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의 풍경 - 잃어버린 헌법을 위한 변론
김두식 지음 / 교양인 / 2004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당신은 전문가인가?'... 이 물음에 쉽게 '그렇다' 라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사전적으론 어떤 한가지 일을 전문으로 하거나, 한 가지 분야에 전문적인 지식이나 기술을 가진 사람이라고 정의한다. 물론 요즘은 특정 분야뿐만 아니라, 각각의 분야에서 인정받는 전문인들이 넘쳐나고 있지만, 불과 몇년 전만 해도 '전문가'라고 하면 의사, 변호사, 판사, 검사 흔히 '사' 자가 들어가는 돈 잘 벌고, 권력 있는 사람들이거나 대학교수, 동시통역사등 극히 제한적이었다. 대학생이 된 이후부터 늘상 전문가가 되야한다는 말을 들어왔다. 그래서 20대의 나는 전문가가 되길 꿈꾸며, 전문가가 되는 것이 마치 지상 최대의 목표인양 생활하기도 했다. 간절히 원하고 바라는 것은 이루어진다지만, 동시에 어떤 소외감과 결핍감을 갖게도 한다. '전문적' 혹은 '전문가'라는 말은 그렇게 되고 싶은 무엇이지만 동시에 주눅들게 하는 무엇이 되었다. 지금 2005년에도 어떤 이들은 전문가의 중요성을 말할 것이고 또 어떤 이는 전문가가 되기 위해 발버둥을 치고 있을 것이다. 자신의 삶의 소재를 찾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그들에게 행운이 따르길 바란다. 

'헌법의 풍경' 이 책은 '전문적인 너무나 전문적인' 그래서 모두를 주눅들게 하는 '법'과 '법을 다루는 사람들'에 관한 이야기를 하고 있다. 고마운 책이다. 그저 남의 일처럼 여겼던 '법'에 대해 조금이나마 이해 할 수 있게 되서 고맙고, 무엇보다 소수의 특권층을 위한 법이 아니라 국가라는 괴물로부터 평범한 우리들을 지켜주기 위한 도구로서의 법이 어떻게 다뤄져야 하며, 그 안에 우리가 할 수 있는 무엇이 있을 수 있음을 발견하게 해주어서 고맙다. 그리고 전문가 컴플랙스로부터 조금은 자유로워 질 수 있었기에 더더욱 의미가 있는 책 읽기가 되었다. 기회가 된다면 오랜동안 법조인으로 활동해 오신 숙부님과 허심탄회하게 얘기를 나눠보고 싶다. 또 지금도 사시 패스를 위해 머리를 싸 매고 있을 사촌동생들에게도 꼭 한번 읽어 보라고 권하고 싶은 책이다. (어쩜 나 보다 먼저 읽었을 수도.......)

이 책은 저자 김두식과 법학이 어떻게 연을 맺어 왔는지에서 부터, 헌법이란 것의 적용과 해석에 있어 정답은 없으며 대화와 타협을 통한 상대적 진리 찾기임을 강조하고, 국민을 위해 만들어진 헌법이 어떻게 국가라는 괴물에게 이용당하는지 사례를 통해 설명한다. 또 순수한 열정과 큰 포부를 가진 젊은이었을지도 모르는 그들이 어떻게 내면화된 특권의식을 지닌 법조인으로 재탄생되는지를 보여주며, '인정한다 그러나' 식의 비겁한 관용의 모습이 아니라, 죄가 있는 자에게도 그 이상의 고통을 주지않기 위한 인간의 존엄성을 놓고 고민하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의 모습이 헌법의 정신임을 주장한다. 마지막으로 모두가 평등한 사회를 이룩하기 위해서 알아야 할 기초적인  '진술 거부권'과 '차별받지 않을 권리'에 대해서 설명하고 있다. 

'법'이란 것은 소수의 특권층과 관련 된 무엇이며, 평생 살면서 병원에 가는 일이 없기를 바라는 것처럼 법원에 갈 일이 없기만을  바래 왔던 평범한 소시민들에게 법에 대한 거리감을 좁히고, 특별한 '누구'를 위한 것이 아니라 모두의 권리를 지키기 위한 수단으로서 '법'이 존재하는 것임을, 나아가서 자신의 권리를 지키기 위해서 뭔가 요구할 수 있음을  실질적으로 이해 할 수 있게 도와주는 살아 있는 글이다. 지혜의 증가는 불만의 감소에 의해 정확히 측정될 수 있다는 니체의 말처럼, '앎'은 때때로 막연한 두려움으로부터 우리를 해방시켜주기도 한다.

"어느 시대에도 그랬듯이 오늘날에도 모든 인간은 노예와 자유인으로 분할된다. 왜냐하면 하루의 3분의 2를 자신을 위해 쓰지 못하는 자는 노예이기 때문이다."  - 니체의 " 인간적인 너무나 인간적인" 에 나오는 글이다. 하루의 3분의 2 아니, 3분의 1도 자신을 위해 쓰지 못하는 자유롭지도, 현명하지도 못한 우매한 나이지만, '전문'이란 말 앞에 기죽지 말며, 생존을 위한, 그 집단이 갖고 있는 특권을 소유하기 위한 '전문가'이기 보다는 모두가 평등하게 조화를 이루며 살 수 있는 세상에 대한 꿈을 버리지 않는 아마추어이고 싶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6)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보름달의 전설
미하엘 엔데 지음, 비네테 슈뢰더 그림, 김경연 옮김 / 보림 / 2005년 3월
평점 :
절판


아우~~늑대의 울음소리와 함께 밤하늘엔 보름달이 떠있고, 우리의 주인공들은 활동을 시작한다. 때론 무덤가에서 공중돌기를 하며 둔갑을 하고, 때론 무서움에 떨며 밤길을 걸어가는 나그네를 홀리기도 한다. 으흐흐~~ 지금 생각해도 '전설의 고향'만큼 무서운 것은 없었다. 엄마뒤에 숨어서 "다 지나갔다"(물론 귀신이..) 하시는  말씀을 듣고서야 고개를 들었던 적이 한 두번이 아니었다. 그러고보면, 나의 어둠과 귀신에 대한 공포의 원형은 거의 '전설의 고향'을 통해서 형성되었다고 해도 지나친 말은 아닌 것 같다. 암튼 묘하게도 심상치 않은 조짐이 있는 날은 어김없이 '보름달'이 휘엉청 떠올라 있는데, 아무래도 보름달에 관한 신화 때문이 아닐까 싶다. 그동안 많은 사람들은 '달'이 인간의 광기에 영향을 주며 범죄와 자살, 재난, 사고, 임신등 많은 부분에 영향을 주는 것으로 믿어왔다. 허나 천문학자들에 따르면 더 연구가 필요하겠으나 대부분이 근거가 없는 것이라고 한다. 과학적으로야 어찌됐든 간에, 밤하늘을 푸르스름하게 만들정도로 환하게 떠오른 보름달을 보고 누근들 가슴이 울렁거리지 않겠는가. 한번쯤은 그리운 사람의 얼굴을 떠올려도 봤을 것이고, 또 한번쯤은 못 다 이룬 꿈에 대해서도 생각해봤을 것이다. 이러한 느낌들이 일부 루나틱에게 뿐만 아니라 많은 사람들에게 달의 신비를 특히 '보름달'의 강력한 힘을 신화로 만든 것인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이 책 '보름달의 전설'도 그렇게 시작된 것 일지도.....

먼저, 금방이라도 어떤 진실을 들려줄 것만 같은 신비스럽과 환상적인 분위기의 그림이 매력적으로 다가온다. 스위스에서 가장 아름다운 책으로 선정되었던 '악어야 악어야'의 그림을 그린 '비테네 슈뢰더'라는 독일의 일러스트레이터의 그림이다. 수많은 미사여구에, 식자인척하는 이들의 가벼운 지식에 오염되지 않은 아이들이라면 그들의 익숙한 감각으로, 순수한 마음으로 어느정도의 내용을 짐작할 수도 있지 않을까 싶다. '보름달의 전설'과 너무나도 잘 어울리는 그림이다.

애인의 배신과 아버지의 파산으로 절망한 젊은이는 오로지 성서 연구에 몰두하게 된다. 그러던 어느 날 성 토마스 아퀴나스가 임종 무렵에 쓴, "자신이 쓴 모든 책은 진실로 속이 빈 지푸라기에 지나지 않는다" 는 글을 읽게 된 그는, 당장 자신의 공부방과 책을 버리고 영원을 찾아 정처없이 떠돈다. 그리곤 어느 외진 산골짜기에서 "이곳에 머물라! 내가 여기서 너를 만나고 싶으니라." 라는 계시를 듣고 진정한 은자가 된다. 시간도 잊은 채  약속의 날이 오기만을 기다리던 그에게  영혼을 구해줄 이가 나타나는데, 세상에 버림받고 사탄의 삶을 살아온 도둑이었다.

진정한 깨달음이란 무엇인가? 인간이 그토록 도달하고 싶은 득도의 세계는 어떤 것인가? 역시 '전설의 고향'에서 보았던 이야기가 생각난다. 아시다시피 전설의 고향에는 무서운 귀신얘기만 있는 것은 아니었다. 어린 마음에 너무나 인상적이서 때때로 생각나는 두 명의 수도승에 관한 이야기다. 한 수도승은 조금의 어긋남도 없이 완벽하게 규율을 지키며 득도의 날을 기다렸고, 또 한 수도승은 파계라고 할 만큼 자유분방하게 수도를 한다. 그렇담 그 둘중 누가 먼저 해탈에 이르렀을까?? 짐작과는 달리 파계승이 먼저 득도를 하게 된다. 비가 주룩주룩 내리는 어느 날이었다. 산중에 한 여인이 비를 쫄딱맞고 하루 쉬어가기를 청한다. 모범적인 수도승은 자신이 수도를 하는 몸이므로 그 가련한 여인을 받아 줄 수 없다고 한다. 그리고 또 다른 수도승은 여인을 받아들이고 심지어는 자신의 체온으로 그녀의 언 몸을 녹여 주기까지 한다. 그런데 바로 그 여인이 부처였던 것이다. 득도에 이르지 못하더라도 눈 앞에 있는 가련한 이를 진정으로 가련하게 여길 줄 아는 것이 진정한 깨달음이라는 것이다. 그렇지 않다면 득도라는 것도 한낱 욕심에 불과하다는 얘기일 것이다. 이 이야기를 볼 당시엔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던 것들이 시간이 지날수록 많은 울림을 준다. '보름달의 전설'에 등장하는 은자(사실 그림만 보면 사람인지 괴물인지..) 역시, 너무나 깨끗하게 완벽하게 평화를 실현하며 영원을 향해 정진하지만 그의 노력은 한낱 욕심과 환각으로 전락하고 만다. 참으로 허탈한 일이지만, 우리가 간절히 원하는 것이 우리의 길잡이가 되기도 하지만, 눈 뜬 봉사로 만드는 일도 허다하게 많치 않은가... 이때, 은자의 영혼을 구원해 주는 것은 다름아닌, 어리석고 죄 많은 도둑인 것이다.

개인적으로 미하엘 엔데의 '모모'를  굉장한 소설이라고 생각한다(주변 사람들에게 무지하게 선물했다). 그렇게 화려한 장치없이 현대사회를 살아가고 있는 인간이 해결해야 할 문제를 잘 꼬집을 수도 없을 것이다. 정말 대단한 소설이고 대단한 작가이다. 그의 책이 새롭게 발간됐다고 하여 곧바로 '자유의 감옥'과 '보름달의 전설' 두 권의 책을 모두 구입했다. 역시 미하엘 엔데의 작품답게 깊게 사색하게 하는 작품이다. 하지만 솔직히 기대만큼은 아니었다. 그 안에 담고 있는 메시지는 훌륭하나 어쩐지 새로운 느낌이 없기 때문이다. 어디서라도 흔히 만날 수 있는 구도의 얘기가 아닌가 싶다.


댓글(1)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드팀전 2005-03-11 17: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설의 고향....이라. "내 다리 내놔"가 제일 무서웠는데.헤르만 헤시의 "나르치스와 골드문트"가 떠오르는 리뷰였어요. 추천....
 
돈키호테
미겔 데 세르반테스 지음, 박철 옮김 / 시공사 / 2004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돈키호테 데 라만차, 그 만큼 추진력과 행동력이 뛰어난 자 또 있을까!! 

돈키호테 돈키호테 돈키호테 돈키호테 / 아침햇살 빛난다 패기에 찬 기사여 돈키호테 돈키호테 / 달려라 돈키호테 정의의 기사여 돈키호테 돈키호테 / 실패와 모험은 성공의 비결 / 인정많은 마을에 하룻밤 쉬어간다. 돈키호테 돈키호테 / 초저녁 샛별도 내마음 알아주네 돈키호테 돈키호테 / 달려라 돈키호테 정의의 기사여 돈키호테 돈키호테 / 달려라 달려 돈키호테 정의의 기사 돈키호테 / 달려라 달려 돈키호테 정의의 기사 돈키호테~~~~~어렸을 적 보았던 tv 만화영화 돈키호테의 가사다. 늘 억울한 일을 당하거나, 무슨 일을 해도 꼬이는 드라마 속 주인공을 보면 답답하고 화가 나는 것처럼, 돈키호테를 보면 연민의 감정과 함께 화가 났다. 물론 그의 엉뚱함이 재밌기도 했지만, '돈키호테는 바~보' 라고 외치고 싶을 만큼 한심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늘 마음 한켠을 답답하게 만들었던 돈키호테, 어린시절 이후 난 그를 막연하게 바보라 여기며 아주 싫어했다. 그런데 무슨 조화인가? 십여년이 흐른 지금 혼란스런 심경을 갖게 했던 이 두꺼운 책을 읽었으니..... 여기저기서 '최초의 스페인어 완역본'이며, 이름만으로도 빛을 내는 세계적인 대문호들이 문학 역사상 가장 위대한 작품이라 칭송하고, 총 659명의 인물(남자:607명 여자 52명)이 등장하는데 그중 150명의 남자와 50명의 여자는 실제로 대화하고 행동한다는 것이다. 물론 이런 얘기들만으로도 구미를 당기기에 충분하나, 내가 이 책을 읽은 진짜 이유는 따로 있다. '돈키호테' 그의 진정한 모습이 궁금했던 것이다. 너무 황당하고 바보같은 그지만 미워할 수 없는 무언가가, 내가 모르는 무언가가 있을 것만 같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운명이 우리가 기대했던 것보다 훨씬 더 좋은 길로 인도하는구나. 저기를 보아라, 산초 판사야. 서른 명이 넘는 거인들이 있지 않느냐. 나는 저놈들과 싸워 모두 없앨 생각이다.” 후유~ 역시 돈키호테와의 재회는 쉽지가 않았다. 풍차를 보고도 거인이라 여기며 결투를 벌이겠다는 이 기사를 보라, 여전히 황당하고 과대망상에 사로잡힌 사이코가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양고기보다 쇠고기를 조금 더 넣어서 끓인 전골요리를 좋아하고, 밤에는 주로 살피콘 요리를, 금요일에는 완두콩을, 토요일엔 기름에 튀긴 베이컨과 계란을 일요일에는 새끼 비둘기 요리를 먹느라 재산의 4분의 3을 소비하며, 남은 재산으로는 축제 때 입을 검은 가운과 벨벳으로 만든 바지, 덧신 등을 샀으며 평소에도 최고급 순모옷을 입는 걸 자랑으로 여기며 사냥을 즐기는 50줄의 그저 평범한 시골귀족 '케사다 혹은 키하다' 그가 세상의 정의를 위해서 편력기사라는 이름으로 나서게 된 것은 순전히 '기사소설' 때문이었다. 그는 아리스토텔레스가 오로지 그것을 이해하기 위해 부활한다 할지라도 결코 이해하지 못했을 것들을 이해하고 의미를 되새기느라 밤을 지새곤 했으며 결국엔 이성을 상실하고 소설속의 일들을 진실로 여기며 조국을 위해 헌신하는 편력기사가 되어 무기를 들고 말등에 올라 세상 곳곳을 돌아다니며 지금까지 읽었던 소설 속 편력기사의 모험들을 직접 실천에 옮겨 자신의 이름과 명성을 길이 남겨야 한다고 생각하기에 이른다. 결국 증조부가 쓰던 낡은 무기들을 손질하고, 직접 투구를 만들며, 자신의 야윈 말에 '로시난테'라는 이름을 붙이고, 여드레를 고민한 끝에 새로지은 자신의 이름과 고향의 이름을 덧붙여 '돈키호테 데 라만차' 라는 이름을 결정하고 스스로를 자랑스러워 한다. 그러나 한가지 부족한 것이 있었으니 그것은 바로 '사랑'이었다. 사랑없는 편력기사는 잎새와 열매가 없는 나무요 영혼이 없는 육체와도 같다고 생각한 돈키호테는 급기야 '둘시네아 델 토보소'라는 자신만의 연인을 만든다. 이로서 그의 의지를 실천할 모든 준비는 끝난 것이다. 비로소 무더운 7월의 어느 날, 씻어버려야 할 불명예, 바로잡아야 할 부정, 고쳐야 할 무분별한 일, 개선해야 할 폐단과 부채를 해결하기 위해 우리의 위대한 편력기사 돈키호테의 모험은 시작된다.

돈키호테라는 책은 미겔 데 세르반테스가 1605년에 발표한 1편과 그로부터 10년 후에 출간한 2편이 있는데, 이 책은 1편에 해당한다. 이 책에는 주막을 성이라 생각하고, 이발사의 놋대야를 맘부리노 투구라 생각하는 등 누구도 못말리는 돈키호테의 엉뚱한 망상으로부터 비롯된 이야기들이 끊임없이 전개 된다. 그러나 돈키호테가 늘 망상에만 사로잡혀 있는 것은 아니다. 편력기사에 관한 것이 아니라면, 누구보다 똑똑하고 아는 것이 많으며  논리가 정연하게 자신의 의견을 피력할 수 있을만큼 이성적이기도 하다. 이 때문에 돈키호테를 한낱 미치광이로만 볼 수 없는 것이다. 또 이 책에는 돈키호테의 모험외에 그가 중간중간 만나는 인물들에 의해 펼쳐지는 7편의 액자소설이 존재한다. 각각의 이야기는 사랑때문에 비롯되는 절망과 증오를 말하지만 그 안에는 17C 당시 수동적이고 억압적인 삶을 사는 여성들의 자유에 관한 이야기, 자신이 속한 신분에 의해 어쩔 수 없는 선택을 하고 불행해지지만 결국엔 자신을 찾는 사람들에 관한 이야기등 자신이 처한 운명에 굴복하지않고 고단한 모험끝에 자아와 사랑을 찾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흥미진진하게 녹아있다. "항상 활시위를 당겨놓은 상태로는 있을 수 없고, 또한 인간의 성질도 뭔가 적합한 오락 없이는 지탱해나가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라는 신부의 말처럼 이 책은 당시 많은 이들에게 크나큰 즐거움이 됐으리는 짐작을 쉽게 할 수 있다.

그렇다면 세계의 대문호들은 왜 '돈키호테'를 극찬하는 가? 앞에서도 봤듯이 훌륭한 이야기임에 틀림없지만 다른 이유는 없는 것인가....우선 이 책을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당시의 역사적, 사회적 상황을 조금이라도 아는 것이 중요하겠다. 세르반테스는 당시 유행하던 통속적인 기사소설을 응징하기 위해 이 소설을 쓰게 되었다고 하는데, 이 무렵 스페인 왕국은 반종교개혁운동과 합스부르크 절대왕조의 통치하에 있어서 자유롭게 작품을 쓰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했다고 한다. 결국 세르반테스는 과대망상에 걸린 돈키호테를 통해서 당시 사회를 비판하며 이상향을 꿈 꾼 것이다. 그리고 이 책 속에는 나같이 일천한 서양의 역사적 지식을 가진 사람도 눈치 챌 만큼 '그리스 로마 신화' 와 '성경 이야기'를 바탕으로 아더왕과 원탁의 기사 이야기에서부터 십자군 전쟁, 종교개혁까지 자연스럽게 깔려있다. 그러니 서양의 역사에 대해 잘 아는 사람이라면 더욱 더 이 작품을 높이 평가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이 점에서 돈키호테를 제대로 이해하고 있지 못한 게 아닌가 하는 아쉬움이 매우 크다. 암튼 한 인간이 이해할 수 있는 역사와 사회라는 것이 어디까지 인지 모르지만, 자신의 인식을 바탕으로 주어진 한계를 세르반테스처럼 잘 극복한 작가도 없으리라...

돈키호테의 앞부분에는 '가격'에 대한 공증서와 '오류 검증서' '국왕의 칙허장' '소네트'등이 수록되어 있어서  또다른 품격을 맛보게 한다. 또 서문에서부터 세르반테스가 보통이 아님을 참 매력적인 작가임을 느낄수가 있다. 책을 읽는 동안 종종 돈키호테의 광기에 헛웃음이 나지만 그가 상징하고 있는 이상향에 대한 도전을 생각할 때 그의 상처는 단순한 상처가 아닌 영광의 상처로까지도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여전히 지나치게 엉뚱하고 자기 생각에 빠져 있는 사람들을 좋아하진 않지만, 10여년이 넘도록 미워했던 돈키호테를 이제는 좋아할 수도 있지 않을까 한다.

아침햇살 빛난다 패기에 찬 기사여 돈키호테 돈키호테 / 달려라 돈키호테 정의의 기사여 돈키호테 돈키호테 / 실패와 모험은 성공의 비결 / 달려라 달려 돈키호테 정의의 기사 돈키호테 / 달려라 달려 돈키호테 정의의 기사 돈키호테~~~~~


댓글(3) 먼댓글(0) 좋아요(8)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드팀전 2005-03-08 15: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렸을때 만화영화 돈키호테를 봤는데...노래는 기억이 안납니다.상당히 두꺼운 분량의 책으로 알고 있는데 수고하셨네요.

분홍달 2005-03-09 12: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노래도 함께 올리고 싶었으나, 저작권 문제루다...쩝쩝..

포로롱 2005-04-29 22: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꼭 읽고 보고 싶었어요. 여기서 이 책을 만나니 반갑네요.
 

평소 난 영화관에서도 잘 존다. 자극만 넘치는 영화를 볼 때 특히 그렇다. 하물며 편한 자세로 집에서 보는 영화란 정말이지 졸기 십상이다. 그런데 어찌된일인지 요 며칠은 졸지않고 무사히 비디오를 봤다. 개인적으로 tv에서 해주는 비디오나 영화에 관한 정보를 다루는 프로그램은 아주 싫어하는 편이다. 마지막 결론까지는 밝히진 않지만 너무 상세한 정보에 영화 볼 맛을 잃기 때문이다. 하지만 가끔은 나도 비디오에 관한 정보가 필요할 때가 있다. 그런데 내가 원하는 정도의 정보를 제공하는 곳을 찾을 길 없어 그냥 무조건 대여점으로 달려가 제목을 보고, 간단한 줄거리를 보고 고르는 편이다. 혹시 지금도 뭐 볼 것 없을까 궁리하는 분이 있다면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길 바라며 적어본다.

1. BEFORE SUNSET : BEFORE SUNRISE에 대해 괜찮은 인상을 갖고 있다면 나름대로 즐감할 수 있을 것이다. 사건없이 주인공 간의 대화로만 이루어지는 1시간30분의 시간이 길지 않게 느껴질 만한 잔잔한 영화.

2. S DIARY : 생각보단 나쁘지 않았다. 그저 자막읽기가 귀찮아 골랐는데 아주 저질은 아니다. 하지만 그렇게 권장할 만 한 영화도 아니다

3. 세상에 중심에서 사랑을 외치다 : 길고 지루하다. 10대 후반, 20대 초반이라면 재밌게 볼수도...

4. FOGOTTON : 뭐 그냥 그렇다. 도입 부분은 그런대로 괜찮지만 갈수록 뻔한 얘기...그냥 시간은 때울 수 있을 것 같다

5. THE STEPFORD WIVES : 설정은 나름대로 기발했으나 기대만큼은 아니다. 결말이 좀 실망스러우나, 나름대로 교훈적

6. 2046 : 진짜 긴 영화, 2시간이 넘으니까 각오를 좀...왕가위 영화란 걸 속일 수 없는 영화. 액자소설같은 독특한 방식이나 주제나 스토리면에서 별로 새로울 것이 없었다. 하지만 이런 류의 영화를 많이 접하지 않았다면 신선할 수도...특히 2046이라는 기차에 관한 부분은 나름대로 괜찮음..

7. 터미널 : 따뜻하고 잔잔한 영화. 어떤 난관에 부딪혀도 긍정적인 무엇을 찾아내는 주인공의 모습과 순수함이 위로가 될 수 있는 영화.


댓글(1)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미네르바 2005-03-13 22: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영화를 좋아하시나봐요. 전 영화를 많이 보는 편은 아니에요. 그래도 누가 좋다는, 괜찮다는 영화는 보려고 노력하는데, 쉽지는 않아요. 위의 님이 소개 해 준 영화 중에서 괜찮다고 한 영화를 시간 날 때 좀 보고 싶네요.

그리고 요 숫자가 예뻐서 잡아 보았네요. 4가 4개 있네요^^
4444

 
농부와 산과의사
미셀 오당 지음, 김태언 옮김 / 녹색평론사 / 2005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먹고 살자고 하는 짓인데.." 누구라도 한번쯤은 이런 얘기를 해봤을 것이다. 묘한 안도감과 여유를 주는 말이다. 고달픈 삶에 소박한 위로가 됐던 '먹다'라는 행위, 하지만 이제 더이상 생존을 위해서도, 잠시 잠깐 짐을 내려놓고 쉼을 갖기 위해서도 만만한 일이 아니다. '먹을거리'에 대한 기본적인 믿음이 사라진지 꽤 오래, 바야흐로 돈을 벌기위해 만두에 상한 재료을 넣는 사람도 있고, 일부러 만두에 돌덩어리를 넣는 사람들이 출현한 대단히 흥미로운 시대인 것이다. 바로 어제, 돈을 벌고 싶었던 한 여배우는 자살을 했다. 세상이 '돈'에 의해 돌아가고 돈 때문에 미쳐간다.무엇이 이렇게 세상을 어지럽게 만드는가? 무엇이 삶을 이다지도 척박하게 만드는가? 무엇이 사람들을 이렇게 폭력적으로 만드는가? 

'농부와 산과의사' 묘한 이끌림을 주는 제목이다. 인간의 생명과 인간 세상의 번영을 위해 가장 근본적이고도 중요한 것은 무엇인가.. 바로 식량을 생산하는 것과 인간을 생산하는 일일 것이다. 이 두가지의 생산이 바르게  서지 않는 한, 우리 사는 세상의 많은 문제들은 극복되지 못할 것이다.

20세기 동안 농사와 출산의 산업화는 대단히 많은 것을 변화시켰다. 우선 농사에 있어서 강력한 합성 살충제와 비료의 출현으로 비용은 절감, 생산성은 크게 증대 되었다. 이러한 변화는 전세계적인 환호를 받으며 산업화의 가속화가 이루어졌고, 가난한 농부에게조차 커다란 희망으로 자리했다.  그러나 어찌된 일인지 땅심은 더욱 척박해지고, 유전적 변이와 항생제가 득시글 거리는 먹을거리들이  건강을 위협하고, 듣도보도 못했던 해괴한 병들이 각국을 쓸어버리며 인간의 숨통을 죄고 있다. 결국 비료와 살충제를 생산하고 해마다 막대한 이득을 취하는, 한 나라보다 더 힘있는 저 유수한 다국적기업들만 신이 나있다. 그러나 그들도 언제까지나 행복할 수만은 없지 않을까....또한 그토록 존귀한 인간을 생산하는 '출산'에서 조차 엄청난 산업화가 이루어졌다. 출산과 산업이란 말이 어찌보면 참 어울리지 않는 것이나 실제로 엄청난 산업화가 이루어진 출산은 삼신할미와 하늘의 뜻이라던 한 아기의 탄생은 매스와 겸자를 들고 날치는 산과의사와 소란스런 관람객들 속에서 위생과 과학이라는 미명하에 이루어져 왔다. 그러나 산모와 아기의 생명을 보호한다는 안전한 출산이란 것 역시, 오히려 생명을 경시하며 거칠고 폭력적인 인간들을 만들어냈다. 이러한 자각아래 '농부와 산과의사'라는 책이 씌어졌으며, 다양한 연구결과들을 토대로 평화로운 세상을 위한 평화로운 만남들을 강조하고 있다.

난 얼마 전까지만 해도 남편과 함께 출산의 순간을 맞이하고 싶었다.  그것이 아기를 위해서도 좋을 것 같았고 고통과 환희의 순간을 사랑하는 남편과 함께 하는 것이 힘이 될 것 같다는 생각때문이었다. 혹시라도 그것을 두려워하는 남편이라면 참 서운할 것 같았다. 그런데 이 책을 통해서 생각이 바뀌었다. 연구결과 출산의 순간을 함께한 부부의 경우 동지애는 두터워졌으나 이혼의 확률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한다. 또 무엇보다도 출산에 참여하는 남편의 스트레스가 그대로 아내에게 전해져 순조로운 출산을 방해한다는 것이다. 포유류의 동물들은 새끼를 낳을 때가 되면 아무도 보지 않는 안전한 장소에서 혼자 출산을 한다고 한다. 그런데 인간도 크게 다르지 않다고 한다. 그것은 여러가지 연구결과를 통해서 증명이 되는데, 종합을 해보면 조용하고 프라이버시가 존중되며 조명은 좀 어두운 것이 좋고 기계적인 개입이나 사람이 많지 않은 평화로운 상황에서의 출산이 아기와 산모 모두에게 스트레스를 줄여 순산을 돕고 회복도 그만큼 빨라진다고 한다. 어떤 상황에서 어떤 방법으로 태어났느냐가 한 인간의 성장에 큰 영향을 미친다고 하는데, 기계적인 개입이 많거나 스트레스가 많은 상황에서 태어난 아이는, 성장해서도 폭력적이거나  약물중독, 자살에 이르기까지도 한다고 한다. 참 무서운 일이다. 아기가 세상과 첫 대면하는 순간이 이만큼 중요한 것임을 알 수가 있다. "출산을 치유함으로써 지구를 치유하자" 저자는 세상을 평화롭게 만들고 싶다면 평화로운 출산을 통해 평화를 사랑하는 아이로 성장할 수 있도록 도와주라고 한다.

이 책은 그다지 읽기가 좋은 글은 아니다. 한 분야의 전문가라고 하는 사람들이 글솜씨까지 겸비한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책에서 주려는 메시지만큼은 조금도 무시해서는 안되는 인간의 운명과 직결되는 아주 중요한 것이다. 적어도 앞으로 부모가 되려는 모든 사람들은 한번쯤 이 비슷한 내용의 글이라도 읽어봐야 하는 게 아닌가 생각한다. 또 좋은 음악과 유기농 음식만이 좋은 태교는 아니며, 출산을 앞둔 모든 여성들이 자신과 아기의 첫만남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해 볼 수 있는 기회를 가졌으면 한다. 인간의 뇌에서는 사랑의 호르몬, 이타적 호르몬이라 불리는 '옥시토신'과 '엔돌핀' 이 만들어 진다고 한다. 세상을 바꾼다는 것은 인간이 바뀌어야 한다는 것과 다름이 아니다. 우리 안에서 생성되는 '옥시토신'과 '엔돌핀'이 더 많이 생성될 수 있도록 자신에게 좀 더 관심을 가져야 겠다


댓글(5) 먼댓글(0) 좋아요(5)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드팀전 2005-02-23 15: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책은 별4개(님이 주신 별)인데 님의 리뷰는 별5입니다. 이주의 마이리뷰 추천받아야되는 거 아닌가요....

비로그인 2005-02-23 15: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부용님의 리뷰 언제나 좋습니다. 저도 그럼 추천할까요? ^^::

분홍달 2005-02-24 12: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두분 모두 고맙습니다^^*

앞산꼭지 2005-03-08 15: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책이 씌여진 동기에 대한 도입부터 시작해서, 저는 참 재미있는 글쓰기 방식이다라는 생각이 드는 것이 참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광우병과 구제역을 통해 먹거리에 대한 대각성이 일어났다. 심각한 병적인 징후가 드러나서 먹거리에 대한 일대 전환이 일어난 것처럼 출산에 대한 각성이 일어나야 한다. 광우병과 같은 병적 징후가 출산시에 일어나서는 않된다는 심각한 우려를 바탕으로 이 책은 씌여졌다고 봅니다. 이런 주제를 이런 논리적인 전개 방식으로 글을 쓸 수 있다는 것은 쉽지 않을 텐데 하며, 저는 단숨에 읽었습니다.

하여간 부용 님의 서평 잘 읽었습니다.



미네르바 2005-04-02 00: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리뷰를 읽고 꼭 읽어보아야겠다는 생각에 보관함에 넣었습니다. 적어도 결혼 전에는 반드시 읽어야 할 것 같은 느낌이 들었어요. 저도 출산의 순간은 남편과 함께 하는 것이 이상적이라고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었나 보네요. 리뷰가 참 정갈해요. 저도 추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