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에는 카레가 없다
이옥순 지음 / 책세상 / 2007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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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에 대한 책은 많다.

하지만 대부분이 여행에 필요한 정보를 제공하거나, 체험과 감정에 충실한 에세이에 가깝고, 인도라는 거대하고 복잡한 텍스트를 분석해서 객관적으로 전달하는 책은 드물다.

 

이 사실을 바꾸어 표현하면 이렇다. 인도에 대한 책은 많지 않다.

적어도 아직까지는 충분히 나오지 않았다.

 

*

 

이런 상황에서 이옥순의 이 책은 가치를 가진다.

저자는 오랜 유학생활을 토대로 인도라는 텍스트를 깊이 있게 파고들었다.

 

적어도 이 책은 내가 읽은 책 중에서는 가장 보편적인 이해에 도달하고 있다.

몇몇 여행책자처럼 정보를 단순히 나열하지 않았다는 점이 가장 좋은 장점이고,

몇몇 에세이처럼 단순한 인상을 증폭하거나 축소하지 않았다는 점이 버금가는 장점이다.

 

*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은 분석의 공신력을 스스로 훼손하고 있다.

 

 

우선 문제가 되는 것은 불필요한 수식어와 비유를 남발하고 있다는 점이다.

 

특히 유행어 사용이 문제가 된다. 사실 유행어 자체는 문제될 것이 없다.

오히려 적절하게 사용되기만 한다면 독자들의 이해를 촉진시키는 기능을 할 수도 있다.

 

그러나 유행어의 사용에는 치명적인 약점이 있다.

유행이 지나면 그 효과가 완전히 떨어져버린다는 것이다.

 

더구나 저자의 문장 사용은 그리 재치 있거나 감각적이지 않다. 

이래서야 애당초 멋을 부리기보다 정직하고 직설적인 문장으로 승부를 보는 쪽이 좋지 않았을까?

 

 

또 하나의 문제는 막연하고 모호한 표현이 너무 많이 제시된다는 점이다.

예를 들면 이런 문단,  

 

아, 영화음악이 빠졌다. 인도의 대중음악은 영화에 나왔던 노래가 주류를 이룬다. 노래와 춤이 범벅인 영화가 성공하면 영화에 삽입된 노래는 그 장면을 기억하는 사람들에 의해 특별한 사랑을 받는다. 인도 영화의 역사에서 최대 흥행작으로 꼽히는 1994년의 한 영화는 행복이 인생의 필수라는 메시지가 담긴 작품인데, 영화에 나온 14곡의 노래 중 한 곡은 수십억 원을 벌어들였다. - p.253.

매우 타당한 설명인 것은 사실이지만, 객관성을 확보하려면 다음과 같은 내용이 보충되어야 한다.

 

ㄱ) 1994년의 영화는 어떤 작품인가? 제목은? 감독은?

ㄴ) 얼마나 흥행했는데 '최대 흥행작'인가?

ㄷ) 14곡의 노래 중 한 곡은 어떤 곡인가? 제목은? 가수는?

ㄹ) 수십억 원은 구체적으로 얼마인가?

 

*

 

나는 비난하기 위해서 글을 쓰고 있는 것이 아니다.

다만, 보다 좋은 성과를 만들 수 있지 않을까, 하고 욕심을 부리고 있는 것이다.

 

인도는 복잡다단한 텍스트이다.

그 때문에 지금 시중에 나도는 인도에 대한 글을 과장되었거나 평가절하 되어 있다.

물론 그 글들도 나름대로 가치 있고, 거기에 표현된 모습 또한 인도의 한 면모일 것이다.

그러나 이만큼의 분석이 이루어졌다면 그것을 더욱 심화시키는 것도 충분히 가능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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