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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전 손택의 말 - 파리와 뉴욕, 마흔 중반의 인터뷰 ㅣ 마음산책의 '말' 시리즈
수전 손택 & 조너선 콧 지음, 김선형 옮김 / 마음산책 / 2015년 4월
평점 :
페미니즘을 논하는 일은 시대착오적 발상이라는 인식이 최근들어 상식처럼 굳어지고 있는 것 같다. 상식이란 반드시 바람직한 것만을 가리키진 않는다. 상식의 대부분은 규제와 관련되므로 오히려 자유로운 사고를 방해하는 경우가 많다. 페미니즘의 사양길을 상식이라고 규정하는 일이 어떤 식으로 받아들여질지는 독자의 평소 상식과 관련된다. 그러므로 일단 나의 상식선에서는 그렇다라고만 말해둔다.
한 때 페미니즘 운동의 최전선에 있던 이들이 한껏 인용했던 이들 중 '시몬느 드 보봐르'와 '한나 아렌트'는 익숙한 이름이다. 전자는 샤르트르의 연인으로서 그리고 '제2의 성'의 작가로 유명하다. 후자는 '이스라엘의 아이히만'으로 유명한 정치철학자다. 그녀들은 언제나 센세이션을 일으켰고, 죽을때까지 자유로웠다. 수전 손택은 반전운동으로 유명하며, 섹슈얼리즘으로도 뭐 누구 못지 않게 센세이션을 일으킨 것으로 알려져있다.
인터뷰에 응하는 그녀의 태도는 권위와는 거리가 먼 그런 모습이었다. 전문적인 인터뷰이와 인터뷰어의 만남은 이토록 명료하고 심지어 아름답기까지 한 인터뷰 내용을 만들어내는구나 싶어 한편 놀랐다. 내가 읽어본 인터뷰 글 중 가장 뛰어났다. 조너선 콧은 그녀에 대해 굉장히 자세히 그리고 깊이 알고 있었고, 수전 손택은 조너선에 대해 적당한 선을 지키면서 자신의 삶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었다.
세 살때부터 책을 읽기 시작하고, 열 세살 때 만, 카프카 등을 섭렵했다는 수전 손택은 분명 언어영재임이 틀림없다. 그녀는 타고난 사상가이자 작가다. 글쓰는 작업이 무척 어려웠다는 것은 그만큼 완벽을 기하고자 하는 그녀의 성향 때문이었을 것이다. 내가 영어에 익숙해서 그녀의 책을 모두 원서로 읽을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생각했다. 아주 잠시.....(it's impossible)
엄마가 건강검진을 받는 동안 앉아서 읽은 책이다. 제목에 쓴 세 사람의 저서를 비교 분석하는 일도 꽤 흥미로울 것 같다. 그러나 이것도 임파서블 투 미....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