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로망 다이어리
문수민 글 그림 / 중앙books(중앙북스) / 201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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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에는 그냥 그려러니 했다. 서점에서 도서관에서 그리고 알라딘에서 여러차례 제주를 찾을 때 같이 보이던 책. '제주 로망 다이어리' 멋진 제목이 오히려 속빈 강정일 것 같다는 선입견을 갖게 했다. 그리고 일러스트들 때문에 갖게 된 또 하나의 선입견. 그래서 옆에 두고도 한 참을 안 보던... 오히려 석달새 제주를 두 차례(총 다섯차례) 다녀오고서야 이 책을 들었다.

 

'제주 로망 다이어리'를 들고는 한마디로 제주 관광에서 여행으로 옮겨가는데 필요한 책이다라는 생각을 했다. 하가리에 대한 부분을 읽다보면 다음에는 하가리에서 제주의 돌담길을 즐기고 싶어졌다.

"하가리 돌담길을 걷다 보면 발걸음이 마치 부드러운 음률을 따라 걷는 것 처럼 편하고 즐겁기 이를데 없다.

돌담은 자로 잰 듯 반듯한 모양새를 고집하지 않았다. 굽이굽이 곡선이고 자유로웠다. 주변의 여러환경과 땅의 모양새에 맞추어지고 다듬어져, 일부인 양 천연덕스럽게 서 있었다. 돌담은 넉넉한 어머니의 품과 같은 대지에 안겨 아름다운 풍경이 되어 있었다"(93쪽)

 

제주를 여러번 방문했지만, 한번도 오름을 가지 못했다. 이전에는 단순히 관광지를 방문하다 제주의 참맛을 알게 될 쯤에는 아이들과 함께 제주를 찾았기에 오름에 가기는 부담스러웠다.

"그러나 요즘은 제주를 하루 이틀 만에 다 보겠다는 '욕심'을 버린 이들이 늘어나면서, 하나둘 천편일률적이던 동선에서 벗어나기 시작했고, 그러면서 오름을 찾는 이들도 늘고 있다." (97쪽)

 

그리고 '제주 로망다이어리'를 읽게 되면 자연스럽게 다음 제주지 방문지 목록에 '돈내코 계곡', '차귀도'를 적게 된다. 그리고 맛집목록에 적어둔 '교래리 토종닭'과 서귀포 용이식당 '두루치기', 올래국수에서 '고기국수', 산방식당에서 '밀면과 돔베고기'를 주문하게 될 것이다.

 

'제주 로망 다이어리'가 가벼운 에세이 형태이지만 가볍지 않다고 생각한 것은 제주의 재미있는 풍속을 알려주기 때문이기도 하다.

"제주에는 독특한 문화가 있는데, 이를 '신구간(新舊間)'이라고 한다. 제주의 풍속 중 지금까지 지켜지고 있는 것 가운데 하나다. 통상 신구간은 24절기의 하나인 대한후 5일째 되는 날 부터 입춘 전 3일까지다. 양력으로 치면 1월 25일부터 약 1주일 정도의 기간에 해당한다.

 신구간은 산과 바다, 마을과 가정, 목축과 농경을 관장하던 온갖 신들이 서로 임무를 교대하는 기간이다. 이 기간에는 인간의 길흉화복을 관장하는 제주의 1만 8천의 신이 지난 한 해 동안 있었던 일을 머무르기 때문에 집을 옮기거나 수리해도 재앙을 받지 않는다고 한다. 이 때문에 신구간이 되면 이사하려는 사람들로 제주 전체가 들썩거린다. 제주에서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대부분의 주민들이 이 기간에 이사를 하기 때문에, 전화 이동이나 쓰레기 발생량이 크게 늘어난다. 그래서 관련 기관들도 이 기간에는 비상근무에 들어간다."(198쪽)  

 

지난 12월 제주도를 찾았었다. 2014년 1월 중순까지 아직까지도 큰 눈이 안내린 서울인데, 12월 중산간 지역에는 함박눈을 맞았다. 아침마다 체인을 채워야만 숙소에서 나올 수 있었다. 그런데 제주해변과 서귀포에서도 눈을 맞았는데 그 눈은 싸리눈이었다. 심지어는 아침에 눈을 맞는데 자갈을 맞는 느낌이었다.

"창 밖에 내리는 첫눈에 우리는 "와! 첫눈이다"하고 탄성을 질렀다. 그러나 그런 낭만적인 감상도 잠시, 모두의 얼굴이 굳기 시작했다. 제주의 눈은 서울에서처럼 하늘거리며 펄럭이는 함박눈이 아니었다.

강한 바람을 타고 날아와 비비탄처럼 꽂히는 싸리눈이었다. 잊고 있던 사실을 상기하고 하니 겁이 나서 어찌 나가야 할지 걱정이 앞섰다."(210쪽)

 

한 손에 들기 편하고 부담스럽지 않은 내용이지만 놓치기 싫은 내용들로 채워진 제주이야기이다. 처음의 선입견과는 달리 다음 제주행에는 꼭 동행시키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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