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미니즘의 도전 - 한국 사회 일상의 성정치학
정희진 지음 / 교양인 / 2005년 11월
구판절판


인간은 누구나 자신이 경험하지 않은 것에 대해서는, 지배 이데올로기나 대중매체에서 떠드는 것 이상을 알기 어렵다. 알려는 노력, 세상에 대한 애정과 고뇌를 유보하는 그 순간부터 우리는 타인에게 상처를 준다.-35쪽

이제까지 유일한 것으로 군림해 온 목소리가 조금 낮아질 때, 비로소 다른 목소리가 들리게 된다. 남성과 여성의 조화를 파괴하는 것은 가부장제지, 여성의 '직설적인' 목소리가 아니다. 다른 목소리를 들을 수 없는 사회는, 갈등없는 사회가 아니라 가능성이 없는 사회다.-43쪽

우리 사회의 아줌마에 대한 혐오 담론은 그들이 모성(남을 보살핌)과 섹슈얼리티라는 핵심적인 여성상을 상실한 집단이라는 인식에서 온 것이다. 젊음과 미모라는 여성의 가치를 상실한 섹슈얼리티가 이미 훼손된, 따라서 아무나 '건드릴 수' 있는, 아무나 건드릴 수 있지만 스스로 성적 욕망을 표현해서는 안되는, 집안의 정숙한 중산층 여성이 아니라 집 밖에서 노동하는 여성이라는 이미지에서 기인한다.-64쪽

가정 폭력의 경우, 아내를 구타하는 남편들은 자기가 아내를 '힘들게 가르쳤다'고 생각하고, 아내에 대한 폭력을 남편의 성역할이라고 믿는다. 그래서 가해자인 남편은 '부부싸움 후 섹스로 화해'했다고 만족하지만, 피해자인 아내는 '구타후 강간'당했다고 생각한다.-96쪽

"모든 인간은 인간으로서 권리를 가진다."라는 말은, 당위적인 진리가 아니라 추구해야 할 희망적인 가치이다. 불행하게도 현실에서는, 사람이라고 해서 모두가 인권을 가질 수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인간의 범위는 자연적으로 정해지는 것이 아니라 계급차별주의, 인종주의, 서구중심주의, 가부장제, 비장애인 중심주의, 이성애주의 등이 복잡하게 상호작용하는 사회적 권력 관계의 역동 속에서 결정된다.-151쪽

같음의 기준이 남성의 경험에 근거한 것일 때 여성은 남성과 같음을 주장해도 차별받고 다름을 주장해도 차별받는다. 이것이 소위 '차이와 평등의 딜레마'이다. 예를 들어, 여성이 남성과의 차이를 주장하면 남성사회는 그것을 차별의 근거로 삼고, 같음을 주장하면 사회적 조건의 다름을 무시한 채 남성의 기준을 따르라고 요구한다. 양성 평등을 "여자도 군대가라.", "숙직해라."로 이해하는 것이다.-179쪽

목소리와 침묵에 과한 이슈들은 여성주의 이론의 가장 핵심적인 주제이다. 우리는 정치적 의제 설정 과정에서, 누구를 배제하고 누구와 토론할 것인가, 누가 말하고 누가 들을 것인가, 어떤 주제를 토론하고 토론하지 않을 것인가는 모두 권력 관계의 결과임을 알고 있다. 때문에 특정한 질문에 대한 논쟁이 일시적으로라도 폐쇄된다면 진보는 불가능하다. -23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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