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확진자는 연일 1000명을 넘어가고 있는데 정부는 3단계로 올릴 계획이 없나보다.
정부를 신뢰하는 일은 민주주의 국가에서 필요한 일이지만 어쩌면 불가능한 일인지도 모르겠다.
민주주의의 동력은 '갈등'이다. 균질한 집단으로만 이루어진 공동체는 민주주의가 사실상 필요없고 불가능하다. 그런 집단이라면 공산주의 등이 훨씬 더 합리적이고 적합한 시스템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러나 다양한 성향과 필요, 욕구가 있는 집단이 너무나 많고 심지어 동일한 집단이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성향과 필요와 욕구가 변하기도 한다. 들끓는 욕망 속에서 민주주의는 그나마 가장 나은 시스템으로 선택되어졌고 앞으로 특별한 대안이 없는 이상 자본주의와 함께 민주주의는 인류의 삶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대한민국은 민주주의 공화국이고
대한민국의 대통령은 직접선거를 통해 뽑혔고
적어도 지금까지 현 정부는 국민들의 안위를 최우선으로 생각하며
국민이 잘 사는 나라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사회적 거리두기라는 한계가 있는 방식을 지속적으로 고집했다는 것이 의아하지만 정은경 청장과 같이 전문가의 의견이 반영된 대책이었으니 나와 같은 평범한 사람이 알 수 없는 무엇인가가 있겠지...라고 생각하고 있다. 3단계로 높여야 4단계 봉쇄를 막아낼 수 있는 것 아닌가...라는 미덥잖은 생각은 그저 기우에 불과하기를 기도한다.
주말에 한발자국도 나가지 않았고
정말 할 일이 하나도 없었고
책은 두 권 정도 읽은 느낌이 들고
왓챠와 넷플릭스를 오가며 미드를 조금씩 많이 보았다.
'작은 아씨들'의 작가 루이자 메이 올컷이다. 최근 시얼샤 로넌과 티모시 살라메가 주인공으로 분한 작은 아씨들이 넷플릭스에 업로드 되었다고 하는데 나는 살라메의 팬이라서 아껴두었다 보려고 아직 클릭하지 못했다. 가면뒤에서는 여자의 힘이라는 부제가 있다. 원제가 Behind a Mask: or, a Woman's Power다. 주인공 뮤어 양은 서른살의 한물간 연극배우이자 사기꾼이다. 그녀는 타고난 연기력으로 귀족 출신의 부유한 젊은이를 속여 결혼하려고 하는데 이번엔 코번트리가의 에드워드와 제럴드 혹은 나이든 존 경을 목표로 나선다. 피아노도 잘 치고, 프랑스어도 잘하며, 집안일에도 능숙한 뮤어 양은 단번에 코번트리가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고 귀가 어두운 존경에게 날마다 책을 읽어드리는 일을 통해 노신사의 사랑을 얻는다. 모두 다 사기다.
이런 사기 행각을 벌이는 여인들의 이야기를 접할 때 드는 생각은(실제 일어난 일이건 소설 속의 일이건) 그 정도 재주와 외모를 가지고 있으면 얼마든지 괜찮은 남자를 만나 괜찮은 삶을 살 수 있을텐데 왜 저런 사기 행위를 벌이는가...에 대한 의구심이다. 뮤어 양의 비밀이 들킬 듯 말듯 아슬아슬함이 소설의 가장 큰 매력이었다. 제럴드는 마치 오만과 편견의 다아시를 보는 느낌이었다. 제인 오스틴과 루이자 메이 올컷은 전혀 왕래가 없었을텐데...그 시대 여자들이 생각하는 멋진 남자의 전형이란 것이 있었나보다.
학교에서 일이 잘 풀리지 않고 있다.
전혀 새로운 국면이 날마다 나타나서 '한치 앞을 내다볼 수 없다'는 말이 적절한 나날들이다.
어떤 순간에는 욕심이 부풀어 올라 화가 나다가도 어차피 어쩔 수 없는 것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어 마음이 평온해지곤한다.
내가 욕심내었던 일들은 결국 어그러지거나 되지 않았다.
내가 일하고 싶었던 일도 하지 못했고
내가 원하던 삶과 비슷하지도 않은 삶을 살고 있다.
그러니 나는 그냥 이렇게 살아야하려나보다.
이제 마흔이니 더 열심히 살 생각은 버리련다.
마흔은 열심을 버리기 시작해야 할 시기이다.
열심히 살게되면 바라는 것이 많아지고,
바라는 것이 결국 이뤄지지 않을 것이므로 화가 마음에 쌓일 것이다.
대다수는 평범하고 다소 지루한 삶을 살아가기 마련인데
특별함을 실제로 바라게 되면 나 자신만 고달프다.
그런 건 드라마나 영화를 보며 해결하면 된다.
요즘 계속 정주행하고 있는 미드 중 하나인데
나는 결고 캐리처럼 살 수 없고, 살기도 싫지만
계속 보고 있으니 내가 그들과 같이 뉴욕 길거리를 걷고 있는 것 같다.
그리고 나도 캐리처럼 날씬해지고 싶고 멋진 옷을 입어보고도 싶다.
미란다처럼 변호사가 되어 전문직 여성의 삶을 경험해보고도 싶고 샬럿처럼 화랑에서 일해보고도 싶다. 그러나 사만다는 정말 아무리 봐도 저렇게 살면 안되겠다는 생각이 든다.
캐리처럼...
당분간 내 모토는 그렇게 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