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선천적으로 책 읽기를 좋아하는 사람입니다. 못믿으시겠지만 사실이 그렇습니다. 어려운 책은 도전 의식이 생겨나서 좋고, 쉬운 책은 성취감을 느끼게 해줘서 좋습니다. 서점은 보물 지도에 나오는 보물섬 같아서 신이 나고, 책을 사는 순간은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순간입니다. 좋아하는 작가의 신간이 나오면 핸드폰 문자나 인터넷 메일로 그 소식을 전해주는 인터넷 서점들이 참말 고맙습니다. 상술이라 할지라도 좋은 소식을 가장 먼저 알려주는 고마운 상술입니다. 돈을 버는 이유는 물론 나의 가족의 편안하고 안락하고 격있는 생활을 유지하기 위해서기도 하지만 나를 위한 책을 구입하는데 별다른 고민없이 값을 지불하고 싶어서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나는 늘 최선을 다해 일을 하고 돈을 받습니다. 그 돈으로 책을 살 것이기 때문에 추호의 부끄러움도 있으면 안되기 때문입니다.
개인적으로 딱 한 권 책을 내본 일이 있습니다. 수중에 여윳돈은 거의 없었지만 사장님께 사정하다시피해서 100만원으로 100권의 책을 찍어냈습니다. 평소 써 둔 글들을 모은 그야말로 자료집 성격의 인쇄물이었습니다. 그러나 이 책의 내용이 좋았는지 사장님은 나에게 허락을 구하지도 않으시고 인터넷 서점에 등록을 시킨 뒤 유통을 하셨나봅니다. 전체 다 해봐야 뭐 몇 권이나 팔렸겠습니까마는 일단 인터넷 서점에 들어가 제 이름 석자 '김주연'을 치면 한 7-8번째 쯤에 제 책이 뜹니다. 기적같은 일입니다. 나는 하루에도 열 번도 넘게 인터넷 서점에 들어가 내 이름을 치곤하는데 그 순간은 더운 여름날 차가운 사이다 한 잔을 마실 때와 비슷한 기분이 듭니다. 한마디로 최곱니다.
좋은 책은 한 눈에 알 수 있는 안목이 길러지는 듯 합니다. 제목만 봐도 저자와 출판사가 얼마나 고심했는지 알 수 있을 것 같고, 머릿말을 읽은 뒤 차례를 보면 이 책의 수준을 단박 알 수 있습니다. 차례에서 모든 것은 결판납니다. 여러 책을 읽다보니 그런 능력이 생긴듯합니다. 그리고 이 시대에만 요긴하게 쓰일 책, 시대와 관계없이 요긴하게 쓰일 책, 다음 시대를 준비하며 참고하면 좋을 책, 시대와 관계없이 쓸모없는 책 들을 구분할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그래서 나는 현재 초등학교 교사라는 직업 대신에 마음껏 책을 읽고 나의 고객에게 가장 요긴하고 유용하게 쓰일 책들을 추천하는 일을 하였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보수야 지금보다 훨씬 적겠지만 뭐 먹고 살 정도만 있으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도 듭니다. 왜냐하면 책 읽는 것이야말로 내가 진정으로 원하고, 잘하는 일이기 때문입니다. 필요하다면 격주간으로 고객별 맞춤형 다이제스트를 제작하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재무설계를 해주는 것처럼 독서설계를 해주면 어떨까요? 전문가들은 자기 분야 책 밖에 모르기 때문에 나 같은 잡식성 독자가 이 직업에 적격이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르네상스인이 각광받는 시대가 오기를 간절히 기도합니다.
이지성이라는 작가가 '리딩으로 리드하라'는 책을 냈다고 해서 한 번 사보았습니다. 그 사람은 책 읽고 성공하라는 말을 참으로 묘한 재주로 풀어내어 책 한 권을 만들어냈습니다. 어찌보면 '책 읽고 성공하라'는 말을 되풀이하고 있고 다른 사람의 인생 사례를 들어가며 그 말을 반복하고 있기 때문에 뭔가 속는다는 느낌이 들기도 하지만 그것도 그 사람의 재주니까 그냥 인정해주기로 하였습니다. 내 생각에는 그런 책을 쓰는 동안에 자기 자신도 뭔가 고전이 될만한 인문학 서적을 한 권씩 쓰는 것이 더 생산적이지 않나하는 생각도 듭니다. 갈수록 고전이라 불리울만한 책들이 나오지 않고 있기 때문입니다.
올해는 결심으로 아주 작은 책 4권을 내고 싶습니다. 달리말하자면 400만원이 필요하다는 이야기이기도 합니다. 어느 출판사가 이렇게 어려운 시기에 무명의 초등학교 교사인 제 원고를 책으로 만들어주겠습니까? 일단 과욋돈으로 400만원을 더 벌기 위해 무슨 일이든 더 해야겠지만 만약 그 책들이 나온다면 홍보를 좀 해서 원고료라는 것도 받아보고 싶습니다. 원고료 받아 생계를 유지하는 것이 내 인생의 최종 목표라면 목표니까요.
한 해가 밝아옵니다. 저는 음력으로 한 해를 맞이합니다. 이젠 좀 2011년도 준비를 해야할 것 같습니다. 3월 한 달이 일년을 좌우하듯 지금 이 시기가 나의 한 해를 좌우할 것을 압니다. 무슨 일이든 최선을 다할 것이고, 최고의 결과를 이끌어 낼 것입니다. 나는 나를 잘 알고 있고, 나는 나를 신뢰합니다. 나는 아주 괜찮은 사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