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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키호테
미겔 데 세르반테스 지음, 박철 옮김 / 시공사 / 2004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돈키호테 데 라만차, 그 만큼 추진력과 행동력이 뛰어난 자 또 있을까!!
돈키호테 돈키호테 돈키호테 돈키호테 / 아침햇살 빛난다 패기에 찬 기사여 돈키호테 돈키호테 / 달려라 돈키호테 정의의 기사여 돈키호테 돈키호테 / 실패와 모험은 성공의 비결 / 인정많은 마을에 하룻밤 쉬어간다. 돈키호테 돈키호테 / 초저녁 샛별도 내마음 알아주네 돈키호테 돈키호테 / 달려라 돈키호테 정의의 기사여 돈키호테 돈키호테 / 달려라 달려 돈키호테 정의의 기사 돈키호테 / 달려라 달려 돈키호테 정의의 기사 돈키호테~~~~~어렸을 적 보았던 tv 만화영화 돈키호테의 가사다. 늘 억울한 일을 당하거나, 무슨 일을 해도 꼬이는 드라마 속 주인공을 보면 답답하고 화가 나는 것처럼, 돈키호테를 보면 연민의 감정과 함께 화가 났다. 물론 그의 엉뚱함이 재밌기도 했지만, '돈키호테는 바~보' 라고 외치고 싶을 만큼 한심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늘 마음 한켠을 답답하게 만들었던 돈키호테, 어린시절 이후 난 그를 막연하게 바보라 여기며 아주 싫어했다. 그런데 무슨 조화인가? 십여년이 흐른 지금 혼란스런 심경을 갖게 했던 이 두꺼운 책을 읽었으니..... 여기저기서 '최초의 스페인어 완역본'이며, 이름만으로도 빛을 내는 세계적인 대문호들이 문학 역사상 가장 위대한 작품이라 칭송하고, 총 659명의 인물(남자:607명 여자 52명)이 등장하는데 그중 150명의 남자와 50명의 여자는 실제로 대화하고 행동한다는 것이다. 물론 이런 얘기들만으로도 구미를 당기기에 충분하나, 내가 이 책을 읽은 진짜 이유는 따로 있다. '돈키호테' 그의 진정한 모습이 궁금했던 것이다. 너무 황당하고 바보같은 그지만 미워할 수 없는 무언가가, 내가 모르는 무언가가 있을 것만 같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운명이 우리가 기대했던 것보다 훨씬 더 좋은 길로 인도하는구나. 저기를 보아라, 산초 판사야. 서른 명이 넘는 거인들이 있지 않느냐. 나는 저놈들과 싸워 모두 없앨 생각이다.” 후유~ 역시 돈키호테와의 재회는 쉽지가 않았다. 풍차를 보고도 거인이라 여기며 결투를 벌이겠다는 이 기사를 보라, 여전히 황당하고 과대망상에 사로잡힌 사이코가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양고기보다 쇠고기를 조금 더 넣어서 끓인 전골요리를 좋아하고, 밤에는 주로 살피콘 요리를, 금요일에는 완두콩을, 토요일엔 기름에 튀긴 베이컨과 계란을 일요일에는 새끼 비둘기 요리를 먹느라 재산의 4분의 3을 소비하며, 남은 재산으로는 축제 때 입을 검은 가운과 벨벳으로 만든 바지, 덧신 등을 샀으며 평소에도 최고급 순모옷을 입는 걸 자랑으로 여기며 사냥을 즐기는 50줄의 그저 평범한 시골귀족 '케사다 혹은 키하다' 그가 세상의 정의를 위해서 편력기사라는 이름으로 나서게 된 것은 순전히 '기사소설' 때문이었다. 그는 아리스토텔레스가 오로지 그것을 이해하기 위해 부활한다 할지라도 결코 이해하지 못했을 것들을 이해하고 의미를 되새기느라 밤을 지새곤 했으며 결국엔 이성을 상실하고 소설속의 일들을 진실로 여기며 조국을 위해 헌신하는 편력기사가 되어 무기를 들고 말등에 올라 세상 곳곳을 돌아다니며 지금까지 읽었던 소설 속 편력기사의 모험들을 직접 실천에 옮겨 자신의 이름과 명성을 길이 남겨야 한다고 생각하기에 이른다. 결국 증조부가 쓰던 낡은 무기들을 손질하고, 직접 투구를 만들며, 자신의 야윈 말에 '로시난테'라는 이름을 붙이고, 여드레를 고민한 끝에 새로지은 자신의 이름과 고향의 이름을 덧붙여 '돈키호테 데 라만차' 라는 이름을 결정하고 스스로를 자랑스러워 한다. 그러나 한가지 부족한 것이 있었으니 그것은 바로 '사랑'이었다. 사랑없는 편력기사는 잎새와 열매가 없는 나무요 영혼이 없는 육체와도 같다고 생각한 돈키호테는 급기야 '둘시네아 델 토보소'라는 자신만의 연인을 만든다. 이로서 그의 의지를 실천할 모든 준비는 끝난 것이다. 비로소 무더운 7월의 어느 날, 씻어버려야 할 불명예, 바로잡아야 할 부정, 고쳐야 할 무분별한 일, 개선해야 할 폐단과 부채를 해결하기 위해 우리의 위대한 편력기사 돈키호테의 모험은 시작된다.
돈키호테라는 책은 미겔 데 세르반테스가 1605년에 발표한 1편과 그로부터 10년 후에 출간한 2편이 있는데, 이 책은 1편에 해당한다. 이 책에는 주막을 성이라 생각하고, 이발사의 놋대야를 맘부리노 투구라 생각하는 등 누구도 못말리는 돈키호테의 엉뚱한 망상으로부터 비롯된 이야기들이 끊임없이 전개 된다. 그러나 돈키호테가 늘 망상에만 사로잡혀 있는 것은 아니다. 편력기사에 관한 것이 아니라면, 누구보다 똑똑하고 아는 것이 많으며 논리가 정연하게 자신의 의견을 피력할 수 있을만큼 이성적이기도 하다. 이 때문에 돈키호테를 한낱 미치광이로만 볼 수 없는 것이다. 또 이 책에는 돈키호테의 모험외에 그가 중간중간 만나는 인물들에 의해 펼쳐지는 7편의 액자소설이 존재한다. 각각의 이야기는 사랑때문에 비롯되는 절망과 증오를 말하지만 그 안에는 17C 당시 수동적이고 억압적인 삶을 사는 여성들의 자유에 관한 이야기, 자신이 속한 신분에 의해 어쩔 수 없는 선택을 하고 불행해지지만 결국엔 자신을 찾는 사람들에 관한 이야기등 자신이 처한 운명에 굴복하지않고 고단한 모험끝에 자아와 사랑을 찾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흥미진진하게 녹아있다. "항상 활시위를 당겨놓은 상태로는 있을 수 없고, 또한 인간의 성질도 뭔가 적합한 오락 없이는 지탱해나가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라는 신부의 말처럼 이 책은 당시 많은 이들에게 크나큰 즐거움이 됐으리는 짐작을 쉽게 할 수 있다.
그렇다면 세계의 대문호들은 왜 '돈키호테'를 극찬하는 가? 앞에서도 봤듯이 훌륭한 이야기임에 틀림없지만 다른 이유는 없는 것인가....우선 이 책을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당시의 역사적, 사회적 상황을 조금이라도 아는 것이 중요하겠다. 세르반테스는 당시 유행하던 통속적인 기사소설을 응징하기 위해 이 소설을 쓰게 되었다고 하는데, 이 무렵 스페인 왕국은 반종교개혁운동과 합스부르크 절대왕조의 통치하에 있어서 자유롭게 작품을 쓰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했다고 한다. 결국 세르반테스는 과대망상에 걸린 돈키호테를 통해서 당시 사회를 비판하며 이상향을 꿈 꾼 것이다. 그리고 이 책 속에는 나같이 일천한 서양의 역사적 지식을 가진 사람도 눈치 챌 만큼 '그리스 로마 신화' 와 '성경 이야기'를 바탕으로 아더왕과 원탁의 기사 이야기에서부터 십자군 전쟁, 종교개혁까지 자연스럽게 깔려있다. 그러니 서양의 역사에 대해 잘 아는 사람이라면 더욱 더 이 작품을 높이 평가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이 점에서 돈키호테를 제대로 이해하고 있지 못한 게 아닌가 하는 아쉬움이 매우 크다. 암튼 한 인간이 이해할 수 있는 역사와 사회라는 것이 어디까지 인지 모르지만, 자신의 인식을 바탕으로 주어진 한계를 세르반테스처럼 잘 극복한 작가도 없으리라...
돈키호테의 앞부분에는 '가격'에 대한 공증서와 '오류 검증서' '국왕의 칙허장' '소네트'등이 수록되어 있어서 또다른 품격을 맛보게 한다. 또 서문에서부터 세르반테스가 보통이 아님을 참 매력적인 작가임을 느낄수가 있다. 책을 읽는 동안 종종 돈키호테의 광기에 헛웃음이 나지만 그가 상징하고 있는 이상향에 대한 도전을 생각할 때 그의 상처는 단순한 상처가 아닌 영광의 상처로까지도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여전히 지나치게 엉뚱하고 자기 생각에 빠져 있는 사람들을 좋아하진 않지만, 10여년이 넘도록 미워했던 돈키호테를 이제는 좋아할 수도 있지 않을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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