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 무작정 오지 마라 - 제주도에 살고 싶은 사람들을 위한 40가지 이야기
오동명 글.그림.사진 / 시대의창 / 201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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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에 내려온 젊은이에 대해 이런 이야기가 있다.

세상이 각박해지고 당장 취직자리 구하기도 점점 더 힘들어지다 보니 이렇게 사회뿐 아니라 자기 자신마저 방관해버리고 사는 젊은이들을 보게 됩니다. 더불어 이들을 알량한 혀 놀림으로 '현혹'하는 말과 글이 유행하고 있습니다. 결코 아픔이랄 수 없는 것을 아픔이라며 현혹하는 유의 거짓부렁들 말입니다.

 

소위 잘나가가는 사람들이 '하고 싶은 일을 하라'고 설파합니다. 하지만 대부분의 이런 말은 유혹을 넘어선 현혹입니다. 현혹은 거짓보다도 더 나쁜 사기가 될 수 있습니다. '하고 싶은 일'을 하라고 말하는 그들의 이력만 봐도 그 말이 현혹임이 드러납니다. 그들은 애초부터 명문 대학을 나와 의사나 변호사, 대학굣와 같은 평생이 보장된 직업을 가진 기득권자인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그들이 10대, 20대 때에 단지 하고 싶은 일을 하겠다는 생각으로 그 학과나 직업을 선택했을까요? 또 그들이 스스로 선택한 학과나 직업을 저버림으로써 지금의 인기를 얻고 있다는 이율배반은 무엇을 말하는 건가요? (21-22쪽)

 

 

 

문제는 제주도로 건너온 이주민들에게 있습니다. 제주도 토착민들을 왠지 하대하는 듯한 이주민들의 태도가 토착민들의 배타성을 키우기도 합니다. 이주민과 토착민 모두 이를 잘 알고 있기에 서로 터놓고 소통하지 못하고, 그러니 어우러지기가 쉽지 않습니다.

텃세는 전국, 아니 전 세계 어디에나 다 있습니다. 제주도만의 것이 아닙니다. 큰 집을 짓거나 혹은 확인 할 수 없는 과거를 떠벌려 텃세를 누르려는 심보를 버려야 합니다. 괜스레 심술궂게 '굴러 온 돌이 박힌 돌 빼'려는 마음을 육지에 내려놓고 오지 않은 이주민에게 제주도는 후회의 섬이 될 뿐입니다.

....

나이가 꽤 든 사람들은 더 심합니다. 이들은 크든 적든 젊은이들보다는 많은 돈을 손에 쥐고 있습니다. 이 돈이 이들을 더 옭아매기도 하고, 토착민과의 벽을 쌓게 하기도 합니다. 서울 같은 대도시에 비해 훨씬 싼 값에 땅을 사고 집을 지어 이주해 와서는, 듣기 불편한 과거를 공공연히 떠벌리며 아니 더욱더 과거에 묻혀 결국 이주민끼리 모여 삽니다. (39-41쪽)

 

 

 

부동산업자 K씨의 말을 더 들어봅니다.

"제주도 사람들이 오라고 부추겼나요? 스스로 선택해놓고 제주도를 탓합니다. 그리고 제주도 사람이 아닌 외지인들이 쓴 책이나 언론을 통해 제주도가 잘못 알려지고 있는 게 많습니다. 제주도를 소개한 책을 읽고서는 모든 걸 정리하고 무조건 내려왔다는 사람을 부동산 사무실에서 종종 만납니다. 이들은 하나같이 얼마 못 가 집을 도로 내놓으면서 제주도를 싸잡아 욕해댑니다. 하지만 엄연히 말해 잘못된 정보를 탓해야 하지 않을까요? 또 그걸 곧이곧대로 믿고 결정한 자기 자신을 먼저 탓해야 하지 않을까요? 그리고 부동산 거래가 이뤄지는 집들은 외지인들끼리 사고파는 경우가 대다수입니다. 이들이 값을 올리고서는 마치 제주도 사람들이 비싸게 파는 듯이 얘기합니다. 구입한 값이나 그 밑으로 내놓는 사람은 한명도 없습니다...."

그는 도민 혜택을 받아 반값으로 골프를 치는 이들에게서 제주도 사람을 비하하는 말을 들을 때, 국제학교가 들어선 덕에 세 배나 오른 값으로 땅을 되팔아줬건만 제주도도 육지와 다를 것 없다며 실망했다는 말을 들을 때, 올레길 주변의 레스토랑이나 게스트하우스 등의 임대료를 시세보다 턱없이 비싸게 내놓고서는 제주도와서 손해만 보고 간다는 말을 들을 때, 이들이 왜 제주도에 왔으며 또 제주도를 욕할 자격이나 있는지 되묻고 싶다고 합니다.(101쪽)

 

 

최근에 50대 중반의 부부가 제가 사는 동네로 이사 왔습니다. 이사 왔다고 동네 사람들에게 떡을 돌릴 때 그들을 처음 만났습니다. 아내는 경북 안동이 고향인 한국인이고 남편은 인도네시아인입니다. 아직도 한국 사회에 만연한 외국인 특히 동남아 사람들에 대한 편견에서 조금이나마 벗어나 살 수 있는 곳을 찾다 보니 제주도로 오게 되었다고 합니다. 아내의 고향인 안동에서 잠시 살아봤지만 곱지 않은 시선, 특히나 친척들의 눈치를 보고 사는 게 힘들었다고 합니다.

지금은 제주도에서 남편과 봄철엔 고사리를 따러 산야를 돌아다니고 늦가을과 겨울엔 감귤 밭에서 함께 일합니다. 이들은 꽤 짜임새 있게 시간을 활용하며 생활합니다. 여느 직장인처럼 주5일은 열심히 일하고 이틀은 만사를 제쳐놓고 쉽니다. 쉬는 날은 차를 몰고 나가 제주도 초원에서 야영을 하기도 하고, 바닷가에서 나가 낚시 잘하는 남편이 잡아온 생선으로 음식을 차려 먹기도 합니다.(13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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