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들은 왜 여우같은 여자를 좋아할까?
셰리 야곱 지음, 노진선 옮김 / 명진출판사 / 200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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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금은 없어진 프로그램이지만, 예전 MBC 일밤에서 이경규를 비롯한 연예인들이 나와서 체육 미션을 수행하는 ‘대단한 도전’이 있었다. 미션수행을 위해 강사를 초빙해서 연습을 마친 후에 미션 수행자들이 최종도전을 하는데, 수행자가“도전”이라고 외치면, 뒤쪽으로 센바람이 올라오고 조명 불빛이 변하면서 긴장감을 더하는데 장면이었다. 최종 도전을 시작하는 그 장면이 이 책의 첫 장을 읽는 순간 갑자기 생각났다.

자기들이 원하는 건 ‘도전’이라고 입을 모았다.(p.5)


“도전”이라고 외치며 수행과제 앞으로 달려가던 남자게스트들의 모습과 책에서 말하는 남자(사냥꾼)의 습성이 합일되는 것이었다.


그리고 그동안 내가 저질렀던 ‘착해빠진’ 여자들의 실수를 깨달았다. 책을 한 장씩 넘길 때 마다 얼굴이 화끈거리고 속이 쓰려 미칠 뻔 했다. 상대에게 잘 보이기 위해서 숙여주었던 바보짓을 알고는 있었다만, 저자의 꾸중을 들으니 그동안 내가 했던 행동들이 진짜 바보짓이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사랑에 서툰 여자와 여우를 구분하는 또 다른 기준은 그녀가 자기 자신을 얼마나 포기하느냐에 있다 (p.47)


이 책에서 말하는 것은 단지 연예의 비책을 말하는 것은 아니다. 자기 자신을 소중히 할 때 비로써 남에게도 존중 받을 수 있다는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그 외에 여러 가지 팁을 설명해 주는데, 정말 흥미로웠다.


좋은 남자는 슈퍼우먼이 아니라 좋은 여자를 원하기 때문이다. (p.88)


갓 교제를 시작했을 때 남자는 여자에게 잘 보이려고 혈안이 되어 있기 때문에 그녀의 부탁이라면 뭐든 들어준다. 이 시기를 그냥 흘려보내면 안 된다. 시간이 지난 후에는 그의 방식이 너무 많이 굳어져서 바꾸기 힘들다.(p.88)


 남자가 무심코 제안하는 호의에는 거절하지 말고 가벼운 맘으로 응하는 게 좋다.(중략) 슈퍼에서 뭔가 사갈 게 없냐고 물으면 과자봉지 하나라도 사오라고 부탁하는 것이다. 그에게 잔돈푼이나 쓰게 하려는 게 아니라, 상대의 욕구를 만족시켰다는 행복감을 주기 위해서다(p.89) 거듭 말하지만, 그가 베푼 것에 대해 고마운 마음을 표현하는 게 중요하다. (중략) 여우들은 정중한 대접을 받는 데 매우 익숙하기 때문에 남자가 베풀도록 내버려둔다. 여우같은 여자에게 그런 건 전혀 콤플렉스가 아니다. 여우는 정중하면서도 우아하게 고맙다고 말할 뿐, 절대 죄책감이나 의문감은 갖지 않는다. (p.165~166)


여우는 위험을 감지하면 쏜살같이 빠져나온다. 그 남자가 내게 상처를 줄 사람이란 걸 알면 그 즉시 그의 곁에서 철수한다. (p.98)

“괜찮아요, 여보. 이웃집 총각이 해주기로 했거든요.” (p.140)

"아마 당신이 잤던 여자 수보다 적을 거야.“(p.187)


성인 남자의 경우에는 중간에 한 단계가 더 있다. 모퉁이를 돌아간 후, 다시 되돌아오기 전에 ‘이제 엄마가 어떻게 행동할지’ 어깨 너머로 살핀다. 화를 내는지, 히스테리를 부리는지, 아니면 코마 상태에 빠졌는지 확인한 다음, 그는 한 발짝 다가갈지 아니면 더 멀리 떨어질지 결정을 내린다. (중략) 세 살배기 아기를 다시 엄마에게 돌아오게 하는 방법은 엄마가 그의 영역 밖으로 나가는 것이다. 잔소리는 여자를 남자의 영역에 계속 묶어 둔다.(p.127~129)


남자들은 여자를 처음 본 순간 마음속으로 ‘연애할 여자’와 ‘결혼할 여자’로 분류한다. (중략) 여우는 남자가 자신을 ‘결혼할 가치가 있는 여자'로 대해주기를 요구한다. 이것은 자신의 섹시함을 서서히 조금씩 보여준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그러는 사이 남자는 그녀가 약간 쌀쌀맞다는 것을 감지하고, 다른 숱한 남자들도 그녀를 쉽게 차지하지 못했으리란 걸 직관적으로 알게 된다. 사실, 그 자신도 그녀를 차지할 수 있을지 확신이 안 선다. 따라서 그녀를 ’연애할 여자‘라고 추측해보는 것은 호사스런 일이다. (p.174)


유머감각이 있다는 것은 곧 독자적으로 생각할 줄 안다는 의미다. 당신은 스스로 생각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주면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보며 웃을 수도 있다. 농담으로 받아치며 남자와 약간의 말싸움을 벌이는 여자가 매달리는 하녀로 보일 리 만무하다.(p.2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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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정 엄마 - 증보2판 나남산문선 38
고혜정 지음 / 나남출판 / 201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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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게 있어 친할머니와 외할머니는 냉수와 온수처럼 온도차가 심하다. 초등학교 1학년 때까지 할머니와 함께 살았었지만 친할머니는 결코 친해질 수 없는, 친해지고 싶지 않는 사람이라면 외할머니는 멀리 떨어져 있어서 섭섭하고 애잔한 당신이었다. 친할머니가 뿌린 씨앗도 컸지만, 억울하고 답답한 일이 있을 때 마다 외할머니에게로 달려가는 엄마를 보면서 시어머니란 것과 친정어머니란 것의 극명한 차이를 볼 수 있었다. 억울해도 참고 넘어가는 우리 엄마의 성격상, 외할머니에게 모든 것을 털어 놓지는 않았을 것 같다. 친정엄마가 내 옆에 같이 계셔주신다는 것 자체가 위로가 되었을 듯하다. 외할머니는 내가 초등학교 4학년 때, 세상을 등지셨다.


아직도 짱짱한 친할머니는, 우리 엄마에 대해서는 아직도 눈을 흘겨대시지만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딸들, 즉 고모이야기가 나오면 눈빛이 달라지신다. 딸 가진 애미, 별다를 것 없는 친정엄마라는 것에 짠해진다.


이 책은 TV방송작가인 고혜정씨의 친정엄마에 대한 이야기이다. 아버지한테 맞으면서도, 엄마의 자리를 지키는 친정엄마는 이런 이야기를 한다.

“너 땜시....... 너 땜시 이러고 산다. (중략) 내가 없으면 니가 고생이여, 엄마가 허던 일 니가 다 히야 헐 것아녀? 밥허고, 동생들 치다꺼리허고...., 핵교도 지대로 갈랑가도 모르고...... 나 고생 안 헐라고 내 새끼 똥구덩에 밀어 넣겄냐?....(중략)우리새끼 인생 조져버리는 일을 내가 왜 혀."(p13~14)


“(중략) 너 서울로 올라 보낸 후로는 한 번도 니가 좋아허는 반찬은 안 히먹었어야. 내 새끼 좋아허는 거, 차마 내 새끼 빼놓고 못먹겠데. 나 , 너 서울 올라보낸 후로는 내 손으로 한번도 과일 안 사먹었어야, 너랑 같이 먹을 라고.”(p.32)

우리 엄마도 내가 집 떠난 후론, 맛있는 음식은 안 드신다고 했다.


<친정엄마> 공감 가는 내용도 많고, 웃긴 이야기도 많다. 책을 읽으면서 간간히 울기도 했었다. 우리엄마는 우리엄마일 뿐 친정 엄마는 아니다. 대비될 시댁이 없으므로.....


첫 손을 딸로 낳았다고 구박받던 엄마는, 지금의 나를 보고 낳길 잘했다고 생각할까? 나도 엄마에게 자랑스런 딸이 되기를........


언젠가 친정엄마가 될 우리엄마에게 ‘엄마가 그냥 내 곁에 있어서 고맙다. 건강한 것만도 감사하다.’ 말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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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제와 호랑이와 물고기들 작가정신 일본소설 시리즈 5
다나베 세이코 지음, 양억관 옮김 / 작가정신 / 200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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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조제와 호랑이와 물고기들'이 2004년 10월쯤에 나왔던 것으로 기억한다. 영화개봉이 시작 됐을 때, 원작인 이 책이 정말 읽고 싶었다. 영화소재가 좀 독특한가.


2년이 지난 오늘에야 원작을 다 읽었다. 한 달 전부터 읽기 시작했는데, 다 읽는 것에도 시간이 많이 흘러버렸다. 책이 두껍거나, 심오한 내용이 있어서가 아니다. 천천히 읽어도 되기 때문이다. 보통의 단편집처럼 상황상황의 순간집중력도 요구하지 않는다. 좀 덜 평범하고, 남자와 함께 있는, 솔직해 보임직한 20~30대 여자들의 이야기 일뿐이다.


여자라서 이해가 잘 되었었는지도 모르겠다. 지하철에서, 잠들기 전에 조금씩 읽다가 어느 순간 끝나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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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대를 읽는 사람 상대에게 읽히는 사람
유키 유 지음, 박연정 옮김, 류기정 그림 / 예문 / 200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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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처음 심리학을 공부하기 시작한 것은 좋아하는 사람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해서였습니다. (p.5)


난 심리학책을 좋아한다. 지금은 Neuropsychiatry 환자들도 있는 통에 생각할 거리도 많고, 간간히 이해하기 힘든 상황들도 (=정확히는 이해해주기 싫은 --;)보게 되지만 ‘평범’의 범주에 있다면, 심리학 책은 유용하고도 재미있는 존재다.


내가 심리학책을 들춰 보기 시작한 계기는 정신과 의사 이시형 박사의 에세이 책 때문이었다. 작은 행동 하나에서 파생되는 큰 이론들과 내면의 까발림은 어린 나에게 충격이었다. 독립적으로 심리학문(psychology)만을 배워 본 적은 없지만, 덕분에 심리학의 재미를 잘 즐기고 있다.


이 책은 체계적으로 심리학을 설파하는 책은 아니다. 상황에 따라 대처할 수 있게 편하게 서술되어 있다.


회의석상이라면 “첫 번째는 저렴한 가격, 두 번째는 시장의 타깃이 확대되고 있다는 점, 세 번째는 제가 의욕적이라는 점입니다.”(p. 14) '3'이라는 키워드 편


서로 감추는 부분이 없는 첫 대면의 경우, 상대방에게 두려움이나 불안을 더 많이 품고 있는 사람이 먼저 눈길을 피하지 않습니다. 한번 생각해 보십시오. 당신을 방문한 세일즈맨은 필요 이상으로 당신의 눈을 바라보는 시간이 길지 않던가요? 그만큼 “이 사람이 구입을 해줄까?”하는 강한 불안을 품고 있기 때문입니다. (p. 19)


상대에게 진심으로 다가서고 싶다면 긍정적인 사고의 대표적인 감정이라 할 수 있는 “기쁘다”는 말을 중점적으로 전하는 것이 좋습니다.

“그 때 일을 도와줘서 굉장히 기뻤어.”

“나와 사귀어준다면 정말 기쁠거야.”(p. 38~39)


“어제 너랑 같이 있는 꿈을 꿨어.”-> “글쎄, 뭘 했는지 확실히는 생각이 안 나는데 즐거웠던 것 같아.”

“실은 어젯밤 부장님과 골프 치는 꿈을 궜어요.”->“꿈 속에서 부장님이요? 스코어는 기억이 안 나는데 웃고 계셨어요.”(p.56~57)


단순한 설득을 하려면 비오는 날은 피하고 회사나 애인의 집에 간다면 비오는 날이 좋다는 것, 팔짱의 원리, 인간은 자유를 구속당하면 반항한다 등 등. 실생활에 당장 써먹을 수 있는 유용한 정보가 많았다.


가볍게 일상 충전을 원한다면 이 책을 추천한다. p.118쪽에 의욕을 불러내는 방법이 씌어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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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돼지를 프로듀스
시라이와 겐 지음, 양억관 옮김 / 황매(푸른바람) / 200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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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평범한 고등학교 2학년 교실에 ‘고타니 신타’라는 남학새이 전학을 온다. 밋밋한 학교 생활에 New face의 등장은 News를 만들어 주기도 하지만 고타니군은 안타깝게도 News는 커녕 존재감까지 멸해지는 왕따가 된다. 뚱뚱한 외모와 지저분한 습관이 한 눈에 그늘로 밀쳐 버린 것이다. 소설의 무대가 되는 교실에는, 태양의 영광을 누리는 이가 있다. 그는 ‘기리다니 슈지’로 훗날, 고타니(=들돼지)를 왕따에서 스타로 프로듀싱하는 인물로 급우들에게 관심과 선망의 존재다.


“부탁임다! 슈지씨처럼 되고 싶습니다.”(p. 80) 우연한 계기로 고타니는 슈지의 제자가 되길 부탁하고 슈지는 프로듀싱을 약속한다. “지금은 완전히 무시당하고 있지만, 그런 들돼지를 스타로 만드는 것야. 이게 가능하다면, 내가 사람을 속이고 움직이는 힘은 진짜가 된다.”(p. 89)


가수 ‘비’가 타임지에 실렸을 때, 보아가 일본 무대에서 정상을 차지했을 때 기쁘기도 하지만 약간의 섬뜻함도 같이 느껴졌다. ‘도대체 저들의 프로듀스 J.Y.Pack, S.M.Lee는 어떤 사람들일까?’ 하늘의 별인 그들보다, 별이 되게끔 행성 폭발을 유도한 그들이 더 대단하다는 생각이 든다.


소설의 광고문에는 고타니를 왕따에서 ‘스타’로, 슈지는 ‘현 스타’이면서 고타니를 스타로 완성 시키는 것처럼 과장되어 씌어 있지만, 귀엽게 봐준다. 지금와서 보니, 학창 시절의 ‘스타’라는 게 우습게 느껴지긴 하지만 떠올려보니, 인기남 인기녀는 분명히 있었고 그 반의 핵샘 인물도 존재했었다. 슈지는 적당한 거리유지와 뛰어난 화술로 사교성 하나는 끝내주는 쿨한 녀석으로 나온다. 그러나 cool한 행동과는 달리 사회관계 유지를 위한 두뇌회전은 Hot하다. 여자친구로 나오는 마리코와의 관계에서도 진지해지기를 두려워하며, 친한 그룹 친구들과도 적정선 유지가 제 1순위다. 이 관계의 한계를 슈지는 너무나 잘 알고 있었지만 벗어나지 못한다. 이것의 룰과 간편함 또한 너무나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마리코는 눈치를 챘을지도 모른다. 오늘, 아니 훨씬 전부터 내가 가면을 덮어쓰고 연기를 하고 있다는 것을, 어느 유원지의 귀여운 캐릭터 인형을 덮어쓰고 모든 사람에게 사랑을 받고 있는데, 그 눈구멍 안으로 펼처진 크고 깊은 어둠 속에 감추어진 메마르고 무표정한 내 모습을"(p. 85)


고타니의 프로듀싱 작업은 어떻게 생각하면 황당하고 유치스럽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나타나는 슈지의 생각은 나를 심란하게 만든다. 난, 초등학교 6년 중 5번을 전학 다녔다. 또래 집단 형성기에 남들과 약간 다른 시선을 갖게 된 배경이 전학 때문일 수도 있고, 경험의 한계 일수도 있겠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참 아찔했다는 생각이 든다.

들돼지의 프로듀싱을 성공한다. 축하의 박수를 쳐줘야겠지만 슈지에게 몇 번이나 맞장구를 쳐줬는지 다시 책장을 넘겨 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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