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양프로젝트 - 얼렁뚱땅 오공식의 만화 북한기행
오영진 지음 / 창비 / 2006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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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책은 70, 80년대 반공 교육을 받아서인지 경직된 사회 체제 속에서 국민들 모두가 획일화된 삶을 살아가는 나라로 각인되어 있는 '북한'의 이미지를 털어버리게 해 준 만화이다. 내가 무관심한 탓이 크겠지만 북한에 대해 떠올려 보면 생각나는 것이라곤 '통일 전망대'라는 프로그램이나 다른 영상 매체로 가끔 보던 것들이 대부분이다. 한복을 입은 여자 아나운서가 '조선 인민민주주의' 와 '경애하는 수령님'을 시작으로 전 인민이 목표 달성을 위해 매진하자고 부르짖는 모습이나, 무슨 행사 때면 팔과 다리를 각 맞춰 움직여가며 행진하는 군인들의 행렬 모습 등으로 기억하는 북한에도 변화의 바람이 불어 닥쳐서 많은 변화를 보이고 있음을 이 책을 통해 조금이나마 알 수 있었다.
 
 이 만화는 남북이 교류 협력 차원에서 남한의 작가가 북한으로 파견 나가 생활상을 취재하는 형식으로 변모하고 있는 북한 사회의 여러 면을 담아내고 있다. 가상의 설정을 기반으로 하고 있긴 하나 저자 자신이 북한에 일 년 반 정도 지내면서 얻은 경험을 바탕으로 하고 있어 북한 사회의 실제 모습을 엿볼 수가 있다. 등장인물로는 북한의 생활상을 취재하기 북한에 파견된 남한 측 작가 오공식을 비롯한 북한 쪽의 인물- 남북교류협력단 분과 책임자인 조동만과 부하직원 김철수, 협력단에 파견 나온 리순옥(중학교 교원), 이 네 명의 인물이 내용을 이끌어 가고 있다.  북한에 가서도 뺀질거리는 오공식을 비롯하여 고지식하긴 하지만 인간적인 면모를 드러내는 등장인물들의 돌출 행동과 북한 말투 등이 웃음을 자아내게 한다. 리순옥 동무를 흠모하는 노총각 김철수 동무의 애정 전선도 작품의 양념 역할을 하고 있다.

  인상 깊은 내용 몇 가지를 적어보자면 우선 북한 사회의 신랑감 선호도 순위를 다룬 "군.당.대.기.실"에서는 북한에서도 부의 가치를 비중있게 생각하는 쪽으로 인식이 변화하고 있음을 엿볼 수 있다. 각 지방의 말투나 행동 등 지역적인 특성을 빗대어 지칭되는 특이한 별칭 설명이 나오는 "지역색"도 재미있었는데 타 지역 사람들이 '깍쟁이'로 칭하는 사람들이 사는 지역은 어디일까? 그리고 '북측 당국의 단속 대상이 되는 옷차림새'는 어떤 것일까?

 '장마당'에 관한 내용이 종종 나오는데 나들이옷을 걸친 전문 모델들이 시선을 붙드는 등 상술이나 호객 행위 등도 하고, 자신이 만든 상품을 팔기도 하고("태풍 머리 염색물감"), 심지어 기업소에 일정한 돈을 지불하고 장마당에 물건을 팔러 나오는 사람들("8.3 로동자")도 있다고 한다. "중학교 6학년 규환이"에서는 북한 학생들이 선택할 수 있는 진로는 어떤 것들이 있는지 알 수 있으며, 북한의 청소년들 수업이 끝난 후에 무엇을 하며 지내는지 궁금하다면 "기철이의 하루 따라잡기"나 "키 크기 운동", "토요 학습" 등을 보라. 그리고 북한에서도 자식을 위해 뒷거래("치맛 바람")를 하기도 하고, "몰아주기" 등과 같은 문제가 존재한다고 한다.

 이 책 덕분에 '꾹돈' 이나 '그루빠', '가대기' 같은 생소한 북한 말도 알게 되었으며 사회, 문화, 경제 등 다양한 분야에서 북한 사람들의 인식의 변화 등을 접할 수 있었다. 물론 이 책에서 묘사한 것들이 북한 사회 전체의 모습은 아닐 것이다. 한 민족이지만 긴 세월 동안 살아 온 체제와 방식이 다른 탓에 많은 차이를 보이는 남한과 북한이 통일이 된다면 이 책에 나오는 등장인물들처럼 한동안 서로를 낯설어 할지도 모르겠다. 그 간극을 조금이라도 줄이기 위해서는 남북이 함께 모색하고 노력해야 하지 않겠는가. 우리와 같은 모습 그리고 우리와는 다른 모습을 볼 수 있었던 이 책이 저자의 바람대로 동질성 회복에 조금이나마 보탬이 되어 남쪽과 북쪽이 서로에게 한걸음 다가서는 역할을 해주기를 바란다.

 마지막으로 화풍에 대해 언급하자면 인물의 기질이나 성격을 반영한 모습이긴 하나 오공식의 인물상이 개인적으로 그다지 호감이 가질 않았다. 북한의 생활상을 엿볼 수 있는 이 책을 우리 아이들(초등학생)과 함께 보았으면 싶었는데 책을 보니 독자들의 연령대를 청소년 이상으로 잡아야 할 것 같다. 독자 대상을 어린이 층까지 잡는다면 조금 더 순화된 화풍과 대화의 선을 아이들 수준에 맞추어 주었으면 싶다. 

- 200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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