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 지랄맞은 성격에 누가 결혼하겠니?"
요즘보단 결혼전에 더 많이 지랄맞았던 것 같아요. 사실 기억하고 싶지 않은 것들이잖아요. 지랄맞은 것들은, 그래서 잊고 살았는데 마녀고양이님이 자꾸 생각나게 만드시네요. 마기님도 마찬가지시구요.
저도 사실 제가 그렇게 지랄맞은 줄을 몰랐어요. 근데 옆에서 보는 사람이 지랄맞다니 지랄맞은게 맞을거에요.
결혼전에 사귀었던 ㅂ씨는 제게 늘 제게 잘해주었답니다. 착한아이콤플렉스라도 있는 듯, 늘 착하게 굴었죠. 늘 멀어도 집까지 데려다 주고, 만나는 장소도 늘 제 직장 근처에서 만났었더랬어요. 근데 어느날 부평으로 발령이 났다며 그곳에서 자취를 하기 시작하면서 우리의 연애도 불안해지기 시작했죠. 그전에 주말 평일 가리지 않고 만났는데 부평으로 발령이 난후로는 주말에만 만났거든요. 근데 그것도 시간이 지나니까 2주에 한번정도 혹은 한달에 한번으로 줄어들게 되더라구요. 그런데도 우리의 연인관계는 끝나지 않고 이어가고 있었죠. 그러다 어느날 어떤 여성으로부터 호출이 왔어요. 이 시절이 호출기를 쓰던 시절이에요. 전화를 걸어보니 모르는 여성이었죠. 알고보니 ㅂ씨가 부평에서 만나기 시작한 여성이었던거죠. 능력도 좋아요. 양다리를 걸치고 말이에요. ㅂ씨 제게 아무 사이 아니라고 애걸복걸 매달렸는데 그게 너무 싫더라구요. 좀 쿨하게 미안하다. 그동안 즐거웠다. 그랬으면 오히려 제가 매달렸을지도 모르는데 말이에요. 사실 집안에서는 결혼도 생각하고 있었던 남자라 헤어지기가 쉽지만은 않았었죠. 그런데 사람 마음이 그렇더라구요. 한번 떠난 마음 다시 돌이키는게 쉽지가 않잖아요. 게다가 전 그때 너무 젊었었거든요. 충분히 다른 남자를 만날 수 있으니 뒤돌아보기 싫었죠. 지금은 가끔 ㅂ씨가 생각날때도 있어요. 정말 친절하고 착했거든요. 하지만 제 지랄맞은 성격이 용서가 안되더라구요.
그다음에 사귀게 된 ㄱ씨는 호탕한 사람이었어요. 늘 사람들이 꼬이고 그 사람 주변에 사람들이 떠날줄 몰랐죠. 아는 것도 많고 책도 많이 읽고 정말 딱 제 스타일이었어요. 제가 먼저 너무 좋아서 와락 달려들었어요. 두번보고 반해서 사귀게 되었죠. 그런데 한가지 약속을 잘 안 지키는거에요. 1시에 만나자하면 1시에 집에서 나오는 그런 사람인거에요. 게다가 당일 그 시간에 약속 취소도 정말 잘하구요. 어쩜 이리 매너가 꽝이냐구요. 게다가 집엔 절대 데려다주지 않구요. 그래도 뭐가 좋았는지 3년반을 꼬박 사귀었어요. 그런데 결정적인 한방이 있었죠. 제가 병원에 가야할 상황이었죠. 과도한 음주와 스트레스 그리고 변X로 인해 치X수술을 받아야했거든요. 병원에 예약까지 다 해놓은 상황이었는데 안 오는거에요. 게다가 정말 너무 아팠거든요. 제가 수술 다 끝나고 입원실에 누워서 마취 풀리고 게슴츠레 누워있을때 왔더군요. 그때 바로 헤어지자고 했지요. 정말 어의없어했는데 그게 그날 하루가 아니라 그동안 누적된 스트레스때문이었죠. 그래도 제가 좀 황당하긴 했나봐요. 진료할때 의사가 그러더군요. 선천적으로 항문이 작아서 많이 아팠을거래요. 그동안 X누기 많이 힘들었을거라구요. 전 뭐 다 그런줄 알았는데 의사가 그렇다니까 그런줄 알았죠. 그동안 아픈 걸 왜 그렇게 참았냐고...그말이 많이 남았었어요. 그동안 수없이 어긴 약속을 봐주었더니 끝까지 속썩이는걸 왜 그렇게 봐주었냐구요. 그의 카리스마가 좋았던거죠. 근데 그게 전부는 아니잖아요. 결국 그는 영문도 모르는체 저와 헤어졌어요. 그리고 계속해서 연락을 시도하고 해외로 나가네 살이 많이 빠졌네 뭐 이런저런 쓸데없는 전화를 새벽에 술마시고 하더라구요. 제가 또 이런 걸 못 견뎌요. 결국 ㄱ씨도 제 지랄맞은 성격때문에 헤어지게 되었죠.
그러니 누가 저와 결혼할 수 있었겠어요?
그런데 정말 다행스럽게도 지금의 남편을 만났죠. 자상하고 친절하고 게다가 약속을 철저하게 잘 지키는 남자요. 물론 술마실땐 약속이고 뭐고 없지만요. 그것까지 철저하게 조사하지 못한게 좀 한스럽긴 해요. 하지만 제가 사귀었던 남자들 중 최고인 건 틀림없어요. 외모도 준수하고 성격도 괜찮구요. 그래도 둘이 가끔 삐걱거리긴 해요. 그것도 사실 제 지랄맞은 성격때문이죠. 남들은 그러려니 할 수 있는 것도 전 왜 그리 맘에 안 들어하고 사설을 늘어놓는지 말이에요. 결혼전에 제가 조카들에게 책도 잘 읽어주고 잘 놀아줬거든요. 그래서 남편이 저랑 결혼해서 애들 낳으면 잘 키우겠지 싶었대요. 그런데 도무지 키우는게 너무 힘들고 어렵잖아요. 조카는 잠깐 보는거지만 우리 애들은 계속 봐야하는데 그게 똑같지가 않잖아요. 남편이 가끔 제게 속았대요. 게다가 저의 지랄맞은 성격은 남편이 잘못한 걸 꼭 기억해두고 있다가 싸울때마다 펼쳐놓는답니다. 남편이 제발 잊어달라는 것도 모두 기억하고 있어요. 그러니 늘 싸움은 제가 이기죠. 지랄맞게도 지는게 싫어요.ㅎㅎ
이 글을 쓰면서 사실 부끄러운 것도 있고 이걸 써야할까 싶기도 했지만 나의 가장 지랄맞은 건 아무래도 연애사건이 아니었나 싶었어요. 남자를 사귈때마다 집으로 데려와 부모님께 소개하고 가족들과 함께 시간을 보내기도 했으니 모두가 남편감이었죠. 그런데 걸핏하면 다투고 걸핏하면 헤어지는 딸년을 보는 엄마의 심정이 어땠을까 싶어요. 제 지랄맞은 성격에 결혼도 못할거라고 했던 엄마의 말과는 달리 지금은 결혼도 잘하고 아들 딸 잘 낳고 잘 살고 있지요. 결혼전과 결혼후를 생각하면 제 삶은 결혼후의 생활이 훨씬 재미있고 신나고 유쾌하고 행복해요. 늘 가족들을 위해서 뭔가를 해야한다고 생각하면 즐거워요. 가끔 힘들고 지칠때도 있지만요.
제 연애놀음에 대한 이야기는 다음에 더 얘기할 거리들이 있으면 더 들려드릴게요. 이만 쓰죠.총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