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버는 심리 돈 새는 심리 - 심리학으로 풀어본 경제 이야기
최인철 지음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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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엇 그제, [나의 계정]을 열었더니 크게 불어난 마일리지가 눈에 띄었다. 덩달아 기분도 들떴다. 보관함에 있던 책과 방금 눈에 띈 책들을 결제화면으로 옮겼다. 이래저래 뺄 책은 빼고, 읽고 싶었던 책을 다시 정렬하다보니 4만원에 조금 미치지 못했다. 추가할 다른 책을 뒤졌다. 그 때 눈에 띈 책이 ‘돈 버는 심리, 돈 새는 심리’ 바로 이 책이었다.


이 책을 끼워 결제액 4만원을 넘겼다. 2천원 번 느낌도 잠시, 최종적으론 통장에서 빠져나간 지출액이 더 크다. 책값은 아끼지 않는 게 신조긴 하지만 안 읽고 쌓아만 놓은 책들을 보니 약간 걱정이 된다. ‘섞는 것도 아니고, 나중에 다 챙겨 읽으면 되잖아.’ 자기 합리화를 시킨 후, 택배가 오기를 기다렸다.


같이 도착한 책 중에 생각보다 재미가 덜해 책장으로 유폐된 한 권이 생겨버렸다. 그렇다고 선물로 포장해 남 주기엔 아깝다. 내 소유가 되면 물건의 가치는 상승한다(p.252)는 ‘소유효과’가 발현된 것이다. 괜히 마일리지만 다 쓴 것 같아 슬쩍 후회가 되는데 책 속에는 이런 문구가 등장한다.


‘포인트’는 숫자에 불과하고 개념적으로만 현금과 동일하기 때문에 지갑에 들어있는 현금과는 다른 돈인 것처럼 인식한다. 내 수중에 없는 돈이기 때문에 ‘처음부터 없었던 돈’이라고 넘겨 버리는 것이다. (p.31) 상품권을 가지고 있으면 반드시 그 곳을 다시 찾아야 한다. (중략) 상품권을 사용하기 위해 백화점을 다시 찾으면, 거의 예외 없이 상품권 액수 그 이상의 지출을 하게 된다. (p.33)


처음부터 불어난 마일리지를 보고, 쓰지 않고는 배길 수 없는 미끼를 문 것이나 다름없지만 그래도 마일리지에게 고맙다. 이 책을 택하지 않았더라면 마일리지보다 아까운 것들을 놓칠 뻔 했다. 경제에 관한 심리 외 다른 이야기들이 더 솔깃하다.


잘 쉬는 것보다 즐겁게 일하는 것이 우선이라는 것(p.271), 생각의 프레임에 따라 긍정과 부정을 이끌어 내는 법(p.66), 주식투자와 같이 시시각각 바뀌는 단기적인 상황에서는 저지른 행위에 대한 후회가 크지만, 인생살이 같은 장기적인 상황에서는 과거에 하지 않았던 행위들이 더 큰 후회를 안겨주는 이유(p.152), 친구는 특별한 이유 없이 ‘그냥’도 만난다는 행복한 사람은 혼자 있지 않는다(p.261)등이다.

 

마지막으로 긍정문을 자주 써야 하는 이유(p.51)를 전부터 알고 있었지만, 반성한다. 직장에서 자주쓰는 말이, "내가 못 살겠다."였다. 


이 책, 하루 만에 소화시킬 수 있게 쉽게 써놓았다. 딱딱한 호두껍질 경제 속에 고소한 심리적 이유를 깨내는 일, 침이 꼴깍꼴깍 넘어간다. 목차 정렬도 잘되어 있어, 언제든 쉬이 꺼내먹을 수도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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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명한 부모들이 꼭 알아야 할 대화법
신의진 지음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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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을 꿨다. 엄마가 학교로 찾아와 무슨 서류봉투를 받는 꿈이었다. 친구들과 그 앞을 지나다가 엄마 앞으로 뛰어간 꿈속의 나는, 엄마 옆에서 "얼마 나왔어?"라고 물었다. 꿈속의 엄마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깨어나고도 한 동안 가만히 누워 있었다. 내가 학생신분이었을 동안 엄마에게는 딱히 즐거운 기억이 없었을 것이다. 엄마가 학교로 오시는 날이면, 난 쫒아낼 듯한 얼굴을 했었다. 심지어 고교 졸업식 때는, 강당 밖에서 기다리던 엄마와 눈이 마주치자마자 그냥 가시라고 했었다. 교문 밖으로 향하던 순간, 배신감 같은 게 치밀어 올랐을 거다.


지금 이 순간은, 내가 치민다. 몽롱한 감정이 이불에 누워, 꼼짝 못하게 치밀었다. 꿈치고는 너무 생생했다.


신의진씨 책을 좋아해, 예전에 샀어야 했지만 한동안 보관함에 있었다. 아동 교육, 심리학에 관심이 많아서 나이에 맞지 않게 이런 류의 책을 많이 봐왔었다. 대강 어떤 흐름일거고, 어떤 내용을 강조하겠다는 게 눈에 빤히 보이면서도 구매한 이유는 순전 꿈 때문이었다. 내게 뭐가 상처고, 문제임을 안다. 그래도 한 번 더 환기해보고 싶었다.


지난 사진첩을 보듯이 편하게 봤다. 중간에 훌쩍대긴 했다. 감정폭발을 이런 식으로 밖에 표현 못하는 인고의 세월로 지내서 말이다. 아빠도 엄마도 불쌍 도록 둔한사람들이다. 지금 이렇게 떨어져 지내니 맘 편하게 이해가 되기도 하지만, 가끔은 그래서 화난다.


저자, 지켜줄 수 있는데 까지 상처를 덜 입히게 하는 방향으로 생각하고 말하는 게 멋지시다. 이 분야의 전문지식이 바탕이 깔려서 저자에게는 쉬운 일이었겠지만, 일반주부들에게는 모르겠다. 딱 한번 이 책 읽고 아이를 대하는 태도가 개선되기를 기대하는 것은 무리인 것 같다. 개인적으로는 좀 더 체계적으로 쓰였으면 하는데, 그렇게 엮였으면 이렇게 잘 읽지를 않았을 라나? 그래도 이정도면 만족이다.


신의진씨 책은, 읽으면서 아이들에 관한 좋은 생각들을 많이 엿보게 된다.


누군가 내게 지금 막 아이를 낳고 좌충우돌하는 초보 엄마들에게 해주고 싶은 충고가 뭐냐고 묻는다면 나는 서슴지 않고 말할 것이다. 초보 엄마들이여, 생명을 키우는 위대함과 행복을 ‘지금’ 만끽하라. 지금 아이와 볼을 비비고 사랑한다고 말하고 함께 즐거운 시간을 보내라. 정말 행복한 시간은 순식간에 지나가 버린다. 매순간의 ‘지금’을 행복으로 채우면 영원토록 행복할 수 있다. (p.279)



ps. 책에 잠깐 등장하는 이훈구의 ‘미안하다고 말하기가 그렇게 어려웠나요.’  나도 읽고 아주 놀랐던 책이다. 대화의 중요성, 인정의 필요성이 절절히 느껴지는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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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옹양의 두근두근 연애요리
김민희 지음 / 21세기북스 / 200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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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로거 야옹양의 연예담과 요리일기가 섞인 모음집이다. 책을 읽으면서 마음 한구석이 무척 심란했다. 저자 야옹양은 요리를 잘했다. 연예질도 잘했다. 거기다 그 짓들을 자랑하겠다고  책까지 냈다. ‘그럼 나는 누구인가?’ 근원적 존재론 고찰은 아무나 하나. 한 숨 좀 돌리고 신세 한탄 좀 해보자.


요리는 무슨, 참치 캔으로 한달을 버티고 있다. 연예는 개뿔, 직장생활에 치여 피로군과 신경질중이다. 거기다 그동안 챙겨보려고 했던 책들을 사정관계상 몽땅 못 읽게 됐다.

흑흑 너무 불쌍하지 않은가! 


솟구치는 억울함을 성토하며, 책을 한 장 한 장 넘겨보니 상큼한 재미는 있다. 우울할 때 읽으면 가볍게 기분 전환은 할 수 있을 것 같다. 책은 귀엽게 연애질 중인 블로그를 방문한 느낌, 딱 그 정도다. 그녀의 본 블로그, 천재 야옹양의 생활 (http://blog.naver.com/oz29oz)이 더 Fresh하다.


요리 페이지가 군침을 돌게 하는데, 딱 눈으로만 즐기게끔 해놓았다. 생략된 요리법과 작은 사진 덕에 직접 따라하기엔 부담이 커 보인다. 공개적으로 연애질을 노출한다는 것이 이해불가였으나, 생각해보니 나도 일기를 블로그에서 주절대는 골수 블로거 였다.


‘연애를 하면 일기가 모두 연애담이 된다 이거지.’


이 책 이벤트에 당첨되어 받은 책인데, 앞으로 이렇게 되라고 하늘이 주신 것은 아닐 런지 조심스런 희망을 가져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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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r.홍혜걸 기자의 의사들이 절대로 말해주지 않는 건강이야기
홍혜걸 지음 / 중앙일보새천년(주) / 200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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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혜걸이 뭐하는 사람인지 모르는 사람은 없을 거다. 그는 우리나라 최초의 의학전문기자이자, 인기건강프로 생로병사의 초기 진행자였다. 의학전문기자가 많이 생긴 지금도 그의 인지도는 여전히 상위에 있다. 말쑥한 차림새와 차분한 진행으로 많은 인기를 누렸었는데, 현재는 전만큼 TV에서 자주 볼 수는 없는 것 같다. 개인적으론 조선일보의 김철중 기자를 더 좋지만, 홍혜걸씨의 글 솜씨는 여전히 인정하는 중이다. 그러고 보니, 다른 의학전문기자들은 아직 책을 낸 적이 없는 것 같다.


책으로 나온 홍혜걸씨의 글을 제일 처음 본 것은 <85학번이 05학번에게>이었다. 냉철해 보이는 그의 부드러운 모습을 볼 수 있어서 좋았다. 이 번 <의사들이 말해주지 않는 건강이야기>는 2002년도에 출판되고 이번에 재출간 된 책이다. 의약분업 때문에 한창 시끄러울 시절에 쓴 이야기지만 뒤쳐진 느낌은 없다. 오히려 정착 단계인 지금과 당시를 비교해 보면서 이해를 넓힐 수 있었다.


제목을 참 잘 정한 것 같다. ‘의사들은 말하지 않는다.’라고 했는데, 이 이야기들은 일반 의사라면 잘하지 않았을 것 같다. 병리학적 소견과 치료법만으로 매꾼 보통의 의학 상식을 의사들이 썼다면, 이 책은 의사 이지만 의사가 아닌 ‘기자’만이 쓸 수 있는 내용이다. 건강상식에만 그치는 것이 아니라, 의료계의 문제점과 이슈들에 대해 자신의 생각까지를 피력하고 있다. 그 내용이 사뭇 진지하다. 평균 수명에서 나타나는 보건관계, 제약회사의 생리, 의약분업의 그늘, 의료기사작성의 어려움 등등. 


저자는, 자신이 이미 의사가 아니라 기자이라고 했다. 탄탄한 의료계의 길을 접고 험한 언론계에 투신한 이유가 궁금했다. 일차보건교육에 때문이라고, 어떤 인터뷰 자료를 본 것 같기도 한데, 더 자세한 뒷받침 대목이 제일 마지막 장에 씌여 있다. 그 내용을 보면서 “이 사람 준비 많이 했구나.”란 생각이 들었다. 의학전문기자가 처음 나왔을 때의 그 생경스러움을 참게 해줬을 그 역할 모델들을 보면서, 의학전문기자를 꿈꾸는 혹은 생각하고 있는 의대생들에게 홍혜걸씨가 역할 모델로 있는지도 궁금해졌다.


의학전문기자들도 일단 의업을 접었으면 좋은 기자가 되기 위해 노력해야 할 것이다. 그러나 지금은 이들에 대한 비판이나 견제보다 배려와 지원이 아쉬운 때다.(p.334)

지금은 배려와 지원이 많이 되고 있는 것 같기도 한데, 더 많은 의학전문기자들이 배출되길 기대한다.




ps. 02년에 쓴 책이지만, 재출간됐다. 오프라인 서점의 새 책 코너에서 발견하고 구매했다.

타 인터넷 서점엔 다 있는데.....알라딘엔 왜 품절인는지 좀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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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태우스 2005-12-13 22: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책 참 재미있어요. 정말 잘쓴 책이지요..

모과양 2005-12-14 21: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태님의 추천이 있었기에 사 본거랍니다. ^^ 알라딘엔 이 책이 품절이라 Thanks to를 못 눌러드렸네요. 죄송합니다.
 
나는 의사들의 이야기를 다 들었어요 대학병원 건강교실 5
이관우 지음 / 단국대학교출판부 / 200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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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로써의 소신을 진지하게 반성하는 글이 첫 장에서부터 나온다. 서양의학을 처음으로 우리나라에 전해준 선교사 알렌에게 보내는 편지가 그 시작이다. 그 장을 읽으면서 이 책이 재미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2000년도 출판된, 거기다 대학출판사가 발행한 책이라 걱정을 좀 했었다. 그러나 어려운 내용은 전혀 없고, 누구나 읽을 수 있을 만큼 이야기들이 재미있다. 2년 전 수술실 실습을 돌 때 이 책을 읽고 갔더라면 하는 안타까움이 생겨버릴 정도다.


수술과 마취의 역사에서부터 수술실에 벌어지는 에피소드가 엮여 있다. 이 책의 장점이 이웃집 아저씨처럼 편안히 설명해준다는 것에 있다. 어렵지 않고, 그렇다고 너무 가볍지도 않게 씌였다. 특히 마취과 의사들에 대한 이야기가 많이 나온다. 수술실에서 수술을 하는 이는 외과의사지만, 수술을 결정하는 사람은 마취과의사라는 건 진작부터 알고 있긴 했었다. 

마취과 의사들은 인간의 의식의 화학 요법사들이며, 통증에 대한 기능사들이며, 삶과 죽음의 둑길은 끊임없이 오가며 환자들을 인도하는 안내자들이다. 그들의 치밀한 눈길에 의해서 환자의 혈액과 뇌 속으로 망각의 안개가 흘러들어가고 또 그들의 단 한 번의 실수에 의해서 환자의 정신은 영원히 떠나버릴 수도 있는 것이다. (중략) 나는 마취과 의사는 외과 의사에 소속되어 조종을 받는 사람들인 줄 알았다. 마취과 의사가 되려면 그러한 조종을 받는 느낌을 극복해야 할 강인한 정신을 가진 것 같지가 않다. 오히려 그들은 마치 자신들을 그 오묘한 마취의 과학으로 계획하고 연출하는 연극에 외과 의사들을 배우로 쓰는 것처럼 여기고 있음이 틀림없어 보였다. 나는 그들의 천연덕스런 우월감을 놀라운 눈으로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p.232~233)


2일 만에 야금야금 다 읽어버렸다. 의료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한 번쯤 읽어 볼 만하다. 특히 수술에 대한 경험이나 가족 중 누군가가 수술을 받아야 한다면 꼭 읽어보라고 하고 싶다. 수술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을 줄여줄 수 있을 것 같다.

그의 얼굴은 수술용 모자와 마스크로 가리워져 있고 가슴에 이름표는 달려 있지 않을 것이다. 그것은 당신이 그의 얼굴이나 이름은 기억하지 않아도 된다는 뜻이기도 하고, 당신이 그를 기억할 수 없다는 뜻이기도 하다. 그가 바로 마취과 의사이다. (p.235)


지독한 수술의 고통 가운데서 잠들게 하는, 깊이 잠든 사이 생명의 문고리를 지켜주는 마취과 의사들의 숨은 노고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요즘 들어 무미건조하게 리뷰를 쓰고 있다. 어떻게든 책은 챙겨 읽어야겠는데, 주어진 시간은 넉넉지 못하다. 그래서 리뷰가 더 소홀해지는 것 같다. 병원생활은 사람을 진지하게 만들 줄 알았는데, 진지한 것 보다 허덕이게만 한다. 그래서 더욱 저자의 글이 좋아 보이나 보다. 힘들다고 투덜대더라도 임상에서 일하는 보람을 얻는 저자를 보니 기분은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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