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가 다르게 시력이 나빠지는 걸 느낀 언제가부터 거의 모든 책을 전자책으로 읽기 시작했다. 영어책은 진작부터 누크를 이용해 전자책을 도서관에서 빌려 읽었지만 한글책은 맘에 드는 전자책 단말기가 없었고, 태블릿으로 책을 읽으면 눈의 피로도가 더 심했기 때문에 종이책을 읽기도 했는데 작년에 맘에 드는 전자책 단말기를 구입한 이후 (전에 전자책 단말기에 대해 글을 쓴 적이 있음) 거의 모든 책을 전자책으로 읽고 있다.


글자 크기와 내 눈에 적당한 화면 조도 덕에 스탠드를 켜서 책에 바짝 들이대거나 돋보기를 썼다 벗기를 하지 않고도 편안하게 책을 읽을 수 있으니 종이책의 많은 장점들 다 상쇄하고도 남는다.


그러다 보니 사놓고 안 읽는 종이책이 쌓이는데 한국에 갔더니 내가 야금야금 동생 집에 배달시켜놓은 책들이 또 있네! 책 안 사온다고 해 놓고 나도 모르게 한 권 두 권 계속 주문하고 있고. 한국에 있을 때 읽고 두고 오겠다고 읽긴 했지만 여전히 가져올 책이 꽤 되었다. 박스로 해서 우편으로 먼저 보냈는데도 결국 짐의 무게가 넘어서 비행기에서 추가 비용을 내야 했다.


이렇게 비싸게 가져온 책을 쌓아 두기만 하다니! 반성하며 종이책에도 다시 손을 대기 시작했다. 읽다보니 눈이 침침한 채로 읽는 요령도 생겼다. 이제 나이가 더 들면 정말 종이책 읽기가 힘들 거 같다. 그전에 빨리 읽어야지.


책 이야기하러 들어와서 곁가지 이야기가 길었네.
















유부만두님 서재에서 보고 산 <삐삐언니는 조울의 사막을 건넜어>

내가 조울증에 대해 잘못 알고 있었다는 걸 알게 되었다. 자기의 아픈 이야기를 담담한 어조로 이렇게 솔직하게 내보이다니. 그의 용기 덕에 조울증에 대해 잘 모르거나 잘못 알고 있었던 사람들은 병에 대해 이해할 수 있고, 정신 질환을 가진 사람들은 세상으로 나갈 수 있는 힘과 희망을 가질 수 있겠지. 읽으면서 안타까워하면서, 다시 일어나는 모습에 박수를 보냈다. 좋은 책을 추천해 준 유부만두님께 감사를. 

이 책을 읽으니 자신의 조현병 이야기를 다룬 <나는 자주 죽고 싶었고, 가끔 정말 살고 있었다>가 떠올랐고, 미드 <홈랜드>에서 클레어 데인스도 생각났다. 책에서 묘사한 조증의 모습을 너무 잘 표현했더라고. 드라마를 볼 때는 몰랐는데 책을 읽으니 바로 그 모습이 머리속에 그려지네. 홈랜드 보다 말았는데 다시 봐야겠다. 















<삐삐언니...>를 읽고 그냥 무작위로 어린이/청소년 책을 한 권 집었는데 (정확히 말하면 전자책이었으니 책을 집은 게 아니고 손가락으로 누른 것임) 조울증 이야기가 나왔다. 이럴 떄 뭐랄까 운명같은 게 막 느껴진다. 저만 그런 거 아니죠?















Rocky Road는 초콜렛 아이스크림에 너트와 마쉬멜로우를 섞은 것으로 나도 좋아하는 맛이다. 아이스크림 맛이 제목이고, 핑크 색의 표지 때문에 달달한 내용인 줄 알고 시작했는데 헉 아니었다. 엄마는 조울증 (엄마는 자신의 상태를 인정하지 않는다), 청각 장애의 동생. 이제 7학년인 주인공이 혼자서 짊어지기에는 너무 무거운 현실. 읽는 내내 아이가 안쓰럽고 상황이 답답했다. 조증의 엄마는 아이스크림 가게를 열겠다며 무작정 텍사스에서 뉴욕 주로 이사한다. 엄마가 저러다 갑자기 우울에 빠지게 된다는 걸 잘 아는 주인공이 그 일이 언제 일어날까 불안해 하고, 그 마음이 그대로 느껴져서 해피엔딩이 될 때까지 읽는 내내 마음을 졸였다. 더군다나 바로 전에 읽은 <삐삐언니...>때문에 주인공 엄마의 행동들이 더 생생했고 그래서 울증으로 떨어질 때 어떤 일이 일어날지 머리 속에 막 그려져서 더 괴로웠는지도 모른다. 그래도 테스 옆에 아이를 조용히 보살펴 주고 든든히 받쳐주는 노인들이 있고, 함께 하는 친구도 있어서 정말 다행이다. 병원과 약을 거부하던 엄마가 받아들이게 되는 부분이 없었다면 내가 끝까지 괴로웠을 텐데 그것도 다행이고. 휴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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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선 2021-12-18 02:05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몸도 그렇지만 마음도 자신이 아프다는 걸 인정해야 낫기도 하겠습니다 마음이 아픈 것도 아픈 거죠 이제는 그런 게 많이 알려졌지만, 받아들이고 싶지 않기도 할 듯합니다 약이 도움을 주기도 한다는 말 보기도 했어요 소설에서 엄마가 병원에 가게 돼서 다행입니다


희선

psyche 2021-12-19 17:53   좋아요 0 | URL
맞아요. 몸도 마음도 자신이 아프다는 걸 인정하는 게 치유의 첫걸음인 거 같아요. 책에서 엄마가 마음의 병인 걸 인정하지 않아 아이가 고생하는 게 너무 마음 아팠어요. ㅜ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