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토벤은 우아하다. 라고 했던 김대진 선생님의 말씀에 동의한다. 언젠가 그 분의 레슨 동영상을 본 적이 있는데, 베토벤의 피아노 소나타 3번을 설명하면서, 베토벤은 우아하다고 표현했던 그분의 말씀에 깊이 동감하며, 지금도 베토벤의 곡을 연주할 때는, 우아함을 떠올리게 된다.
우아하다는 말은, 차갑고 냉정하며 열정적으로 자신의 철학을 관철시키는 힘보다는, 우회하며 고고하고도 아름답게 자신의 의견을 내보일 때, 모든 이들의 감탄을 자아내는 또다른 내면의 힘이 아닌가 생각된다.
그렇다면, 미켈란젤리의 <황제>는 얼음장같이 차갑고, 냉정하다는 점에 있어서 뭔가 2% 부족하다는 느낌이다. 베토벤은 참으로 인간미넘치는 사람이라고 생각하며, 그의 음악도 질퍽질퍽하면서도 헤어나기 어려운 어떤 인생의 무게와 끈끈함이 있는데, 미켈란젤리의 연주는 너무나 맑고 너무나 예쁘고 너무나 투명하다.
오히려 함께 내장되어 있는 CD2의 드뷔시 연주가 좋았는데, 드뷔시의 몽환적이고 안개에 싸인 느낌의 연주라기보다는 역시 신선한 연주였다. 굳이 예를 들자면, 시원한 날 먼지 한 점없이 맑은 파란 하늘과 차갑게 떨어지는 폭포수 옆에 자리잡은 동굴에서 아무도 모르게 똑똑 떨어지는 맑은 물방울이랄까. ㅋ (사실 음악에 이런 토쏠리는 리뷰를 쓴다는 것이 닭살이긴 하지만. 어쩌랴. 상상이 되는 것을... 한 번 들어보시라... )
그게 드뷔시 하고 뭔 상관이 있느냐고 할 수도 있겠으나, 드뷔시의 몽환을 깬다 하여도 충분히 기쁠만큼 맑고 예쁜 소리인 것을 누군라도 인정하지 않을 수는 없을꺼다. (사실, "드뷔시"가 이 연주를 듣는다면 좋아했을지는 잘 모르겠군.)
쇼팽의 발라드나 마주르카만큼은 정말 훌륭하니, 이 연주를 듣고 가슴이 울리지 않기란 불가능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