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의 모든 인생은 20대에 결정된다
남인숙 지음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4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어제 집으로 돌아온 시각은 새벽 2시, 병동 사람들과 어울린 술자리였다. 우리 병동 분위기는 좋다. 태움도 적고, 연차 선생님들도 굉장히 착하시다. 그래서 5년차 선생님이든, 막내 신규든 모두 다 어울려 논다.


“여기 장사 되게 잘 되네. 병원 때려 치고, 술장사나 해볼 까?”

“선생님, 이번에 **병원공고 났던데, 거기 갈까요?”


피곤한 병원생활에서부터 방금 본 영화이야기까지 김치전을 뜯으면서, 동동주를 푸면서 재잘 거렸다. 그 자리에 앉은 사람들은 모두 20대였다. 올해 20대의 마지막 크리스마스를 보낼 선생님들과 이제부턴 병원에서 크리스마스를 보낼 어린 초년생들은 동동주 3차를 끝으로 헤어졌다.


할증 붙은 택시비를 곱씹으며, 책상으로 핸드백을 던지니 이 책이 툭하고 떨어진다. ‘여자의 모든 인생은 20대에 결정된다.’


다른 리뷰들을 보니까, 별로라고 하는 사람도 있고 괜찮다고 하는 사람도 있던데 나는 이정도면 괜찮은 것 같다. 이 책을 읽고 갑자기 사고전환이 된 것은 아니지만, 환기정도는 한 것 같다. 속물 되기를 두려워하지 말고 청춘에 괜한 죄책감 갖지 말란다. 사회적 책임의식보다 내 앞가림이나 확실히 해두라는 것도 맘에 든다. 가장 맘에 드는 것은 힘들면 참지 말라는 것과 그래도 세상은 살 만하다는 자세다.


속물이 된다는 것은 현실적 환경에 성실함을 의미한다. 철저히 자신의 행복을 의식하며 사는 것이고, ‘행복을 의식한다’는 것은 자기 마음 내키는 대로 사는 것이 아니라 목표에 맞추어 매진한다는 뜻이다. (p.24)


새로운 길을 모색하고 머리 굴리는 것을 귀찮아하는 여자들은 힘들게 살 수밖에 없다. 덜 힘들게 살 수 있는 가능성에 눈을 돌리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면서도 왜 자신만 이런 팔자를 타고 났는지 모른다고 한탄한다. 대체 이렇게 열심히 사는데 왜 세상은 그만큼의 보답은  안 해주는 거냐고 불평한다. 이런 생각을 하며 사는 여자들 주변에는 또 비슷한 생각을 갖고 있는 사람들만 모여들게 된다. 주변에 도움 안 되는 사람들만 있으니 발전할 리 있나. (p.48)


안목을 업그레이드 시키라고 한 것은 단지 다른 사람에게 감각적으로 보이기 위함이 아니다. 물건을 고르는 취향은 삶을 꾸려 나가는 모습과 무관하지 않기 때문이다. 물건을 대충 사는 사람은 일도 대충하고, 사람도 대충 만난다. 뭐든 대충 하는 인생에는 성공도, 미래도 없다. (p.50)


‘잘 사는 것’의 정의를 내리면서 ‘현재의 삶에 행복해하고, 미래가 더 나을 것이라는 기대감에 충만해서 사는 삶’이라는 표현이 일반적인 것과 조금 다르다는 것을 말이다. 보통은 ‘행복'이라는 것이 현재에 만족하며 더 이상 바랄 게 없는 상태라고 여기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러나 사람은 어제와 오늘과 내일이 똑같이 안온한 삶에 행복을 느낄 수 있는 동물이 아니다. 내일이 오늘과 다르고, 이왕이면 더 나을 것이라는 기대가 있지 않다면 우울증에 걸리고 말 것이다. (p.64)


인내, 곧 ‘참는다’는 것에는 두 가지 의미가 있다. ‘견디는 것’과 ‘계속 하는 것’ 두 의미가 포함되어 있다. 전자는 자신에게 가해지는 고통을 수동적으로 받아들이는 것을 의미한다. 누군가 내게 모욕을 줄 때 한 대 때리고 싶은 마음을 억누르고 못들은 척 하는 것이 ‘견디는 것’이다. 후자는 하고 있는 일을 멈추게 하는 갖가지 장애에 굴복하지 않고 말 그대로 쉼없이 움직이는 것이다. 여자들은 남자들에 비해서 ‘견디는 것’은 잘하지만 ‘계속 하는 것’은 잘 못하는 편이다. 그러나 성공하는 사람들에게 필요한 소양은 ‘견디는 것’이 아니라 ‘계속 하는 것’이다. 자신은 인내심이 뛰어난데 왜 되는 일이 없는지 알 수가 없다고 하는 여자들은 인내의 의미를 혼동하고 있기 쉽다. ‘견대는 것’을 잘하는 것은 앞서 이야기한 불행을 찾아다니는 여자들에게 발달해 있는 능력이다. 새로운 것을 시도하는 것보다는 고통을 견디는 것이 낫다고 여기는 그녀들은 나름대로 인내의 달인들이다. (p.84)


‘여자가 독하다’는 말을 듣기 싫은가? 엄밀히 말해서 자신이 원하는 것을 다가지고 편안하게 살아가는 여자 치고 독하지 않은 여자는 없다. 다만 독하지 않은 척할 뿐이다. (p.87)


사람들마다 교제를 하는 기준이 다른데 어떤 사람들은 자신보다 처지가 못한 사람들과 어울리기 좋아하기도 한다. 다른 사람들의 시선과 부러움을 받는 것에 쾌감을 느끼고, 그 만족감으로 인해 어깨에 힘이 들어가는 것이 좋기도 해서이다. 그러나 같은 상황에서 똑똑한 여자들은 못난 사람들 사이에서 자신이 돋보이는 걸 즐기기보다는, 결국 못난 무리 속의 하나가 되어 버린 자신의 처지를 부끄러워한다. 결국 못난 무리 속에 하나가 되어 버린 자신의 처지를 부끄러워한다. 그리고 자신보다 더 부유하고, 더 많이 배우고, 더 똑똑한 사람들과 어울리려고 애를 쓴다. (p.113)


일찌감치 ‘좋은 물’에 발을 담그어 두라는 말이다. 만나고 오기만 하면 ‘인생이란 게 서글픈 것’이라는 생각을 하게 만드는 사람들과는 만남의 횟수를 서서히 줄여 나가자. 객관적으로 삶의 여건이 좋은 것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발전적인 태도로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을 사랑하고 어울려라. (p.114)

이렇게 어쩔 수 없이 노비제도에 준하는 힘든 결혼생활을 하면서 여자가 결혼으로 덕 보는게 없다면 너무 억울하지 않은가. 남편이 가지고 있는 것들을 그 아내들은 당당하게 누려도 된다. (p. 216)

'당당히 누리라'는 결혼에 관한 관점도 재미있다.

힘들다 소리쳐도 20대는 좋은 때일 거다. 좋은 시절을 연장하려고 발버둥 중인 20대, 나는 아직 20대를 방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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