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윗은 양치기 소년이었다. 그는 매일 밤 양치는 일을 했다. 성실하게 해냈고, 그는 그 일을 '잘'했다. 그는 뛰어난 연주가이기도 했는데, 그는 아마 매일 밤 양을 치는 짬짬이 연습했을 것이다. 그의 성실함과 공교함은 그를 왕의 앞으로 이끌었고, 또한 하나님에게도 인정을 받았다. 그는 정말 열심히 하루하루를 살았다.
양치는 일이 재미있거나, 행복해서만은 아니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는 양 한 마리, 한 마리에게 애정을 갖고 대하며, 양이 새끼를 낳으면 기뻐하고, 아프면 가슴 아파하며 돌봤을 것이다. 위험한 이리가 달려들 때 양들을 최선을 다해 지키고 보호했을 것이며, 양들이 잠든 깊은 밤이면 밤하늘에 뜬 별을 보며 악기를 연습했을 것이다. 그는 매일 매일 자연을 즐겼을 것이고, 따듯한 햇볕아래 한가로이 풀을 뜯는 양떼를 보며 악기 연주하고 노래하는 시간을 행복해 했을 것이다. 아마 그는 이 일이 즐거운 이유를 매일 찾았을 것이다.
나는, 내가 꽤 성취감이 높고 주어진 일을 책임감있게 해 내며 끝까지 끈기있게 해내는 사람이라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최근에 내가 전혀 그렇지 않다는 것을 알았는데, 나는 일을 시작하는 것은 좋아하지만 마무리짓는 것을 잘 못하는 부류의 사람이었다. 나는 이것저것 일을 벌이지만, 끝까지 유지하는 지구력이 부족하고, 쉽게 싫증을 느낀다. 게다가 마무리할 때쯤, '아 이정도면 충분해'하는 생각과 함께 마지막 전력투구를 하지 못하고 중도에 그만 둘 때가 많다. 나의 음악도 그런데, 지금의 선생님을 만나기 전에는 곡의 완성도도 떨어지는 편이었다. 결정적으로 나는 성취감이 별로 없었고, 그렇기 때문에 성취도도 낮았다.
뭐든 자신이 하고 있는 일에서 즐거움을 찾고, 좀더 재미있고 즐겁게 하기 위해서 준비하고 알아보고, 세심하게 신경쓰는 일을 나는 귀찮다는 이유만으로 대충대충 하면서 즐겁지도 않고, 나에게 도움도 되지 않는 식으로 일해 왔던 것을 깨달았다. 나는 늘 마지막 일주일이 가장 고되었다. 실기시험 보기 일주일 전, 시험 막바지 시험기간, 등록한 헬스클럽의 마지막 일주일...성취도가 낮았기 때문에 또 다시 그런 악순환은 계속 되었겠지. '열심히 해도 안되더라'는 식으로...
요즘에는 하루하루를 예쁘게 포장한다는 마음으로 열심히 살아야한든 생각이 들었다. 설사 이 시간이 나에겐 의미가 없는 시간처럼 느껴지고, 지금 만나고 있는 이 사람이 나에게 중요하지 않을 것 같은 느낌이 들고, 이 일이 가치없는 것처럼 느껴진다 해도 말이다. 돌이켜 보면 그런 시간이 오히려 나의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시간이었음을 고백한다. 얼마남지 않은 20대를 그냥 이렇게 보낸다는 것이 너무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모든 일을 그렇게 할 수는 없겠지만, 최소한 내가 좋아하는 일이라면, 관심이 있는 분야라면, 내가 만나야할 사람이라면, 이미 만나고 있는 사람이라면, 그렇다면 최선을 다해서 하나하나 열심히 해결하고, 작은 것에서 기쁨을 찾을 때, 돌아보면 내 인생이 기쁨으로 가득 차 있지 않을까 생각된다. 여태까지는 왜 그런 생각을 안 했는지 모르겠지만, 매일매일 어제보다는 더 예쁜 다른 포장지로 하루하루를 정성껏 포장해 가다보면, 내 생애가 멋지고 풍성한 선물바구니가 되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오늘도 나는 하루를 포장한다. ^^ 즐거운 마음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