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0년대 후반 미국 대학가는 베트남전을 반대하는 반전 시위가 한창이었다. 1969년 베트남에서의 단계적 철수를 발표했던 미국은 1970년 베트콩을 소탕하고 베트남전을 끝낸다는 명분을 내세우며 캄보디아를 침공했다. 4월 30일 밤 당시 대통령이던 닉슨이 텔레비전에서 이 사실을 발표하자 반전 시위는 더욱 거세게 타올랐다.
5월 1일 금요일. 오하이오에 있는 켄트 주립대학에서도 반전 시위가 벌어졌는데 흥분한 시위대는 켄트 시내에서 돌과 유리병을 던져 경찰차뿐 아니라 시내 상점들과 자동차에도 피해를 줬다.
5월 2일 토요일. 켄트 시장은 학교 내에 극렬 좌파가 총기류를 숨기고 있다, 공산 혁명을 꿈꾸는 게릴라들이 시위대에 숨어 들어가 있다는 등의 사실이 아닌 루머를 보고받고 오하이오 주지사에게 주 방위군를 보내달라고 도움을 청한다. 당시 주지사였던 Jim Rhodes는 군사를 동원하는데 전혀 주저함이 없는 강경파였고, 다음 임기 주지사 선거에서 패하여 상원의원 출마를 노리고 있었는데 경선 상대방에게 많이 밀리고 있던 상태였기 때문에 유권자들의 표를 의식한 그는 주저 없이 주 방위군을 보낸다. 시위대는 전쟁의 상징(?)같은 ROTC 건물에 불을 질렀고 불을 끄러 온 소방관들을 방해한다. 소방관들은 철수하자 경찰이 진입해 최루가스를 쏘기 시작했고 그때 불이 꺼진 듯 보였던 ROTC 건물이 다시 불타기 시작하자(불이 다시 나게 된 원인은 밝혀지지 않았다. 시위대가 냈던 불이 덜 꺼진 걸 수도 있지만 주 방위군이 학교안으로 들어올 수 있는 명분을 만들기 위해 일부러 냈다는 말도 있다) 주변에 미리 와 있던 주 방위군은 학교 안으로 진입 최루가스와 총검으로 시위대를 해산시킨다.
5월 3일 일요일. 학교 안에 주둔한 주 방위군은 헬기로 최루가스를 뿌리고 최루탄을 쏘고 총검을 휘두르며 시위를 진압한다.
5월 4일 월요일. 시위대와 수업에 들어가는 학생들이 뒤섞인 가운데 군인들은 시위대의 해산을 요구하며 최루탄을 쏘았고 시위대는 돌을 던져 대항했다. 그러다가 군인들은 언덕 위로 물러나는 듯 보였지만 갑자기 학생들을 향해 총을 쏘기 시작한다. (지금까지도 누가, 왜 발포 명령을 내렸는지 밝혀지지 않았다.) 13초 동안 67발의 총알이 발사되어 4명의 학생이 사망하고 9명이 다쳤다. 총을 쏜 G 분대 군인들은 입을 모아 자신들이 시위대에 의해 생명의 위협을 받았다고 말했으나 이는 사실이 아니었다. 사망자나 부상자의 대부분은 뒤에서 총을 맞았고, 사망자 4명 중 2명은 시위대가 아니라 지나가던 학생이었다.
(이 사진은 당시 켄트 대학 학생이었던 John Paul Filo가 찍은 것으로 후에 퓰리처상을 받게 된다)
이 책을 읽기는 쉽지 않았다.
먼저 미국의 만화나 그래픽 노블은 글자가 모두 대문자로 쓰여 있어서 눈에 팍 들어오지 않는다. 거기에 처음에는 등장인물이 많은데 얼굴이 서로 구별되지 않아서 앞 페이지를 계속 들춰보다가 결국 종이에 xx- 검은 단발, aa- 앞머리 이런 식으로 쓰고 c와 d는 애인 사이 이렇게 서로의 관계를 메모하고야 읽을 수 있었다. (안면인식장애와 건망증이 합쳐진 나)
사실 이런 외적인 건 별거 아니다. 이 책에서 다룬 내용이 더 힘들었다.
실제 일어난 일이기 때문에 이 아이들이 죽는다는 게 너무 슬펐고 그래픽 노블이라 그림으로 직접 보여주니 더 가슴 아팠다. 원래 시위를 하지 않았던 제프가 더는 가만히 있을 수 없다며 시위에 나가기 전에 엄마한테 전화하여 오늘 데모하러 가는데 체포될 수도 있지만 걱정말라고 하는 장면에서는 눈물이 났다. (이 책의 대부분이 사실에 기초한 것이다)
읽는 내내 최루탄으로 가득 찼던 80년대 나의 대학 시절이 많이 떠올랐다. 미국이나 한국이나 어쩜 그렇게 똑같은지. 시위의 강경 진압과 최루탄뿐 아니라 (한국에서는 직격탄이었는데 얘네들은 헬기로 막 뿌린다.) 시위대를 빨갱이의 사주를 받았다고 몰아붙이는 것, 프락치를 통해 시위대의 내부 정보를 모으고 그 안에 들어가서 조직을 이간질 해 와해시키는 것, 작전을 짜서 누명을 씌우는 것, 불순분자들이 시위대에 들어가 있다는등의 루머를 퍼뜨리는 것 등등
나를 더 경악하게 했던 것은 이 사건 이후의 일이다.
최루탄에 맞아 사망한 이한열 열사는 6.10 민주항쟁의 도화선이 되었지만, 켄트 주립 대학 학생들은 군인 총에 죽고 부상당했는데도 오히려 시민들은 학생들의 탓이라는 식의 반응이 많았고 (불순분자, 빨갱이 이런 것이 먹혔던 걸까) 죽은 학생의 부모와 부상자에게 증오와 저주의 편지가 쏟아졌다.
군인이 무장하지 않은 학생들에게 발포하여(그것도 그냥 총이 아니고 전쟁에서 사용하는 총) 사망했는데도 불구하고 아무도 책임지지 않았다는 사실이 정말 믿어지질 않았다. 주지사는 다음번 선거에서 이겨 두 번이나 임기를 더 했으며, 그때 발포되었던 총을 수거하여 조사해야 하지만 총은 사라지거나 바꿔치기 되어 누가 쏜 총이 사망자를 냈는지 알 수 없게 되었고 G 분대 소속 군인들 역시 모두 무혐의로 풀려났다.
너무 충격적이라 아이들에게 이 사건을 아는지 물어봤는데 역사에 관심이 많은 큰아이는 이미 알고 있었지만 N양과 M군은 전혀 모르고 있었다. 아니 어떻게 이럴 수가 있지? 미국은 역사가 짧아 내용도 별로 없는 주제에 이런 것도 가르치지 않는단 말이야? 켄트 주립대 사건 이후 50년이 났지만 사람들의 의식은 그때와 별로 달라지지 않은 것 같다. 내가 지금껏 알고 있던 미국의 모습은 가식일 뿐이고 트럼프 이후 드러난 미국의 모습이 진짜가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