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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데르센 평전 - 212개의 이야기와 하나의 특별한 인생
재키 울슐라거 지음, 전선화 옮김, 김상욱 감수 / 미래인(미래M&B,미래엠앤비) / 2006년 7월
평점 :
절판
덴마크의 작은 한 마을에서 가난한 구두수선공의 아들로 태어나 부단한 노력 끝에 유럽 여러 나라에 자신의 작품과 이름을 알린 '한스 크리스티안 안데르센'의 특별했던 삶과 정신, 작품 세계를 엿볼 수 있는 평론집이 나왔다. 재키 울슐라거는 안데르센 작품의 원전과 집필 과정을 그의 삶과 연관시켜 상세히 소개한 <안데르센 평전>을 집필한 공로로 안데르센의 고향 오덴세 시에서 수여하는 안데르센 특별상을 수상했다.
한 작가의 작품들을 좀 더 깊이 이해하기 위해서는 저자의 삶과 함께 작품이 씌어진 시대의 특성과 문화적인 사고방식 등을 알아 볼 필요가 있다. 이 책은 안데르센의 탄생과 어린 시절, 신분 상승을 위해 애쓴 코펜하겐에서의 생활에서부터 노년에 이르기까지의 삶과 덴마크보다 다른 나라에서 더 인정을 받았던 그의 고뇌와 애증과 이상과 고통 등이 투영된 다양한 작품 등을 면밀하게 다루고 있다. 또한 여러 나라를 여행한 경험이 그의 내면에 어떤 영향을 주었는지, 그의 작품이 번역되는 과정에서 본래 의미가 어떻게 훼손되었는지도 알 수 있다.
안데르센은 자신의 작품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모두 자기 삶에서 나왔다고 말하였는데, 이 평전에서는 안데르센의 조부모, 부모를 비롯하여 그에게 영향을 끼친 주변 인물들-후원자였던 콜린의 가족들과 에드바르 콜린, 예닌 리드, 디킨스 등등-에 대해 상세하게 다루고 있다. 또한 안데르센의 삶에만 국한하지 않고 1820년대 당시의 사회적 분위기나 코펜하겐이라는 특별한 토양 위에서 출현하고 키워진 많은 인재들도 언급하고 있다. 그리고 그의 일기나 편지에서 발췌한 글들을 통해서 기쁨과 좌절, 혼란과 건강에 대한 염려스러운 마음 등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다. 재치와 시적인 감수성이 어우러져 아름다움이 묻어나는 작품 속의 글들에는 그의 천재성이 드러난다.
여위고 우스꽝스러운 외모를 지니긴 했으나 노래에 재능을 보였던, 그리고 자신의 특별함을 드러내는 방법을 알았던 안데르센은 평생에 걸쳐 병적일 정도로 끊임없이 인정받고 칭찬받기를 열망했으며, 신분 상승을 꿈꾸었다고 한다. 그가 주변의 비판에 한없이 절망하였다가도 주위 사람들의 칭찬과 관심에 금새 기뻐하기도 하였던 것은 신분에 대한 위축감과 지나치게 예민한 성격과 풍부한 감수성, 불확실한 성 정체성 등의 기질을 지닌 탓일 것이다.
안데르센은 알려진 동화들과 '어린이를 위한 동화작가'로 기억되고 있지만 그 자신은 어린이에게 국한되지 않는, 어른까지 아우르는 작품을 쓰고자 했다. 그는 자신의 작품을 가리켜 "내가 쓴 이야기들은 어린이를 위한 것일 뿐만 아니라 어른을 위한 것이기도 하다. 어린이들은 단지 내 이야기의 표면만을 이해할 수 있으며 성숙한 어른이 되어서야 온전히 내 작품을 이해할 수 있기 때문이다."라고 하였다고 한다. 어린 시절에는 그저 슬픈 결말때문에 가슴 아파하고 눈물을 지었던 작품들에 안데르센이 담고자 했던 열망과 아픔을 알게 되었으니 앞으로는 좀 더 다른 시선으로 그의 작품을 읽어 보고 음미해 보게 될 것이다.
본문에 실린 몇 점의 안데르센의 초상화와 사진을 통해 한 여름에도 격식을 갖춰 옷을 입었던 그의 모습을 볼 수 있으며, 그 외에 주변 인물들의 초상화, 풍경화, 안데르센 동화의 삽화 등이 실려 있다. 그리고 <옮긴이 후기> 뒤에 실린 참고문헌 목록 및 주제별 색인은 관련 항목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도록 하고 있는데, 이것만 해도 약 100여 쪽에 달하는 분량이다. 마지막으로 안데르센은 종이 오리기 실력이 탁월하여 주변 사람들을 즐겁게 해 주었다는 내용이 종종 나오는데 이 책에 실린 종이 오리기 작품(p 764)을 보니 어떻게 가위 하나로 그런 작품을 만들어 낼 수 있었는지 감탄스러울 따름이다.
한 인간의 생애를 다룬 책이기에 진지한 마음가짐으로 읽었다. 동화작가라고만 인식하고 있던 안데르센을 동화 외에도 시, 여행기, 희곡, 소설 등 다양한 작품을 쓴 세계적인 문학가로 인지하게 해 준 이 평전은 나에게도 기념비적인 책으로 오래도록 기억에 남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