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사랑일까 - 개정판
알랭 드 보통 지음, 공경희 옮김 / 은행나무 / 2005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이 책은 제목이 너무 노골적이어서 나도 대놓고 노골적으로 무시해왔던 책이다. 베스트셀러 라는 타이틀의 허울과 잊을만하면 지면에 오르는 '출판계의 사재기 논란'과 '조작된 판매 순위' 등 때문에 베스트셀러로 오른 책들은 스테디셀러 반열에 오르기 전에는 잘 읽지 않는 편이다(물론 베스트셀러 목록에 오르기 전에 내가 읽은 책의 경우는 예외로 한다-그런데 나는 과연 그 책을 어떤 경로로 알게 되었을까? ) 이 책은 아주 오래전에 베스트셀러라는 타이틀을 가뿐히 따내고 얼마 되지 않아 스테디셀러 반열에도 사뿐히 오른 아주 운좋은 녀석이다. 더더욱 괜찮은 점은 '사랑'은 인류가 존재하는 한 음...이 지구상에 딱 2명만 살아있다고 해도 존재할 감정이기 때문에 이 책은 영원히 사랑받을 것이고 남녀노소 누구든 사랑에 관심있는 이들이라면 한 번 읽어볼까....하는 추파를 던질 수 있는 책이다. 이 얼마나 경이로운 일인가...영원히 지속되는 추근덕거림을 느끼며 사는 은퇴한 누군가...

 

얼굴도 모른채 집안끼리의 정약으로 결혼하던 시절을 지나 이젠 동거하는 커플의 실제적인 법률적 관계를 인정해야 하는지 아닌지가 법적으로 주요한 논의 대상이 되는 시절로 건너왔다. 앞으로는 결혼이라는 게 필요 없는 제도가 될지도 모른다. 우리에겐 로봇과 기술이 있다. 이들로 대표되는 문명은 수시로 업그레이드 되고 변화된다. 멈춰있는 그 순간 도태되는 시스템이다. 현상유지라는 말은 평균을 유지한다는 말이 아니라 점점 뒤쳐지고 있다는 말이다.  하지만 감정과 영혼이라는 골치아픈 불변의 것들도 우리 인간에게는 분명히 존재하기에 그리 쉬운 게임은 되지 않겠지만 여튼 미래에는 지금보다 훨씬 더 합리적인 방식의 인간관계가 등장할 듯 하다.

 

가장 인상적이었던 것은 앨리스가 어떤 사람을 만나느냐에 따라 자신의 모습이 달라진다고 고백한 부분이다. 앨리스가 가지고 있는 수많은 장점 중 에릭이 알아보는 몇 가지와 필립이 알아보는 몇 가지는 아예 달랐다. 예를 들어 앨리스가 대한민국 지도라면 에릭은 제주도에 집중하여 그곳에 있는 것만 보고 앨리스를 극찬하는 반면 필립은 강원도 쪽에 숨겨진 보물을 찾아내고는 앨리스의 진가를 추겨세운다. 물론 두 모습 모두 앨리스다. 부분의 합이 전체일 수는 없지만(항상 그 이상이 되곤 한다) 그런 부분부분들이 합쳐진다면 얼추 앨리스라는 인간의 완전체적인 모습을 파악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한낱 인간에 불과하고 한정된 시간과 물질과 인지능력과 해석능력을 가지고서는 그런 일을 할 수 없다. 신은 아마도 가능하지 않을까 싶은데...여튼 우리는 신이 아니다.

내가 깨달은 끔찍한 사실은 나의 제주도가 좋아 찾아온 남자와 결혼한다면 나는 평생을 제주도스럽게 살아갈 것이며, 나의 강원도가 맘에 들어 다가온 남자와 결혼한다면 나는 강원도스러울 수밖에 없다. 결론을 이렇다. 나는 나의 어느 부분이 가장 편안하게 느껴지고, 나답게 느껴지는가를 지속적으로 생각해야 한다. 대전 즈음이 가장 좋다고 느껴지면 나의 대전스러움에 반하는 남자가 나타날 때까지 기다리거나 찾아 나서야 한다. 나에게 대전이 있다는 것조차 인식할 수 없는 문외한이 나타나  오! 나의 여신님...당신의 제주도는 어찌 그리 아름다운지요. 평생 그 제주도 안에 갇혀 살고 싶습니다. 라고 고백해오며 다가왔을 때 거부하지 못한다면 때때로 자주 후회하게 될 것이다. 후회는 어떤 경우든 하기 마련이다. 그러나 아주 가끔하느냐...아니면 시시때때로 하느냐...쉬지 않고 줄기차게 하느냐의 차이다.

 

에릭이라는 남자는 자기중심적이고 나르시즘까지 있는 능력있는 남자다. 알랭드 보통은 설정이 지나치게 고급스러웠다는 것을 인정해야 할 것이다. 경제적인 여유로움은 그리 흔한게 아니다. 절대.

 

우리는 사랑일까?

그런 회의감이 드는 그 순간 사랑은 빠이빠이다.

하나마나 한 질문을 하려거든 한 숨 더 자두는게 이롭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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