 박지영이란 이의 호기심도 있었지만, 궁극적으론 그녀의 끈기(또는 노력)를 보고 싶어서 였다. 그녀는 음악가 또는 사법고시생의 끈기에 대해 뭐라고 말하는지 궁금했다.


그녀, 어려운 환경 속에서 열심히 살았다. 열심히 산만큼 성과 면에서도 칭찬받을 만하다.  그런데 난 좀 거북하다.

 

본인은 별것 아니라는 것처럼 말하지만, 타고난 재능은 그 성과란 것에 한 몫을 하고 있었다. 5살 때부터 피아노를 배웠는데 학습속도가 상당히 빨랐고, 원치 않았지만 수학 경시 반에서 특별 수학수업을 듣고 있더란다. 그리고 입시경쟁에 대해 멋모르고 진학했는데, 예원과 서울예고에 있더란다.


그녀의 말로는 주변에 좋은 사람들이 많이 있어서 운이 좋았다고 하는데, 그것도 그녀의 재능이 있기에 끌려 올수 있었던 행운이지 싶다. 그녀의 재능을 비하할 생각은 없지만, 이렇게 되면 샘난다. 자신은 버스를 2번이나 갈아타고, 피아노 연습도 맘껏 못했음을 아쉬워 하지만, 그 속에는 예술계의 엘리트 코스를 밟았다는 자부심이 보인다. 공부도, 피아노도 서울대 음대에 불합격할만한 모자람이 있다고는 생각해보지 않았다. 당시 내가 서울대 음대에 진학하는 이유는 나의 객관적 실력으로 우리나라에 그 이상 진학할 음대가 없기 때문이었다. 적어도 그 정도의 배포 없이는 대한민국에서 피아노 제일 잘 치는 34명을 뽑는 그 시험에 살 떨려서 도저히 도전장을 내밀 수가 없다. 그러나 결과는 불합격이었다.(p.101~102)


서울대 불합격과 함께 재수를 준비하던 중 임파선 종양을 발견하고 항암치료를 시작한다. 항암치료환자의 힘듬을 모르는 바는 아니지만, 읽는 사람도 같이 힘 빠질 만큼 잘근잘근 풀어놓았다. 병문안시 원하는 것이 있단다. 뭐하고 있냐고 묻지 말고, 뭐하고 싶냐고 물어 줬으면 좋겠단다. 그 것은 필자가 과거형보다, 미래형 질문을 더 생각하는 것과 연결된다. 굳이 붙일 이유가 없을 것 같은 긴 제목 끝의 ‘Next’도 그런 연유로 붙인 듯 하다. ‘무엇을’보다 ‘어떻게’가 더 중요하며, ‘왜’라는 질문은 불필요하단다. 우리 둘 다 ‘왜’는 과거에 대한 집착이고, ‘앞으로 어떻게’가 중요하다는 것을 우리 스스로 너무나 잘 알고 있노라고 했다.(p. 240)


항암치료가 힘들어 중간에 포기를 했다고 하는데, 다행히 경과가 좋았다. 그 때부터 다시 재수 공부를 했다. 그런데, 몸이 힘들면 쉬고 몸이 괜찮으면 힘들 때까지 공부했다는 대목에서 대단하다는 생각만 든다. 그것은 사법고시를 준비할 때도 마찬가지로 적용한 방법이라는데, 이건 끈기와 집착과 운이 마구 뒤섞인 것 같다. 공부에 대한 생각을 더 털어놓았더라면 이해가 쉬웠을 텐데, 아쉽다.


기차를 타고 나서 내 스스로 기차의 코스를 다른 곳으로 바꾸거나 하지만 않는다면, 처음 기차를 탈 때의 그 마음을 잊지 않는다면, 종착역 도착에는 문제가 없을 것이다. 나의 겁 없는 도전은 새로운 목표에 대한 도전이 아니었고 이미 세워놓은 목표를 향한 또 다른 수단에 대한 도전이었다. (p.186) 음악도에서 법학도로 옮긴 것도 사회에 대한 봉사를 위해 시작한 일이란다. 그녀는 현재 서울의 한 로펌에서 변호사 중에 제일 피아노 잘 치는 사람으로 일하고 있다. 피아노를 배울 때 깨우친 그 끈기를 가지고 말이다.

 

그녀가 뭘 말하고 싶었는지 모르겠다. 결국 내가 찾고자 했던 것도 찾지 못했다. 과거와 지금의 삶을 재정리 해보고 다음에 펼쳐질 삶을 위해 책을 써봤다는데, 차라리 '나도 희망을 증거가 되고 싶다'쪽으로 썼으면 더 나았을 것 같다.

 

다 읽고 나니, 힘만 빠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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