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래 - 제10회 문학동네소설상 수상작
천명관 지음 / 문학동네 / 200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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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정말 하루에 한 권씩 소설을 읽어나가는 생활을 지속하고 있다는 사실이 믿을 수 없다. 이런 꿈같은 시절이 언제까지 계속될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영원히 잊지 못할 것이다. 삶에 대해 어느 정도 고단함을 알고 있고, 그렇다고 푹 퍼져 버리거나 이를 앙 다물거나 하지 않는 매우 적당히 늘어진 팬티 고무줄 같은 시절이 바로 여기 있었다. 라고 나는 회상을 하게 될 것이다. 세상에....요즘 같은 시절에 소설을 읽다니....그것도 하루에 한 편씩 읽어내다니...이거 사람 맞아?싶다.

나는 뭐랄까...작품도 매우 중요하지만 작가도 매우 중요하게 생각하는(이건 뭐 당연한거 아냐?) 그런 사람인데...작가의 인품이나 업적 뭐 이런 것도 중요하지만 뭐랄까 '해사함'이라고 해야하나? 성별에 관계없이 그런 느낌이 있는 작가가 나는 좋다. 예를 들어 김연수는 해사하다. 김훈 샘도 해사다. 고은 시인도 해사하다. 조경란 작가도 해사다. 정여울 작가는 해사하면서도 둔중하다. 백가흠 소설가는 그냥 멋있다. 안도현 시인도 그냥 멋있다. 백석은....내가 알고 있는 문학가 중에 가장 해사하다. 윤동주는 존경스럽다. 그러나 해사하다고 말할 순 없을 것 같다.

자....이제 눈치 채셨는지....음....내가 생각하는 작가의 기준은 즉 '해사함'의 기준은 한마디로 '대중없다' 그냥 내 직관에 의한 것이다. 나랑 코드가 맞으면 즉 마주 앉아서 찐 옥수수를 한알한알 손톱으로 톡톡 따서 그것을 한개한개 입에 넣어 오몰조몰 먹는 그 시간이 참으로 즐거운 사람이라면 난 해사하다고 말할 수 있겠고, 그 찐 옥수수를 한알씩 먹는다는게 어쩐지 불경스럽게 여겨지는 사람이라면 난 해사하다고 말할 수가 없을 것 같다. (난 지금껏 작가라는 사람을 몇 명 만나보지도 못했을 뿐만 아니라 기껏 만났던 작가들도 어머! 누구누구다!라고 단발마적인 외침과 함께 사라져 버린 경우가 대부분이었으므로 옥수수 따위를 나눌 기회는 전혀 없었다...그러니 그냥 이것도 짐작일 뿐이다)

 

천명관 소설가는 충무로 낭인으로 뼈가 굵으신 분이셔서 그런지 이야기가 아주 재밌다. 재밌게 쓰는 사람 많다. 그의 문우라고 추천받은 박민규 샘도 재밌게 잘 쓴다. 그런데 박샘의 재미는 천샘과는 약간 차원이 다르다. 박샘도 재밌고 천샘도 재밌지만 둘이 같이 놀면 서로 살짝 어색해질 것 같은 느낌이다.. 장기와 체스의 차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익숙해지면 그만이지만 체스만 아는 사람이 장기만 아는 사람과 대화할 수 없고, 체스만 알 때의 재미와 또 장기만 알 때의 재미는 둘 다 알 때의 재미에 비해 사뭇 더하다고 볼 수 있다. 둘 다 알면 둘 다 덜해진다.(이거 뭔 개똥 철학이야....)

 

금복의 이야기는 아주 스펙터클이다. 솔직히 우주전쟁 이야기가 더 사실감 있게 느껴진다. 그런데 어이가 없으면서도 재미는 또 있다는게 참 재밌다. 읽으면서 김영하의 '검은꽃'의 주인공 '김연수'가 떠올랐다. 유곽이 등장하기 때문인지도 모르겠지만 배경 역시 김영하의 것이 애니깽 등으로 좀 앞서고 그 뒤를 이어 천명관의 고래가 등장한다고 보면 된다. 모던 보이도 나오고 육이오도 나오고 독재정치도 나오고...여튼 천 작가님의 스토리 라인이 모두 다 꿰어 나온 혼이 담긴 소설이라고 보면 된다.

개인적으로 천 소설가님의 작품을 매우 애지중지하며 읽고 있기 때문에 진짜 이 소설 읽으면서 아까워 죽는 줄 알았다. 이럴 때면 내가 소설 변태 같이 여겨져서 미칠 지경이다. 한장 한장 어찌나 재밌는지...넘겨야지 하면서도 그렇게 아쉬울 수가 없다. 아....또 한 장 줄어드는구나....쩝...

 

19금의 절정을 찍는 소설은 그 장면을 자세하게 묘사하는 소설이 아니라 쉴 틈없이 그 장면만 계속 버라이어티하게 상상력 자극하는 대충 설렁 기냥 대강 써나가는 식으로 그려져 나간 소설일 것이다.

 

최근에 백가흠 백다흠 형제가 참여한 소설평론잡지의 표지모델로도 등장하셨던데...남자 조경란 같았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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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믐, 또는 당신이 세계를 기억하는 방식 - 제20회 문학동네작가상 수상작
장강명 지음 / 문학동네 / 201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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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비매품'이라는 글자가 박힌 그의 책을 읽었기 때문에 수상소감에서 '굶어죽지 않고 글을 쓰겠다'라는 문장을 확인했을 때 굉장히 부끄러워졌다. 계간 문학동네를 무려 10년이던가...정기구독하겠다는 약속을 하고 카드 결제를 하였는데 그 이후부터 문학동네 주최 문학상 수상작품이 '비매품'이라는 글자가 박혀 등기로 배달된다. 아주 굉장한 일이다.

연세대 공대 출신의 작가로는 언뜻 강신주씨가 떠오르고, 기자 출신 소설가로는 글쎄 엉뚱하게 헤밍웨이 떠오르고, 장강명 소설가 사진 보고서는 '준수한 외모로 인하여 작품이 가려지진 않을까 우려된다'고 썼던 김연수 소설가가 떠올랐다. 그러나 마지막에 인터뷰 도중 그의 아내가 오라고 한다며 거리낌없이 일어서는 장면을 보고서는 음...이 소설가는 장강명 소설가로 자리매김 하겠군...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첫 페이지를 펴는 순간 마지막까지 속도감 있게 읽기는 했는데....

줄거리를 간추리려고 하면...남자와 여자주인공이 매우 분명한 두 축이 되고 있는 소설임에도 불구하고...뭔가 정리하기 어렵다(물론 내 머리가 나쁘다는데 큰 이유가 있다)

그리고 최근엔 발자크와 도스트예프스키의 소설을 연이어 읽고 있다는 점에서도 사실주의적 소설보다는 덜한 묘사 때문에 임팩트가 덜하게 느껴졌을 수도 있다.

 

전업 작가로 나섰을 때 아내의 응원이 있었다는 이 분은 전생에 나라를 구했을까....그러니 그러한 현명한 아내와 한 집에 살게 된 것 아닌가....

장작가의 다른 소설들은 꼭 값을 치르고 사 읽어야겠다.

그리고 이 분이 역사적이거나 사회참여적인 소설을 쓰게 된다면 공식적으로 강사로 초청하여 이야기를 나눠보고 싶다. 무엇보다 그가 계속 필력을 쌓을 수 있게 경제적으로 도움이 되는 일들을 해드리고 싶다. 내가 이런 말을 한다는데 실소를 금할 수 없지만(내가 뭐라고...) 가능성이 보이는 소설가라는 생각이 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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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리오 영감 열린책들 세계문학 41
오노레 드 발자크 지음, 임희근 옮김 / 열린책들 / 200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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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자크는 프랑스 작가라는 사실을 가끔 잊곤 한다. 이유를 곰곰히 생각해 보았다. 물론 나의 지적 능력이 낮다는 것에서 주요한 근거를 찾을 수 있겠고 그 다음으로는 발자크의 사실주의적 소설이 러시아의 대문호 도스토예프스키의 소설과 닮아있는 점이 많다는 것이다.
막대한 부를 축적했던 고리오 영감이 두 딸에 대한 빗나간 부성애로 인하여 파멸로 치닫는 이야기가 그려져 있다. 방향을 잃은 것들 그리고 균형이 결여된 것들은 본질이 아무리 숭고한 것일지라도 위험한 무엇인가로 변할 가능성이 높다. 어디로 무엇을 향하는가는 그래서 늘 중요한 일에 속한다.
자신의 딸들을 제대로 만날수조차 없는 처지에 놓인 그는....그리고 차마 숙소라고조차 부를 수 없는 곳에서 하루하루 견디는 그 생활을 왜 고리오는 기꺼이 감수했단 말인가....남편을 두고 바람둥이 정부의 아이를 몇이나 낳고도 도대체 반성의 기미를 보이지 않는 큰 딸의 죄악과 돈이 좋아 은행가와 결혼하였지만 단돈 몇 푼도 융통하기 힘든 생활을 해가는 델핀의 생활은 고리오 영감의 이그러진 판단력과 그 맥을 같이 한다.
읽는 내내 이야기 속으로 빠져 들어가 있는 듯한 착각이 들었다. 발자크는.....오노레 드 발자크는....정말이지 타고난 이야기꾼이다. 할수만 있다면 살아생전의 그를....빚쟁이들에게 채무이행을 하기 위해 한자한자 써나갔다고 고백한 그를 마주하고서 이야기 해보고 싶다. 당신의 글쓰기의 원천은 무엇이냐고...어떤식의 생활과 사고와 사유를 거쳐야 당신과 같은 글을 쓸 수 있는지 제발 진지하게 생각하고 구체적으로 서술해줄 수 있겠느냐고....단 하루만이라도 당신처럼 글을 쓰고 싶다고...그렇게 미친사람처럼 고백을 하고 싶다.
고리오 영감이 죽어가던 그 순간 그 방을 지키던 두 청년에게는 축복이 있으라....
죄수들의 낙원을 꿈꾸며 보트랭으로 불사신이 되었던 그에게도 절반의 축복이 있으라....
상류층의 이중적 생활을 이토록 실랄하게 저주하게끔 만드는 소설은 아마도 없을 듯 하다. 발자크의 소설이여 영원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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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사랑일까 - 개정판
알랭 드 보통 지음, 공경희 옮김 / 은행나무 / 200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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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제목이 너무 노골적이어서 나도 대놓고 노골적으로 무시해왔던 책이다. 베스트셀러 라는 타이틀의 허울과 잊을만하면 지면에 오르는 '출판계의 사재기 논란'과 '조작된 판매 순위' 등 때문에 베스트셀러로 오른 책들은 스테디셀러 반열에 오르기 전에는 잘 읽지 않는 편이다(물론 베스트셀러 목록에 오르기 전에 내가 읽은 책의 경우는 예외로 한다-그런데 나는 과연 그 책을 어떤 경로로 알게 되었을까? ) 이 책은 아주 오래전에 베스트셀러라는 타이틀을 가뿐히 따내고 얼마 되지 않아 스테디셀러 반열에도 사뿐히 오른 아주 운좋은 녀석이다. 더더욱 괜찮은 점은 '사랑'은 인류가 존재하는 한 음...이 지구상에 딱 2명만 살아있다고 해도 존재할 감정이기 때문에 이 책은 영원히 사랑받을 것이고 남녀노소 누구든 사랑에 관심있는 이들이라면 한 번 읽어볼까....하는 추파를 던질 수 있는 책이다. 이 얼마나 경이로운 일인가...영원히 지속되는 추근덕거림을 느끼며 사는 은퇴한 누군가...

 

얼굴도 모른채 집안끼리의 정약으로 결혼하던 시절을 지나 이젠 동거하는 커플의 실제적인 법률적 관계를 인정해야 하는지 아닌지가 법적으로 주요한 논의 대상이 되는 시절로 건너왔다. 앞으로는 결혼이라는 게 필요 없는 제도가 될지도 모른다. 우리에겐 로봇과 기술이 있다. 이들로 대표되는 문명은 수시로 업그레이드 되고 변화된다. 멈춰있는 그 순간 도태되는 시스템이다. 현상유지라는 말은 평균을 유지한다는 말이 아니라 점점 뒤쳐지고 있다는 말이다.  하지만 감정과 영혼이라는 골치아픈 불변의 것들도 우리 인간에게는 분명히 존재하기에 그리 쉬운 게임은 되지 않겠지만 여튼 미래에는 지금보다 훨씬 더 합리적인 방식의 인간관계가 등장할 듯 하다.

 

가장 인상적이었던 것은 앨리스가 어떤 사람을 만나느냐에 따라 자신의 모습이 달라진다고 고백한 부분이다. 앨리스가 가지고 있는 수많은 장점 중 에릭이 알아보는 몇 가지와 필립이 알아보는 몇 가지는 아예 달랐다. 예를 들어 앨리스가 대한민국 지도라면 에릭은 제주도에 집중하여 그곳에 있는 것만 보고 앨리스를 극찬하는 반면 필립은 강원도 쪽에 숨겨진 보물을 찾아내고는 앨리스의 진가를 추겨세운다. 물론 두 모습 모두 앨리스다. 부분의 합이 전체일 수는 없지만(항상 그 이상이 되곤 한다) 그런 부분부분들이 합쳐진다면 얼추 앨리스라는 인간의 완전체적인 모습을 파악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한낱 인간에 불과하고 한정된 시간과 물질과 인지능력과 해석능력을 가지고서는 그런 일을 할 수 없다. 신은 아마도 가능하지 않을까 싶은데...여튼 우리는 신이 아니다.

내가 깨달은 끔찍한 사실은 나의 제주도가 좋아 찾아온 남자와 결혼한다면 나는 평생을 제주도스럽게 살아갈 것이며, 나의 강원도가 맘에 들어 다가온 남자와 결혼한다면 나는 강원도스러울 수밖에 없다. 결론을 이렇다. 나는 나의 어느 부분이 가장 편안하게 느껴지고, 나답게 느껴지는가를 지속적으로 생각해야 한다. 대전 즈음이 가장 좋다고 느껴지면 나의 대전스러움에 반하는 남자가 나타날 때까지 기다리거나 찾아 나서야 한다. 나에게 대전이 있다는 것조차 인식할 수 없는 문외한이 나타나  오! 나의 여신님...당신의 제주도는 어찌 그리 아름다운지요. 평생 그 제주도 안에 갇혀 살고 싶습니다. 라고 고백해오며 다가왔을 때 거부하지 못한다면 때때로 자주 후회하게 될 것이다. 후회는 어떤 경우든 하기 마련이다. 그러나 아주 가끔하느냐...아니면 시시때때로 하느냐...쉬지 않고 줄기차게 하느냐의 차이다.

 

에릭이라는 남자는 자기중심적이고 나르시즘까지 있는 능력있는 남자다. 알랭드 보통은 설정이 지나치게 고급스러웠다는 것을 인정해야 할 것이다. 경제적인 여유로움은 그리 흔한게 아니다. 절대.

 

우리는 사랑일까?

그런 회의감이 드는 그 순간 사랑은 빠이빠이다.

하나마나 한 질문을 하려거든 한 숨 더 자두는게 이롭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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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만을 보았다
그레구아르 들라쿠르 지음, 이선민 옮김 / 문학테라피 / 201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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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전 콜로키움에서 '작가의 시점'에 대한 논문을 접했다. 과거 전지적 작가시점이라든지 일인칭 주인공시점 그리고 3인칭 관찰자 시점 등의 단순한 틀로는 현대 소설과 같이 복잡한 양상을 띠는 소설의 시점을 제대로 설명할 수 없다는 것이 요지였다. 소설의 경쟁자인 시나리오를 보아라. 장면마다 시점이 바뀐다. 심지어 같은 장면에서도 감독의 의도에 따라 앵글이나 나레이션의 초점이 변화한다.

행복만을 보았다는 영화 시나리오로 각색하기 좋은 소설이다. 우리나라에는 정유정이 특히 그런 글을 잘 쓰고, 김영하 역시 검은꽃 등에서는 발굴의 실력을 보여주었다. 공지영은 잘 모르겠고('도가니'나 '우행시'가 영화화 된 이유는 소설의 구조와 문체 때문이 아니라 '화제성'에 기인된 선택이었다고 내 나름대로 생각하고 있다) 두근두근 내인생은 (작가 이름 생각이 안나서...) 송혜교와 강동원 아니었다면 어떤 결과가 초래되었을까....만약 연기파 배우들이 주인공을 맡았다면...

 

주인공의 삶이 언젠가 내가 한 번 겪어보았나...싶을만큼 현실적으로 느껴져서 슬펐다(주인공은 결코 행복한 삶을 살았던 사람이 아니다) 마지막 장면이 멕시코의 어느 해변으로 끝났다는 사실을 인정할 수 없었다. 뭔가 더 이야기가 이어져야했다. 만약 작가가 의도적으로 이런식의 엔딩을 준비한 것이라면 나는 작가에게 적어도 한 시간 이상 악담을 해줄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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