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터에서
김훈 지음 / 해냄 / 201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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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훈은 <칼의 노래>에서 선조의 비열함을 <남한산성>에서 인조의 비루함을 그려내어 역사를 보는 눈에 충격을 주었다. 나라의 큰 난리 속에서 문필로 지도자들의 빛과 그림자를 들추어내었다.

신작 <공터에서>는 대상을 현대로 끌어당긴다.

현대라는 공간은 논란이 많다. 그래서 작가가 이 공간을 어떻게 다루어낼지 궁금했다.

최근 가장 큰 공터는 광화문 광장이었다. 탄핵으로 역사의 물줄기를 바꾸어내려는 강력한 의지가 드높았는데, 그 반대편에는 태극기를 들고 모인 노인들이 있었다.

흘러가려는 힘과 떠밀려가지 않으려는 발더둥. 두 힘의 격돌이라고 표현해야 할까? 갈등이라고 해야 할까? 그 힘의 근저에는 세대 갈등이 있었다.

혹자는 이 두 세력을 영화에 빗대어 <국제시장><변호인>의 충돌이라고 이름했다.

영화로 표상되는 세대 간의 가진 기억들이 서로 다르고 기억 위에 부과된 의미도 다르기에 벽이 생긴다. 현실에 생긴 충돌방지용 차로 만든 벽 만큼이나 기억의 벽은 높아서 넘기 어렵다.

세대, 간단히 아버지와 아들의 갈등은 늘 존재한다. 사춘기는 그 한 표현이다.

이런 세대갈등을 가장 격렬히 체화한 존재가 바로 작가 김훈이다. 그의 아버지의 죽음 앞에서 작가는 이런 꼴로 살고 싶지 않다고 굳게 맹세했다고 한다. 돈이 없어 대학을 중퇴하고 밥벌이를 위해 한국일보에 입사 지원을 했을 때 부친의 문명(글 명성)을 익히 알던 오너는 그에게 부친에 대해 질문했었다고 한다. 그때 김훈은 내가 그 보다 못할리 없다고 당차게 (내가 들은 바에서 상당히 순화해서 묘사한 형태임) 말했다고 한다.

그의 가족사에 대해서는 또 다른 책, 수필집인 <라면을 끓이며>에 간간히 나온다. 밥이 뚝 떨어지는 삶, 그 삶에 대해서 가장이라는 존재가 보여준 무책임에 대해 신랄하기도 하고 냉소적이기도 하고 안쓰러운 동정도 보이는 미묘한 마음가짐이 보인다.

이 책은 그런 가족사를 중심에 놓는다. 두 핵심 주인공 마차세는 김훈이고, 마동수는 아버지이기 때문이다.

김훈과 아버지 김광주는 문필로 이름이 높았다. 그렇지만 아들 김훈은 글이란 현실을 다 담지 못하기에 늘 말이 허무하다고 강조한다.

소설 속의 마차세와 마동수는 시대의 중심으로 살지 못한다. 식민지 백성 거기서 벗어나려고 독립운동이라고 해보았지만 그 실체는 매우 왜소했다. 말이 거창하게 뻗으면 김훈은 늘 말의 실체를 파고 들었다. 이는 작가 김훈의 여러 번의 필화에 잘 나온다. 이 작품에서도 말을 뻗어내는 운동가의 실체를 드러내서 그 허무함을 보여준다. 대단한 듯 보였던 독립운동도 막상 실제 독립이 되어서는 작은 응징하나 못하고 감방에 갇혀야 하는 전도의 모습이었던 것이다. 그런데 더욱 우스운 것은 그 운동 속에서도 주인공 마동수는 주변으로 매우 왜소했었다.

김훈에게 삶이 말이냐 밥이냐고 물으면 항상 밥을 먼저 내세운다. 영화 국제시장으로 그려진 짠한 세상인 함흥탈출과 부산피난이 있다. 그 시절은 가난했고 생존은 모든 가치에 우선했다.

 

오장춘은 교실 창문에서 유리를 떼어 내고 학교 신축 공사장에서 철근을 훔쳤고 교실의 양은 주전자를 납작하게 찌그려뜨려서 가방에 담고 나와서 고물상에 팔았다.

그때 오장춘의 얼굴은 힘든 노동으로 먹이를 확보한 자의 피로감과 자부심으로 당당해 보였다. 마차세의 눈에, 그 음식은 이제 오장춘의 것이고 오장춘은 제 입으로 들어가는 음식에 대한 권리가 있었다.”

 

밥이 우선되기에 거꾸로 김훈은 똥을 이야기한다. 밥이 똥이 되는 과정이 삶이라고 강조하는 걸까?

함흥탈출의 뱃전에서 사람들은 똥을 누었고, 미쳐 돌아서 바다로 빠졌다.

똥을 다 눈 사람들이 다시 살기 위해 밥을 먹어야 한다. 부산피난에서 밥의 해결은 가장 원초적 도구(?, 작품을 보시기를)로 이루진다.

베트남 또한 그런 일들의 연속이었다.

이 아수라 속의 삶에 대해서 말은 무력하다고 김훈은 강조한다.

 

너는 말해도 몰라. 막상 그 자리에 가보지 않는다면.”

이라는 마차세의 형 마장세가 던지는 말은 모든 논리와 명분을 치워버리게 하는 몸짓이다.

 

다 읽고 나니 공터의 노인들, 그리고 광장의 태극기 든 그 손들이 가진 기억이 만들어낸 구호란 기억의 왜곡이라는 걸 깨닫게 된다. 그들이 좋았더라 하고 품고 있는 기억은 실은 처절한 생존의 몸부림이었고 우아하지 않은 비장한 아름다움에 가깝다.

 

시간은 도도히 흘러간다. 역사는 과거를 치워버리고 오늘을 새롭게 재건축 해낸다.

아픔 또한 같이 흘러간다. 작가 김훈의 아버지에 대한 분노와 절망감 또한 그렇게 흘러간다. 그리고 이제 훌쩍 커버린 그의 눈에 아버지는 왜소하고 더욱 안쓰럽게 느껴진다. 그래서 이렇게 문자로나마 옮겨 적어 작품에 남길만큼 여유감이 생겼다고 보인다.

아무리 마음에 들지 않는 무책임한 아버지였지만 아버지와 아들 사이에는 실이 연결되어 있다. 인연이라는. 잊고 싶은 인연이지만 종종 되돌아오면서 놀라게 한다. 사진첩의 부자간의 닮은 모습이 그렇다.

작가 김훈이 가진 가장 큰 자산은 필력이다. 부자가 모두 베스트셀러 작가가 되는 건 우연은 아니다. 유전이고 인연이다. 다 없어져도 나에게 남겨진 짙은 유전의 흔적까지 부인할 수는 없다.

 

전쟁과 개발연대 세대의 부모들이 그렇다. 그들은 분명 자신이 받은 수준 보다 훨씬 높다랗게 대한민국을 만들었다. 그리고 우리는 그 위에서 더 고상하게 서 있을 수 있다.

개개인끼리 깊지 않더라도 누군가의 노력 덕분에 오늘이 이 땅이 가능하다 점에서 서로 연결된 셈이다.

 

내 눈에 태극기부대의 주장은 황당하게 느껴진다. 거기서 무너져 탄핵이 부결되었다면 딱 나라꼴은 남미의 식민국가들 수준으로 퇴보할 것이다. 아니면 유혈사태.

그렇게 갈라진 기억들 속에서 그들의 행태를 보면서 이 책을 다시 집어들었다. 그리고 <국제시장> 같은 포근함이 아니라 똥냄새가 풍기고 가난에 배곯는 김훈의 묘사를 포개본다.

그리고 작가가 가졌던 아버지에 대한 안쓰러움을 같이 느껴본다. 그냥 그럴 뿐이다. 거창한 이념도 명분도 아닌 그냥 안쓰러움을 가지며 책을 덮었다.

문장은 인간을 가르기도 쉽고, 또 부족해서 실체를 드러내기도 쉽지 않지만, 그래도 글이라는 쓰임을 통해 우리는 서로 이어진다. 연민은 인간다움을 만들어주는 숭고한 감정이기 때문이다.

현대사와 그 속에서 고난 받은 이들이 <공터에서>와 같은 글을 통해 서로 연민을 가지며 하나의 덩어리로 모아지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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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삭매냐 2017-03-20 09: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소설이 1979년이 아니라 더 앞으로 전진한 현대를
다루었어야 하지 않나 그런 생각을 해봅니다.

어쩌면 작가가 가진 한계일 지도 모르겠습니다.

사마천 2017-03-20 11: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관심 가져주셔서 감사드리고요, 아주 최현대를 다룬 것으로 <영자>라는 단편이 있습니다. 매우 감동적입니다. 한계라는 표현에는 쉽게 동의하기 어렵습니다. 조정래 작가는 한계에 확실히 도달한 것 같습니다. 하지만 김훈 작가는 아직 더 갈길이 있다라고 감히 주장해봅니다
 
이용만 평전 - 모진 시련을 딛고 일어선 인생 이야기
공병호 지음 / 21세기북스 / 2017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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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병호 박사의 우리시대 인물 평전 2탄이다.

전작인 김재철평전이 워낙 대단했기에 두번째는 누굴 주인공으로 세우나 궁금했다. 처음에는 약간 의외였다 솔직히 존함도 잘 모르고 최종 지위도 재무부장관이었기에 낮지도 않지만 더 대단한 인물도 많다고 보였다.

읽어 가면서 삶의 평가는 지위와 같은 외형적 지표 보다 난관을 뚫고 가는 치열함에 더 비중을 두는 게 맞다는 생각이 들어갔다.
영화 <국제시장> 세대처럼 이북에서 넘어와 625에 참전하고 총 두 방을 몸에 맞는 큰 부상도 입었다. 당연히 골수보수고 기독교 신앙도 돈독했다. 그리고 가난했다. 홀로 서서 자기 몸을 추려간다는 게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하지만 그는 돌볼 가족도 없지만 돌봐줄 가족도 없이 시작해야 했다.

이후의 삶에서 신기한 건 놓인 자리마다 기회를 만들어가는 힘이었다. 우체국에서 우연히 시작한 외국의 펜팔 레터 관리가 우표 수출 비즈니스가 되어 꽤 큰 돈을 만졌다. 가족이 없기에 새로 시작하는 인연에 비중을 두는 태도는 그에게 계속 행운을 만들어준다. 
그와 일해본 상사들이 짧은 기간에도 감동할 정도로 그는 전력을 다 했다. 지방 순시 보고서를 쓰라고 하면 남들 하나 둘 갈 곳을 두배 이상 더 다녔다. 가진 것이 많지 않지만 그 가진 것을 적재적소에 잘 활용해가면서 성심껏 노력하는 그에게 행운이 하나 하나 내려온다. 소위 조직에서는 그걸 보고 줄이라고 하는데 실제 살아보면 아무에게나 행운의 줄이 내려오는 건 아니다.

박정희 개발시대의 관료성공 신화이기에 가만 보면 웃기는 일들도 많다. 브리프 차트에서 박정희가 묻는 서릿발 같은 질문에 빨리 정확히 그리고 눈치것 대답해야 한다. 당시는 전산이 없는 시대라 앞에서 한다고 하고 뒤에서는 뭉개는 일이 많았다. 그런 요령껏 행동하는 고위관료들 모습도 여기에 그려져있었다.
당시의 풍토를 보여주는 증거 하나가 부처대결 사격대회를 열었는데 여기서 저자가 선수로 참여해서 재무부를 1등으로 만든 것이다. 심지어 국방부도 꺽었다. 이는 젊어서 참전했던 것과 맡은 일은 무조건 1등을 해야 직성에 풀린다는 도전정신 덕분인데 저자도 이를 수긍해서 꽤 길게 묘사했다. 웃기기도 하지만 하나의 삶을 보여주는 단면으로 보인다.

승승장구하던 그에게도 시련이 온다.
전두환 정권으로 바뀌고서 우연히 자리가 날라간다. 알고 보니 이규광이라는 처삼촌이 만나러 갔다가 기다리게 하니 가서 전두환에게 꼰지른 것이다. 
참 독재정권이라는 것, 절대권력이라는 것이 한심한 일도 많이한다고 보이는데(우리는 최근에도 이런 현상을 막 겪었지만) 어쨌든 이용만은 유탄을 맞았다. 허무하기도 했지만 그에게 새로운 기회가 열린다. 아니 열어가게 된다. 유학도 시도했지만 그보다 그를 워낙 좋게보던 수 많은 이들의 여론 덕분에 재기의 기회가 열린다.
중앙종금,신한은행,외환은행을 거쳐 다시 관직으로 중요한 역할을 맡는다.
여기서 이런 저런 금융사와 삼성을 거쳐가면서 그가 본 기업 풍경들은 그 자체로 하나의 시대극이었다. 나름 유익했고 지금의 은행풍토와도 그리 크게 달라지지 않은 것 같다. 라응찬 등 신한사태 주역들의 이름이 그 먼 시대에 고대로 나오니 말이다.

그러다가 노태우 시대에 새로운 기회를 맞는다. 정권이 바뀐다는 것, 선거를 한다는 건 이런 면에서 긍정적인 측면이 있다. 여러 각도로 보면 사람의 다른 장점이 보인다. 지금도 특정정권에서 시련을 겪었던 사람이 다음에 화려하게 부활하는 경우를 종종 본다. 기업도 매한가지다. 
은행을 감독하는 입장까지 올라 재벌의 비업무용 토지를 매각시키는 일을 하는데 남과 다른 속도감을 보였다. 이를 높이산 <물 태우> 께서 그를 재무장관으로 발탁한다.

박정희 시절 승승장구하는 관료, 민간 금융 경험 등이 쌓인 그에게 이제 재무 정책의 수장이라는 지위는 어떤 의미였을까?
당시는 민주화를 통해 다양한 욕구가 표출되고 언론의 힘이 강해지면서 외곽의 다양한 집단 특히 교수들의 인기가 올라가고 있었다. 대중은 새로운 인물 특히 참신한 이미지를 선호했다. 민주화의 한 특색이다. 이때 인기를 끈 사람이 조순 서울대 교수였다. 그는 노태우때부터 기회를 잡아 여러 보직을 거쳤다. 
하지만 조순에 대해 이용만은 매우 부정적이다. 책에 이 정도로 서술할정도면 실제 삶에서의 갈등은 훨씬 컸을 것이다. 이용만은 현장에서 감으로 대한민국 경제의 동향을 체화시켰던 사람이다. 그래서 학자들이 주장하는 서구 이론 대표적으로 <화폐수량설> 등을 몸으로 거부했다. 그런데 민주화라는 건 여러 분야가 권한을 나누고 견제하는 체제를 취하고 이들 포지션이 학교 명망가들에게 주어지니 갈등이 벌어진다.

요즘 경제가 어려우니 요즘 왕년의 최고의 경제해결사라고 김종인이 거론된다. 그가 성과를 냈던 시기도 가만 보면 군사독재로 한 사람에게 권한이 집중되었을 때이다. 반대로 현대정치는 티비에 나와 이미지 관리하던 변호사들이 주종을 이룬다. 그러다 보니 리더십이나 운영방식이 서로 맞지 않게 된다. 
각설하고 이용만의 삶으로 돌아가면 그는 당시 경제가 뭔가 부정적으로 가고 있다는 걸 여러가지로 느겼다고 한다. IMF로 가는 길에는 여러 원인이 있지만, 종금사 면허의 남발, 정치가들의 탐욕, 그리고 현실감 없는 이상주의 등이 줄줄이 나타난다.
이용만은 스스로 가방끈이 짧다고 아쉬워하지만 자신이 맞다고 생각하는 이론을 미국의 고위관료 앞에서도 강력하게 어필 할 정도의 자신감이 있었다. 현장에서 치열하게 생각한 덕분이다. 
하지만 이제 시대는 서서히 민주화를 거쳐 정치라는 여론 영합형, 리더십의 변천이 이루어진다. 그리고 이용만은 그 물결에 휩싸여서 다시 퇴장해야 했다.
두 번의 시련과 추락 모두 정권 교체에서 벌어졌다. 동화은행장 구속 사건의 여파는 그에게 깊은 상흔을 주었고 YS 집단의 정치자금 요구에 대해 실상을 아는 그로서는 정말 속에 열불이 났다고 한다. 어떻게 달라고 해놓고 일부 들어주니 나중에 그걸 또 빌미로 잡아 사람을 죄인으로 만드냐고 부도덕성과 의리 없음에 치를 떤다.
그 주역들은 김현철 등은 후일 죄값을 치렀지만 지금 보면 그 과정은 모두 IMF라는 거대한 시련을 향해가는 과정이었다.

한국 앞에 헬이라는 단어가 자주 붙는다. 하지만 정말 헬은 하늘에서 폭탄이 떨어지고 (그것도 네임팜탄 -동경 시내를 쑥대밭으로 만든) 사방에서 총이 날라오는 625 전쟁통이었을 것이다. 

그 헬에서 기적을 만든 것은 한 마디로 기적이다. 기적은 자기 신념이 아주 강한 사람이 아니면 이루어내기 어렵다. 저자가 교회를 열심히 다니고 많은 돈을 내서 교회를 짓는데도 도움도 주고 한 일들이 그의 성공과 무관하지 않다고 본다. 

그런 기적의 나라가 다시 헬이 되는 모습에 속에서 나는 열불이 아마 이 책을 만들었다고 보인다. 압축해서 표현해보면 그냥 <국제시장>도 아니고 꼰대의 훈수도 아니다. 이념이 주는 방향타, 현장감 없는 교수들의 날림 공약이 적용되다가 경제를 흔들어 대는 현상을 경계하고자 함이라본다.

조순 교수에 대해 여러차례 비판한 건 개인적 감정을 떠나 그러한 행태가 다시 반복되지 않기를 경계하려는 고언이라고 생각된다. 


참 오늘도 보니 모캠프가 전정권 사람들 마구 영입하던 데 가만 보면 참 웃기는 일이다. 그럴거렴 아예 김종인을 내보내지 말지. 이런 철학도 없다니 참 안타깝다. 지지여부와는 별도로 다음 정권은 정말 경제를 잘 해야 하는데 경제의 출발점은 바른 철학이다. 

현실과 과거가 자꾸 오락가락하다가 글을 마무리하게 되는데 앞으로도 공박사의 평전 만들기는 계속 잘 이어졌으면 한다. 이번 책에서도 많이 배웠다. 


현실감이란 그냥 만들어지는 게 아니라 현실이라는 역사에 대한 빼곡한 기록이 소화되고 성찰되어서 다시 삶을 이끄는 반성적 인식이 되어야 가능하다. 그 기초는 바로 이런 우리시대 삶을 다룬 논픽션이 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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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경제사 2 - 근대의 이식과 전통의 탈바꿈 한국경제사 2
이영훈 지음 / 일조각 / 2016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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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경제에 대한 통사가 나왔다.

서울대 이영훈 교수가 65세 정년을 맞으며 낸 이 책은 선사시대에서 현대까지 한반도에서 벌어진 경제 행위들을 통시적으로 묶어내었다.

1권이 조선까지라면 2권은 구한말,일제시대 그리고 현대다.

저자가 주로 근대세계를 다루었고 나머지 시대는 공부를 더하면서 추가했다고 한다.

일전에 컨퍼런스에서 저자가 발표자들을 비평하면서 질타하는 모습을 보았다. 현실감이 없는 이론은 아무것도 아니라고 무슨 지금 시대착오적인 이야기를 하느냐는 독설이었다.

뉴라이트라는 정치행위와 연결되어 그리고 안병직 교수와의 동반으로 전향(?)한 이력에 의해 (참 그렇게 보면 여기 알라딘의 조유식 대표도 전향?) 이교수의 학문적 주장들은 자주 논란이 된다.

그렇지만 이교수가 만들어내는 성취들은 만만하지 않다.


군산에 가면 채만식 문학관이 있다. 그의 작품들에는 식민지조선에서 압박받아 가는 몰락 양반과 돈을 쫓는 근대세계속의 군상들이 그려져 있다. 그리고 무엇보다 상품의 가격이 아주 잘 기록되어 있다. 하지만 소설 몇 권을 가지고 그 시대를 완전히 복원해내기는 어렵다. 경제는 주요한 정책들에 의해 운용되는데 그 정책의 주체들은 식민지를 거느린 일본제국주의 본체였기 때문이다. 그들은 과연 어떠한 생각을 했을까?


나로서 가장 궁금했던 식민지 일제의 통치행위에 대한 평가였다. 특히 일제의 경제정책은 상당히 궁금했다. 근대화라는 작업은 법,은행,계약,신분의 자유 등 여러 과업이 필요하다. 일제시대라고 흔히 통으로 보지만 그 안에서도 여러 상이한 국면이 있었고 때로 조선총독은 본국과 대립되어 독자발전정책도 추진했었다. 거기 더해서 만주와 중국본토 그리고 태평양 까지 전쟁이 확장되면서 경제정책은 끊임없이 변모하게 된다.

이렇게 역동적이었던 시대의 경제행위를 한눈에 이해하는 일은 쉽지 않았다. 여기저기 편린적으로 들어온 지식들이 있었지만 이교수의 이 책에 의해 나름 종합되는 기분이다. 


구한말 화폐개역, 금환본위제의 도입을 시초로 

일본은 한국에 다양한 근대제도들을 정착시킨다. 토지제도는 일부였는데 토지세를 2% 정도로 아주 낮게 책정한 건 진보였다고 본다. 

근대화를 통해 조선의 성장률은 타지역 특히 영국이 장기지배한 인도에 비해 월등히 높았다고 한다. 이는 대만도 비슷했다. 

이 성과가 오직 조선에 넘어온 일본인에게만 머물지는 않았다. 그 결과로는 인구의 증가, 수명의 증가, 신장의 증가 등으로 측정하자고 저자는 주장한다. 이 부분은 늘 논란을 몰고 오기에 나로서는 이 정도로만 소개한다.

이후 전개된 금융과 재정 정책은 매우 흥미로웠다. 돈을 가져와서 어떻게 운용했는지 늘 궁금했는데 총독부는 가만 보면 하나의 기업처럼도 행동했다. 쉬지 않고 새로운 세원을 개발했는데 그당시도 죄악세에 해당하는 주세는 매우 효과적이었다. (최근에 한국도 담배값 인상덕을 톡톡히 보았다) 수익사업에 상당 부분 개입했는데 특히 철도사업은 엄청난 규모였다. 

저자는 총독부가 일종의 철도사업자였다고까지 주장할 정도였다. 거기다가 광업등은 채만식의 황금광 시대로 잘 묘사된다.


마지막 장에서는 해방 이후의 경제사를 서술한다. 저자는 이 분야보다는 후기조선이 전공이다. 그렇지만 최근 공부를 하면서 정리를 해보니 한국사회의 학문이 얼마나 근대와 현대에 대한 무지위에 올라와 있는지 암담함을 느낀다고 한다.

현실적이지 않은 이상적 주장 덕분에 공담음 많지만 막상 제데로 현실과 교감하며 개선을 해낼 수 있는 정책은 못 내놓는다.

학문과 현실의 괴리에 대한 저자의 주장에 나는 상당히 공감한다. 학문은 현실의 문제를 끌어안아 이를 정교한 모델로 만들어 다시 현실을 교정하도록 투입되어야 한다. 케인즈가 대공황에 <일반이론>을 내놓고 인플레 시대에 프리드먼의 화폐수량이론이 탄생한 것처럼 말이다. 하지만 한국은 기적같은 성장 이후 급격한 성장률 저하의 시대에 종합기획 기능이 마비되어 가고 있다. 부문들은 따로 놀지만 이를 통합해내고 갈등 조정을 해낼 수 있는 정치적 리더십은 소멸되어 간다. 박근헤 탄핵 사태는 그 극명한 증거다. 


모든 이론은 잿빛이다. 현실을 제대로 소화해내지 않는다면 학문은 그냥 뜬 구름 잡는 중세 기독교 변설가들 수준에 머무를 것이다. 

저자의 정치적 논쟁을 잠시 접어두고 이 시대의 과거들을 하나 하나 까보면서 문제의 뿌리들을 찾아봄을 권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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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야의 역사

허황후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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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의 제국 가야- 잊혀진 왕국 가야의 실체
김종성 지음 / 역사의아침(위즈덤하우스) / 201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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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모의 고고학 여행 1
김병모 지음 / 고래실 / 200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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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모의 고고학 여행 2
김병모 지음 / 고래실 / 2006년 5월
12,500원 → 11,250원(10%할인) / 마일리지 620원(5% 적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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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스토리카 한국사- 신라+가야
히스토리카한국사 편찬위원회 지음, 윤선태 감수 / 이끌리오 / 200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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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금융 탐방기 - 호기심 많은 증권맨이 금리로 이야기해주는
육민혁 지음, 오석태 감수 / 에이지21 / 2016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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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멕시코,이스라엘 

저자 육민혁의 글로벌 금융 여행은 계속된다.


베트남이 요즘 한참 인기가 많아진다

얼마전 하롱베이를 다녀온 지인은 이곳이 장가계와 같은 지형이라 멋진 관광지라는 걸 자랑한다. 그러면서 최근에야 고속도로가 놓아질 정도로 인프라투자는 늦었는데 지금 한참 추진하고 있다고 분석한다.

엄청 크고, 한국과도 관련 많은 베트남. 

저자의 베트남 분석도 금융인 답게 독특하다. 

달러금리가 제로다. 정부의 인위적 정책 덕분에 은행에 달러가 없다. 그렇다보니 시중에는 돈이 있지만 외환보유고는 항상 간들간들하다. 미국이 금리를 인상하는 등 금융긴장도가 올라가면 항상 베트남은 간들간들한 나라로 포함된다. 

은행이 아니라 개인이 돈을 들고 있기에 개인금고가 매우 보급되어 있다고 한다. 한국제품이 상위권에 있다니 뿌듯한건가 하고 갸우뚱하는 저자의 모습이 흥미롭다.

참고로 캄보디아,라오스 등은 5% 이상의 달러예금 금리를 주고 있어서 이걸 응용한 신상품을 최근 증권사에서 소개받았다. 국가의 정책은 원래 의도대로만 흘러가지는 않는다. 

참고로 베트남에 대해서는 조영태 교수의 분석도 흥미롭고 현지에 나가 있는 사람들이 페북에 올리는 뉴스도 재미있다. 


책에는 없지만 통신과 증권인프라가 상대적으로 발달되었다. 이유는 시장개방이다. 통신사가 7개인가(?) 세워서 마구 경쟁하다보니 무선인프라가 상당하다. 덕분에 이걸 타고 또 한국의 라인도 쉽게 진출했다. 

증권도 매한가지라 베트남 펀드의 흥행에는 증권사들의 마구잡이 진출(한국사 포함) 덕분인점도 크다.

싱가폴이 동남아의 허브라면, 베트남은 인도차이나 사회주의 3국의 맹주였다. 이들의 향후 정책이 궁금하다.


멕시코의 경우는 휙 훑었는데 가만 보면 참 불쌍한 나라라는 인상이다. 

빈곤층 늘고, 특히 이들이 늘어가는 건 국가의 금융 정책의 실패 덕분이 크다. 일당 6000원 그래서 병이라도 걸리면 총들고 거리로 나가 강도질. 

통신 인프라는 베트남과 대조적으로 매우 비싸다. 이는 남미 전반이 그렇다. 브라질도 여기에 해당되는데 이 이야기는 나중에..

여기서 작가의 명언, <정부의 실수는 간접살인과도 같다>

YS의 IMF가 떠오르고, 최근 박근혜의 사드 덕분에 폭탄 맞은 주변의 지인들이 떠오른다.


멕시코의 딱 좋은 점은 저자도 언급했지만 내 여행경험으로는 식당에서 음악 연주해주는 것이었다. 정말 감동적인 선율과 식사였다.


마지막은 이스라엘.

하나만 언급하면, 공항에서 세계 거의 모든 돈을 환전해주는데 수수료가 매우 높다는 것.

환전상 샤일록이 떠오르지 않는가?


저자의 이 책 또한 전작 만큼이나 흥미롭다.


그리고 이 책 덕분에 매우 중요한 책을 발견하게 되었다.

<브레이크아웃네이션> 이라고 월가의 이머징 시장 전문가의 분석서다. 읽다가 대단히 감탄했다. 주변에 강추하고 있다. 


다 읽어 보면서 드는 생각은 한국이라는 나라가 요즘 <헬>자가 붙고 <무당>이 설치고 하는 등 혼선이 있지만 상대적으로 오랜 전통 가진 선진국을 제외하고는 꽤 잘 성장해왔다. 식민지 경험을 극복해서 위기를 기회로 삼았던 정말 몇 안되는 나라다.

그렇지만 지금은 혼선이다. 이번 박근혜 위기를 이겨내고 주변국과의 관계 조정도 잘 해내기를 바란다. 


여행은 결국 남이 아니라 나를 알아가는 과정이다.

저자의 멀고 먼 세계 여행은 그렇게 우리의 앎을 한층 키워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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