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

거리에서 한 여자가 스쳐간다
불현듯 아주 낯익은, 뒤돌아본다
그녀는 나와 상관없는 거리로 멀어진다
도무지 생각나지 않는,
철 지난 외투 주머니에서 발견된 메모지처럼 그녀는

기억의 지느러미를 흔들고 거슬러 오르면
전생의 내 누이,
그보다 몇 겁 전생에서
나는 작은 바위였고 그녀는 귀퉁이로 피어난
들풀이었는지 모른다
그녀가 벌레였고 나는 먹이였거나,
하나의 반짝거림으로 우주 속을 떠돌 때
지나친 어느 별일지 모른다

뒤돌아보는 사이, 수천 겁의 생이 흘러버리고

그녀가 시야에서 사라졌다
스쳐간 바람, 또는 향기는 아니었을까
반짝이며 내 곁을 지나친 무수한 그녀들,
먼 별을 향해 떠나가고.

詩 배용제



Marcin Klepacki - run away... maybe aft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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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은아이 2005-08-23 21: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발이 참... 길다... 는 뜬금없는 생각을.  ̄,, ̄)

비로그인 2005-08-23 21: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흑백사진 너무 멋져요. ^-^ 얼굴없는 그녀.

릴케 현상 2005-08-23 21: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 긴가요?

파란여우 2005-08-23 23: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동통한 그녀...^^

2005-08-24 09:00   URL
비밀 댓글입니다.

hanicare 2005-08-24 10: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빠뜨리스 르 꽁트의 걸 온 더 브릿지가 생각나네요. 그러고 보니 가을이고요.

플레져 2005-08-24 16: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니님, 오늘은 정말 가을이에요. 바람도 그렇구요, 흐린 날씨도 그렇구요, 마음은 더...그래요...
여우님, 정말 그렇군요, 그녀는 ^^
산책님, 길어요, 그녀의 발! ㅎ
가시장미님, 얼굴이 안보여 더 매혹적인 그녀~ ^^
숨은아이님, 그 말씀 듣고 보니 정말 그래요 ㅎㅎ

Laika 2005-08-24 17: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반대로 목위만 찍힌 사진이 있는데...저위에다 갖다 붙일까요? ㅎㅎ

플레져 2005-08-24 18: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라이카님...무셔워요... ㅠㅠ

이리스 2005-08-24 21: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 정도 발 사이즈만 기본 250 이라고 보여짐. (죄.. 죄송함돠)

잉크냄새 2005-08-24 23: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일단 평발은 아니군요.

플레져 2005-08-25 00: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흠... 그녀의 발이 이렇게 이슈가 될 줄이야~~ ㅎㅎ
 

바람둥이

봄볕의 따스한 손길
닿는 곳마다
겨울잠에서 깨어나
기지개를 켜면서
산수유와 목련
개나리와 진달래
꽃망울 터뜨리고
게으른 모과나무 가지에도
새싹들 뾰족뾰족 돋아납니다
아직도 깊은 잠에 빠진
능소화와 대추나무
마구 흔들어 깨우려는 듯
횡단보도 아랑곳없이 한길을 가로질러
달려오는 봄바람 맞아
벽돌 담벼락 기어오르는 담쟁이덩굴
움찔움찔 몸을 비꼽니다

詩 김광규




Marcin Klepacki - walk on heav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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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만두 2005-08-23 20: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와...

2005-08-23 21:12   URL
비밀 댓글입니다.

icaru 2005-08-23 21: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시말고..딴소리..)저 사진에 얽힌 이야기가 있다면...참 알고 싶네요~ 사람일까 인형일까...

진주 2005-08-23 22: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람같은데??(나도 시말고 딴소리..)
시에 꽃이 많이 나와서 무쟈게 좋아요. 근데....능소화는 한 여름에 피는 데 봄에 피는 꽃이랑 같이 넣어 놨네요?

히나 2005-08-24 01: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런데 하늘은 먹구름이 몰려오고 여자아이는 불안불안합니다..
천국으로 가기는 이렇게 어려운 걸까요...

2005-08-25 11:38   URL
비밀 댓글입니다.

플레져 2005-08-25 15: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만두님, 와우~ ^^
이카루님, 사람일걸요? 설마...
진주님, ㅎㅎㅎ 얼마전에 능소화 핀 담장을 지나갔어요. 지나만 갔는데 ^^;;; 정말 이쁘더라구요. 아마 그것이 시적 상상력이라는 미명하에 벌어진 일이 아닐런지...ㅋ
스노드롭님, 추천하시면 천국갑니다~~~ =3 =3
속삭님, 넘넘 기대됩니다!!! 얼른 님의 그 스토리를 들려주시기를!! ^^
 



백미러에 비친 하늘~

 내가 있는 하늘의 구름은 어땠을까... 내가 서 있는 곳의 배경도 비슷했으리라...


조금 흔들렸지만, 저 멀리 북한산이 보인다! 정말 맑은 날씨!  

러브 홀릭의 스카이 라는 노래를 참 좋아하는데, 종일 입 속에서 흥얼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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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네르바 2005-08-23 01: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백미러의 하늘은 정말 예술이에요. 어쩜, 조 순간을 포착할 수 있었나요? 두번째 사진은 동화책 어딘가에 나오는 그림 같구요, 세번째 흔들린 사진 역시 사진이 아니라 그림 같아요. 정말 하루 종일 흥얼거리게 만드는 하루였지요?

플레져 2005-08-23 01: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미네르바님, 열심히 운전하는 이의 옆에서 그만 저 백미러를 포착했답니다. 저 사진에는 운전하는 멋진 남자분도 함께 하고 있는데 편집했어요 ^^

비로그인 2005-08-23 01: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와. 정말 이쁘네요. ^-^ 전 오늘 하루종일 집에 있어서.. 하늘을 못봤어요 ㅋㅋ

마늘빵 2005-08-23 09: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두번째 사진은은 무슨 유럽의 궁같은데서 찍은거 같아요.

2005-08-23 10:02   URL
비밀 댓글입니다.

비로그인 2005-08-23 10: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백미러에 비친 하늘은 마그리뜨의 '피레네의 성'이란 그림에 나왔던 하늘 같아요.(캬..미학 오딧세이 읽을 때 당췌 뭔 소린지 몰라 좀 헤맸는데 일케 써먹을데가 다 있꾸운..흘..) 적외선 촬영으로 초현실적인 사진을 만들던 유럽의 사진작가 이름도 가물가물..으이구..어떻게든 잘난 척 하며 함 튀어보고 싶은데.. 안타깝슴돠!

진주 2005-08-23 12: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멋있어요. 저도 오늘 아침에 사진을 찍었어요. 구름이 좀 많았죠.

icaru 2005-08-23 16: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세차를 열심히 하시는 편인가봐요~ 차창을 유리가 아예 없는 것 같거든요~
복돌언니 안타깝데이~요... 초현실적인 사진을 만들던 유럽의 사진작가 이름에서 막히시니...도와 주고 싶지만... 저도 몰라요..
북한산이 얼핏얼핏 보이는 동네 사시네요~ 우앙~~

플레져 2005-08-23 16: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가시장미님, 오늘 하늘에는 구름 한 점 없네요. 어디로 간 걸까요? ㅎ
아프락사스님, 건너편 아파트....가 아니고 건너편 궁궐이옵니다 ^^ =3
복돌이님, 헉. 저두 그 책 읽었는데... 아주 신선하게 들리는 걸 보면 읽을 때 다른 걸 생각한 모양입니다 ㅋ
진주님, 보여주실거지요? ^^
이카루님, 네! 새차를 구입한 지 석 달 째. 원래 깨끗한 걸 좋아하는 남편에게 새 차가 생겼으니 새차는... 기본입니다. 저두 가끔 가서 노동하고 와요 ㅠㅠ

stella.K 2005-08-23 16: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늘치곤 그리 맑아보이지 않네요. 오늘 하늘은 정말 짱인데...!^^

플레져 2005-08-23 16: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왓! 스텔라님이닷!! 오늘 하늘도 좋죠~
 

하이네 보석가게에서

언니, 나는 비행기를 탈 거야. 나는 아무것도 버리지 않았는데, 갑자기 너무 가벼워졌어.
마리오는 아름다운 남자야.

안녕. 나는 보따리 장사를 할 거야. 보석 가게에서 나는 아름다움을 감정하지.
가짜가 얼마나 아름다울 수 있는지 아는 건 멋진 일이야.
언니, 곧 부자가 될게. 라인 강가에서.

한국 남자를 사랑해보지 못했어. 오늘밤에도 언니는 시를 쓰고 있니?
언젠가는 언니 시를 읽고 감동하고 싶어. 안녕.

11월에 나는 마리오를 만나지. 언니는 한국어로 사랑을 고백할 수 있어?
언니, 우리가 어렸을 때 문방구에서 마론 인형을 훔치는 언니를 봤어.
눈물이 주르르 모래처럼 흘렀어.

언니, 우리가 아주 어렸을 때 모래는 가장 아름다운 흙의 형상이었지.
나는 매일 밤 기도를 해. 언니가 우리 집을 떠나던 날에 나는 왜 쓸쓸해지지 않았을까?
언니를 위해 기도할게. 안녕.

詩 김행숙



Tuesday's child - jack vettrian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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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05-08-20 00: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시가 그 시 인가요? ^-^;

연우주 2005-08-20 00: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 이 시 좋아요.

히나 2005-08-20 00: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화요일의 아이는 신의 은총을 받을 수 있을까요 ;;;

히피드림~ 2005-08-20 01: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시도 좋고, 그림도 좋고~~^^

2005-08-20 08:5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5-08-20 10:1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5-08-20 20:2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5-08-20 21:2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5-08-20 21:30   URL
비밀 댓글입니다.

플레져 2005-08-20 22: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가시장미님, 네 그렇습니다 ^^
우주님, 읽을수록 맛이 나지요? ㅎ
스노드롭님, 화요일의 아이 뿐만 아니라 모든 요일의 아이들에게 축복이 ^^
펑크님, 저 보석가게에 가보고 싶지 않으세요? 끌리는 시에요 ^^;;;
속삭님, 아...님의 측근이시군요! 너무나 반갑습니다. 막 팬이 된 모모양이 있었노라고 말씀 전해주세요 ^^

2005-08-21 01:2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5-08-21 23:03   URL
비밀 댓글입니다.
 

위치

커튼과 커튼이 보폭처럼 펄럭였지만 다른 창문으로 걸어가지는 않을 것이다.

당신은 거기에 있는가? 십 년 전에, 혹은, 십 년 후에,

詩 김행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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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05-08-18 23: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 저 물빛 의자! 제주도 바다가 파바박!! 스쳐 지나갑니다.

검둥개 2005-08-19 07: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시며 사진이며 어디 한군데 가감할 곳이 없이 너무나 멋있습니다. ^^ 아이 좋아라.
저 추천하고 퍼가요. 그래도 되죠, 플래져님? :)

플레져 2005-08-19 21: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복돌이님, 어쩜... 벽만 보았는데 의자 색깔도 참 이쁘네요!
검정개님, ^_________^

미네르바 2005-08-19 22: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당신은 거기에 있는가? 늘 거기에 있는가?
나는 늘 거기에 있을까요? 알 수 없어요.
시와 그림이 조화를 잘 이루었어요. 저도 추천^^

플레져 2005-08-19 23: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미네르바님...누군가 저를 찾았을 때 만큼은 거기에 있고 싶어요. 지금 님이 저를 찾아오신 것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