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 뒤집어 말어? - 사랑 앞에서 헛똑똑이가 되어버리는 여자들을 위한 결혼생활 지침서
김낭 지음 / 팝콘북스(다산북스) / 200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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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 앞 이마트를 가든 명동 백화점을 가든 꼭 둘러보는 한 곳이 있다. 바로 가정/가구 매장이다. 백화점이야 만져보지도 못하는 수입 명품들만 있으니, 눈요기 차 간다고 치자. 그런데 매일 들르는 이마트는 뭐란 말이냐. 우유 사러 갔다가 한번, 치약 사러 갔다 한번. 너무 자주 들르는 바람에 이달의 신상품도 집에 있던 것처럼 느껴질 정도다. 정신 놓고, 구경 다니다 보면 어느새 그 매장 앞에 서있었다. 이런 나를 보고 결혼할 때가 돼서 그렇다고 말해주는 사람이 있었다. 하지만 난, 아주 어렸을 때부터 가정/가구 매장이 좋았다. 지금도 명품 백이나 향수구경보다 가정/가구 매장이 더 좋다. 그 곳을 왜 둘러보는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그 분의 지적이 틀리지 않았다면 난 아주 어렸을 때부터 결혼을 생각한 쪽이다. 그리고 실제로도 틀리지 않았다. 독신주의의 화려한 삶을 상상은 많이 해봤지만, 상상만으로 끝이었다. 지금도 혼자지만, 화려하지도 않을뿐더러 외롭기만 하다. 평생 외로울 수도 있다고 생각하니 우울한 기분마저 든다.

그렇다고 결혼이란 걸, 타인에게 강요할 생각은 전혀 없다. 우린 배경이 다르고 추구하는 바가 다를 뿐이다. 결혼이 중요할 수는 있지만 삶의 필수라고도 생각지 않는다. 결혼은 선택일 뿐이다. 나는, 기왕 할 선택이라면 최선의 선택을 하고 싶을 뿐이고 좋은 결과를 보고 싶을 뿐이다.

그래서 이 책을 읽기로 했고, 참고 해볼 생각이었다. 그러나 책 자체로는 참고할 정도의 깊이가 없다. 이정도의 얄팍한 지식과 얕은 요령으로는 파혼만 면할 듯하다. 차라리 부부클리닉을 운영하는 정신과 의사 김병후씨의 책들이 더 유용할 듯싶다. 그렇다고 좋은 내용이 아예 없는 것만은 아니다. 그 중 하나가 착한 며느리로 보이고 싶어 고생을 자초하는 짓은 하지 말라는 것이다. 와 닿았다. 왜냐면 그 착한 척한 며느리가 우리 엄마였기 때문이다. 부당이란 걸 생각지도 못할 만큼 착하지도, 그렇다고 싫다는 말도 하질 못했다. 쌓이는 울분을 속으로 삭히며, 싹수 노란 딸년을 붙들고 그렇게 욕을 했던 것이다. 물론 고부를 떠나 할머니 엄마 모두에게 동정이 간다. 하지만 인생은 유전이며, 보고 배운다고 나도 엄마 꼴 날까 실은 두렵기도 하다. 웃어른에 대한 공경 따위는 애초에 없지만, 그래도 남편의 어미가 아닌가. 어디까지 받들다 어떻게 변할지는 모르겠다. 차라리 남의 집 귀한 아들, 후려낸 나쁜 며느리가 되고 싶다. 물론 남편에겐 “오 마이 엔젤”을 듣고 살아야겠지.

그리고 돌아온 싱글들에게 여쭤보라는 내용도 좋았다. 그들에게는 경험에서 우러난 결혼에 대한 지혜와 철학이 있으니 얘기를 청하란다. 맞는 말이다. 간접경험과 직접경험은 우러난 생각의 농도가 다르다. 내게 그런 이야기를 터놓고 해줄 사람이 많았으면 좋으련만. 그리고 솔직히 말해 결혼은 뭐며 파혼은 무엇이냐고 물어보기도 멋쩍다. 해본 적이 없는 이상, 내가 말하는 결혼이란 책과 주변관찰에서 얻은 것이 다 이다. 이러니 결혼관련 서적을 알아서 찾아 읽을 수밖에. 

이 책이 기혼자에겐 어떻게 읽혀질지 궁금하다. 내게는, 닭살 커플과 소름돋는 결혼에 대해 생각해본 나름 유익한 시간이었다.

ps. 최근에 들었던 충격적인 말은 “넌 혼자서도 잘 살 것 같다.”는 말이었다. 결혼을 하고 싶어 하는 사람에게 이 무슨! 그 말을 듣고 내가 너무 센 척하고 살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외로워도 안 외로운 척, 씩씩한 척한 내 잘못이 크다. 이봐요. 저 외롭거든요. 그리고 저 부드러운 여자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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