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읽을 시간도, 마음의 틈도 없던 때, 재능기부(있지도 않은 재능을 어찌 기부하는지 잘 모르겠지만서도) 마감일이 다가왔다. 동네 무가지에 두 달에 한 번 책 소개를 쓰는 것인데 어차피 자원봉사로 하고 있는거 이번 달은 못하겠다고 할까 아주 잠깐 고민했었지만, 나와의 약속은 맨날 깨면서도 남과의 약속은 꼭 지키려는 나. 그냥 하기로 했다.
책을 새롭게 고를 시간은 없고 내가 언젠가 잘 써보려고 아껴두었던 아이템을 꺼냈다. 이름하여 방탄헌정칼럼. 아마도 방탄소년단의 팬이 있었다면 그동안 나의 '읽었어요'가 방탄과 관련이 있음을 눈치채셨을지도.


아마존에도 가보면 이렇게 세권이 함께 팔리는 책으로 묶여있다. 전혀 다른 종류의 책으로 보이지만 아는 사람은 아는, 방탄이라는 키워드가 공통점이다. 아마존 판매에도 영향을 끼치는 역시 대단한 방탄이다.

가장 최근에 읽었던 Into the Magic Shop을 빼고 나머지 책들은 오래전에 읽었었기 때문에 급하게 다시 읽었다.
'바람의 열두 방향'은 서너번 읽었던 책인데, 뮤직비디오 '봄날'에 영향을 끼친 '오멜라스를 떠나는 사람들'은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지만 나머지 단편들은 어떤 것은 기억이 나지만 어떤 건 마치 처음 읽는 거 같았다. 역시...나의 기억력이란. 암튼. 어슐라 르 귄의 작품을 좋아하는 사람에게는 종합선물세트 같은 책이고, 아직 르 귄의 작품을 안 읽어본 사람에게는 어떤 스타일인지 맛 볼 수 있는 좋은 입문서. 각 단편의 앞부분에 짧은 작가의 코멘트가 있는데 그걸 읽는 재미가 쏠쏠하다. 유명한 오멜라스가 Salem, Oregon 를 거꾸로 읽어서 나온거라니. 작가의 눈은 뭔가 달라도 다른 듯.
'해변의 카프카'는 전에 영어로 읽었는데 짧은 시간에 다시 읽으려니 시간이 모자랄 거 같아 한글책을 구했다. 책의 내용이 하나도 생각 안나! 하면서 읽기 시작했는데 첫번째 장을 다 읽기 전에 그 장면이 눈앞에 선명하게 떠오른다. 나 아직 안 죽었어! 라고 혼자 뿌듯해 함. 근데 생각해보니 이건 내 기억력 덕이 아니라 하루키의 묘사 덕인듯. 한번 그 장면을 머리에 떠올리면 결코 지울 수 없는.
'데미안' 은 중3때던가 엄청 줄쳐가면서 읽었던 그 책인데! 헷세로 부터 시작하여 지드를 거쳐 카프카까지. 나의 중고등 학교 시절을 함께했던 작가 아니던가. 살짝 설레면서 읽었는데 이게 이런 내용이던가?? 구절들을 떠오르기도 하는데 줄거리는 처음 읽는 거 같았다는. ㅜㅜ
Into the Magic Shop 은 아무정보 없이 팬심만으로 읽었던 책이다. 방탄소년단이 '빌보드 뮤직 어워즈'에서 상을 받은 날 ' 저자가 '내 책에서 영감을 얻어주어 감사하다'라는 트위터를 올릴만큼 이 책은 방탄소년단의 <LOVE YOURSELF 轉 'TEAR'> 덕분에 뒤늦게 조명을 받아 판매가 급증하기도 했다. 나조차도 영어책은 모두 도서관에서 빌려읽는다는 결심을 깨고 직접 구입을 하였으니.... 책을 받아 보니 이 책은 회고록이었다. 아버지는 알콜 중독자, 어머니는 심한 우울증 환자로 불우하고 가난한 어린 시절을 보내던 제임스 도티는 열두 살의 어느 날 우연히 들어간 마술가게에서 루스 할머니를 만나게 되고 인생이 바뀌게 된다. 원래 성공담 이런 거 별로 안 좋아하는데 이 책은 재미있게 읽었다. 자신의 성공담만 있었다면 뻔한 그런 책이었을텐데 루스할머니에게 배운 가르침에 대해 자세히 설명하기 때문에 회고록 더하기 실용서라고 할까. 학생들이 읽으면 좋을 거 같다. 목표를 세우고 그것을 달성하는 방법보다 어떤 목표를 세워야 하는 것이 더 중요하니까. 이타심, 공감, 연민 이런것들의 중요성을 강조해 준 것도 좋았고, 그걸 또 과학적으로 증명해내려는 연구를 하고 있다는 것도 굿.
Wings 컨셉의 영향을 주었다는 '스파이럴 추리의 끈' 이라는 만화책까지 탐독하였으나 이건 자리가 모자라서 칼럼에는 못 넣었다. 보통 3-4권 정도 고르기 때문에 매직샵까지 생각하면 4권이 다 된건데 숫자도 제대로 못 세는 나는 돼지아빠 짓을 하여 책 한권이 모자란다고 생각, 정신없는 와중에 만화책도 읽었다. 그래도 재미있었다. 김전일같은 추리물이라고 생각하고 시작하면 실망하겠지만 나는 미리 그런 내용이 아니라는 걸 알아서 그랬는지 재미있게 읽었다. 물론 방탄의 윙스 컨셉과 어떻게 연결되는 지 생각해 보며 읽었기 때문이 아니라고 말할 수 없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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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지도 않게 서재의 달인으로 선정되었다. 서재의 달인이 되신 다른 분들을 보면 양으로보나 질로보나 나와는 비교도 되지 않는 분들이 대부분이라 민망하기도 하고 앗 이렇게 해도 달인이 되나? 싶어 나도 앞으로 계속 금딱지 붙이는 거 목표해 봐? 싶기도 하다. 아 근데 쓰면서 생각해보니 나는 많이 방문하는 서재도 아니고, 댓글이 많이 달리는 서재도 아닌데 댓글을 많이 단 사람이다!!! 처음에는 그거보고 그러니까 나는 열심히 여기저기 짝사랑을 하고 다닌 거구나 싶어 기가 좀 죽었는데 그거 덕분에 서재에 달인이 된걸까? 싶기도. 그럼 앞으로고 계속 댓글을 뿌리고 다녀야한다는??
서재의 달인이 된 기념으로 모처럼 맘 잡고 밀린 리뷰 좀 써볼까 했는데 사진 올리는 데 오류가 난다. 이렇게 알라딘이 안 도와주니 오늘은 여기까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