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 타령을 하기에는 아직 젊다고 생각하며 살지만 가끔은 나이 탓을 하게 될 때가 있다. 잠 하나만큼은 누구에게 뒤지지 않을 정도로 잘 자는 사람인데 얼마전부터 가끔 새벽에 잠을 못 이루는 날이 생기더니 지난가을 한국 갔을 때 시차 적응 하느라 무척 고생했다. 낮에 아무리 졸려도 절대로 자지 않고 계속 몸을 움직였지만 밤 12시에서 1시면 눈이 번쩍 떠지고 새벽 4시가 넘어서야 겨우 다시 잠드는 날이 계속되었다. 나이만큼 시차 적응에 시간이 걸린다고 하더니 정말 그런가 보다. 

처음에는 다시 자려고 눈 감고 누워 숫자를 세기도 하고 이런 저런 방법을 써 봐도 도무지 잠이 들지 않아 책을 읽기 시작했다. 누워서 책을 펴면 바로 눈꺼풀이 무거워지기 시작했는데 왜 이럴 때는 점점 더 말똥말똥해지는지. 가볍게 읽으려고 추리소설 같은 거 읽어서 그런가 봐. 영어책으로 바꿔야겠다. 


그래서 골랐던 책 "Fighting Words"

읽다가 슬슬 잠이 오기를 바랐던 건 나의 큰 오산이었다. 이 아이들이 제대로 도움을 받을 수 있다는 걸 알기 전까지 도저히 책을 내려놓을 수가 없었다. 

호텔에서 마약을 조제하다가 불을 내서 감옥에 간 엄마. 남겨진 자매 Della와 Suki는 엄마의 전 남자친구인 Clifton과 살게 된다. 그러다 '어떤 일'이 벌어져 아이들은 친구 집으로 도망가고 포스터 홈으로 옮기는데.... 어린이 성폭력이라는 예민하고 무거운 주제를 이렇게 진심 어린 따뜻한 시선과 희망으로 풀어내다니. 읽는 게 괴롭고 쉽게 휘리릭 읽어버릴 수 없는 책이지만 꼭 읽어야 하는 아주 중요한 책이다. 어디에도 털어놓지 못하고 고통 속에서 괴로워하는 Suki 에게 적절한 도움을 주고 사랑과 지원을 해주는 사람들이 있어서 정말 다행이다. 현실에서도 그렇게 손 내미는 사람들이 있기를. 또한 이 책 자체가 그런 어둠 속에 있는 아이들에게 희망이 되기를.



중요한 건 아니지만 덧붙임>

이 책을 읽느라 밤을 꼬박 새웠다. Della의 이야기를 듣다보니 아이가 말하지 않은 것까지 들리는 듯하여 내내 마음 아팠다. 이렇게 좋은 책을 왜 이제 알았지? 하면서 언제 출판이 되었나 찾아보니 2020년 출판된 작품으로 2021년 뉴베리 아너상을 받았다. 2021년 뉴베리 메달은 한국계 작가의 "When You Trap a Tiger" 로 우리나라 전래 동화 이야기가 나오기 때문에 한국에서도 많이 알려졌고 인기도 많았던 작품이다. 나는 솔직히 마음에 딱 와 닿지 않아 이게 뉴베리 메달까지 받을 정도인가? 갸우뚱했었기에 "Fighting Words"야말로 메달감이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 아너나 메달이나 순위가 뭐가 중요하겠냐 마는 괜히 내가 아쉽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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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12-23 07:1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1-12-25 03:57   URL
비밀 댓글입니다.

바람돌이 2021-12-23 09:22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좋은 책은 상에 상관없이 좋은 책이죠. 아직 이 책은 번역이 안되었네요. psyche님의 불면으로 한국에 또 좋은 책 하나가 소개되었으니 곧 번역이 되어지겠죠. ^^

psyche 2021-12-25 03:58   좋아요 0 | URL
한국에서 번역이 될 지는 잘 모르겠어요. 한국 어린이 책에 대한 기준이 미국과는 좀 다른 거 같더라고요. 번역된다면 좋겠고, 제가 할 수 있다면 더 좋겠네요. ㅎ

blanca 2021-12-23 10:24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오, 읽어봐야겠네요. 내려놓을 수 없는 책 만나보고 싶어요.

psyche 2021-12-25 04:00   좋아요 0 | URL
제가 손에서 내려놓지 못한 건 아이들이 도움을 받고 치유가 시작되는 걸 봐야 마음이 편해서....ㅠㅠ

기억의집 2021-12-23 20:45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어느 연령대 건 우리의 삶이 힘겨울 때 이렇게 의지가 되는 누군가 있다는 건 삶의 버팀목이죠. 며칠 전에 여름의 잠수라는 그림책 보면서 우울증에 관한 이야기로만 받아들이다가, 순간 저자가 지금까지 살아올 수 있던 건 그 여름에 만난 좋은 어른, 사비나가 작가가 지금까지 살아올 수 있었던 따스한 기억의 의지처가 아니였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요. 저는 성장소설에서 만나는 좋은 사람들 만나면 뭔가 기분이 좋아요!!

psyche 2021-12-25 04:01   좋아요 0 | URL
저도 성장소설 특히 어린이 청소년 책에서 뒤에서 아이들을 뒷받침 해주는 사람들을 만나면 너무 좋고 안심이 돼요. 현실에서도 그런 사람들이 있겠지 하는 마음도 들고. ‘여름의 잠수‘ 저도 읽어봐야겠네요~

라로 2021-12-24 02:4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이 글 읽고 당장 도서관에 신청했어요. 플레이스 홀드했어요! 시험 끝나도 열심히 독서중입니다요. 근데 이 책 인기 많은가봐욥!!

psyche 2021-12-25 04:03   좋아요 0 | URL
메달은 아니지만 그래도 뉴베리 아너책이니까요. 굿 리즈를 보니 저처럼 왜 이게 메달이 아니지? 한 사람들도 있더라고요. 무겁고 어두운 주제지만 꼭 다뤄야 하는 내용을 잘 풀어낸 책이라 좋았어요.

scott 2021-12-24 10:5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프쉬케님이 알려주신 이 책 당장 킨들로 구매! ㅎㅎ
크리스마스 가족과 행복한 시간 보내세요!
🎄 ℳ𝒶𝓇𝓇𝓎 𝒞𝓇𝒾𝓈𝓉𝓂𝒶𝓈 🎅🏻

(\ ∧♛∧ .+° °*.
(ヾ( *・ω・) °・ 🎅🏻
`し( つ つ━✩* .+°
(/しーJ

psyche 2021-12-25 04:07   좋아요 1 | URL
scott 님 맘에도 들면 좋겠네요.
Scott 님도 메리 크리스마스! 행복한 하루 보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