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다면 정상입니다
하지현 지음 / 푸른숲 / 201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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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야식당으로 만난 하지현 선생님은 달변가처럼 여겨진다. 최근 출판 추세는 담론이나 인터뷰보다 녹취된 강의를 재편집하는 것이 대세인 듯하다. 신영복 선생님의 '강의'나 '담론'과 강신주 선생님의 최근 시리즈가 그렇다. 이 책 역시 벙커에서 이뤄진 일종의 열린 강의를 책으로 옮긴 것이다. 김민정 시인의 편집자로서의 역량이 돋보인다. 그녀를 잘 알진 못하지만 그녀의 시에서 느꼈던 진정성이 출판계 일을 하면서도 나타나길 진심바란다. 성찰하지 않으면 완성에 쉽게 도달한다. 쉽게 성취된 완성은 나아갈 방향을 생각할 여유가 없었기에 어려운 시기를 겪게된다. 그냥 그렇다는 것이다.

하지현 선생님은 정상의 범위를 상당히 폭넓게 상정하고 있다. 동시에 그는 이런 류의 강의만 좇아다니며 자신의 불행을 프레임에 끼워 맞추며 미래 역시 이런저런 일들로 채워지고 말 것이라고 추측하는 '심리화'현상에 대해 우려를 표명했다. 섣불리 상담받지 말라는 충고도 새겨들을만 했다. 개인적으로도 선무당이 사람잡는다는 말을 믿기 때문에 어설픈 상담치료는 반드시 피해야한다고 생각한다.

혼자있고 싶어서 혼자임을 자처했던 이들이 자신이 비정상 아니냐며 질문해왔다. 하 선생님은 대체로 쿨한 성격인 사람을 건강하다고 판단했다. 반면 정신적인 문제가 외상으로 드러나는 것을 나쁜 사인으로 보았다. 예를 들어 우울증과 우울한 성향을 구분하는 기준이 바로 외부적인 변화라는 것이다. 죽고싶다...미치겠다...삶이 무기력하다...이런 것들이 생각에만 머물면 우울한 성향이다. 이건 정상이다. 그러나 이런 생각과 함께 체중이 급격히 빠진다거나, 아무리 노력해도 잠을 이루기 힘들다거나, 쓰레기가 방에 쌓이는 일은 bad sign이다.

정신과 의사인만큼 약물치료의 중요성에 대해서도 상당히 힘주어 말했다.

이 책과 함께 읽으면 좋은 책으로 브라이언 리틀의 <성격이란 무엇인가>를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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