쿨하게 사과하라 - 정재승 + 김호, 신경과학에서 경영학까지, 위기를 기회로 바꾸는 신뢰 커뮤니케이션
김호.정재승 지음 / 어크로스 / 201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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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로가는 버스는 9시 10분이 출발 예정시간이었지만 나는 그보다 1시간 앞선 8시 10분에 집에서 나섰다. 책을 읽기 위해서다. 3살과 5살 딸 아이를 키우다보면 책 읽기는 사치스럽고 고가의 장식품에 지나지않는다. 롯데리아에서 아이스커피(그 유명한 아메리카노 한 잔)을 시키고 여유로운 마음으로 책을 펼쳤다. 적어도 9시까지는 그 누구도 나의 독서를 방해하지 않을 것이므로.... 

정재승 박사는 과학콘서트라는 책으로 만난 적이 있었다. 사실 나는 과학하는 사람과 수학하는 사람을 이해할 수 없는 부류의 사람이다. 그냥 신기하다. 박물관에서 막 풀려난 도자기나 서책 같다. 그는 서른 아홉에 박사과정을 마친 김 호 제자와 공동 연구를 진행한 듯 하고, 박사과정 논문을 책으로 엮어낸 듯 하다. 제목이 신선했다. 쿨하게 사과하기가 어디 쉬운일인가? 더군다나 정박사는 현재 중앙일보에도 글이 나오고, 동아일보에도 나오고 심지어 EBS에서 이 책으로 방송도 했다. 언론의 막강한 지지를 받고 있는 정박사의 책이니 어느정도 수준은 보장이 된다. 아무리 언론플레이 어쩌고 저쩌고해도 너무 수준 떨어지는 책은 후폭풍이 너무 심하므로 언론도 그다지 큰 흥미를 보이지 않는 것 같다.  

왜 사과를 제대로 하며 살아야하는가가 나와있고, 역시나 성공한 사람들이 사과를 잘 해야한다고 써있다(도대체 성공과 거리가 먼 사람들을 위한 생활지침서는 언제 나올것인가) 진실되게 그리고 적절하게 사과한 사람이 진정한 리더이며, 아무리 잘못을 했어도 적절하게 사과를 한다면 오히려 그 이전보다 입지를 확고히 할 수 있다고 나와있다. 그 정도가 경미한 사과는 잘못을 인지한 즉시하는 것이 좋고, 상대방에게 심각한 피해를 끼쳐 분노를 야기한 사과는 그 사람이 그 일에 대해 충분히 생각할 수 있도록(아마 저주를 퍼붇는 시간을 주라는 뜻인듯) 시간을 주고 직접 사과하는 것이 낫다고 한다. 1일 1 상황에서는 반드시 직접 대면하고 사과하는 것이 효과적이며 최후의 수단으로서 문자나 메일을 활용하라고 권하고 있다.  

태안반도에 지구적 재난을 불러한 삼성의 경우 사건이 발생한 후 무려 47일이 지난 후에야 무성의한 사과문 한 장을 발표했다. 삼성에 대해 여전히 호감을 가지고 있는 나이지만 그 부분은 심히 유감이다. 일류기업답지 못했다. 그게 삼성의 본모습 중 하나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이 책에서는 미국의 버락 오바마를 사과의 CEO로 추앙하면서 그를 본받아야하며, 지금 그가 미국 대통령으로서 직무를 잘 수행하고 있는 이유는 바로 사과를 잘 했기 때문이라고까지 말하고 있다(정말 그럴까?) 

결론은 무성의한 사과나 진심이 담기지 않은 사과는 오히려 하지 않은 것만 못하고, 사과를 할 때도 적절한 시기와 방법이 있다는 것을 알았다. 내가 어떤 삶을 살게될지 모르겠지만 어찌되었든 이 책은 쿨하게 사과하는 방법을 제시한 대한민국 최초의 책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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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부터 몸이 좋지 않았다. 몸살이 난 것 같았지만 종합감기 약 두 알로 간신히 버티고 있는 중이었다. 딱히 앓아누울 이유가 없었기 때문에 나는 그냥 평소대로 아이들과 놀고, 책도 보고, 청소도 좀 했다. 남편은 여전히 화를 많이 내는 편이었지만 그렇다고 우리 가정의 화목을 깨는 정도는 아니었다. 그는 늘 긴장을 늦출 수 없는지 간헐적으로 적당한 정도의 화를 내곤했다.

6월 6일은 현충일이었지만 우리 가족에겐 오래전부터 보성으로 여행을 가야하는 날로 각인되어 있었다. 이것은 매우 중요한 일이다. 가족이란 이름으로 같은 공간에 사는 이들은 정기적으로 이렇게 여행을 떠나줘야 당분간의 안녕을 담보할 수 있다. 이것은 진리다. 유민이와 유현이는 아침마다 세수도 하지 않고 어린이집을 가는 습관 그대로 집을 나섰다. 심지어 옷도 제대로 입지 못하고 내복 차림이었다. 실제 이 옷차림은 미관상 상당히 좋지 못했지만 땀을 흡수해주는 동시에 시원함도 유지해주는 매우 편리한 복장에 속했다. 나는 엄마였지만 아이들의 복지와 미적 추구욕구에는 상당히 무지했기 때문에 나는 그저 그들이 울지 않고 하루를 보내기만을 기도할 뿐이었다. 솔직히 나는 오늘 여행에 그다지 끌리지 않았다. 오히려 집에서 편히 쉬고 싶은 마음이 컸다. 에밀 아자르의 '자기 앞의 생'은 3분의 1 정도가 남아있었고, 나는 그 소설의 매력에 흠뻑 젖어있었기 때문에 도저히 여행에 집중할 수 있을 것 같지가 않았다.

하지만 약속은 약속이었고, 가정의 안녕과 평화를 위해서 엄마라는 이름의 사람이 단순히 책 한 권 때문에(그 책이 어디로 사라지는 것도 아니지 않는가?) 한 달 전부터 계획되어 있던 가족 여행을 무심히 파기한다는 것이 어쩐지 하루아침에 말도 없이 사직서를 내고 치킨집 낼 자리를 알아보는 가장 같다는 생각이 들어 가만히 짐을 쌌다. 그리고 내 인생은 완전히 변했다.

 

처음 도착한 보성은 듣던대로 사람들이 많았고, 온통 초록색이었다. 한창인 시절은 지났는지 듬성듬성 죽은 차 나무들이 쓸쓸해보였다. 그 위나 옆 라인의 차 잎이 윤택나는 녹색일수록 더더욱 늙은 노인의 듬성한 속머리 같게 여겨져서 여간 불편한게 아니었다. 하지만 어찌하리. 이미 그 차 나무들은 생을 마감한 후라는 것을...그들은 맘 편히 죽어있는 상태이지만 오로지 남아있는 사람들의 애간장만 몹쓸 죄책감에 사로잡혀 있다는 것을.....그건 누구의 책임도 아니라는 것을....

이리저리 배경이 좋은 곳을 찾아 기념사진을 찍고 중간도 올라가지 않은 지점에서 다시 내려왔다. 아이들이 힘들어했기 때문이다. 첫째 딸 유민이는 철이 일찍 들었는지 여간해선 불평불만이 없는 아이가 되었다. 그 아이가 가장 불만일 때는 자기가 노래를 부르는데 박수를 쳐주지 않는다거나 핑크색 풍선을 파는 곳 앞을 무심히 지나치는 부모를 발견할 때이다. 그 이외에는 별다른 불만 없이 크고 있다. 심지어 유치원 친구들은 모두 초록색 반티셔츠를 입었는데 본인만 하얀색 셔츠와 프릴달린 발레 치마를 입고 타이즈를 신고 갔을 때에도 그렇게 크게 불만을 표현하진 않았다. 살다보면 그럴수도 있다고 여기는 것 같았다. 하지만 박수없는 본인의 노래와 무심히 지나치는 핑크색 풍선은 살아가면서 겪어서는 안되는 일 중 하나에 속함이 분명했다. 그 아이는 소신이 강하다.

유현이는 아침부터 옷도 못입히게 하고 본인의 양말은 본인이 해결하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보여 친정엄마와 나 그리고 남편을 당황하게 만들더니 끝까지 그 추노 헤어스타일을 고수하는 성깔을 보여주고 말았다. 머리카락에 손도 못대게 한 것이다. 어젯밤 자던 머리 그대로 돌아다녔으니 그것도 내복 차림에....사람들이 그 아이를 마치 정글북에 나오는 모글리를 보듯이 보는 것 같아 여간 민망한게 아니었다. 뭐 아무리 자격미달이라 할지라도 나는 그 아이의 엄마였다. 엄마....엄마는 자신의 자녀가 그런 시선을 받고 있다는 것을 눈치채면 가만히 있을 수 없다. 뭐라도 해야하는 것이다. 그것이 본능일텐데 나는 그냥 그런가보다하고 같이 웃었다. 어머...우리 유현이 추노같네...하면서....그러니 사랑하는 나의 남편이 나더러 엄마 맞냐는 눈치를 가끔 주는 것이다. 친정 엄마는 아주 대놓고 계모라고 말하기도 한다. 억울한 것은 나는 다만 익숙하지 않을뿐이지 악의를 가지고 내 두 딸을 대하지는 않다는 것을 그들은 잘 모르는 것 같다. 하긴 뭐...익숙하지 않은 것도 죄긴 죄다. 엄마라는 역할에서는 말이다. 성형외과 의사가 쌍꺼풀이 무엇인지도 모르고 메스를 잡는 것과 무엇이 다른가? 아...끔찍도 하여라. 그녀의 쌍꺼풀에는 무슨 일이 생길까?

 

입장권을 파는 보성 녹차밭은 입장료가 아깝지는 않았지만 그 이상도 아니었다. 기대는 금물...매표소 옆 2층 건물에서 밥을 먹었다. 녹차 칼국수는 집에서 만든 것처럼 맛이 개운했고, 녹차 돈가스는 유민이가 혼자 절반 이상 먹을만큼 맛이 괜찮았다. 중3처럼 보이는 아르바이트생이 조금 안타까운 것 빼고는 괜찮은 음식점이었다. 요즘 유현이가 어린이집에서 친구들의 손과 얼굴을 이빨로 자주 물어대고 있었기 때문에 아무래도 선생님들의 마음에 신경이 쓰였다. 사람은 마음이 먼저고 행동은 다음이다. 유현이가 미운털이 박히기 시작하면 이건 보고말것도 없이 끝장 중의 끝장이다. 막장으로 갈 가능성이 높다. 그래서 녹차 젤리라도 있으면 몇 개 사들려보낼 참이었는데 안타깝게도 녹차 젤리는 만들지 않는단다. 대신 녹차 아이스크림을 여기저기서 많이 팔았는데 그걸 들고 어찌 전주까지 가겠는가? 그냥 우리들이 먹었다. 역시 맛은 일품이었다. 살살 녹는 녹차 아이스크림을 먹으며 유현이의 사나운 이빨이 잠잠해지기를 기도하는 수 밖에 나는 달리 할 일이 없었다. 남편도 아마 같은 심정이었을 것이다.

 

보성 녹차밭을 빠져나와 낙안 읍성으로 가는 길에 '태백산맥 문학관'을 안내하는 표지판을 보았다. 이미 두 딸은 잠든 뒤였다. 태백산맥은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모두 읽어야 할 책이다. 역사소설로는 으뜸이며, 문학 작품으로서도 으뜸이다. 나는 태백산맥으로 유현이 태교를 했다. 걸쭉한 욕 때문에 흠칫 놀랄 때도 있었지만 따지고보면 욕도 언어다. 감정을 폭발적으로 표현하는 것과 상대방을 위협하며 자신을 방어할 목적이 다분하다는 것 뿐 그것도 언어다. 모든 언어는 나름대로 존재 이유가 있다. 결론은 그런 언어가 태교에 별다른 영향을 미친것 같지는 않다는 것이다. 어찌되었든 우리는 순전히 나의 문학적 취향을 충족시키기 위해 태백산맥 문학관으로 방향을 틀었고 그 길에 나는 운명적으로 조정래 작가를 만나게 된다. 조정래 작가를 만나뵙고 나는 무례를 범했다. 차에서 내리지도 않았고, 나의 책을 선물해드렸다. 미치지 않고서야 이런 짓을 할 수 있을까 싶게 상황은 빠르게 돌아갔다. 그 분은 대작가였지만 차에서 내리지도 않는 내게 이름도 물어봐주고 싸인도 해주셨다.그리고 내 책도 받아주셨다. 덕담까지 해주셨는데 인사는 하지 않으셨다. 나는 지금도 자살하고 싶을만큼 부끄러워 미치겠다. 만약 죽는다면 이런 수치심도 느껴지지 않을테니 죽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 것이다. 내 책을 건네는 미친 짓은 또 왜 한 것인가? 나의 이 엉뚱함은 결국 나를 파멸로 이끌지도 모르겠다. 자중을 모른다. 이놈의 인생은...당최 신중함도 모른다. 이놈의 인생은....되는대로 본없이 살아온 인생이어서 그런지 나도 잘 모르겠지만 좀 잔잔한 물가처럼 살면 안될까 싶다. 내 두 딸은 잔잔한 호수처럼 맑고 깊게 살아야할텐데....

조정래 선생님의 싸인은 가보로 두고 나는 소설가가 되기로 마음 먹었다. 대작가를 죽기 전에 뵈었으니 당연히 그래야하지 싶다. 소설 창작론은 김민권 선생님이나 신미영 선생님께 배우면 되고 나머지 것들은 책을 읽고 배우면 된다. 그리고 나는 신경숙 선생님처럼 가족 이야기를 주로 쓰는 작가가 되고 싶으니 그녀의 소설을 필사해야겠다. 당장 내일부터말이다. 배껴쓰면 뭐가 좀 보이겠지. 그리고 일단 그녀의 소설을 좀 다 한 권씩 사야겠다. 그래야 베껴쓰지...

태백산맥 문학관은 수치심 때문에 보는 둥 마는 둥 했다. 조정래 선생님은 오늘 나의 무례를 어찌 기억하실까? 아니...기억도 못하시겠지 아마...그나저나 김 훈 선생님은 뵐 수나 있으련지...음...또 만나자마자 말도 더듬고, 미친듯이 눈알을 굴리고, 침을 튀기며 글을 아니 책을 아니 작품을 잘 읽었다고 횡설수설하겠지...아이구야...말자 말어.

나는 오늘 결심한 것이 내가 조정래 선생님을 보고 느낀 그 감정을 누군가 나를 보며 느낄 수 있도록 나를 만들어나가자였다. 이건 정말 대단히 중요한 결심이고, 절대 변해서는 안되는 결심이다. 나는 소설가 아주 훌륭하고 유명한 소설가가 될 것이다. 소설을 써야겠다.

낙안읍성은 대단히 만족스러웠다. 옛 읍성 모습이 그런대로 잘 복원되어 있었다. 그곳에 사는 사람들이 마치 영화배우 같았다. 매우 자연스러웠다. 그들은 우리를 전혀 신경쓰지 않고 일상을 살아갔다. 그 점이 인상적이었다. 일상과 여행이 공존하는 아이러니한 공간이었다. 어쨌뜬 나는 여행에 한 표를 던지고 싶은 마음이다.

꽤 많이 걸었다. 모두들 지쳐있었지만 행복 비슷한 감정을 느끼고 있었다. 가족은 그래야하는 것이다. 가족이라는 특별한 존재는 온 우주를 통틀어 가장 필요하고, 쓸모있으며, 중요한 것이기 때문이다. 건강을 잃는다하더라도 가족이 있으면 그 삶은 모두 잃은 것은 아니다. 그러니 돈을 잃으면 조금 잃은 것이요...따위의 말은 좀 안했으면 좋겠다. 개인적으로...

유민이와 유현이는 성인이 되면 아마 이번 여행 역시 기억해내지 못할 것이다. 하지만 나는 2011년 현충일을 잊지 못할 것이다. 나는 소설가가 되기로 결심한 날이며 적어도 10년은 이 목표를 위해 뭐든 해낼 자신이 있기 때문이다. 아주 조금씩이라도 꾸준히 일해나가면 아주 많은 일을 해낼 수 있다는 것을 나는 알고 있다. 일단 쓰자. 나는 쓰기로 마음 먹었고 지금 이 글도 쓰고 있다. 나는 쓰는 사람이 될 것이다. 소설 쓰는 사람....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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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밀 아자르의 소설 '자기 앞의 생'을 거의 다 읽어간다. 아시다시피 에밀 아자르는 유령 작가이다. 로맹 가리의 필명이다. 로맹 가리는 프랑스 문단의 가장 주목받는 작가였는데 은둔 작가로 매우 유명했다. 새들은 페루에 가서 죽는다를 도대체 몇 번 반복해서 읽었는지 기억나질 않는다. 이 소설의 장점이자 단점은 안개 같다는 것이다. 있는 것 같기도 하고, 없는 것 같기도 하고....읽은 것 같기도 하고, 아닌것 같기도 하고...분명 내 책장에 꽂혀있고 그리고 여러번 읽은 흔적이 있는 것을 보니 내가 읽은 것 같긴하지만 도저히 기억이 나질 않는다.  

 다시 자기 앞의 생으로 가서 이야기를 해보자면 주인공 모하메드는 창녀의 아들로써 엄마가 누구인지 모른다. 엄마도 모르는 판에 아빠는 말할 필요도 없다. 로자 아줌마는 전직 창녀로써 쉰에 접어들자 그 일을 그만두고 창녀의 아들들을 도맡아 키우는 것으로 생계를 유지한다. 이 소설에는 유난히 혼자 사는 사람들이 많다. 아니 모두가 다 혼자 산다. 모하메드에게 많은 것을 가르쳐 준 하밀 할아버지도 혼자다. 4층에 사는 프랑스 할아버지도 혼자다. 이삿짐 일을 하는 4형제는 조금 예외지만 동성애자인 5층 아줌마도 트랜스젠더인지라 입양도 할 수 없는 처지이다. 모든게 비정상적이라서 비정상이 정상으로 느껴질 지경이었다. 나는 소설 그 자체에 집중하기보다는 혼자서 늙어가는 것에 대해 심각하게 생각해보기 시작했다. 과거에는 집성촌도 있었고, 친인척도 꽤 많은 편에 속했기 때문에 그리고 농경사회에서는 어쩔수없이 서로의 도움을 받을 수 밖에 없었기 때문에 아주 나이 많은 노인이 그렇게 혼자 쓸쓸히 비참한 지경으로 죽어가는 경우는 없었다. 굶어죽을 걱정은 없었다는 말이다. 마을이 그 노인을 혼자 놔두지 않았다. 노인을 공경했다. 노인의 지혜는 어찌되었든 공동체 생활에 도움이 되었다. 그러나 지금은 어떠한가? 노인들의 지혜는 인간관계를 맺을 때나 가족간에 트러블이 생겼을 때 약간의 도움을 주는 것 말고는 거의 쓸모가 없다. 농사일로 자식을 가르치는 일은 거의 불가능해졌다. 빠르게 돌아가는 시스템에 적응할 수 없는 사람들이 최후의 수단으로 선택하는 것이 농사일이 되었다. 결국 노인은 잉여인간으로 전락해버리고 만 것이다. 앞으로 이러한 추세는 더더욱 심각해지고, 깊어질 것으로 여겨진다. 옆 집에서 그 누군가가 죽어나간다해도 이 사회는 너무 정신이 없고 바쁘기 때문에 신경쓸 겨를이 없다. 그보다는 나를 위해 그리고 나의 가족을 위해 무슨 돈벌이라도 해야한다. 정신적으로 피폐해지기 쉽기 때문에 할 수 있다면 고급 문화도 접해야한다.  

노인들은 어떻게 살아가야 할 것인가? 어디까지 사회가 함께해야할 것인가? 철저히 소외된 자기 앞의 생들의 노인들을 바라보며 이런 생각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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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보 빅터 - 17년 동안 바보로 살았던 멘사 회장의 이야기
호아킴 데 포사다.레이먼드 조 지음, 박형동 그림 / 한국경제신문 / 201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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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평균 책 읽는 속도로 2시간이면 충분이 독파할 수 있는 문장과 내용으로 구성되어 있다. 번역이 매끄러운 점이 마음에 든다. 호아킴의 책은 번역가를 잘 만난 덕분에 더 큰 사랑을 받는 것 같다.  

꿈...성공... 

누구나 꿈꾸고 있다. 원하고 있다. 누군들 한 달에 백 몇만원 하는 돈을 쪼개고 쪼개 집도 사고, 애들 어린이집도 보내고, 먹을 것도 사고, 관리비도 내고 그러고 살고 싶겠는가? 누군들 시덥잖은 일로 꼬투리가 잡혀서 미운털 박히고 사사건건 죄인처럼 비굴해지고 싶겠는가....내 가치를 인정해주기는 커녕 버르장머리없다고 싸잡아 가치절하시키는 사람들 밑에서 일을 하고 싶겠는가...바보 빅터는 로널드라는 교사의 실수로 아이큐가 173임에도 불구하고 17년 동안을 73으로 살아가게 된다. 로라는 '못난이' 컴플렉스에 빠져 서른이 넘도록 불행을 가장 친한 친구인 것 처럼 꼭 끌어안고 살게 된다. 그런데 정말....정말 슬픈 이야기는 바로 여기에 있다. 우리 주변에 이런 사람이 매우 흔하게 널려있다는것....바로 나부터가 그 사람인지도 모른다는 것.... 

한강을 걸어서 건널 수 있다며 내 눈을 바라보라는 누군가를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다. 아니 그 분에게서도 분명 배울점이 있다. 뭐든 해보는 것이 좋겠다. 나는 내 주변에서 아무것도 하지 않고 그저 남이 잘 나가는 것에 부러움만 느끼는 사람들을 많이 봤다. '저렇게 살아서야 쓰겠어'라며 손가락질 하고 교육을 잘못받았다거나, 본데없이 커서 나댄다는 말도 많이 들었지만 그들은 그들 나름대로의 괜찮은 인생을 살았고 나는 내 나름대로 만족스러운 인생을 살아가면 되는 것이다.  

내가 아는 어떤 분은(나를 무척 싫어하는 분) 당신은 지금껏 정도만을 걸어왔기 때문에 후회가 없다고 입버릇처럼 크게 말씀하신다. 이제 정년을 앞두시니 지난 시절이 떠오르시나보다. 나는 그런 말을 하지 않을 것이다. 절대...그런 말을 하지 않아도 내 스스로 그리고 다른 사람들이 보기에도 참 당신답게 살았다고 느끼도록 나 자신을 믿으며 살아갈 것이다. 나로 인해 이 세상이 더 좋아지기를 간절히 기도한다. 그것이 나의 목표이다. 가치다. 

또 한가지! 나는 레이첼과 같은 교사인가 진지하게 반성해본다. 고개가 갸웃거려진다. 아~부끄러운 이 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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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미터만 더 뛰어봐! - 한 달 벌어 한 달 먹고사는 당신을 위한 인생의 반전
김영식 지음 / 중앙books(중앙북스) / 200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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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식'이라는 이름은 몰랐지만 광고로는 알고 있는 분... 

산수유...그게 남자몸에 정말 좋은데, 어떻게 말로 할 수도 없고...뭐 이 비슷한 문구가 대히트를 치는 바람에 천호식품이라는 회사와 해당 제품은 물론이고, CEO인 김영식 사장까지 유명인으로 만든 광고... 

나는 한 달여전 학교 급식소에서 점심을 먹다가 우연찮게 이 책에 대한 정보를 흘려들었다. 원감 선생님께서 지나가는 말씀으로 '요즘 10미터만 더 뛰어봐라는 책을 읽고 있는데 인상적인 내용이 많다'라는 말을 해주셨다. 나는 책에 민감한 사람이다. 좋은 책이 있으면 그 거리가 얼마가되든 괴념치 않고 한걸음에 달려갈 준비가 되어 있는 사람이다. 그래서 그런지 대화를 끝내자마자 교실로 들어와 바로 주문한 책이다. 사두기는 하였으되 막상 읽으려니 시간이 잘 나지않아 눈으로만 찍어두고 있기를 근 한달여....그러던 어느날 학교에서 무척 억울한 심정이 되어 가슴이 답답했었는데 바로 이 책이 눈에 들어왔다. 평소 스트레스 푸는 방법으로 '독서'를 애용해오고 있던 터라 아무일도 하지 않고 바로 책 읽기에 들어왔다.(초등학교 선생님들이라면 100% 공감하실 이야기- 학교에서 틈을 내 책 읽는 일이 꼭 죄짓는 것처럼 느껴진다. 하루종일 업무와 수업연구와 각종 소소한 일처리에 많은 시간과 정력을 쏟아야하는데 책이라니...어불성설이다)  나는 이 날 이 책을 집어든 것에 감사함을 느끼고 있다. 

김영식씨는 본인의 표현대로 지식은 부족하나 열정과 능력 하나는 끝내주는 사람이다. 그처럼 부침이 심했던 인생도 없을만큼 사업의 흥과 망이 짧은 주기로 반복되었다. 하지만 지금은 비싼 수업료를 지불하고 얻게 된 지혜 덕분에 천호식품을 안전하고 탄탄한 반열에 올려놓았다. 군에서 나오지마자 학습지 사업을 시작해 성공을 거두고(50부수->500부수로 증가), 자본을 바탕으로 금연담배 만들기에 나서서 성공을 거둔 뒤 달팽이사업에 손을 뻗어 한마디로 대박을 낸다. 그러나 무리하게 자본을 끌어들여 비전문분야에 손을 대니 무일푼이 되는 것은 순식간이었다. 여기서 책의 내용을 요약하는 것은 무의미한 일일 것이니 여기서 그만두기로하고 여하튼 이 책은 한 인간이 사업으로 성공하기 위해서는 어떤 마음을 지녀야하는지 가장 알기쉽고, 이해하기 좋게 설명하고 있다. 어떤 정신으로 사업에 임해야하고, 어떤 식으로 그 사업에 미쳐야하고, 자본은 어떻게 운용해야하는지 반복해서 나오고 있다. 이는 비단 사업하는 사람 뿐만이 아니라 어떤 특정한 목표를 지닌 사람이라면 명심하고 두고두고 떠올려봄직한 내용이라고 생각한다.  

그는 따지고보면 그리 행복한 삶은 아니었던 것 같다. 행복했던 시절도 있었지만 그에비해 불행의 강도가 지나치게 높았다. 보통사람이었으면 한강 다리를 하루에 수십번도 더 어슬렁거렸을만한 상황이었다. 그러나 그는 초인적인 인내력과 열정과 희망으로 여러번 재기에 성공한다. 그리고 사람에게 승부수를 건다. 지금도 그는 대인관계가 좋은 편에 속한 것 같다. 이 책을 읽는 내내 느낀 것은 내가 어떤 극악무도한 일을 저질렀어도 전적으로 내 편이 되어줄 누군가가 단 한 명이라도 있다면 이는 성공한 삶이겠구나...하는 것이었다.  

마지막으로 함석헌 선생의 <그대 그런 사람을 가졌는가?>를 떠올리며 글을 마치고자한다.

[그대 그런 사람을 가졌는가?]

만리 길 나서는 길
처자를 내맡기며
맘놓고 갈 만한 사람
그 사람을 그대는 가졌는가.

온 세상이 다 나를 버려
마음이 외로울 때에도
"저 맘이야"하고 믿어지는
그 사람을 그대는 가졌는가.

탔던 배 꺼지는 시간
구명대 서로 사양하며
"너만은 제발 살아다오" 할
그 사람을 그대는 가졌는가.

불의의 사형장에서
"다 죽어도 너희 세상 빛을 위해
저만은 살려 두거라" 일러 줄
그 사람을 그대는 가졌는가.

잊지 못할 이 세상을 놓고 떠나려 할 때
"저 하나 있으니" 하며
빙긋이 웃고 눈을 감을
그 사람을 그대는 가졌는가.

온 세상의 찬성보다도
"아니"하고 가만히 머리 흔들 그 한 얼굴 생각에
알뜰한 유혹을 물리치게 되는
그 사람을 그대는 가졌는가.


* 함석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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