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 도서관에 들러 <나는 왜 쓰는가>를 빌려왔다. 비는 내리고 아이들은 아프다고 집에 있고 하루종일 집안에서 뒹굴거리다보니 집안은 엉망이고 책이 손에 잡히지 않았다. 그래도 짬을 내어 잠깐씩 읽어가는데 쉽지 않은 이야기들이 술술 읽혔다. 그의 문장이 나를 사로잡았던 것일까.
나는, 요새, 뭐하는 사람인지에 대해 가끔 생각한다. 아니 무엇을 하고 싶은 것인지에 대해 생각하는 것도 같다. 생각은 끝없이 펼쳐지는데 막상 그 생각에 다가가지 못하는 사람이라는 생각을 하면서 살고 있는 것이다.
![](http://image.aladin.co.kr/product/777/20/cover150/8984314234_1.jpg)
![](http://blog.aladin.co.kr/fckeditor/editor/Images/quote_start.gif) |
|
|
|
모든 작가는 허영심이 많고 이기적이고 게으르며, 글 쓰는 동기의 맨 밑바닥은 미스테리로 남아 있다. 책을 쓴다는 건 고통스러운 병을 오래 앓는 것처럼 끔찍하고 힘겨운 싸움이다. 거역할 수도 이해할 수도 없는 어떤 귀신에게 끌려다니지 않는 한 절대 할 수 없는 작업이다.(나는 왜 쓰는가, 300쪽 중)
|
|
|
|
![](http://blog.aladdin.co.kr/fckeditor/editor/Images/quote_end.gif) |
나는 허영심이 많고 이기적이고 게으르다. 하지만 고통스러운 병을 오래 앓는 끔찍하고 힘겨운 싸움을 할 자신이 아직도 없는 것 같다. 그래서인 것 같다. 좋은 글을 써내지 못하는 것이.
나는, 요새, 부질없는 생각들로 우울해하기도 한다. 우울해할틈도없이 바빴으면 싶지만 아주 가끔씩 대체 뭐하며 사는 것이냐...라는 나를 향한 질문으로 시작해서 결국 우울함으로 끝맺음을 하려고 한다. 이건 나의 정서와 맞지 않는다. 아이들을 향해 웃어주고, 힘들어하는 남편에게 힘을 주어야하는 것이 나인데, 어째서 나는 아무것도 아닌 일일 수 있는 것에 집착해서 웃음을 걷어내려고 하는 것인지 모르겠다.
비는 끊임없이 내리고, 무슨 일이든 할 수 있다고 생각하기도 전에 할 수 있을까? 하고 의문을 먼저 제기하면서부터 문제는 시작되는 것 같다. 모든 것은 비때문이라고, 비의 탓으로 돌려야겠다고 생각하다가도 결국 그건 누구의 탓이 아니라, 나의 탓이라는 걸 다시 또 깨달으며 우울함은 배가 된다.
나는 왜 쓰는가, 나의 외로움과 우울함을 견뎌내기 위해서 쓰고 있다. 아무 것도 아닌 것조차 슬픔으로 만들어버리는 나의 외로움과 우울함, 그것을 이겨내야하기때문에 이 글을 쓰고 있는 것이다.
많은 것을 이해해줄 것 같았던 남편은 "내 일에 지장없게 행동해."하고 말하고, "엄마때문에 힘들어."하고 말하는 아이들을 생각하면 외롭고 우울한 건 당연한 것일테다. 물론 그게 전부는 아니지만 말이다.
한동안 쉬었던 독서논술수업을 다시 시작했다. 남편에게 일주일에 한번씩 아이들을 맡기게 되었고, 그 날은 저녁도 제대로 챙겨주지 못한다. 그 탓에 남편도 아이들도 심통이 났다. 가족들에게 폐가 된다고 생각하지 않았고, 폐를 끼치지 않는 선에서 일을 처리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건 내 생각일뿐인듯, 서로가 힘든 시간이 된 것 같다.
나는 대체.....무엇을 위해 살아가고 있는 것일까. 내가 해야할 일과 할 수 있는 일과 내가 하고 싶은 일은 대체 무엇이란 말인가. 끊임없이 질문이 생겨난다.
아이들을 잘 키워내는 일, 남편의 내조를 잘 하는 일, 그것만으로는 성이 차지 않는데 내게도 분명 꿈이 있고, 그 꿈을 이루기 위해 서두르는 것도 아닌데, 나는 아주 조금씩 천천히 노력하고 있는데, 그게 참 쉽지가 않은 것 같다.
나는 왜 쓰는가, 세상과의 소통을 위해서, 나를 키우기 위해서, 그래서 나는 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