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년 하고도 삼개월 만에 다시 글을 쓴다. 그간 많은 일들이 있었다. 인생 최고의 카타르시스를 맛보았고, 많이 두렵기도 했고, 많이 힘들기도 했지만 감사하고도 감사한 시간이었다. 이제 다시 서재의 창을 열어 환기도 하고, 물걸레질도 하고, 사람의 숨결을 불어 넣어야 겠다. 혹시 나의 컴백을 기뻐해 주는 분들이 있다면 더욱 힘나고 행복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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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드무비 2007-06-24 12: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반갑습니다. 그게 뭔지 모르지만 인생 최고의 카타르시스를 맛보았다니 축하드립니다. 전 아이를 낳고 그런 기분을 맛보았는데요.^^

조선인 2007-06-24 14: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랜만에 부용님의 리뷰와 페이퍼를 함께 만나니 반갑네요.

분홍달 2007-06-25 15: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로드무비님, 조선인님 모두 잘 지내셨죠!! 이렇게 반겨주셔서 고맙습니당^^ 글고 로드무비님 역시 여자들의 눈은 대단해요!!
 
우리들의 하느님
권정생 지음 / 녹색평론사 / 1996년 12월
평점 :
절판


" 닭을 닭으로 키우지 않고 닭고기로 키우다보니 닭의 품성을 잃어버리듯이 사람도 사람으로 키우지 않고 돈벌이 물건으로 키우니까 아이들이 자살을 하고 심지어는 부모를 죽이고 자식을 죽이는 악마가 된 것이다"

언제부턴가 닭은 그저 토종닭과 그렇지 않은 닭으로 나뉘어 지갑이 두둑한 자와 그렇지 못한 자를 가르고 그저 생명이 없는 먹을거리로 전락해버린 것이 사실이다. 닭이든 채소든 하나의 생명체임을 인정하고 바라볼 때 '편리'라는 이름으로 타협하고 사는 현대인들의 야만적 삶으로부터 조금은 구원받을 수 있지 않을까?? 

어릴적, 부모님께서 옛이야기를 들려주시면 리바이벌이라 싫고, 당신들이 살아오신 고달픈, 척박한 환경에 비하면 너희는 복받은 줄 알고 살아야 한다는 말씀에 귀를 닫아버리고 말았었다. 하지만 이제 서른 중반의 엄마가 되고 보니, 그 모든 이야기들이 새록새록 재미지고 가슴 한켠에 따뜻한 그리움이 자리한다. 이 책엔 우리가 잘 모르는, 혹은 잊혀진 아름다운 우리의 풍습에 대한 이야기들도 곳곳에 나온다. 예를들면, 겨울밤 사랑방에 모인 어른들께 집주인이 대접하던 메밀묵, 왜 하필이면 메밀묵이었을까? 그것은 오줌을 받기 위한 것이었다고 한다 기왕이면 손님대접도 하고 보리밭에 줄 거름도 찾자는 것이었다고 한다.   

'생존경쟁'이란 절대 있을 수 없다. 누구는 살고 누구는 죽어도 되는 건 스포츠경기에나 있지 살아가는 목숨들은 함께 살아야만 한다고 힘주어 말씀하시며, 사람답게 사는 것은 둘도 똑같지 않고 오직 혼자만의 다른 모습으로 훌륭하게 살아가는 데 있다고 하신다. 이 책을 읽는 내내, 바로 옆자리에서 자신의 고난에 찬 삶속에서 깨우친 진실과 삶의 모습들을 때론 따끔하게, 때론 천진하게 들려주시는 것 같은 착각이, 한번도 뵌 적 없는 선생님의 환한 미소가 마음속에 그려져 행복했다. 삶과 글이 똑같은 분들의 모습은 언제나 존경과 큰 울림으로 다가온다.

 " 이 세상의 어떤 범죄도 냉정하게 따지면 단독 범행은 없다 " 는 선생의 글을 보며 지나치게 이기적이고 단편적으로 세상을 바라보았던 나의 소아적 삶을 참 많이 반성했다. 나와 직접적 관련이 없는 '그들' 일지라도(사람이든, 개미 한 마리, 풀 한 포기이든..) 나의 삶이 그들의 일부고, 그들의 삶이 나의 일부임을, 깊이 연관되어 있음을 깨닫고 좀 더 '그들'에게 친절해지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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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땅의 아름다움을 이해하는 것, 그것은 자신을 긍정하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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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찰 장식, 그 빛나는 상징의 세계
허균 지음 / 돌베개 / 2000년 5월
15,000원 → 13,500원(10%할인) / 마일리지 750원(5% 적립)
양탄자배송
내일 밤 11시 잠들기전 배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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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은 산 속에 자리하고 있는 사찰에, 이렇게 많은 이야기가 있을 줄이야
절을 찾아서- 고은 문화기행집
고은 지음 / 책세상 / 1999년 10월
12,000원 → 10,800원(10%할인) / 마일리지 600원(5% 적립)
2005년 05월 05일에 저장
품절
승려생활을 했던 고은 시인의 발자취를 따라서
돌의 미를 찾아서
박정근 외 지음 / 다른세상 / 2000년 9월
10,000원 → 9,000원(10%할인) / 마일리지 500원(5% 적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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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인간이 만든 것들은 너무도 쉽게 사라진다. 쓰레기 말고는... 그러나 몇 백년, 몇 천년을 버티어서 역사의 그 어느 때를 상상하게 해주는 '돌' 그 앞에선 난, 늘 아무것도 아니다
징검다리 건너 석성에 오르다- 석조문화로 본 한국미산책
박방룡 외 지음 / 다른세상 / 2000년 12월
9,000원 → 8,100원(10%할인) / 마일리지 450원(5% 적립)
2005년 05월 05일에 저장
절판
실제로 돌을 다루었던 그들의 삶은 얼마나 고단했을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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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수요일, 기분도 꿀꿀하고, 해야 할 공부도 있고 해서 부산박물관에 다녀왔다. 평일의 한산한 박물관만큼  책 읽기 좋은 곳도 없다. (특히 문헌정보자료실, 심심하면 이것저것 유물관련 사진집을 볼 수 있어 더욱 짱^^) 햇살 좋은 한낮, 이미 박물관 옆 벤치에는 유모차를 끌고 나온 젊은 엄마들과 마실나오신 할머니 할아버지들의 이야기 소리가 참새들만큼이나 소란스럽다.


                                                                                                                         활짝 핀 매화
이맘 때면 선암사 생각이 간절하다. 어느 이른 봄, 다녀왔던 그곳의 매화가 기가막혔기 때문이리라...그런데, 박물관 뜰에도 흰매화, 홍매화 모두 합쳐 대여섯 그루의 매화나무가 있는 게 아닌가. 이미 나무 아랜, 나보다 먼저 벌들이 와, 향기에 취한듯 어지러운 춤을 추고 있다. 나 또한 더불어 알~싸한 꽃내음에 취해본다


                                                                                          이제 막 꽃잎을 피우기 시작한 홍매

부산박물관엔 작은 오솔길이 있다. 정문에서 왼편으로 담장을 따라 거닐면, 이런저런 유물들과 잘 가꾸어진 나무들이 조화를 이루어 나름대로 멋진 공간을 만들어 낸다


                                                                                                                    모과나무의 새순


                                                                                          무슨(?) 비각옆에 핀 노오란 산수유


                                                                                   무슨 열매처럼 보이는 동백의 꽃봉오리

계획에 없었던 박물관 나들이었지만, 봄을 갈구하는 내겐 충분한 갈증해소와 기분전환이 되었다. 종종 들러 볼 일이다. 근데 그 많은 자료들과 그 많은 시설이 그냥 놀고 있으니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다. 물론 무엇하나, 특별할 것 없는 평일의 박물관에 어떤 활기를 기대할 순 없겠지만, 좀 더 잘 활용될 수 있었음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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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만두 2006-03-11 15: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꽃이 피기 시작했네요. 봄 냄새 넘쳐납니다~

로드무비 2006-03-11 16: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박물관이라면 대연동에 있는 건가요?
부산에 가면 꼭 가보고 싶네요.^^

조선인 2006-03-12 07: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랜만이에요. 부용님.
남도에는 벌써 꽃소식이 물씬하군요.
덕분에 고맙습니다.

드팀전 2006-03-12 07: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와...정말 오랜만이에요.전 위의 사진 중에서 모과 나무 새순이 젤 예쁘네요.
와이프가 끓여주는 모과차는 정말 맛나요......

분홍달 2006-03-14 16: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물만두님! 역시 1등이시네요^^ 잘 지내시죠!
로드무비님 잘 아시네요, 맞아요 대연동..여유있을 때 한번 들러보세요^^
조선인님 이젠 개나리들도 3,4일 후면 활짝 필 것 같아요^^ 반가운 봄입니당~
드팀전님 저도 같은 생각이에요^^ 드팀전님은 참 행복한 분이시네요 ㅋㅋ
 
신갈나무 투쟁기 - 새로운 숲의 주인공을 통해 본 식물이야기
차윤정.전승훈 지음 / 지성사 / 1999년 9월
평점 :
구판절판


'신갈나무 투쟁기'에 대한 관심은 벌써 5년이나 된 것이다. 그 제목이 흥미로워 처음 출판되었을 때부터 읽고 싶었으나 생물책 같은 느낌 때문에 선뜻 용기가 나질 안았다. 그러나 올 봄엔 그냥 지나칠 수 없었다. 봄은 분명, '사람의 계절'이 아니라 풀이나 나무와 같은 '식물들의 계절'이기에 그 찬란한 '봄'에 대한 경이로, 봄의 주인공인 그들의 시간을 쫓아 보기로 한 것이다. 왜? 봄이었으니까..그런데 책을 잡기 까지도 오랜 시간이 걸렸지만 다 읽기 까지도 긴 시간이 필요했다. 봄에 시작한 독서는 장마가 시작되기 바로 사흘전에 끝났다. 새로운 관심사가 생긴탓에 나의 심~플한 뇌의 구조상 어쩔 수 없는 일이기도 했으나, 소설이나, 수필같은 문학처럼 오랜 시간 붙잡고 있기는 쉽지 않은 책이다.

제 잘난 멋에 살다가도, 오래 된 나무를 보면 어쩔수없이 숙연해진다. 인간이 극복할 수 없는 '시간'이라는 것에 그들은 좀더 강한 것 같으니까...그냥 거기, 그 자리에서 무던히도 세월을 버티어 내며 수없이 지고 피는 동료들의 투쟁과 인간사를 지켜보고 있으니 어찌 그들 앞에서 작아지지 않을 수 있겠는가 말이다...그런데 사실상 나무들이 장수를 하는 것이라기 보다, 그들은 오랜 기간 동안 생장과 발달이 정지된 상태로 머물 수 있다고 보는 것이 더 맞는 얘기라고 한다. 예를 들면 '종자휴면'같은, 그러니까 대부분 식물의 씨앗들은 싹을 틔울 시기가 될 때까지 잠을 자게 된다고 한다. 씨앗이 더 성숙해 질 필요가 있다거나, 좀 더 적응하기 쉬운 환경이 됬을 때 싹을 틔우기 위해 잠을 자는 것이라고 한다. 이처럼 식물들은, 손과 발을 쉴새 없이 놀려 삶을 영위해 가는 인간처럼 그들 나름대로 최선의 방법을 동원해 악조건 속에서도 투쟁하며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이 책의 주인공인 '신갈나무'는 우리가 흔히 '참나무' 혹은 '도토리나무'라 부르는 것이다. '참나무' 이 말은 엄밀히 말해 틀린 표현이다. 사람의 이름을 '개똥이'라 하는 것과 같은 것이라고 한다. 참나무류에는 '상수리, 굴참, 갈참, 졸참, 신갈, 떡갈나무' 6가지가 있다. 동네 뒷산에 오를 때마다 유심히 살펴 보나 그들을 정확히 구분해서 부르기란 너무 어려운 일이었다. 언제 한번 마음먹고 나뭇잎이라도 채집해서 관찰을 좀 해봐야겠다. 참나무류는 잎의 모양에 따라 크게 세 부류로 구분할 수 있는데. 우선 잎이 길고 가는 형태로는 '상수리와 굴참 나무'가 있고 잎이 크고 두툼한 것은 '신갈과 떡갈 나무' 마지막으로 중간단계의 넓은 잎 모양을 가진 것으로는 '졸참과 갈참 나무'가 있다. 여기에다 잎의 뒷면의 모습이라든가, 두께, 털의 모양을 통해서 더 자세하게 구분할 수 있으나, 세 부류로만 나눌 수 있어도 꽤 유식해 보이지 않을까 싶다.

'신갈나무 투쟁기'는 산림생태학과 식물 분류 및 생태를 전공한 차윤정, 전승훈 부부가 지은 것이다. 도토리가 어미 나무로 부터 떨어져 싹이 나고 뿌리를 내리고 어떻게 큰 나무들 틈에서 햇빛을 모으며 자기 영역을 넓혀가는지 그리고 어른이 되어 열매를 맺으며 어떻게 당당한 숲의 주인으로 거듭나는 지 자세히 설명하고 있다. 그리고 두 저자는 인간의 배경으로서가 아니라, 우리 인간처럼 하나의 당당한 개체로서 그들의 얘기를 풀어 간다. 만약 학교에서 배우는 생물 교과서가 이런 정도로라면 얼마나 좋을까!! 학창시절, 너무 외울 게 많아서 싫어 했던 과목중에 하나가 바로 생물이었다. 이 책처럼 집앞에 서있는 느티나무의 이야기로, 운좋게 등산갔다 만난 줄무늬 다람쥐의 말로 생물 책을 만든다면 어릴 적에 가졌던 호기심들이 '공부' '성적'이라는 이름으로 고사되진 않았을 것이다. 어린 아이들을 보라, 누구하나 올챙이에 날아가는 새에 보도블럭 사이에 피어난 민들레를 좋아하지 않는 아이들이 있는가 말이다... 지금의 교과서를 본 적이 없어서 잘 모르겠지만 공부를 재미없는 것이 아닌, 재미있는 것으로 만들어 줄 수 있는..아니, 자연스런 호기심들이 짓밟히지만 않았으면 좋겠다.

작년에 경남에 사과 주산지로 유명한 '얼음골'에 가본 적이 있다. 구불구불 높은 산 하나를 넘고 나면 저 아래 작은 나무가 안쓰러울 만큼 크고 탐스런 사과들이 주렁주렁 달려 있느 사과밭이 펼쳐진다. 물론 꽃처럼 그 모습이 이쁘기도 하지만, 어쩐지 자연스럽진 않다. 사과의 맛 또한 어찌나 달고 단지, 하나를 다 먹고 나면 물로 입가심을 해야 할 정도다. 난 그 역시 썩 마음에 들진 않는다. 그런데 개량 작물들은 대부분 야생에 비해 키가 작고 필요 이상의 잎은 만들지 않으며 오로지 많은 수의 큰 이삭을 만들어 낸다고 한다. 인간의 관점에서 이상적인 작물인 것이다. 그러나 본성과 기능을 거세당한 개량작물들은 품종단일화로 인해 갑작스런 환경변화나 병, 해충등에 꼼짝없이 당하게 되며 결국엔 인간의 식량안보도 불안해 지는 결과를 낳게 된다고 한다. 또 우리의 눈을 즐겁게 해주는 꽃집에 진열되어 있는 대부분의 꽃들 역시, 제 기능을 상실하긴 마찬가지다. 크고 탐스런 꽃을 위해 꽃은 피되 씨앗은 맺지 않게 된 것이다. 요즘은 이런 문제점들을 인식하고 유기농이나 무농약, 생태적인 농사에 관심을 갖는 사람들도 많아졌지만, '생계'라는 것과 '환경보존', 이 두 가지를 조화롭게 발전 시키기는 여전히 어려움이 많은 듯하다.

아는 만큼 보이고, 사랑에도 노력이 필요하다고 했던가.. 그저 평화롭게 무던히 세월을 버티어 내고 있는 것처럼 보이던 나무가 '신갈나무 투쟁기'를 다 읽고 나서는 더 대단해 보인다. 그리고 어쩌다 드러난 나무의 뿌리를 보면 무섭기까지 하다. 우리의 눈이 미치지 않는 저 땅속에서 나무들끼리, 수많은 식물들이 벌이고 있을 뿌리들 간의  전쟁을 떠오르니 삶이란 인간의 것이든, 식물이 것이든 다 그렇게 처절할 수 밖에 없는가 보다. 그들을 바라보는 나의 눈빛이 많이 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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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팀전 2005-06-28 11: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굿....오래걸려 읽으신 만큼 리뷰로 깊은 맛이 납니다.그저 건성으로 보는 나무들에 대한 님의 애정이 느껴지네요.좀 더 관심을 갖고 봐야겠다는 생각도 불쑥 들어요.

분홍달 2005-06-30 20: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렇죠! 별안간 '생명이 있는 것은 다 아름답다'라는 최재천 교수의 책이 생각나네요^^