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 타령을 하기에는 아직 젊다고 생각하며 살지만 가끔은 나이 탓을 하게 될 때가 있다. 잠 하나만큼은 누구에게 뒤지지 않을 정도로 잘 자는 사람인데 얼마전부터 가끔 새벽에 잠을 못 이루는 날이 생기더니 지난가을 한국 갔을 때 시차 적응 하느라 무척 고생했다. 낮에 아무리 졸려도 절대로 자지 않고 계속 몸을 움직였지만 밤 12시에서 1시면 눈이 번쩍 떠지고 새벽 4시가 넘어서야 겨우 다시 잠드는 날이 계속되었다. 나이만큼 시차 적응에 시간이 걸린다고 하더니 정말 그런가 보다. 

처음에는 다시 자려고 눈 감고 누워 숫자를 세기도 하고 이런 저런 방법을 써 봐도 도무지 잠이 들지 않아 책을 읽기 시작했다. 누워서 책을 펴면 바로 눈꺼풀이 무거워지기 시작했는데 왜 이럴 때는 점점 더 말똥말똥해지는지. 가볍게 읽으려고 추리소설 같은 거 읽어서 그런가 봐. 영어책으로 바꿔야겠다. 


그래서 골랐던 책 "Fighting Words"

읽다가 슬슬 잠이 오기를 바랐던 건 나의 큰 오산이었다. 이 아이들이 제대로 도움을 받을 수 있다는 걸 알기 전까지 도저히 책을 내려놓을 수가 없었다. 

호텔에서 마약을 조제하다가 불을 내서 감옥에 간 엄마. 남겨진 자매 Della와 Suki는 엄마의 전 남자친구인 Clifton과 살게 된다. 그러다 '어떤 일'이 벌어져 아이들은 친구 집으로 도망가고 포스터 홈으로 옮기는데.... 어린이 성폭력이라는 예민하고 무거운 주제를 이렇게 진심 어린 따뜻한 시선과 희망으로 풀어내다니. 읽는 게 괴롭고 쉽게 휘리릭 읽어버릴 수 없는 책이지만 꼭 읽어야 하는 아주 중요한 책이다. 어디에도 털어놓지 못하고 고통 속에서 괴로워하는 Suki 에게 적절한 도움을 주고 사랑과 지원을 해주는 사람들이 있어서 정말 다행이다. 현실에서도 그렇게 손 내미는 사람들이 있기를. 또한 이 책 자체가 그런 어둠 속에 있는 아이들에게 희망이 되기를.



중요한 건 아니지만 덧붙임>

이 책을 읽느라 밤을 꼬박 새웠다. Della의 이야기를 듣다보니 아이가 말하지 않은 것까지 들리는 듯하여 내내 마음 아팠다. 이렇게 좋은 책을 왜 이제 알았지? 하면서 언제 출판이 되었나 찾아보니 2020년 출판된 작품으로 2021년 뉴베리 아너상을 받았다. 2021년 뉴베리 메달은 한국계 작가의 "When You Trap a Tiger" 로 우리나라 전래 동화 이야기가 나오기 때문에 한국에서도 많이 알려졌고 인기도 많았던 작품이다. 나는 솔직히 마음에 딱 와 닿지 않아 이게 뉴베리 메달까지 받을 정도인가? 갸우뚱했었기에 "Fighting Words"야말로 메달감이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 아너나 메달이나 순위가 뭐가 중요하겠냐 마는 괜히 내가 아쉽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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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12-23 07:1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1-12-25 03:57   URL
비밀 댓글입니다.

바람돌이 2021-12-23 09:22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좋은 책은 상에 상관없이 좋은 책이죠. 아직 이 책은 번역이 안되었네요. psyche님의 불면으로 한국에 또 좋은 책 하나가 소개되었으니 곧 번역이 되어지겠죠. ^^

psyche 2021-12-25 03:58   좋아요 0 | URL
한국에서 번역이 될 지는 잘 모르겠어요. 한국 어린이 책에 대한 기준이 미국과는 좀 다른 거 같더라고요. 번역된다면 좋겠고, 제가 할 수 있다면 더 좋겠네요. ㅎ

blanca 2021-12-23 10:24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오, 읽어봐야겠네요. 내려놓을 수 없는 책 만나보고 싶어요.

psyche 2021-12-25 04:00   좋아요 0 | URL
제가 손에서 내려놓지 못한 건 아이들이 도움을 받고 치유가 시작되는 걸 봐야 마음이 편해서....ㅠㅠ

기억의집 2021-12-23 20:45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어느 연령대 건 우리의 삶이 힘겨울 때 이렇게 의지가 되는 누군가 있다는 건 삶의 버팀목이죠. 며칠 전에 여름의 잠수라는 그림책 보면서 우울증에 관한 이야기로만 받아들이다가, 순간 저자가 지금까지 살아올 수 있던 건 그 여름에 만난 좋은 어른, 사비나가 작가가 지금까지 살아올 수 있었던 따스한 기억의 의지처가 아니였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요. 저는 성장소설에서 만나는 좋은 사람들 만나면 뭔가 기분이 좋아요!!

psyche 2021-12-25 04:01   좋아요 0 | URL
저도 성장소설 특히 어린이 청소년 책에서 뒤에서 아이들을 뒷받침 해주는 사람들을 만나면 너무 좋고 안심이 돼요. 현실에서도 그런 사람들이 있겠지 하는 마음도 들고. ‘여름의 잠수‘ 저도 읽어봐야겠네요~

라로 2021-12-24 02:4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이 글 읽고 당장 도서관에 신청했어요. 플레이스 홀드했어요! 시험 끝나도 열심히 독서중입니다요. 근데 이 책 인기 많은가봐욥!!

psyche 2021-12-25 04:03   좋아요 0 | URL
메달은 아니지만 그래도 뉴베리 아너책이니까요. 굿 리즈를 보니 저처럼 왜 이게 메달이 아니지? 한 사람들도 있더라고요. 무겁고 어두운 주제지만 꼭 다뤄야 하는 내용을 잘 풀어낸 책이라 좋았어요.

scott 2021-12-24 10:5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프쉬케님이 알려주신 이 책 당장 킨들로 구매! ㅎㅎ
크리스마스 가족과 행복한 시간 보내세요!
🎄 ℳ𝒶𝓇𝓇𝓎 𝒞𝓇𝒾𝓈𝓉𝓂𝒶𝓈 🎅🏻

(\ ∧♛∧ .+° °*.
(ヾ( *・ω・) °・ 🎅🏻
`し( つ つ━✩* .+°
(/しーJ

psyche 2021-12-25 04:07   좋아요 1 | URL
scott 님 맘에도 들면 좋겠네요.
Scott 님도 메리 크리스마스! 행복한 하루 보내세요~
 

하루가 다르게 시력이 나빠지는 걸 느낀 언제가부터 거의 모든 책을 전자책으로 읽기 시작했다. 영어책은 진작부터 누크를 이용해 전자책을 도서관에서 빌려 읽었지만 한글책은 맘에 드는 전자책 단말기가 없었고, 태블릿으로 책을 읽으면 눈의 피로도가 더 심했기 때문에 종이책을 읽기도 했는데 작년에 맘에 드는 전자책 단말기를 구입한 이후 (전에 전자책 단말기에 대해 글을 쓴 적이 있음) 거의 모든 책을 전자책으로 읽고 있다.


글자 크기와 내 눈에 적당한 화면 조도 덕에 스탠드를 켜서 책에 바짝 들이대거나 돋보기를 썼다 벗기를 하지 않고도 편안하게 책을 읽을 수 있으니 종이책의 많은 장점들 다 상쇄하고도 남는다.


그러다 보니 사놓고 안 읽는 종이책이 쌓이는데 한국에 갔더니 내가 야금야금 동생 집에 배달시켜놓은 책들이 또 있네! 책 안 사온다고 해 놓고 나도 모르게 한 권 두 권 계속 주문하고 있고. 한국에 있을 때 읽고 두고 오겠다고 읽긴 했지만 여전히 가져올 책이 꽤 되었다. 박스로 해서 우편으로 먼저 보냈는데도 결국 짐의 무게가 넘어서 비행기에서 추가 비용을 내야 했다.


이렇게 비싸게 가져온 책을 쌓아 두기만 하다니! 반성하며 종이책에도 다시 손을 대기 시작했다. 읽다보니 눈이 침침한 채로 읽는 요령도 생겼다. 이제 나이가 더 들면 정말 종이책 읽기가 힘들 거 같다. 그전에 빨리 읽어야지.


책 이야기하러 들어와서 곁가지 이야기가 길었네.
















유부만두님 서재에서 보고 산 <삐삐언니는 조울의 사막을 건넜어>

내가 조울증에 대해 잘못 알고 있었다는 걸 알게 되었다. 자기의 아픈 이야기를 담담한 어조로 이렇게 솔직하게 내보이다니. 그의 용기 덕에 조울증에 대해 잘 모르거나 잘못 알고 있었던 사람들은 병에 대해 이해할 수 있고, 정신 질환을 가진 사람들은 세상으로 나갈 수 있는 힘과 희망을 가질 수 있겠지. 읽으면서 안타까워하면서, 다시 일어나는 모습에 박수를 보냈다. 좋은 책을 추천해 준 유부만두님께 감사를. 

이 책을 읽으니 자신의 조현병 이야기를 다룬 <나는 자주 죽고 싶었고, 가끔 정말 살고 있었다>가 떠올랐고, 미드 <홈랜드>에서 클레어 데인스도 생각났다. 책에서 묘사한 조증의 모습을 너무 잘 표현했더라고. 드라마를 볼 때는 몰랐는데 책을 읽으니 바로 그 모습이 머리속에 그려지네. 홈랜드 보다 말았는데 다시 봐야겠다. 















<삐삐언니...>를 읽고 그냥 무작위로 어린이/청소년 책을 한 권 집었는데 (정확히 말하면 전자책이었으니 책을 집은 게 아니고 손가락으로 누른 것임) 조울증 이야기가 나왔다. 이럴 떄 뭐랄까 운명같은 게 막 느껴진다. 저만 그런 거 아니죠?















Rocky Road는 초콜렛 아이스크림에 너트와 마쉬멜로우를 섞은 것으로 나도 좋아하는 맛이다. 아이스크림 맛이 제목이고, 핑크 색의 표지 때문에 달달한 내용인 줄 알고 시작했는데 헉 아니었다. 엄마는 조울증 (엄마는 자신의 상태를 인정하지 않는다), 청각 장애의 동생. 이제 7학년인 주인공이 혼자서 짊어지기에는 너무 무거운 현실. 읽는 내내 아이가 안쓰럽고 상황이 답답했다. 조증의 엄마는 아이스크림 가게를 열겠다며 무작정 텍사스에서 뉴욕 주로 이사한다. 엄마가 저러다 갑자기 우울에 빠지게 된다는 걸 잘 아는 주인공이 그 일이 언제 일어날까 불안해 하고, 그 마음이 그대로 느껴져서 해피엔딩이 될 때까지 읽는 내내 마음을 졸였다. 더군다나 바로 전에 읽은 <삐삐언니...>때문에 주인공 엄마의 행동들이 더 생생했고 그래서 울증으로 떨어질 때 어떤 일이 일어날지 머리 속에 막 그려져서 더 괴로웠는지도 모른다. 그래도 테스 옆에 아이를 조용히 보살펴 주고 든든히 받쳐주는 노인들이 있고, 함께 하는 친구도 있어서 정말 다행이다. 병원과 약을 거부하던 엄마가 받아들이게 되는 부분이 없었다면 내가 끝까지 괴로웠을 텐데 그것도 다행이고. 휴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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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선 2021-12-18 02:05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몸도 그렇지만 마음도 자신이 아프다는 걸 인정해야 낫기도 하겠습니다 마음이 아픈 것도 아픈 거죠 이제는 그런 게 많이 알려졌지만, 받아들이고 싶지 않기도 할 듯합니다 약이 도움을 주기도 한다는 말 보기도 했어요 소설에서 엄마가 병원에 가게 돼서 다행입니다


희선

psyche 2021-12-19 17:53   좋아요 0 | URL
맞아요. 몸도 마음도 자신이 아프다는 걸 인정하는 게 치유의 첫걸음인 거 같아요. 책에서 엄마가 마음의 병인 걸 인정하지 않아 아이가 고생하는 게 너무 마음 아팠어요. ㅜㅜ
 

지난번 라로님이 올리신 저스틴 비버의 Mistletoe를 듣고 기승전 BTS 인 저답게 이 노래를 바로 떠올렸죠.

모두들 즐감하시길.






가사가 아니라 BTS의 모습을 보고 싶으신 분은 팬이 만든 이 뮤비로 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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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읽는나무 2021-12-16 05:24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달달합니다ㅋㅋㅋ

psyche 2021-12-16 05:46   좋아요 3 | URL
BTS는 사랑입니다. ㅎㅎ

책읽는나무 2021-12-16 06:00   좋아요 4 | URL
애들 군대 가면 어찌 되나?
아쉽네요ㅜㅜ

라로 2022-02-03 15:03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이거 티파니 광고인가요?? 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 암튼, 좋아요!!! 근데 이제야 보다닛!! 넘 좋아요!!! 노래 잘 부르네요. BTS노래 제대로 들은 것이 없어서 이 노래로 정식으로 목소리를 감상하고 있어요. 근데 남자아이들이 저렇게 귀엽게 친하게 착하게,,,, 보기 좋아요.^^

psyche 2022-02-04 03:33   좋아요 0 | URL
ㅎㅎㅎㅎㅎ 저 티파니 박스랑 악세서리 나오는 거 라로님 말씀 듣고 이제야 알았어요. 그저 BTS 만 보느라.... 제가 좀 심하게 눈썰미가 없습니다만, 생각보다도 더 심하네요. ㅋ
 

지난번에는 내가 아이를 두고 온 거지만 이번에는 아이가 혼자 가는 거라 뭔가 짠할 거 같은 마음으로 공항에 도착했다가 깜짝 놀랐다. 시큐리티 체크 줄이 공항 밖까지 길게 늘어서 있는 게 아닌가!! 생각해보니 땡스기빙 연휴 마지막 날. 가족들을 만나러 왔던 사람들이 모두 집으로 돌아갈테니 당연한 일이다. 생각보다 줄이 빨리 줄기는 했지만 긴 줄에 당황한 나머지 눈물 글썽 허그 뭐 이런 건 다 까먹고 들여보냈다.


엠군의 복장은 집에 올 때 그대로. 반팔티에 후디. 이 동네에서야 그걸로 되지만 거기서 출발할 때는 영하였을텐데? 물어보니 평소 그렇게 입고 다닌단다. 그 동네는 벌써 영하던데? 두꺼운 잠바도 보냈고 긴 팔, 스웨터도 보냈는데 왜?? 별로 안 추워요. 라는 엠군의 답변. 도착하면 추울 테니 안에 털이 달린 후디를 압축팩에 넣어 백팩에 넣어주며 도착하면 이거 꺼내 입어라 했는데 기숙사 도착했다는 카톡에 엄마가 준 옷 꺼내입었니? 라고 물었더니 읽씹. 안 입었군 녀석. 18년을 모르고 살았는데 추위에 강한 체질이었나 봐.


아침에 아들을 보내고 달려간 곳은!
바로바로 SoFi 스태디움!!!
나는 코로나로 콘서트가 취소될 때까지 표를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티켓팅에 우선권이 있었으나 그런 사람이 어디 한 둘이어야지. 계속된 오류와 시스템 다운으로 표를 구입하지 못했다. 코로나 시대에 무슨 콘서트. 안 가도 괜찮아! 하고 큰 소리를 쳤지만 속은 어찌나 쓰리던지. 혹시해서 등록해 둔 verified fan 뺑뺑이에서도 떨어져서 진짜 표를 살 수 없구나 했는데 엔양이 그 엄청난 피케팅을 뚫고 표를 구했다. 물론 좋은 자리는 다 나가서 방탄 소년단이 면봉 소년단으로 보인다는 하늘석으로. 그게 어디야.


제이양을 데리고 SoFi 스태디움에 도착했다. 로즈볼은 가는 길이 하나라 고속도로 출구에서부터 밀렸는데 SoFi 는 사방팔방으로 길이 나 있어 근처까지는 가뿐하게 도착했다. 그런데 안에 들어갔더니 줄이 줄이!!! 세상에!!! 정말 사람이 엄청나게 많다!!!! 워낙 외국인 (아 여기는 미국이니까 외국인이라는 말이 틀리는구나) 온갖 인종이 다 있는 건 익히 알고 있었지만 이번에 보니 연령대도 정말 다양했다. 가족들과 함께 있는 노인들은 물론이고 최소 70대 후반으로 보이는 할머니들끼리 온 그룹도 보여서 놀랐다.

콘서트장에 들어가기 전에 백신 카드를 제시하거나 백신을 안 맞은 사람은 음성 확인서를 내야 한다. 일일이 백신 카드나 음성확인서를 신분증과 대조하고 가방 검사하고 (스태디움에 가지고 들어갈 수 있는 가방과 물품에 대한 규정이 있다) 티켓 검사하고 이렇게 단계가 많다보니 콘서트 첫날에 공연이 시작되었는데도 미처 다 입장을 못 했다고 한다. 줄 서 있던 팬들이 울고 그러다 보니 제대로 확인도 안 하고 그냥 다 통과를 시키는 바람에 티켓이 없이 밖에서 구경하려고 했던 사람들도 막 들어갔다고 하네.


나는 둘째 날 공연에 갔는데 스태디움에서 전날의 경험으로 요령이 좀 생겼는지 줄이 긴 엔트리의 사람들을 다른 쪽으로 이동시키고 백신카드 검사, 가방 검사, 티켓 검사하는 걸 나눠서 하면서 조금 체계적인 모습을 보였다. 나는 전날 사람들이 쓴 리뷰를 열심히 연구한 뒤 들어갈 엔트리를 정했지만, 줄 잘못 서는 바람에 엄청 오래 기다렸고 결국 다른 엔트리까지 막 뛰어가야 했다. 헉헉 나, 뛰기에는 너무 늙은 나이 아닌가. 뛰다가 에잇 앞에 좀 못 보면 어때 싶었는데 제이양의 째려봄 때문에 다시 뛰어 무사히, 여유 있게 자리에 도착했다.

표를 살 때 하늘석이라도 좋다, 대신 중앙으로 해서 스크린을 보면 되지 했는데 막상 가보니 구조물 때문에 스크린의 반이 가려져서 너무 아쉬웠다. 다음 번에는 꼭 좋은 자리를 쟁취하고야 말리라!!!


BTS 콘서트에 가면 나도 모르게 국뽕이 차오른다. 넓디넓은 콘서트장을 꽉 채운 관객들, 콘서트장에 울려 퍼지는 한국어 가사. 중,고등학교 시절 팝송 가사를 받아적으며 따라 불렀던 우리 세대라면 더더욱 가슴 뻐근한 감동을 느낄 것이다. 로즈볼 때는 정말 국뽕으로 가득 찼었는데 이번에는 그걸 넘어서서 차원이 다른 레벨이 되었구나 싶었다. 다양한 인종과 세대를 하나로 만드는 힘이라니!


혹시해서 가져간 망원경을 딸이랑 번갈아 들여다보고, 신형 아미밤이 아니라서 자꾸만 블루투스 연결이 끊어지는 바람에 다시 연결하랴, 노래 따라부르랴 그러다 보니 두시간 반이 그냥 휙 날아갔다. 아이고 벌써 끝나다니 아쉬워라.


떨어지지 않는 발걸음을 떼며 나오다가 들어갈 때는 구경할 엄두도 못 냈던 굿즈 샵에서 제이양이 티셔츠를 하나 사주었다. 이제 딸이 직장인이 되니 이런 게 좋구먼. 다음 번에는 엔양까지 셋이서 다시 올 수 있다면 정말 좋겠다.


아침 일찍 공항에 아들 데려다주고, 낮에 엘에이 가서 나랑 제이양 콘서트장 내려주고 제이양 아파트 가서 강아지랑 있다가 엄청난 트래픽을 뚫고 우리를 데리러 온 남편에게 감사를. 고마움의 표시로 다음번 BTS 콘서트에 같이 가자고 하면 싫어하려나. 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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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읽는나무 2021-12-16 05:3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우와...멋지고 부럽습니다^^
제이양이 엄마 같고, 프시케님이 따님이 된 듯한 역할이 바뀐 듯 합니다ㅋㅋㅋ
티켓 끊어 주고, 티셔츠도 사 주고...^^
아이들이 돈을 벌면 좋은 일이 많이 생기는군요?? 아~나는 언제쯤???^^
면봉 bts라도 직접 현장에 다녀오신 것만으로도 벅찰 것 같습니다.
저는 옛날에 임창정이랑 이선희 가수 콘서트를 다녀온 적 있었는데요. 임창정은 그닥 안좋아 하는데도 와~현장 열기 때문인 건가요? 이젠 호감으로 완전 바뀌었어요ㅋㅋ
이선희는 가창력 말해 뭐해!! 였구요ㅋㅋ
암튼 bts 노래도 따라 부르시고,진정한 아미이십니다.전 좋아해도 노래가사는 잘 몰라 따라부르지는 못하는데 말이죠ㅋㅋㅋ

psyche 2021-12-16 05:49   좋아요 2 | URL
티켓팅은 둘째가 성공했고 돈은 제가 냈습니다. 비싼 표면 큰 애보고 내라고 하려 했는데 제일 싼 표를 성공해서 엄마가 쐈죠. ㅋㅋ
원래도 콘서트 장에 가면 분위기 때문에 좋아하게 되는데요. BTS는 그중에서도 최고! 입니다!! 퍼포먼스는 말할 필요도 없고 그 열기가 엄청나요.
사실 저도 랩부분은 못 따라하고요. 영어로 나온 노래들은 후렴밖에 못합니다만 한국어 가사를 랩까지 다 떼창하는 해외 아미들을 보면 정말 놀랍죠.

책읽는나무 2021-12-16 06:00   좋아요 2 | URL
우와...한국에선 외국 가수들 내한공연 때 한국팬들이 팝송 다 외워 떼창하는 거랑 똑같군요?
그거 보고 대단하다고 생각했었는데...역시 아미팬들!!!

기억의집 2021-12-16 08:0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읽고 있는 제가 뿌듯~ 합니다. 코로나만 아니였어도 훨훨 날아다녔을텐데… 따님과의 데이트가 활활 타올랐겠어요!!!

아드님은 따스한 곳에 살았다가 추운데 가면 더 추위를 느낄 법도 한데, 젊어서 그런가 봐요~

psyche 2021-12-17 02:21   좋아요 1 | URL
코로나인데도 저 콘서트 보려고 미국 전역 뿐 아니라 전 세계에서 왔다고 하더라고요. 엘에이 한인 타운 상권이 살아났다고.... 방탄들이 갔던 식당은 몇시간씩 줄서서 먹었다고 하죠. 진짜 대단해요.
아들은 원래 더위를 많이 타고 땀이 많은 녀석이라 그런지 추위를 잘 안 타나보더라고요. 다행이에요.

프레이야 2021-12-16 09:58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아들은 아들대로 따님은 또 그대로 엄마의 좋은 친구네요. 티셔츠도 사 주는 딸 자상하고요. 넘흐 좋은 시간 가지셨네요 프시케 님 와우와우!

psyche 2021-12-17 02:22   좋아요 1 | URL
아들은 아직 친구는 아니고 ㅎㅎㅎ 딸들은 클수록 엄마 친구가 되어 너무 좋네요. 다음 콘서트 때는 맨처음 계획대로 딸들이랑 셋이서 좋은 자리에서 신나게 즐기고 올 수 있기를!

scott 2021-12-16 11:1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행복한 기운이 느껴집니다
BTS 미쿡 엘에이 하늘 가득 울려퍼졌던 그날
전세계 팬들 가슴에 영원한 별빛으로 가득!!

프쉬케님 안전하고 건강하게 공연 참가 하셔서 다행입니다

BTS 만쉐!!

psyche 2021-12-17 02:25   좋아요 2 | URL
가면서 살짝 걱정을 했는데 그래도 제 주변에 줄 선 사람들과 제 자리 주변 사람들은 모두 마스크를 잘 쓰고 있더라고요. 마스크 쓰고 소리 지르다 보니 나중에 마스크에서 쉰 내가....ㅎㅎㅎㅎ
엘에이 전체가 들썩거렸다고 하니 (특히 코리아 타운) 정말 BTS 만세!!!!

mini74 2021-12-16 16:20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우와 !!! 프쉬케님 직관하신겁니까 !!ㅎㅎㅎ 넘 축하드려요. 예전엔 상상도 못했던 일들이 일어나는게 넘 신기하고도 반가워요 ~~

psyche 2021-12-17 02:26   좋아요 3 | URL
맞아요. 이렇게 한국 노래, 한국 영화, 한국 드라마가 전 세계를 사로잡다니! 그걸 현장에서 목격하고 있는 저도 믿어지질 않네요.

라로 2022-02-03 15:1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아니아니!!! 저는 프님 글 빠짐없이 읽었다고 혼자 자부했는데 이런,,, 벌써 안 읽은 것을 두 개 발견!! 더구나 중요한 것을요!!!ㅠㅠ 나 프님 팬 맞아??ㅠㅠ 반성모드
암튼, 반성은 혼자 할게요,,, 와!!! 프님,,, 정말 진심으로 BTS좋아하시는!!! 저 이 글 읽으면서 넘 울컥했어요!!! 이 글 읽으면서도 국뽕이 차오르니,,, 직접 가셔 보셨으니 오죽했을까!!! 다음엔 저도 같이 가고 싶어요!!! 하지만, 티케팅부터 뚫을 자신이 없;;;; verified fan 뺑뺑이,,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 아 놔~~~. 이거 정말 다른 세계 얘기 같아요!!!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 제이양이랑 같이 가셨군요!!! 이제 돈 잘 버는 제이양이 있으니 다음번 콘서트는 방탄이 방탄으로 보이는 좌석을!!! 전날 간 사람들의 리뷰까지 연구하는 프님의 아미로서의 자세는 정말 존경스럽고요,,,, 대단한 분을 제가 알고 있다는 묘한 느낌까지,,, 근데 남편분이 혹 콘서트에 같이 가시게 되면 그 에너지를 감당하실런지,,^^;; (저는 늙어서 막 뛰고 사람 많아서 공기 탁하고 막 그런거 이젠 감당이;;;ㅠㅠ)

psyche 2022-02-04 03:42   좋아요 0 | URL
요즘은 예전만큼은 아닙니다. ㅎㅎㅎㅎ BT 21 키보드 사놓고 그렇게 말하면 좀 민망하기는 하지만 사실 전 찐 팬들 처럼 막 그들이 만드는 예능 다 보고 그러지도 않고 돈 내고 온라인 콘서트 보고 그러지 않아요.
뭐랄까 아들 보는 듯한 느낌으로 녀석들 기특하다. 이런 마음이 제일 많고요.
그리고 제가 정말 힘들때 BTS 노래로 많이 위로 받았었어요. 가사가 정말 진짜 좋거든요.

제이양이 돈을 내 준다해도 표를 살 수가 없습니다. ㅜㅜ 좋은 자리를 잡는 건 신의 손이어야 가능한 거 같아요.
전날 간 사람들의 리뷰를 열심히 읽은 건 남편이 우리를 어디서 픽업해줘야 하나를찾아보려고 그랬던 거에요. 제가 미리 계획을 하지 않으면 불안한 사람이라서....근데 그렇게 열심히 연구를 했지만 연구 안 한 사람이랑 별 차이 없었어요. ㅜㅜ
 

돌아갈(벌써!) 준비를 하다 보니 생각난 에피소드


대학에 간(벌써!) 엠군에게 갑자기 톡이 왔다. 

페이스 워시를 다 썼는데 뭘 사면 되냔다.

어머머 이게 뭔 일이래. 집에서는 물로도 세수를 잘 안 하는 녀석이.

그래서 네가 쓰던 게 뭐냐고 물었다.

작년 사촌이 집에 놀러 왔을 때 선물로 준 거라네.

그때 선물 받고 뜯지도 않았던 거 내가 대학 가면 쓸까 하고 챙겨 보냈었나보다.

동생에게 물었더니 스크린 샷이 왔다. "이거였던 거 같아."

그래서 엠군에게 사진을 보내며 물었다. "이거니?"

"No, the other one"

뭐라고?? 옆의 것은 페이스 워시가 아니라 로션이잖아!!!!!

한글로 쓰여있어서 못 읽었다면 이해나 되지. 

막 영어로 쓰여있는데? 그걸 모르고 로션으로 세수하다니!


로션으로 세수하는 게 가능은 합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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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부만두 2021-11-18 17:1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워쪄;;;; 근데 얼굴에 머 막 나고 그러지 않으면 냅둬요. 은근 보습 세안법 같은데요? ^^
우리 큰앤 한동안 린스로만 머리 감았어요;;;; 애가 하루는 샴푸가 자기랑 안 맞는대서 보니까 …
그후론 샴푸린스 합체(?) 사줬어요. ㅎㅎㅎ

psyche 2021-11-18 17:41   좋아요 1 | URL
뭐가 났는지의 여부는 얼굴을 못 봐서 몰라. 땡스기빙때 보면 알겠지. ㅎ
우리도 엔양이 린스가 너무 빨리 줄어든다고 (엠군은 샴푸만 쓴다고 하는데) 엠군을 의심해서 아예 샴푸린스 합쳐진 걸로 사줬었지.

mini74 2021-11-18 17:2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옷 거꾸로 입었다 그랬더니 아~~ 그래서 목이 낑겼나봐요 끝. ㅎㅎㅎ넘 웃겨요. 근데 아들만 그런것도 어닌가봐요. 제 조카는 개샴푸로 한동안 감고 다닌. 근데 왜인지 마리결이 좋아진거 같다고. 머리결이 개털이라 그런가보다며 웃었던 적 있어요. 엠군 일이 남의 일이 아닙니다 ㅎㅎㅎ 에피소드 넘 재미있어요 ~~

psyche 2021-11-18 17:43   좋아요 1 | URL
아들녀석도 야 그거 로션이야 했더니 really? 이렇게 답 오고 끝이었어요. ㅜㅜ
로션으로 세수하면 미끈덕 거리지 않나 싶은데 생각해보니 한번도 페이스 워시로 씻어 본 적이 없으니 원래 이런 건가보다 했을지도 모르겠네요. ㅎ

서니데이 2021-11-18 18:48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벌써 돌아갈 준비 하시나요. 길지 않은 일정으로 오신 거군요.
좋은 시간 보내고 가시면 좋겠어요.
psyche님, 좋은 저녁시간 되세요.^^

psyche 2021-11-19 09:40   좋아요 1 | URL
그건 아니고 한 달 넘게 있었어요. 서재에 보고를 늦게 했죠 ㅎㅎ
꽤 길게 왔다 싶었는데 시간이 그냥 훅 가네요. ㅜㅜ

책읽는나무 2021-11-18 18:55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저는 제가 비슷한 경험이랄까요?
세안제 새로 사서 세수 하는데 거품은 안나고 미끈덩거려 계속 짜서 썼거든요..그래도 이상타~싶어 봤더니 스킨 토너!!!
화장품 통색깔이 비슷해서 잘못 배달되어 온 거였어요.근데 내가 세수하기전에 아들 녀석이 먼저 그 통을 개봉해서 세수했었는데 녀석은 아무 말도 없이 잘 씻고 나와서 게임열중!!
분명 거품 안나와 이상했을텐데...저는 그냥 그러려니~~묻지도 않았어요ㅋㅋㅋ
예전엔 팬티도 두 장 입고 학교 갔다 오고..안이상했냐고 물으니 좀 끼는 것 같긴 했다고!!!
아들 키우다 보면 때론 개그맨 키우는 느낌일 때가 많아요...그러려니~하며 키워야할 듯요!!!ㅋㅋㅋ
엠군 귀엽습니다ㅋㅋㅋ
보습 세안 피부가 어떻게 변해 있을지요??^^

psyche 2021-11-19 09:42   좋아요 1 | URL
ㅎㅎㅎㅎ 책 읽는 나무님도 그러셨군요. 엄마들은 쓰면서 이거 뭔가 이상하다 싶은데 아들녀석들은 그냥 그런가보다 하나봐요.
제가 페이스워시랑 로션을 주면서 설명도 해줬던 거 같고 거기 영어로 써있기도 하던데 페이스 워시로 세수를 해본 적도 없고 로션을 발라본 적도 없으니 원래 그런가보다 했나봐요.
이번 땡스기빙때 오면 피부가 어떻게 되어있는지 확인할 수 있겠죠. 여드름이 좀 나아졌으려나

han22598 2021-11-19 02:35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로션으로 세수를 한다고 생각하기 보단...세수를 안하고 로션을 바른다고 생각하시면 될 것 같아요. 제가 그렇거든요 ㅋㅋㅋㅋ 요즘에는 집에만 있으니까 거의 세수 안하고 지내는데...밖에 나갈일 있으면 그냥 로션 바르고..썬크림만 바르고 나가요 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

psyche 2021-11-19 09:44   좋아요 0 | URL
출근하지 않고 집에 있으면 세수 안 하기 일쑤죠 ㅎㅎㅎ 맨 얼굴은 기본.
저는 해가 이글거리는 캘리포니아 살면서 썬크림 안 바를 때도 많아요. 한 십 년 전에 한국 와서 피부과 갔었는데 제 얼굴 보자마자 캘리포니아에서 오셨군요. 하더라고요. ㅜㅜ

라로 2021-11-19 03:44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ㅎㅎㅎ 엠군 정말 귀여워요!! ㅎㅎㅎ 우리 해든이가 아무래도 자기 형보다 엠군과 더 비슷한 과 인것 같습니다!! ㅎㅎㅎ 엔지니어링 동무들? 이과 남자들?? 암튼 뭐든,,, 또 어떤 에피소드를 안겨줄지 기대만땅!! 항상 엠군 얘기 넘 재밌어요!!!ㅋㅋㅋ

psyche 2021-11-19 09:46   좋아요 1 | URL
이과 남자들은 그런 걸까요? 제 남편은 스윗하지는 않지만 무뚝뚝은 아니거든요. 저랑 있을 때는 말도 잘하고 그러는데 아들녀석은 우찌 이런지. ㅜㅜ

라로 2021-11-19 11:14   좋아요 2 | URL
제 생각에 엠군이 나중에 젤로 스윗할 것 같아요. 두고봅시다!!ㅎㅎㅎ 그나저나 저 오늘 자다가 프님 꿈꿨어요!! 넘 신기!! 좋은꿈,, 암튼 조심해서 오십시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