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새, 호사를 부리던 시간도 얼마 안남았다.
아침 일찍 일어나 밥을 하지 않아도 맛있는 미역국 냄새가 온 집안에 풍기는 아침이었다. 결혼하고 내 생일이면 한번도 거르지 않고 미역국을 끓여 생일상을 차려주는 남편, 오늘도 어김없이 미역국이 보글보글 끓고 있었다.
남편이 밥을 하는 동안, 미뤄두던 욕실청소를 아침에 했는데 그바람에 아이들이 엄마 빨리 안나온다고 한바탕 또 소란을 피웠다. 신혼때는 남편이랑 단촐했는데 이제는 어느새 두 아이가 생기고 큰아이는 큰 아이대로 작은 아이는 작은 아이대로 어느새 볼에 입을 맞추며 엄마의 생일을 축하해 준다. 매해 그랬는데 올해는 또 다르게 가슴뭉쿨하다.
아프던 현수는 어제 오후부터 완전 좋아져서 오늘은 신종플루 2차 예방접종까지 했고, 다시 왕성한 식욕을 보였다.
점심을 가볍게 먹고 케잌이랑 아이들 간식으로 떡 몇가지 사가지고 집으로 돌아와서 아이들이 불러주는 노래에 촛불도 끄고 케잌도 잘랐다. 케잌만 보면 흥분하는 아이들......서로 불 끄려고 엄마보다 먼저 촛불을 껐다.
저녁엔 무얼 먹을까 고민을 했는데 올해도 어김없이 친정엘 다녀왔다. 늘 속 많이 썩이던 딸이라 결혼하고는 늘 죄송하고 고맙고 그랬다. 남편은 남편대로 부모님께 더 잘해드리자고, 평상시 우리돈내고 절대 가지 않는 암소한우전문점에 가서 특수모듬과 차돌박이와 육회를 포장해서 친정에 갔다.
친정부모님들도 오랜만에 고기구경하신다며, 입에서 살살 녹는다며 잘 드셨다. 아빠가 편찮으시지 않으면 식당에서 먹었으면 좋았겠지만, 집에서 구워먹는 고기맛도 좋았다.
친정부모님 집에 늘 드나드는 오빠네 식구들과 함께 푸짐한 저녁을 먹고, 집으로 돌아왔는데 여전히 배가 부르다.
생일이라고 오늘 하루 밥도 짓지않고 설거지도 하지 않고 정말 공주님처럼 보냈다. 이제 몇분 남지도 않았구나, 생각하니 좀 아쉽긴 하지만 일년에 한번 이런날이라도 있으니 좀 살만하긴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