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툰 인생을 위한 철학 수업 - 삶의 길목에서 다시 펼쳐든 철학자들의 인생론
안광복 지음 / 어크로스 / 201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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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광복 선생님은 고등학교 교사로 재직하면서 꾸준히 좋은 글을 발표하고 계신 분이다. 교사라는 직업 때문인지 학생들을 위한 철학서를 많이 쓰셨다. 이 책은 인문학이나 사회학 서적을 어느 정도 읽어본 사람들이라면 쉽게 읽어낼 수 있는 무난한 책이다. 작자 스스로 밝혔듯이 지나치게 짧게 쓰여진 감이 없지 않아 있다. 예를 들어 어떤 사건에 대해 약 10줄 내외는 할애하여 설명해줘야 될성 싶은데 단 두 줄로 간단히 요약해버리는 바람에 답답함과 성의없음이 동시에 느껴졌다. 그러나 이 것이 만약 신문에 기고했던 글이라면 지면의 제약상 그럴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동서양 철학의 굵직한 마디만을 잘 엮어 놓으셨다. 계중엔 처음보는 사상가도 있었는데 반갑고 고마웠다. 개인적으로 묵가에 대한 관심이 많았던 터라 안광복 선생님의 묵가에 대한 포괄적인 설명은 더더욱 궁금증을 불러일으켰다. 공부해야겠다.
이 책은 결코 입문자를 위한 서적이 될 수 없다. 아마 철학이나 사회학에 서툰 사람들이 읽으면 절반도 이해 못할 것이다. 나 역시 철학과 사회학에 대한 지식이 깊지 못하므로 안광복 선생님이 생략한 맥락을 찾아내느라 무척 힘이 들었다. 나중에 나의 학문이 조금 더 깊어지면 다시 한 번 읽고 싶은 책이다. 이 책은 결코 가볍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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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루살렘의 아이히만 한길그레이트북스 81
한나 아렌트 지음, 김선욱 옮김 / 한길사 / 200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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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은 계속 읽고 있었으나 리뷰를 올릴만한 시간적 정신적 여유가 없었다. 이 문장을 다시 곱씹어 보면 시간이 있고, 여유가 있어야만 내가 읽은 책에 대한 반성과 성찰을 할 수 있다는 의미다. 아침 독서 운동 등 어린아이들을 대상으로 하는 독서교육방법에는 독후활동을 최소화시켜야 한다는 것들이 많다. 그냥 읽게 하자는 것이다. 줄거리를 요약하게 하는 것도....무슨 내용이 나왔었는지 골든벨을 하는 것도...그 책에 대한 느낌을 쓰는 것도 일단은 놔두자는 이야기다. 아이가 책을 싫어하게 되기 때문이란다. 책 한 권 읽게 해놓고 '이 책을 읽으니 무슨 생각이 났니? 어떤 느낌을 받았니? 감동 받은 부분은 어느 곳이니?' 등등을 묻게 되면 그 질문에 대한 거부감 때문에 독서활동이 위축되거나 독서에 관한 오해와 편견이 생길 수 있다고 주장하는 이들이 많다.
나는 선천적으로 생각이 많은 아이였으므로 책을 읽고 생각을 말하는 일 따위는 100미터 달리기를 하는 것보다야 천배 만배 쉬운 일이었다. 그러나 그 반대인 친구들이 더 많았을 것 같으니 앞서 소개한 독서방법이 적절한 경우도 꽤 많을 것 같다. 그러나 읽기는 그냥 읽는 것만으로는 이룰 수 없는 과정이다. 읽고 생각하는 과정이 수반되어야 비로소 그 책을 읽었다라고 말할 수 있다고 나는 생각한다.

예루살렘의 아이히만은 정치철학자 한나 아렌트의 대표적 저서 중 하나다. 나치 전범으로 잡힌 아이히만의 재판을 보기 위해 예루살렘으로 달려간 그녀는 '악의 평범성'에 대해 말하였고, 아이히만의 지극히 인간적인 모습에 큰 충격을 받는다. 유대인인 그녀가 생각하기에 자신의 동족을 죽음으로 몰고 간 그는 분명 파렴치한 악마여야만 했다. 인간의 존엄성 등은 애초에 취급도 하지 않는 무뢰한이어야 했다. 그러나 그녀가 지켜본 결과 예루살렘에서 재판을 받고 있는 아이히만은 언어적 표현능력이 극히 떨어지고, 생각하는 기능을 상실한 평범한 인간이었다. 그는 성실한 근로자였고, 믿음직한 가장이었으며, 자상한 아버지 역할을 무리 없이 수행하고 있었다.
한나 아렌트는 아이히만 자체에 대한 심판은 그의 생각없음 즉 무비판적 사고에 대한 심판이어야지 그가 저지른 유대인 학살에 대한 심판이 아니라고 말하고 있다. 그녀의 이러한 주장에 유대인들은 경악과 분노의 반응을 보낸다. 그러나 그녀는 그녀의 주장을 철회하지 않는다. 이 끔직한 반인륜적 악행은 한 인간의 광기가 아닌 사회 전체의 무관심과 언어적 문제 등이라고 보았다.
아렌트의 주장은 오늘날도 유효하다고 여겨진다. 특히 사회언어학적인 관점에서 그녀의 지적은 유심히 고려해야 할 사항이다 나치는 유대인 학살을 '최종해결책'이라는 상당히 로지컬한 단어로 대체하였다. 실제 그 일이 무엇인지 알았던 이들도 이 단어의 무감각한 느낌 때ㅐ문에 최종 해결책을 비교적 수월하고 신속하게 수행할 수 있었다.
재판내내 자신을 옹하기도 하고 또 체념한 듯 낙담하여 말하는 아이히만은 읽는 내내 나에게도 큰 혼란스러움을 가져다주었다. 악의 본령에 대해 더 깊이 생각해보는 계기가 되었으며, 한나 아렌트의 통찰력에 더 없는 찬사를 보내는 계기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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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는 인간 - 노벨문학상 수상 작가 오에 겐자부로의 50년 독서와 인생
오에 겐자부로 지음, 정수윤 옮김 / 위즈덤하우스 / 201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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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에 겐자부로의 산문은 언제나 기대 이상이다. 이런 책을 기획하고 출간해준 위즈덤하우스에도 감사하다. 독서가로서 그의 인간적인 면모가 대체적으로 상세하게 나타나있다. 최근 유행하는 스타일에 부합하게 강의 내용을 책으로 엮었다는 점이 못내 아쉽지만 오에의 성격상 강의노트의 상당부분을 수정하고 보완한 뒤 윤문하였을 것이다. 그는 알려지있다시피 도쿄대 불문과를 졸업했다. 영어에도 능하다. 그가 원문을 통해 텍스트를 접하려 한 것은 정말 탁월한 그리고 운명적인 선택이지 않았나라는 생각이 든다. 제아무리 실력이 출중한 번역가라한들 원문이 가진 느낌 그대로를 번역해낼 수는 없을 것이다. 거의 평생을 오르한 파묵의 작품만 번역하고 있는 이난아씨 역시 번역의 어려움에 대하여 토로한바 있다. 오에가 노벨문학상을 수상하게 된 것은 그의 문학적 역량과 시대적 상황과 그의 작품을 수준높은 영어로 번역해준 실력있는 친구가 있었기 때문이다. 드는 생각은 우리나라도 그저 노벨문학상 수상자가 언제쯤 나올까....라는 질문만 하고 있을 것이 아니라 우리나라 문인의 작품을 빼어나고 아름답고 정확한 언어로 번역할 수 있는 문학감성 충분한 번역가를 많이 양성하는 일이 시급하다고 여겨진다. 번역가 양성은 산업으로 따지자면 가공업에 해당하는 분야이므로 뭔가...학자들 사이에서는...그게 국가차원에서 양성되어야 할 인재로서 자격이 있는가?라고 여겨질 것이 뻔하다. 예를 들어 미당의 작품을 번역하는 일은 미당을 제대로 연구한 학자들이 영어 실력을 갖춰 옮기거나 아니면 영어를 아주 잘하는 사람이 미당 연구자의 도움을 받아 옮기는 일이어야 할 것이다. 그러나 전자의 경우는 거의 실현되기 어려운 실정이고 후자의 경우는 그저 영어만 잘하는 사람이 상식수준의 문학 지식을 갖추고 번역한다고 나는 알고 있다. 전주에는 고전문학번역문화원 분원이 있다. 서울에 본원이 있고 밀양과 전주에 각각 하나씩 분원이 있다. 이 곳은 한학자의 추천을 받지 못하면 들어갈수도 없는곳이다. 요즘처럼 최첨단 시대에 고전문학 번역이라니....참 돈안되는 일을 하고 있는 곳이라는 생각이 들 수도 있지만 번역문화원의 역할은 우리나라의 교양수준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 시키는 데 큰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는 생각이다. 아마도 내 생각은 맞게 될 것이다.

인상적인 부분은 에드워드 사이드에 관한 그의 회상이다. 평소 에드워드에 대한 외경심이라고 해야하나....그런 것은 나 역시 지니고 있었다. 오리엔탈리즘은 고가임에도 불구하고 개정판을 또 한 권 구입하기도 했다. 그런 그와 오에가 친하게 지냈었다니.....지란지교에 비유하고 싶다. 나 역시 그런 친구를 갖고 싶은 마음 간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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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정상입니다
하지현 지음 / 푸른숲 / 201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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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야식당으로 만난 하지현 선생님은 달변가처럼 여겨진다. 최근 출판 추세는 담론이나 인터뷰보다 녹취된 강의를 재편집하는 것이 대세인 듯하다. 신영복 선생님의 '강의'나 '담론'과 강신주 선생님의 최근 시리즈가 그렇다. 이 책 역시 벙커에서 이뤄진 일종의 열린 강의를 책으로 옮긴 것이다. 김민정 시인의 편집자로서의 역량이 돋보인다. 그녀를 잘 알진 못하지만 그녀의 시에서 느꼈던 진정성이 출판계 일을 하면서도 나타나길 진심바란다. 성찰하지 않으면 완성에 쉽게 도달한다. 쉽게 성취된 완성은 나아갈 방향을 생각할 여유가 없었기에 어려운 시기를 겪게된다. 그냥 그렇다는 것이다.

하지현 선생님은 정상의 범위를 상당히 폭넓게 상정하고 있다. 동시에 그는 이런 류의 강의만 좇아다니며 자신의 불행을 프레임에 끼워 맞추며 미래 역시 이런저런 일들로 채워지고 말 것이라고 추측하는 '심리화'현상에 대해 우려를 표명했다. 섣불리 상담받지 말라는 충고도 새겨들을만 했다. 개인적으로도 선무당이 사람잡는다는 말을 믿기 때문에 어설픈 상담치료는 반드시 피해야한다고 생각한다.

혼자있고 싶어서 혼자임을 자처했던 이들이 자신이 비정상 아니냐며 질문해왔다. 하 선생님은 대체로 쿨한 성격인 사람을 건강하다고 판단했다. 반면 정신적인 문제가 외상으로 드러나는 것을 나쁜 사인으로 보았다. 예를 들어 우울증과 우울한 성향을 구분하는 기준이 바로 외부적인 변화라는 것이다. 죽고싶다...미치겠다...삶이 무기력하다...이런 것들이 생각에만 머물면 우울한 성향이다. 이건 정상이다. 그러나 이런 생각과 함께 체중이 급격히 빠진다거나, 아무리 노력해도 잠을 이루기 힘들다거나, 쓰레기가 방에 쌓이는 일은 bad sign이다.

정신과 의사인만큼 약물치료의 중요성에 대해서도 상당히 힘주어 말했다.

이 책과 함께 읽으면 좋은 책으로 브라이언 리틀의 <성격이란 무엇인가>를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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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 동주
안소영 지음 / 창비 / 201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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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문헌을 보니 흡사 박사논문 한 편 쓴 것처럼 여겨진다. 많은 자료를 찾으셨고, 찾으신 자료를 잘 살려내신 것 같다. '책만 보는 바보'를 통해 안소영의 존재를 알았다. 서강대 철학과라는 점도 인상적이었다. 그의 부친과 주고받았다던 편지 역시 결코 잊을 수 없을 수준이었다. 부녀간 대화의 한 전형으로 자리잡을 수 있을 듯하다.

 윤동주는 그녀의 말마따나 살아생전에 무명 시인이었다. 그도 조지훈이나 박두진과 같이 주목받고 싶었을 것이다. 청록파 시인처럼 고고한 학자풍의 시를 쓰고, 목가적인 향내를 물씬 풍기며 시인으로서의 자유로움을 느끼고 싶었을 것이다. 왜 그렇지 않았겠는가....그러나 송몽규라는 걸출한 인물이 그의 곁에 항상 있었고, 그의 할아버지가 저 먼 곳에서 자리잡고 있었다. 가풍이란 이래서 중요하다.

 담백하고 정갈하고 단아한 전기 한 편 읽은 기분이다. 안소영 선생님이 어떤 분인지 알 수 없지만 만약 뵐 수 있는 기회가 생긴다면 감사 인사를 드리고 싶다. 좋은 책을 쓰는 작가들에게는 그리고 온갖 현실적인 어려움을 딪고 자신의 좋은 글을 출판사를 통해 출판해 낸 작가들에게는 누구든 감사 인사를 전해야 한다. 좋은 글을 쓰는 사람은 많지만 그에 비해 출판사를 통해 자신의 책을 출판해내는 지난함을 견디는 작가는 흔치 않다. 출판계에도 '금수저-은수저-동수저-흙수저'가 분명 존재한다. 이를 탓할 것이 아니라 금수저인 사람들이 아량(?)을 베풀어 흙수저에게 기회를 양보하기를 기대하는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그들이 한 권만 포기해주면 흙수저 10명은 자신의 이름이 찍힌 좋은 책을 낼 수 있고, 그 책을 우리 독자들은 감사한 마음으로 만날 수 있다. 몇몇 아포리즘으로 그 말이 그 말인 책을 찍어내는 금수저 작가들이 늘어나는 추세여서 하는 말이다.

 2016년 네 번째 읽은 책이다. 아주 흡족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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