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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크릿파일 국정원 - 실패한 공작의 역사, 그리고 혁신
김당 지음 / 메디치미디어 / 2016년 9월
평점 :
품절
정보는 통치와 전쟁에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
프랑스 혁명의 와중에서 경찰대신 푸쉐는 강력한 첩보조직을 만들어 쿠데타와 반혁명으로부터 공화국을 지켜냈다.
세계대전이 벌어지는 와중에 영국은 전통적 교육으로, 미국은 후발주자지만 급조를 통해 정보기관을 만들었다. 007은 영국의 첩보원이고 미국에서는 미션임파서블의 톰크루주가 나온다. 아 킹스맨도 있던가?
이들에 더해서 첩보기관의 강국은 러시아와 이스라엘이 있다. 특히 이스라엘은 전세계 유태인들의 자발적 협조로 규모 이상의 역할을 해낸다.
한국은 2차대전이후 미국으로부터 배워 K-CIA를 만들었다. 지향점은 CIA였지만 현실은 어떠했을까? 저자는 KGB 꼴이라고 비판한다.
한국의 통치자에게 정보수집 대상은 먼저 북한,해외가 되어야겠지만 실제 박정희 정부는 국내의 반대파를 제압하는데 많은 노력을 들였다.
정보부를 만든이는 김종필이지만 주요 사건은 각종 간첩, 김대중 납치사건 그리고 1026이 된다.
즉 통치를 억지로 끌고 가기 위해 온 힘을 다 바치도록 정보요원들은 압박받아갔다.
악역에 걸 맞게 반대급부 또한 컸다. 급여는 통상 공무원의 2배 이상이다. 저자에 의하면 5천명이 1조 정도 쓴다고 한다. 지금 기준으로도 상당하다.
이런 국정원도 전환점을 맞는다. 바로 민주화가 이루어져 국정원의 탄압대상이었던 김대중이 대통령이 된 것이다. 그리고 이어진 이종찬,임동원 등의 임명은 체질을 많이 변화시켰다.
대북 평화정책 추진으로 간첩잡기가 아니라 남북의 평화구축에 앞장서게 된 것이다. 이는 향후 노벨평화상까지 이어진다. 당시 임동원의 성취에 만족한 김대중은 유일무이하게 정보부장 공관을 방문해 부부동반 식사를 하면서 격려를 했다고 한다.
그런데 여기서 또 하나의 시련이 이어진다. 바로 노무현의 대북송금 특검이다. 당시 문재인은 비서실장으로 여기에 큰 역할을 했지만 지금도 두루뭉수리 발뺌한다.
노무현 시대 국정원은 최초로 내부승진자를 수장으로 맞이한다. 바로 김만복이다. 그러나 이후 그는 새누리당 공천 신청이나 기밀누설회고록 발간 등 사고를 터트린다. 그리고 김당 저자가 여기서 주요하게 밝히는데 바로 노무현의 정상회담 추진시 국정원 기밀비 중 1000만불이 북에 전해졌다고 한다. 이는 후일 검찰 조사를 받게 된 노무현에게 제시되어 치욕감을 주었다고 한다.
데자뷰가 아닐까? 대북송금이 정몽헌 회장의 투신을 가져왔듯이 노무현도 검찰 조사 이후 투신하게 된다. 그렇지만 여전히 김만복은 책임을 부인한다.
하지만 저자는 밝혀낸다. 김만복은 새로운 당선자 MB에게 임기말 남북정상회담 대화록을 정리해서 가져다 바친다.
후일의 어느 평론가가 그렇게 탄식한다. 노무현과 문재인은 사람 보는 눈이 없었다고..
이렇게 시대의 변화와 역할이 바뀌어가는 과정을 역사의 주요 사건 속에서 저자는 풀어내려간다.
그러면서 횡적으로는 나라별 정보기관의 특징에 대해서도 비교해 보여준다.
처음 한국이 CIA를 지향했다고 하지만 내부반대세력 탄압에 치중하면서 KGB 모델이 되었는데 이를 김대중 정부는 이스라엘의 모사드를 모델삼아 국민의 사랑을 받고자 시도했다고 한다.
그래서 임동원 지휘하의 국정원은 선거개입에 나서지 않아서 당시 비판자였던 정형근에게서도 칭찬을 받았다고 한다.
하지만 상황은 다시 악화된다. MB가 임명한 원세훈은 댓글부대 사건을 일으킨다. 비록 박정부 들어 정치재판을 통해 축소되지만 수장이 불법행위로 교도소에 갖히는 치욕을 조직에 안겨준다.
여기서 잠시 미국의 CIA의 변모를 살펴보자. 지금 정보기관의 최대 고민은 휴먼의 활약이 줄어든다는 점이라고 한다. 최근 갤럭시에 탑재되었던 홍채인식 기술에 의해 한번 눈이 등록되면 위장이 안된다고 한다. 그러니 007 이야기는 옛말이 되고 만다. 반면 기술을 흡수해 정보에 활용하는 일은 계속 된다. 미국의 경우 빈라덴 검거에 각종 사진과 암호해독, 도청 등 기술을 통한 거대한 첩보 빅데이터 시스템을 만들었다. 이번에 트펌프를 지지한 피터 틸이 운영하는 빅데이터 기업 팔란티어는(이 책에는 없는 내용이지만) 주 고객이 CIA다.
거기에 비하면 한국의 7급 공무원들이 댓글 달면서 느낀 자조감은 어떠했을까?
저자의 이 책에서 또 하나 비판적인 대목은 바로 탈북자 관리다. 처음 오면 기자회견 쇼 한번 하고 나서 곧 대성공사라는 특수시설에 수용되어 거의 간첩 취급 받는 고역을 치른다고 한다. 이렇게 안좋게 심어진 인식은 이후 재입북하는 사례도 만든다고 한다.
개선이 필요한 대목이다.
국정원의 미래는 어떠해야 하나?
CIA는 어려워도 KGB는 벗어나야 할 것이고, DJ가 이야기한 모사드를 향해 가기를 바랄 땀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사고의 전환이 필요하다. 적이 꼭 적이 아니고 친구가 꼭 친구도 아니니 말이다. 가장 큰 적이었던 북에 대해서도 새로운 접근이 필요하다.
북이 흔들거릴 때 해야 할 일은 역시 통일 대비아닐까 한다. 그런 대목도 앞으로 더 다루어졌으면 한다.
모사드는 이스라엘 한 나라, 한 정권에 대해 충성하는 것이 아니라 이스라엘 민족 전체의 사랑과 지지를 받으니 말이다.
참고로 저자는 한국에서 매우 귀한 국정원 바로 알기 전문 기자다. 여러 특종을 했고 심지어 북한에서도 인정해서 단독방북을 허용했다고 한다.
그의 해박함과 집요한 취재정신, 그리고 이렇게 좋은 책을 만든 필력에 매우 감탄했다.
참 더 흥미가 생기신다면 김충식의 <남산의 부장>을 권해드린다. 김형욱회고록,김종필 회고록도 도움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