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생활의 일부가 되어버린 알라딘 글쓰기에 이것저것 주변잡기적인 이야기들을 수시로, 내맘대로, 내가 생각하는 대로, 내가 쓰고 싶은 만큼만 쓰는 것에 익숙해졌다. 갈수록 점점 두꺼워진 얼굴로, 이제는 내 생일에 즈음하여 내 생일 이야기를 한 번 해볼까. 하는 마음이 들었으니. 주책인가? ^^

내 생일은 2월 16일이다. 음력으로 하면 1월1일. 내가 아마 예수님을 믿지 않았다면 여기저기 사주를 보러 다니며, 1월1일 오전 댓바람부터 탄생하여 대단한 사주를 타고 났다며 기뻐하지 않았을까. 하하. 그러나 정월 초하루 댓바람부터 첫 애를 기집애로 낳은 우리 엄마는 그 힘든 산고 끝에 수술을 하여 나를 낳았음에도 우리 할머니에게 매몰찬 한마디를 안 들을 수 없었다 한다. 재/수/없/다.고. ㅡㅡ; 이런~

그러나 우리 할머니. 세상에서 날 가장 예뻐하셨으니, 약숫물을 떠다가 목욕시키신 할머니의 은혜를 모르는바 아니며, 그런 말 한마디, 섭섭하게 생각지 않는다.

우리 외할머니의 생신은 음력으로 12월 30일.  섣달 그믐에 기집애를 생산한 우리 할머니의 어머니는 1년을 마무리하며 딸을 낳은 연고로 칭찬을 들으셨을까? 쿠사리를 들으셨을까?

내 생일은 많은 젊은이들이 그렇듯이 양력으로 따지는데,  이것저것 끼어 득볼때도, 손해볼 때도 많다. 우선 설이 끼어 어릴 때부터 내 생일 즈음에는 아빠 지갑이 보너스로 두둑했고, 난 덕분에 돌잔치도 거하게 했으며, 매년 생일 선물을 잊지 않고 "특별히" 챙겨받는 특권을 누렸다. 

하지만, 내 생일은 나의 초등학교 졸업식/ 중학교 졸업식/고등학교 졸업식과 거의 겹쳤고, 졸업식 선물과 생일선물을 따로 받아 본 일은 거의 없다. 파티도 마찬가지.  생일상도 거하게 차린 적이 거의 없다. 누가 해주겠는가? 엊그제가 설이어서 아직도 음식이 많은 것을..

특히나 내 생일은 거의 방학인 때가 많아서 친구들의 생일축하를 제대로 받아본 일도 거의 없는 것 같다. 물론 3~4명 모여서 할 때도 있었지만, 날짜가 딱 16일로 잡히는 날은 별로 없고, 이것들이.. 학기 중에는 자기들 생일 다 챙겨먹고 내 생일엔 전화만 띡 하고 개강하면 선물을 줄 때도 있었다. 심지어는 생일선물을 7월에 받은 적도 있으니.. 그렇다고, 내 생일에 내가 여기저기 전화해서 애들을 모으는 것도 낯뜨거운 일 아닌가. 차라리 내 생일이 아니라면 하겠지만...ㅡㅡ;

내 생일은 발렌타인 다음다음 날이다. 사실 좋은 생일선물을 받고 싶어서 좀 더 많은 초콜렛을 선물한 적도 있으니, 당사자야 알던 말던 내 마음은 그랬다. ^^; (이만큼 주면 내 생일 선물 좋은거 주겠지. 캬캬캬) 암튼, 생일을 내일 모레에 앞두고 당연히 그 날 선물을 줘야 할 사람에게 또 선물을 하는 마음은 겪어보지 않은 사람은 모른다. 사실 쫌 치사하기도 하고, 민망하기도 하다. 그래서 일부러 덧붙인다.

"알지? 낼 모레 내 생일인거~ 선물 안하면 주~거~" ^^

올 해 내 생일날에는 좀. 특별하다. 하하. 그 이유인즉. 학원에서 그 동안 아이들에게 수업태도가 좋을 때 마다 줬던 달란트(가짜돈)를 모아 한꺼번에 쓸 수 있는 '달란트시장'을 하기 때문이다. 오늘 엄마랑 가서 이것저것 학용품도 사고, 그 날은 먹을 것도 좀 사서 팔기로 했는데, 어느 해보다도 시끄럽고 정신없는 생일이 될 것 같다.  내 삶이 왜 이렇게 되었는지 잘 모르겠지만 암튼 코메디는 코메디다. ^^

누가 그랬던가? 삶은 연극이라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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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밀밭 2005-02-12 08: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2월에 태어난 사람들은 그래서 안 좋아요. 사회인이 되면 별 문제 없지만 어렸을 때는 방학을 하면 뭔가 단절감을 느껴서 생일 축하도 안 하곤 했어요. 그것도 봄방학을 앞둔 그즈음이 생일이면 더 그렇죠. 미리 님의 생일 축하 드려요. 그리고 요즘 님이 쓰시는 글들 좋아요. 저도 알라딘에 이런저런 글을 쓰고 싶다가도 이상한 사람으로 보일까봐 자제하고 있어요. 아직 용기가 없는 거겠지요. 주말 잘 보내시고 건강 조심하세요.

맑은바람 2005-02-13 19: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약수로 목욕한 한나님의 특별한 생일을 축하드립니다.

Hanna 2005-02-13 19: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호밀밭님// ^^; 혹시.. 제가 이상한 사람으로 보이진 않겠지요? 흐흣. 축하해 주셔서 감사해요. 이렇게 축하를 받으니까.. 좀 민망하네요. 크흣. (역시..ㅡㅡ; 주책이었나..) 올 해 제 생일은 정신없고 약간 코메디같은 생일이 될 것 같지만, 뭐 어때요~ ^^ 이제 코메디 요소를 갖췄으니 로맨스만 더 하면, 참된 인생을 살 수 있을 꺼에요. 로맨틱코메디. ^^

Kel님// 와. 감사합니다. 교회에서 봤는데 같이 본 동생이 너무너무 이쁘다구 막 칭찬해 줘서 기분이 좋았던 거 있죠? ^^ 고마워요~

맑은바람님// 쿠흣. 저희 할머니 대단하시지요? "지금 생각해 보면 내가 미쳤지..."하면서 늘 말씀하신답니다. ^^ 감사해요~

비로그인 2005-02-14 01: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미리 생일 축하드려요~
전 생일이 1월이라, 어렸을 땐 내 생일도 학기 중에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하고 생각한 적도 있었지요^^
나이가 많은 게 유리할 땐 음력나이로 말하고 적은 게 유리할 땐 양력나이로 말하구~ㅎㅎ요즘엔 이래서 제 생일이 좋아졌어요^^;

Hanna 2005-02-14 19: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님도 그러시는군요. 크크. 저도 그래요. ^^; 사실 .. 음력으로도 어리지만, 전 그냥 학번으로 따져요. ㅋㅋ
올해도 제 생일날은 정작 친구를 못 만나는데, 그래도 그 근처로 해서 핑계삼아 얼굴들 보기로 했어요. ^^ 자꾸 봐야지 정들죠. 후훗.