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밤중에 행진
오쿠다 히데오 지음, 양억관 옮김 / 재인 / 200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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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히데오 아저씨, <면장선거>출간 때는 ‘기대 무너뜨리기’를 하시더니 <한 밤중에 행진>에서는 ‘실망 세우기’를 하셨나보다. 나보다 먼저 읽은 이들 중 실망했다는 이들이 몇몇 보인다. 히데오의 팬으로썬, 댁이 실망이요로 일갈하고 싶지만 어떻게 하랴. 책이란 읽는 자의 경험과 사유에 따라 해석이 달라지니까 뭐라고 할 수는 없다. 이토록 경박하고 난잡한 리뷰만 쓰는 내게, 잘만 쓰시던데 왜 겸손까지 한 거냐는 댓글을 받아보았다. 제3의 눈을 가진 그런 똘똘한 알라디너도 있으니 무릇, 글이란 읽는 자의 안목과 품격에 따라 다를 뿐이다.

<한 밤중에 행진>이 가볍기만 하고, 반전의 결론에선 힘이 쭉 빠진다고 말이 많다. 아니 뭐 그렇게 심각한 잣대를 들이대고 난리야. 히데오가 <남쪽으로 튀어>처럼 사회의식을 늘 담아야 해? 아마 오쿠다 히데오가 <한 밤중에 행진>를 읽고 실망했다는 글을 보면 이렇게 말할게다. “책이 나왔는지도 모르는 작가보단 낫잖아! 하핫.”

난 그의 깃털 같은 가벼움과 희롱 섞인 웃음이 좋다. 아니 감사하다. 그리고 뻔하다는 그 결론을 얼마나 좋아하는지, 가끔은 위로까지 받는다.

구라가와 씨, 콧대 높고 제멋대로 구는 여자의 가면을 덮어쓰고 있지만 사실은 너무 마음이 상냥해서, 그게 또 너무 겸연쩍어서 있는 힘을 다해 숨기려 하는 건 아닌가요? 아, 뭐든 다 안다는 이런 투의 말을 구로가와 씨는 가장 싫어할 테지요. 반성할게요. (p.360)

내 가슴을 뜨끔하게 했던 이 문장, 미타 조지(미타 소이치로)가 크로체(구라가와 치에)에게 보낸 편지글의 내용이다. 미타 조지, 어리숙한 줄 알았더니 사건 속의 캐릭터 그대로 마지막까지 빛난다. 그리고 툴툴거리며 답장 엽서를 쓰는 치에는 마지막까지 예뻐 죽겠다. 요코겐(요코야마 겐지)는 원래 겉멋 많은 멋진 놈이었고, 야쿠자로 나오는 후루야 데쓰나가는  온 몸으로 웃겨주신다. 크로체의 아비로 나오는 시라토리와 이번에 올림픽의 연다는 나라 놈들은 또 어떻고.

책 속에서, 제대로 된 놈은 아무도 없다. 모두 즉흥적이며 욕망의 흐름에 동물적으로 몸을 던져버린다. 그 욕망의 오브제는 당연히 돈이다. 오죽하면 책 표지의 요코야마 겐지는 눈동자 속에 ¥자까지 넣고 다닌다.

때리고, 숨기고, 갇히고, 훔치고, 도청하고, 협박하고, 던지고, 달리는 그들의 무모한, 무리한, 무작정, 무개념식 도전이 부럽다. 난 한 번도 제대로 달려 본적이 없으니, 그저 부끄럽고 부러울 뿐이다. 그러고 보니 나는, 나의 진정한 욕망이도 제대로 알고 있지 못하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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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ntitheme 2007-09-11 19: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면장선거>가 읽을만 했었는데...식상하긴 하지만 뭔가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둔 것 같아서요. 그러구보니 그뒤론 히데오의 책을 접한게 없군요.

모과양 2007-09-11 23: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쿠다 히데오는 다 챙겨보고 있어요. 이번 주는 <오! 수다>를 읽고 있답니다.^^ 조금만 기다리면 히데오의 <마돈나>도 출간 된다는 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