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여자를 "아가씨"라고 부르며, 좋아한다. 길 가는 '아가씨'들과 교감하는 듯하다.

접대용 로또를 사며 기부문화 정착을 호소하는 실망스러운 모습을 보인다.

장난인지 진심인지 모를 말투로 웃지 않을 수 없게 만든다.

다른 사람에게는 거의 말을 하지 않는다. 보기 좋게 웃을 뿐.

성경책 선물을 받고 진심으로 기뻐하며, 운동을 굉장히 좋아한다.

핸드폰은 구리구리한 걸 쓰면서 자전거는 120만원짜리를 탄다.

새벽 3시까지 술을 마셔도 약속은 지킨다.

10년의 운전 경력에도 서툰 운전 솜씨를 보이며, 자신의 나쁜 머리를 탓한다.

머리 나쁜 척 하지만, 속으로는 예민하게 느끼고, 반응하고, 생각한다.

쉽게 말해, 설정이다.

밥만은 왼손으로 먹으며, 흘리지 않기 위해 고개를 숙여 다소 게걸스럽게 먹는다.

그런데 귀엽고 사랑할만 하니, 그 이유를 모르겠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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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레져 2005-04-06 15: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한나님, 안녕하세요. 몰래 글만 읽다가 이제서야 인사드립니다. 꾸벅.
인간적인 모습의 그사람이네요. 실망과 신뢰를 동시에 갖춘...^^

Hanna 2005-04-06 16: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 안녕하세요, 플레져님? ^^ 저도 다른 서재에서 많이 뵈었던 것 같아요. '몰래' 글만 읽으셨다니..^^; 저의 글이..읽을만 하던가요? 사실.. 읽히고 싶어 쓰면서도 늘 자신이 없답니다. 후훗. 인간적이에요? ^^ ㅋㅋ 좀더 연구해보기로 했어요.
 

"그 그럴까요? 전.. 괜찮은데.."

"저.. 이거 드세요. 이것두요."

"아..네... 근무했는데요."

"이번 주엔 가볼까... 했는데요.."

"저... 죄송해서 어쩌죠?"

...

"오늘은, 분위기가 달라보이네요? ^^"

두 문장 이상이 이어지지 않는다.

^^ 그래도, 쉽게 붉어지는 얼굴과 다정한 미소가 재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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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상 고민하게 된다.. 제목을 쓸 때, 마침표를 찍을 것인가.. 안 찍을 것인가... ^^

시간이 약이라는 말은 흔한 말인데, 흔한 말은 대체로 현실과 부합하는 경우가 많다.

1년이 지나면 거의다 잊혀진다.

카모마일 향도 잊혀져서 이제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

처음 사귀던 남자친구도 1년 지나자 잊혀졌다.

그 다음 남자친구도 군대 간지 1년 만에 거의 잊어버려서 헤어졌다.

카모마일 향도 1년 지나니까 잊어버렸다.

헤헤...

모든 것을 영원히 기억하지는 못 하도록 지으신 하나님께 감사한다.

시간은 멋진 지우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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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권도와 신디사이져, 작곡과 마라톤.

멀쩡한 허우대와 서글서글 잘생긴 얼굴, 그에 비해 형편없는 말솜씨.

시원한 웃음과 약간 낮은 목소리, 전혀 어울리지 않는 감탄사, '어라?'

생각보다 크고 깨끗한 차와 어울리지 않을만큼 두꺼운 책, 그 안에서 흘러나오는 영어공부 CD

역시나 잘 어울리는 정장과 말끔한 생머리, 그와 엇갈리는 생뚱맞은 표정.

^^

독특한 캐릭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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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nnerist 2005-02-27 00: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으하하하. 축하해 ^_^o-

Hanna 2005-02-27 21: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 뭔가.. 이상한 뉘앙스가 느껴지네..
그런 일은 아니어요.. 두분.. 진정들 하시길.. ^^;;
 

얼마전 라디오를 듣는데 문득 브람스의 대학 축전 서곡이 흘러나왔다. 예술 고등학교나 음악과를 가면 간혹,합창 연주때 모자란 인원을 보충하기 위하여(인 것같다..아무래도) 성악 전공뿐만이 아니라 피아노들도 합창에 참여하게 된다. 우리 학교는 합창이 1,2학년때는 필수 과목으로 절대 귀찮음에도 불구하고 반드시 들어야만하는 과목이다.

1학년 떼 새로 오신 교수님과 이 노래를 배웠다. 듣기만 했던 노래를 원어로 부르고 4부 합창으로 하니 그 울림과 음악의 기쁨에 싫기만 했던 합창시간이 즐거웠던 기억이 난다. 교수님은 10년간 이태리에서 공부하시다가 귀국하신지 얼마 안된 분이셨고, 난 그 합창 수업을 참 좋아했었다. 내가 좋아하는 음악을 한다는 기쁨에, 그 때는 모든 것이 즐거웠지만, 암튼 빡빡한 일정 가운데서 간혹 하기 싫을 때도 있긴 했지만, 일단 시작하면 그 선생님의 농담과 약간의 흥분 잘함(^^;)-오버라 해야할지..?- , 약간의 왕자끼와 까무잡잡한 얼굴에 귀여운(!?) 표정관리 등에 늘 웃지 않을 수가 없었다. (아무래도 난 테너를 좋아하나부다..ㅡㅡ;)

게다가 선생님의 제자를 반주하고 있던 터라 교수님과는 더욱 자주 만날 수가 있었다. 그렇게 1년을 수업하시고.. 여러 공연에서 활발하게 활동하시나 싶더니 불현듯, 그 다음 학기부터는 아프신 관계로 학교를 못 나오신다는 것이다. 그러더니.. 학교에 도는 소문이, 선생님이 암이라는 소식이었다. 소문이 무성한 가운데 한 학기가 지나갔고, 합창시간은 나에게 있어서 모든 과목 중에서 가장 하기 싫고 지겨운 시간이 되어가고 있었다. 선생님의 복귀를 간절히 기다리며 여름 방학을 맞았다.

여름 방학 끄트머리.. 그 선생님의 제자 (^^ 당시 나에게 "그대있음에"를 목이 터져라 불러줘야만 했던 그 아이) 와 함께 선생님이 공연을 준비하고 계시다는 대학로로 인사를 갔었다. 군대를 가기 전에 인사를 한다나 뭐라나... 다행히 선생님은 거의 다 나아서 회복을 하고 계신 중이라고 했다. 선생님은 암 투병으로 머리가 거의 빠지셔서 그런지 여름에도 털 모자를 쓰고 나오셨다. 아직은 힘든 표정.

선생님과 함께 대학로 식당으로 걸어가면서 내가 했던 말이 생각난다. "선생님! 병원에만 계셔서 그런지 얼굴이 무지 하얘졌어요!"했었다. 그러자 선생님은 "그래? 내가 병원에만 있어서 그래!" 하시며 웃으셨다. 그러곤 "정말 내 얼굴이 그렇게 하야니?"하고 다시 물으셨던 기억이 난다.

식사도 아직은 많이 못 하신다고 우리에게 삼겹살을 사주시곤 당신은 안 드셨다. 아직도 병원에 다니며 치료 받으신다고 하셨다. 그렇게 인사를 하고 집에 돌아와서 다음 학기가 시작될 무렵 나는 당연히 선생님이 학교에 돌아오시는 줄 알았다. 그런데 학기가 채 시작하기도 전에 연락을 받았다. 선생님이 돌아가셨다는 것이다.

내 생각에는 수술 결과가 좋지 않았던 것 같다. 암 초기 인 줄 알았는데, 아마 말기셨나보다. 그런데도 사람들에게는 다 나았다고 하시고는, 그냥 병원에서 나와서 해야 하는 일들, 할 수 있는 일들을 하셨다는 이야기를 전해 들었다. 그  이야기를 들었을 때 그 마음이 텅 비는 것 같은 허탈함이란..

누구나 그렇게 느끼겠지만.. 그 어렵게 한 공부. 여태까지 쌓아온 많은 것들, 그리고 많은 사람들... 그 젊은 나이에 도저히 납득이 가지 않는 소식이었다. 아직도 가끔씩 선생님 생각이 나긴 하는데, 그 때마다 정말 인생의 허무함과 인생에서 추구하는 모든 것들에 대한 회의감이 드는 동시에 순간의 중요함.. 하루의 소중함. 이런 것들이 생각나는 것이다. 그 날 저녁.. 라디오를 들으며 앞에선 지휘를 하고 나는 노래를 했던 그 당시의 합창 시간으로 잠시 잠겨 들었다.

선생님, 편히 쉬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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