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월의 어느 아침
일어나기엔 너무 이르고
다시 잠들기엔 너무 늦은 때

밖에 나가야겠다

녹음이 기억으로 무성하다
눈뜨고 나를 따라오는 기억

보이지 않고 완전히 배경속으로
녹아드는 완벽한 카멜레온

새소리가 귀먹게 할 지경이지만
너무나 가까이 있는

기억의 숨소리가 들린다




토마스 트란스트뢰메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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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05-06-15 18: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보이지 않고 완전히 배경속으로/녹아드는 완벽한 카멜레온'이긴 한데, '기억의 숨소리'가 들리지는 않는, 멀어지고 아련해서 몽환에 몸을 맡기는 나날입네다. ^^
 

새여 꽃이여

 

새가 울 때는
침묵
꽃이 피어
無言

새여
너는 사람의 말을 넘어
거기까지 갔고
꽃이여
너는 사람의 움직임을 넘어
거기까지 갔으니

그럴 때 나는
항상 조용하다
너희에 대한 한탄을
너희의 깊은 둘레를
나는 조용하고 조용하다

詩 : 정현종



꽃다발을 안은 여인 1981-90 x 73 cm -종이에 채색, 천경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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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란여우 2005-06-15 23: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시와 그림의 완벽한 조화입니다.
그녀의 꽃은 항상 화려하고 항상 슬퍼 보여요
 



운길산.



숲.



어느새, 여름.



양수리 근처 안개낀 강.



다도할까요?



문고리~



소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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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은아이 2005-06-14 18: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숲길, 고즈넉하고 예쁘네요. 문고리 너머 보이는 문살도 예쁘고...

어룸 2005-06-14 18: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두요^^

울보 2005-06-14 18: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런곳에 사시는것은 아니지요,
너무 이쁘다..

플레져 2005-06-14 19: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숨은아이님, 저긴 다실의 문고리에요 ^^
투풀님, 저금 많이 하세요~ ㅎ
울보님, 이런 곳에 살면 얼마나 좋을까용...

superfrog 2005-06-14 20: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 멋져요..^^ 갑자기 소란스러움이 싹, 사라지는 느낌!

날개 2005-06-14 20: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 차 마시고 싶어요..^^*

플레져 2005-06-14 20: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금붕어님, 님에게도 그 편안함이 전해져서 기뻐요 ^^
날개님, 햇차를 마셨어요. 참... 좋았어요 ㅎㅎ

로드무비 2005-06-14 21: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아, 좋네요.
숲의 향기가 물씬......

플레져 2005-06-14 22: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로드무비님, 남양주를 지날 땐 님 생각을 했답니다...
 



개망초



산수국.



산수국



지네. 읍...징그럽긴하다...



은행나무의 나이, 525살.





엉겅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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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은아이 2005-06-14 18: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야아...

어룸 2005-06-14 18: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와아아아...!!

인간아 2005-06-14 19: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진 멋지네요. 혹, 수종사의 은행나무인가요? 플레져님.

플레져 2005-06-14 19: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숨은아이님, 투풀님...^^*
운빈현님, 아시는군요! 맞습니다 ㅎㅎ

날개 2005-06-14 20: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앗! 개망초 알아요.. 진주님이 알려주신거.. ^^;;
근데, 저는 왜 지네가 귀엽게 보이죠? ㅋㅋ

플레져 2005-06-14 20: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날개님, 개망초가 늘씬늘씬하게 피었더라구요.
지네...얼마나 징그러웠는데요, 으으....부르르...

로드무비 2005-06-14 21: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울진 삼촌집 마당에서 200년 된 느티나무 찍으며 아아, 플레져님이라면
근사하게 찍을 텐데...생각했다죠.^^;

플레져 2005-06-14 22: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삼촌집 마당에 200년된 느티나무가요?? 제 생각을 해주셔서...몸둘바를 모르겠어요~ ^^;;;

히나 2005-06-14 23: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525년 묵은 은행나무라니 귀신이 살 거 같아 밤에 보면 무섭겠어요.. ^^;
저도 발 많이 달린 것들은 너무 징그러운데..

2005-06-15 09:37   URL
비밀 댓글입니다.

플레져 2005-06-15 13: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스노드롭님... 대낮인데도 그 장엄함과 성스러움이 깃들어 있어 밝아보이지만은 않아요. 오백년동안의 고독이 묻어나지요...
속삭이신 ㄹ님!! 정말 감사해요. 지난번에도 저의 무지를 깨우쳐주셨는데... 그 꽃에 관해 한바탕 조사(?) 했답니다. 가화 라니...정말 대단한 꽃이에요 ^^
 








돌계단을 핥을 정도로 위태롭게 흔들리면서도 수국은 소담스럽게 핀 꽃잎 하나도 땅바닥에 끌지 않았다.

"많이 기다리셨죠?"

현관 등불 아래 환하게 드러난 릴리의 아름다움에 기타무라는 순간 가슴이 떨렸다. 촉촉이 젖은 꽃의 요정이 인간의 모습을 빌려 나타난 것만 같았다.

"맨 얼굴이 훨씬 좋아."

"위로해주지 않아도 돼요."

"정말인데."

릴리는 수줍어 고개를 숙이다가 물웅덩이에 잠긴 기타무라의 맨발을 가만히 바라보았다.

"왜 나한테 다정하게 대해주세요?"

"글쎄, 나도 잘 모르겠군. 그렇지만, 특별히 다정하게 해주려고 그런 건 아냐. 뭔가 말로는 표현이 안되는군."

"자비 같은 건 아니죠?"

"자네에게 자비를 베풀 정도로 넉넉한 사람이 아니야."

릴리는 기타무라의 목에 매달리더니 격렬하게 키스를 했다. 뼈마디가 손바닥에 그대로 느껴질 정도로 릴리의 등은 야위었다. 긴 입맞춤 뒤에 두 사람은 뺨을 맞대고 빗소리를 들었다.

"손님, 부탁 하나만 들어줄래요?"

""자자구?"

"아뇨, 그런 거 아녜요. 그런 말은 못 해요."

"마치 밤을 마시듯이 천천히 숨을 들이쉬더니 기타무라의 귓전에 가느다랗게 그 숨을 토하며 릴리는 아무것도 아니라는 듯 속삭였다.

"부탁이에요. 나하고 같이 죽어줘요."

<아사다 지로, 수국꽃 정사>


 

사진 : 불두화 (수국꽃이 아닙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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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개 2005-06-02 21: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앗~! 같이 죽어달라니......ㅠ.ㅠ 아름다운 꽃에는 처절함이...

sooninara 2005-06-02 21: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일본사람들은 죽음을 동경하는거 같아요..수국꽃 정사라니.
야시시하네요..사자는 죽을사인가봐요.

stella.K 2005-06-02 21: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우, 저 꽃 정말 예뻐요. 플레져님 다시 돌아오셨군요. 그렇지 않아도 오늘 유난히 님이 많이 생각났었단 말이어요.^^

mira95 2005-06-02 21: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수국꽃은 예쁘지만 밑은 이야기는 오~~ 처절하군요^^

플레져 2005-06-02 23: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날개님, 수국꽃이 마냥 예쁘게만 보이지는 않지요? 아사다 지로의 글이 있어 더 슬픈 것 같아요. 수니나라님의 그 지적, 정말 일리 있네요 ^^ 스텔라님, 어쩐지 저두 자꾸 님 생각 나더라구요!! 미라님, 글이 참 아리죠? ㅠㅠ

2005-06-03 01:51   URL
비밀 댓글입니다.

hanicare 2005-06-03 12: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랫만이군요. 새로운 모습으로 뵙네요.그러고 보면 일본사람들의 미감은 아주 얇은 복어회에 든 극소량의 독약같은 맛이 나는 걸까요. 잘 보고 잘 읽고 갑니다.

icaru 2005-06-03 09: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수국...소담하고 수긋하도다...!

2005-06-03 11:34   URL
비밀 댓글입니다.

부리 2005-06-03 11: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수국꽃보다 플레져님이 훠얼씬 반갑습니다

플레져 2005-06-03 13: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자자~~ 여러분들, 이 꽃은 수국이 아니고 불두화라고 합니다.
친절하신 어느 님께서 무지를 깨우쳐 주셨습니다 ^^
속닥님, 감사해요 ^^*

하니님, 잘 지내셨지요?
이카루님, 불두화래요, 정정! ㅎㅎ
부리님, 반가워요~

icaru 2005-06-03 15: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앗...불두화...!

superfrog 2005-06-17 21: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있잖아요. 저도 놀러가서 하.. 이렇게 초현실적인 분위기를 보여주는 꽃이 도대체 뭔가.. 했는데 님이 수국이라 하셔서 그렇구나, 했지요. 헌데 얼마 후에 시어머니가 불두화 라고 하시더라구요. 수국이랑 꽃모양은 비슷한데 나무에서 주렁주렁 탐스럽게 열리는 건 불두화라고 그러시더군요.^^ 불두화건 수국이건 저 꽃이 제게 준 임팩트는 엄청나게 강합니다. 이름이 무엇이든 멋진 꽃이잖아요.^^

플레져 2005-06-20 13: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금붕어님, 이름만으로도 의미가 있지요. 절에는 불두화가 꼭 있대요. 정말 영험해보이지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