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겨울 처럼 드보르작이 아름다운 해는 없더라...

가슴 저미는 듯한 청승맞은 멜로디의 슬라브 무곡과 가슴 속까지 후련한 카니발 서곡.

그리고 아름다운 가곡과 찌르는 듯이 애절한 바이올린 협주곡. 카리스마 넘치는 신세계 4악장도..

드보르작을 즐겨 듣지 않았었지만, 올 겨울, 어디를 가도, 무엇을 해도 드보르작이라면 OK였다.

오늘은 하루종일 쌓인 명절 스트레스를

축복의 도시 일산에서 이 구정에도 문을 연 '친절한'  카페에 앉아 카니발 서곡으로 날려버렸다.

시원한 겨울 바람 만큼이나 후련하게 내 마음을 털어내 준 것 같다.

무음으로 해 놓은 핸드폰에서 2시간 간격으로 3번이나 울려온 그 전화를 마지막엔 받지 않을 수 없었으니,

안 받고 버팅길 때보다 외려 마음은 편했다. 

온 몸과 온 옷엔 담배 냄새가 쩔었지만, 어두운 곳에서 드보르작을 들으며 책을 읽은 수 있는 설이..

앞으로 내 인생에 얼마나 남아있을까.

생각하니 우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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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05-02-11 02: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 어떤 때보다도 의무적으로 착실해져야 하는 시기에,
홀로 카페에서 아름다운 음악을 벗삼아 여유로운 시간을 보내시는 Hanna님의 모습,
참 예쁘게 다가오네요. 님, 힘내세요^^

Hanna 2005-02-12 00: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의무적으로 착실해져야 한다는 말.. ㅡㅜ
명절이 싫은 이유중에 하나에요. 모든 사람이 동시에 즐거워져야 한다는법칙.
님, 감사해요. 이제 연휴도 끝나가고, 내가 하고 싶은 대로 다 했는데. 마음은 그렇지 않았을 때보다 가볍지도 않네요. ^^ 아~ 연휴야. 빨리 끝나라. 흐흣
 



 앨리스는 담배를 피운다. 하지만, 댄은 담배를 끊었다. 그는 담배를 선택하지 않았다. 댄은 담배를 다시 피우기 시작하고, 래리는 담배를 끊었다. 그는 담배를 선택하지 않는다. 그가 다시 담배를 피우는지 안 피우는지 잘 모르겠지만 앨리스는 담배를 끊었다.

  영화속에서 담배는 처음부터 등장한다. 앨리스는 담배를 찾아 처음 본 남자의 가방을 뒤지고, 결국 길에 있는 사람에게서라도 얻어 피운다. 그런 앨리스에게 댄은 담배를 끊었노라고 이야기하지만 그 대답엔 확신이 없다.  앨리스는 안나의 전시회에 가서 우연히 이야기하게 된 래리에게 담배를 권한다. 하지만 래리는 담배를 거절한다. 하지만 알고 있다. 그는 No했지만 마음으로 Yes했다. 아니다. Yes하는 듯 했다가 확실하게 No했다. 아니.. 사실 잘 모르겠다.  잘 모르겠다는 말은 안나의 대사이다. 안나는 담배를 피우지 않지만, 그녀는 늘 Yes도, No도 아닌 채, 잘 모른다는 대답을 잘 한다. 댄은 다시 담배를 피우지만, 그를 다시 가진 앨리스는 이제 다시는 담배에 집착하지 않는다. (사실 말해서 그녀에게 다시 달라붙어 사랑을 고백하는 댄의 모습은 가증스럽기 짝이 없다.)

  영화 속 스트립퍼, 제인은 자신이 원하지 않는 섹스는 하지 않는다. 래리는 비교적 솔직히 섹스를 바라고, 갈망하고, 실제로 하고, 자신의 욕구를 채우며, 얻어낸다. 그는 늘 진실을 원한다. 이미 진실을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는 계속해서 진실을 말하라고 몰아세우는 거다. 결국 그는 진실을 알고 있지만, 아니라고 생각한다.

  영화 속 스트립퍼는 아무에게나 몸을 팔지 않는다. 하지만, 영화 속 사진작가는 자신이 원하지 않는 사람과 섹스한다. 과연 누가 창녀인가? 과연, 누가 부끄러운가?

  영화 속 사진 작가는 확신하지 못하면서 결혼하고, 창녀 취급받으며 섹스한다. 사랑하는 사람과 섹스하기 위해, 사랑하지 않는 사람과 섹스한다. 사랑하는 사람과 섹스하지 못하기 때문에 사랑하지 않는 사람과 함께 잠자리에 든다.  그 이유는, 그녀가 늘, '잘 모르기' 때문이다.

  영화 속에서 남자들은 담배를 필까 말까 고민하고, 결국 선택한다. 여자들은 진실을 말하도록 추궁당한다. 그리고 늘 그 진실이란 것은 사랑이 떠나가게 만드는 결정적인 요인이 된다. 용서란 말도, 사랑이란 말도 허공에 흩어지는 헛된 몇 마디일 뿐이다.

  어쩌면 가장 심각한 loser는 래리인지도 모른다. 그는 자신을 사랑하지 않는 우울증환자 아내와 함께 잠들며, 진실을 알고도, 진실임을 알지 못한 채 오늘도 잠들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게임에서 4명 모두 loser다.  그 누구도, 진정한 진실을 알지도 못하고, 진실한 선택을 하거나 받지도 못하기 때문이다.

  집착을 싫어하면서도 집착하고, 사랑하지 않으면서도 함께 하며, 또 정처없이 훌쩍 떠나 또 다른 물음표를 남기는 것이 사랑이라면. 어떤가? 해 볼만 한가?

  사랑이 게임이라고 생각하지 않지만, 그렇게 간단한 것만도, 그리고 그렇게 단순한 것만도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사랑은 섹스도 아니고, 게임도 아니고, 이기적인 줄다리기도 아니다. 하지만, 사랑은 섹스이고, 게임이고, 이기적인 줄다리기이기도 하다.  게임같은 사랑을 하고 싶지는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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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밀밭 2005-02-11 20: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네 명의 인물 중 감정이입이 잘 안 되는 인물이 댄이었어요. 래리보다 더 이기적이라고 생각되기도 했고요. 님의 글을 읽다 보니 제가 놓친 부분이 보이네요. 담배 부분도 그렇고요. 안나 앞에서 댄이 담배 피우려고 할 때 어, 전 장면에서는 담배 안 피운다더니라고 하기도 했는데...
전 이 영화가 좋았어요. 달콤함을 뺀 사랑 영화를 만나기는 어려운데 정말 설탕 쏙 뺀 커피 같은 영화여서 느낌이 괜찮더라고요. 님의 글도 잘 읽었어요. 님의 영화평은 솔직하면서도 담백해서 좋아요.

Hanna 2005-02-12 00: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님, 칭찬 감사해요~ 히힛. 아직도 두서도 없고.. 허술하기만 한거 같아요. ^^
(그치만 뭐.. 재밌자고 하는 거에 즐거움 이상의 스트레스 받아가며 적을 필요는 또 없겠다 싶어.. 늘..^^; 뭔가 이야기하려다 비어 버리는 제글. 저도 잘 압니다.)
설탕 쏙 뺀 커피라는 님의 표현에 동감해요. 정말 그렇지요? 그치만.. 역시 맛있는 커피는, 설탕이 없어야 제맛 아니던가요. 저도 영화 보고 나서 몇 일동안 계속 뇌리에 남더라구요. 역시 사랑이란 아름다우면서도 영원한 이야깃거리인가봐요.
 
Arturo Benedetti Michelangeli - The Greatest Memory, Arturo Benedetti Michelangeli
Arturo Benedetti Michelangeli 연주 / 유니버설(Universal) / 2004년 4월
평점 :
품절


베토벤은 우아하다. 라고 했던 김대진 선생님의 말씀에 동의한다.  언젠가 그 분의 레슨 동영상을 본 적이 있는데, 베토벤의 피아노 소나타 3번을 설명하면서, 베토벤은 우아하다고 표현했던 그분의 말씀에 깊이 동감하며, 지금도 베토벤의 곡을 연주할 때는, 우아함을 떠올리게 된다.

우아하다는 말은, 차갑고 냉정하며 열정적으로 자신의 철학을 관철시키는 힘보다는, 우회하며 고고하고도 아름답게 자신의 의견을 내보일 때, 모든 이들의 감탄을 자아내는 또다른 내면의 힘이 아닌가 생각된다.

그렇다면, 미켈란젤리의 <황제>는 얼음장같이 차갑고, 냉정하다는 점에 있어서 뭔가 2% 부족하다는 느낌이다. 베토벤은 참으로 인간미넘치는 사람이라고 생각하며, 그의 음악도 질퍽질퍽하면서도 헤어나기 어려운 어떤 인생의 무게와 끈끈함이 있는데, 미켈란젤리의 연주는 너무나 맑고 너무나 예쁘고 너무나 투명하다.

오히려 함께 내장되어 있는 CD2의 드뷔시 연주가 좋았는데, 드뷔시의 몽환적이고 안개에 싸인 느낌의 연주라기보다는 역시 신선한 연주였다. 굳이 예를 들자면, 시원한 날 먼지 한 점없이 맑은 파란 하늘과 차갑게 떨어지는 폭포수 옆에 자리잡은 동굴에서 아무도 모르게 똑똑 떨어지는 맑은 물방울이랄까. ㅋ (사실 음악에 이런 토쏠리는 리뷰를 쓴다는 것이 닭살이긴 하지만. 어쩌랴. 상상이 되는 것을... 한 번 들어보시라... )

그게 드뷔시 하고 뭔 상관이 있느냐고 할 수도 있겠으나, 드뷔시의 몽환을 깬다 하여도 충분히 기쁠만큼 맑고 예쁜 소리인 것을 누군라도 인정하지 않을 수는 없을꺼다.  (사실, "드뷔시"가 이 연주를 듣는다면 좋아했을지는 잘 모르겠군.)

쇼팽의 발라드나 마주르카만큼은 정말 훌륭하니, 이 연주를 듣고 가슴이 울리지 않기란 불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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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별 상관없는 말이지만...오해라는 것에 대해서. 그리고 사실은 나를 모르는 사람들에 대해서 초월하려면 얼마만큼의 시간이 필요할까?  쳇.

아무리 내가 하고 있는 일이 작고 보잘 것 없어 보여도, 내가 만나고 있는 그 사람이 작고 보잘 것 없어도, 그렇게 보이는 것뿐만이 아니라 실지로 그렇다 해도, 일을 시작하고, 마무리하는 것에는 모두 책임이 있어야 하지 않을까.

최근들어, 인원감축으로 인한 지나친 업무부담에 일을 그만 둔 친구를 만났다. 이력서를 내는 것도 이제는 귀찮고, 자기소개서를 쓰기도 지겹다고 했다. 이러저런 경력을 자질구레하게 쓰고, 자기는 어떠어떠한 사람이며, 어떤 생각을 갖고 있는지, 일하게 되면 좋을 것 같다는 식으로 대충 이메일 입사 지원을 했다고 했다. 직장 생활 2~3년 만에 완전히 지치고, 매너리즘에 빠진 모습이 보여, 안쓰럽더라.

그러나.,솔직히 말해서 미안한 말이지만..그런 마음을 그 글을 읽어보는 사람이 못 느낄까라면, 그렇지 않다. 말 한마디에서, 표정 하나에서, 자세 하나에서, 내가 사장이라면 그걸 못 느낄 리가 없다.

왜냐하면, 일은 어떤 조건이나 환경이 하는 것이 아니라 '사람'이 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내가 아무리 똑똑하고, 내 사무실이 최고급 시설을 갖추고 있으며, 풍부한 자원과 수요를 지닌 곳이라 해도, 나와 함께 일할 사람이 마땅치 않다면...그로 인한 손실을, 오히려 안 쓰니만 못한 그 손실을, 일하고자 원서를 쓰는 사람들은 생각할까. 그리고 그렇기 때문에 얼마나 심사숙고 사람을 고르는지 사람들은 생각할까. 그것이 작은 사업체라면 더더욱 중요하다는 것을 알고 있을까.

또 선생님을 새로 구해야 하게 생겼다. 정말이지 황당하고 어이없지만, 꾹 참고 내보냈다.

풀려야 할 일들이 점점 꼬야만 가고, 나는 더욱 깊은 수렁 속으로 자꾸만 빠지는 기분이다.

이런 게 바로 삶이란 말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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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밀밭 2005-02-05 00: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선생님이 그만두셨나 보네요. 님, 기운 내세요. 일이 꼬이는 기분 저도 요즘은 자주 느껴요. 2월이 시작되면서 이런저런 태클에 마음이 많이 지친 한 주였어요. 설 연휴에 지친 마음 다 털어야지 생각하고 있어요. 님에게도 좋은 해법이 나올 거예요. 힘 내세요. 박카스라도 하나 드리고 싶네요. 주말 잘 보내시고요.

Hanna 2005-02-05 11: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2월이 얼마 지나지도 않았는데... 그거 아세요? 벌써 일년 중에 한 달이 훌쩍 지나가버렸잖아요. 새해의 포부와는 달리 별 변화도 없어 보이는 제 삶이 문득 지치는 듯한 느낌이 들기도 합니다. 님, 말씀만으로도 감사해요. ㅡㅜ 그저 어떤 때는, 이야기를 들어주기만이라도 할 수 있는 누군가가 필요한지도 모르겠어요. 우리, 늘 건강하고 즐겁게 살아야겠지요. 그쵸? 한가한 토요일이네요. ^^
 
 전출처 : 맑은바람 > 공부하지 말라고?
공부 그만해라
히사츠네 게이이치 지음, 김지효 옮김 / 명진출판사 / 2004년 6월
평점 :
품절


다들 열심히 공부하라는 판에 공부 그만 하라니……? 제목부터 눈길을 확 잡아끄는 이 책은 일본의 골 깊은 불황 극복 방법을 찾기 위한 노력의 일환으로 나온 것으로 보인다. 우리나라도 불황 속으로 들어가고 있다니 참 시기적절한 때에 나온 책인 것 같다. 저자가 간파한 바는 불황일수록 사람들은 책을 통해 정답을 찾으려 하는데 그럴수록 문제해결은 어려워진다는 것이다. 실행하여 해결책을 모색해 나가기보다, 실패했을 때 혹시 따를지 모르는 책임을 회피하고 싶은 마음이 앞선다는 것이다. 그래서 완벽한 해결책을 찾는다는 핑계로 책 뒤로 숨어 공부한다고 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성공한 많은 사람들은 계획이 완벽했다기보다는 적극적인 실행가였으며 현장에서 만난 우연이 그들을 성공으로 이끌었다고 한다. 불황기일수록 책상 이론가 보다 장인 정신을 갖춘 현장인이 각광을 받고 필요하다는 말이 상당히 호소력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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